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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칵테일•러버즈

 

 

 

처리 오늘 기분 어때~?
 
오광철:그냥저냥.
 
귀여워 ㅇ///ㅇ
 
 
 
LOVERS
 
 
인천의 도심, 금요일의 초저녁.
 
해가 서서히 지고 있습니다.
 
하늘은 점차 어두워지고, 고층 빌딩들의 창문에서는 빛이 흘러나오며 반짝입니다.
 
도로 위에는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빛나며 서로 성내듯 경적을 울립니다.
 
6시가 한참 넘은 시간에 오광철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합니다.
 
오늘은 어떤 일을 했나요? 수금? 바다에 사람 담구기?
 
오광철:(수금이나 수장은 편안하기라도 하지. 가장 힘들고 위험한 조직 간의 싸움에 휘말리고 오는 길이다. 집에서 제대로 치료해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칼에 베인 팔을 대충 지혈만 하고 길을 걷는다.)
 
생각보다 너무 빡센 일과인데
 
오광철:(힘들어~)
 
얼른 집에 갈래~
 
그런 생각을 하며 골목길로 들어서던 참입니다만...
 
얜 뭐죠?
 
당신은 어느샌가 칵테일 바의 프론트 테이블에 앉아있습니다.
 
분명 길을 걷고 있었는데, 뭐지?
 
내부의 분위기는 꽤 좋습니다.
 
바 안은 주홍빛 조명 아래에 놓여있어, 어둡지만 편안한 분위기입니다.
 
카운터 뒤 백 바는 다양한 고급 주류와 재료가 가득 차 있고 유리병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와 시럽이 정돈되어 있습니다.
 
잔잔한 재즈가 레코드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와 분위기를 더욱 좋게 만들어줍니다.
 
당신을 제외하고 유일한 사람인 바텐더는,
 
바텐더:관심도 안 주네, 거기 당신 말입니다.
 
… 제법 반반하게 생겼고, 또 한 손으로는 술이 든 락 글래스를 들고 글썽이고 있네요.
 
취하기라도 한건지. 그다지 멀쩡해 보이지는 않죠?
대화가 가능합니다.
 
오광철:... 어 안 듣고 있어. (뭐지? 난 분명 집에 가고 있었는데... 일단 주변을 좀 살핀다. 나가는 문은 어느 쪽에 있지?)
 
바텐더:안 들으셨습니까? 너무해! 사람이 울고 있는데! 훌쩍훌쩍.
 
입으로 의성어를 냅니다.
 
문은 뒤돌면 바로 보이네요.
 
오광철:뭐야? (진짜 뭐야? 문 위치도 확인했겠다 의성어 듣자마자 고개 확 돌린다.) 내가 네 이야기를 왜 들어야 하는데?
 
바텐더:그야 당신은 이 칵테일 바의 손님이고, 바 테이블 자리에 앉았으니까요. (락 글래스를 천천히 흔들며 한모금 한 후 몸을 낮춰 시선을 맞춘다.) 우는 사람을 안 도와주면 나쁜 사람이랍니다.
 
오광철:그럼 됐네. 나 원래 나쁜 사람이야. (일 열심히 하고 와서 좀 피곤한데 모르는 사람 투정까지 들어줄 정신없어. 테이블 위에 기대 문양이나 관찰하며 멍 때리길 십수 초, 자세는 그대로 입만 뻐끔거린다.) 근데 너 일하는 중 아냐? 술 마셔도 돼?
 
바텐더:이럴수가! 사실 저, 나쁜 사람이 이상형입니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향하게 된달지, 위험한 습관이지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 말 걸었더니 이상형이기까지 하고 운이 좋네요! 하하. (글래스에 남은 술을 단번에 들이킨 후 잔을 저 멀리 치워버린다.) 약간의 음주는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법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꼭, 마셔야 할 이유가 있기도 하고요.
저 차였어요. 그것도 바로 오늘 낮에!
 
투정 듣기 싫어 안 물어봤더니 기어이 스스로 실토해내는군요.
 
오광철:아... 그래? (더 있다간 귀찮아질 거 같다! 상체를 일으킨 뒤 자기 앞자리를 확인한다. 뭐 마셨나? 마신 게 있으면 빨리 결제하고 도망쳐야지. 집에 가서 제대로 치료하고 제대로 쉬어야지...) 응 행복하길 바랄게. 몸은 재산이니 술 적당히 마시고 널 찬 녀석은 아마 내일쯤 길 가다 죽을 거니까. (지갑 꺼낸다.) 계산해 줘.
 
당신의 테이블은 깔끔합니다. 아무것도 안 마셨어요.
 
바텐더:어, 나가실 겁니까? 안 될텐데. (눈을 깜빡이며 지갑 든 손을 잡아 꾸우욱 내린다.) 죽기까지 바라는 건 아니고, 그냥 오늘 이상형인 누군가가 함께 시간이나 보내주면 참 좋겠습니다. 어디... 아, 당신이 딱이겠군요.
 
오광철:안 된다니? 왜? (손에 힘이 실린다. 평소였다면 이대로 바텐더 하나쯤 떨쳐내고 뒤돌아 나가는 것은 죽기보다 쉬웠을 텐데 하필이면 잡힌 손이 다친 쪽 팔이라서. 결국 한숨과 함께 힘을 풀었다.) 그래. 시간 뭐하고 보내줄까...
 
바텐더:(엎드려 받아낸 승낙에 뻔뻔하게도 실실 웃으며 '친절하신 분!' 하고 외친다. 잡았던 손을 흘긋 보다 그대로 놓곤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숙인다. 30초 정도 지났을 때 하얀 상자와 함께 다시 나타난다.) 후회하지 얺으실 겁니다.
 
하얀 상자는 당신을 위한 것인지 앞으로 쭈우욱 내밀어져 있습니다.
 
열어볼래?
 
오광철:(언젠 나쁜 사람이 이상형이라더니 이번엔 친절하단다! 받았으니 열어보자~)
 
안에는 붕대와 소독약이 들어있습니다.
 
오광철:(뭐야? 다친 거 말 안 했는데?) 이건 왜?
 
바텐더:어, 다치신 거 아니었습니까? 혈향이 나서요. (어깨를 으쓱인다.) 치료해 두는 게 좋을 겁니다. 저랑 오늘 아주 긴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윙크!)
 
오광철:(팔에 코 대고 킁킁거린다. 그렇게 향이 강한가? 아니면 상대쪽 조직에서 보낸 스파이? 아무튼 치료해서 나쁠 일은 없겠지.) 여기서 해? 옷 벗어야 하는데.
 
바텐더:앗. 그 정도로 심하게 다치신 줄은 몰랐는데.
...뒤 돌아 있을까요?
 
오광철:다른 손님 오면 상황 이상해지는 거 아냐? 뒤쪽에 스태프 룸 같은 거 없어?
 
바텐더:에이. 아직 영업 전이라 손님은 안 옵니다. 스태프 룸으로 가는 척 하면서 나가버리면, 제 외로움은 누가 달래줍니까? 혼자 치료하기 힘들 때 도와드릴 수도 있고요.
 
오광철:아 그래? (영업 전인 가게에 멋대로 들어온 사람과 영업하기도 전부터 술이나 퍼마시던 바텐더.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네... 더 실랑이하는 것도 귀찮아졌다. 테이블에 앉은 그대로 상의 단추 풀기 시작한다...) 뒤돌지 않아도 돼. 도와줄 필요도 없어. 혼자서도 많이 해봤으니까.
 
바텐더:평소에 많이 다치시나 봅니다. 무슨 일 하십니까? (사양 않고 옷 벗어재끼는 모습을 빤히 구경한다. 턱을 괴고 몸을 기울여 편안한 관람 모드.)
 
오광철:탕후루집 알바. 이거 다 꼬치에 찔려서 그래. 자세히 알 필요는 없어. (벗은 상의를 옆 의자에 내려놓고 치료를 시작한다. 약이 닿는 게 따끔할 법도 한데 표정 변화도 없이 과정을 진행한다.) 이거 흉터 남겠는데... (몇 번 헛손질하다 붕대 감는 포기하고 던져놓는다.)
 
바텐더:와아, 그거 요즘 유행하는 거죠? 저도 먹어본 적 있습니다. 맛있던데요! (몰래 보려는 노력도 없이 노골적인 시선으로 몸을 훑어본다. 작게 휘파람 불기까지 하더니, 던져진 붕대를 잡아채 다친 팔에 대고 둘둘 말기 시작한다.) 나중에 놀러가게 연락처 줄래요?
 
오광철:(훑어보던가. 신경 안 쓴다...) 오늘 하루만 놀아주기로 한 상대에게 연락처까지 줘야 해? (탕후루 유행 끝났으면 좋겠다. 붕대 감는 모습 바라보다가 하품한다. 좀 피곤한데 지금 몇 시지? 그리고 바 영업시간은...) 치료 끝난 뒤엔 뭐 하고 어울려주면 돼? 가게 영업할 동안 계속 곁에 있을 순 없잖아.
 
바텐더:연락처 닳아요? 째째하게 구시긴. (보기 좋은 매듭도 묶어둔 뒤 하얀 상자에 다시 약을 담아 차곡차곡 정리한다.) 아, 그거 말이죠...
음, 지금 몇시인지 아십니까?
 
벌써 8시 반이네요.
 
휴대폰을 켜 확인한 화면엔 통신불가 알림이 떠 있습니다.
 
오광철:좀 닳아. 모르는 사람에게 번호 넘어가면 곤란해. (약 정리하는 모습 옆에서 내려뒀던 셔츠를 다시 걸친다. 매듭 부분이 옷에 걸려 좀 불편하긴 한데...) 8시 반이네. 슬슬 오픈할 시간 아니... 음? (통신 불가다... 비행기 모드 켜져 있나? 데이터는?)
 
바텐더:(시간을 듣더니 미묘한 웃음을 짓는다.) 아하. 8시 반. 어차피 조금 늦었네요.
 
그런데 이 사람, 아까까지 울던 것 치곤 멀쩡해 보이는데요?
 
뭐 하나 사기당한거 아냐?
 
바텐더는 맺힌 눈물을 튕기듯 훔치곤 웃으며 말합니다.
 
바텐더:좋아요, 오늘 밤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아, 그보다 잠깐...
 
오광철:응? (애인이라면 어떤 걸 해야 하는 거지? 여태껏 만난 사람도 전부 하루만 보는 파트너였긴 한데, 그 사람들 대하는 것처럼 하면 되나? 그보다 행세라면 보여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일 테니까.) 누구 앞에서?
 
바텐더:그야 이 바에 오는 모든 손님 앞에서죠. (말끔한 웃음을 지으며 접시에 간단한 요리를 빠르게 담아낸다. 뒷편에서 메뉴판도 꺼내 내밀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사기당한 것 같습니다.
 
작은 에피타이저 플레이트엔 애플 크럼블과 스푼이 준비되어 당신 앞에 놓여있습니다.
 
바텐더는 어느샌가 코블러 쉐이커에 재료를 넣고 조주를 하고 있습니다.
 
바텐더:아 참. 통성명도 아직이었네요. 이름이 뭡니까?
 
오광철:(애플 크럼블 한 입 먹는다. 천천히 입에 있는 걸 삼킨 뒤 말했다.) 오광철. 너는?
 
바텐더:백지혜입니다. 편할대로 불러주세요, 오광철 씨. (지거에 몇번이나 술을 담고 따른 후 쉐이커의 뚜껑을 닫아 뽐내며 과시하듯 흔들어 제낀다.) 좋아하는 음식, 취미나 이상형은?
 
오광철:(입술 위에 스푼을 올려놓고 한참을 가만있는다.) ... 요즘은 차 종류를 자주 찾는 거 같긴 해. 취미나 이상형은. (음... 하는 소리가 길게 이어지다가 스푼으로 애플 크럼블을 무자비하게 조각내기 시작한다.) 몰라. 여태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어.
 
백지혜:아, 없습니까? 일만하고 연애도 안 하는 모범생 타입?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마티니 잔에 칵테일을 쏟아 붓고 홍차 잎을 가니쉬로 올린다.) 지금부터라도 생각해 봐요. 애인되는 입장에서 알아야 하니까.
 
백지혜는 완성된 칵테일을 당신 앞으로 밀어줍니다.
 
마티니 글라스에 담긴 칵테일은 맑은 다홍빛이 돌며 레몬 슬라이스로 장식이 되어 있습니다.
 
백지혜:저희 칵테일 바 시그니쳐인 '스칼렛 루비'입니다.
차를 좋아하신다면 분명 마음에 들어하실 거예요.
 
오광철:하루짜리 애인에 참 바라는 것도 많아. (잔을 흔들며 색을 구경하다 한 입 마신다. 그런 뒤에야 아, 하고 다쳤으니 술 자제하기로 했던 게 떠오른다.) 나쁘지 않은 거 같아. 노린 것처럼 좋아하는 거랑 맞췄네. (칵테일 위에 올려진 레몬 슬라이스를 머들러로 짓뭉개며 좀 더 고민하다가.) 취미는 없는 거 같고, 이상형은...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면 좋을 거 같아. 아마.
 
알코올 향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자몽 맛이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홍차 향이 납니다.
 
백지혜:하루라도 완벽히 해내주셨으면 하거든요. 저, 외로움을 많이 타는 타입입니다. 분명 어울려 주시기로 하셨지요? (만족한듯 가벼운 한숨 섞인 웃음소리를 낸다.) 마음에 드셨다니 기쁘네요!
아... (챙겨주는 사람?)
참, 저녁 드셨습니까? 드시고 싶으신걸로 골라보세요. (메뉴판을 직접 펼쳐 내민다.) 오늘은 제가 사드리죠.
 
메뉴판은 나무판자에 덧대어진 링 바인더 형태로 제법 고급스럽게 생겼습니다.
 
오광철:그럼 하루 동안 제대로 챙겨줄 거야? 완벽했으면 하다며. (나쁜 사람과 어울리면 외로움만 더 커지는 거 아닌가? 어차피 내일이면 헤어질 인연인 거잖아.)
사준다면 거절하진 않을게. 그럼... (메뉴판을 팔랑거리며 넘겨보다가 연어 샐러드를 콕 찝는다.) 이거랑 물도 한 잔.
 
백지혜:물론이죠. 오늘밤 즐겁게 해드리겠다고 말한 건 빈말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이미... 어느정도 실천중이라고,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허릴 숙여 손가락이 가르키는 메뉴를 확인한다.) 예, 연어 샐러드와 물 한 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기준치: 30/15/6
굴림: 41
판정결과: 실패
아, 연어가 있던가... (뒤적...)
 
오광철:차였으니 연인 행세나 하며 위로해달라던 사람이 연인 대역에게 이토록 잘해주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싶어서. 잘 대해주면 나야 좋긴 한데. (빤히...) 아. 연어 질렸어~ 메뉴 바꿀래. (손가락을 옮긴다. 이번엔 후렌치 후라이 위로!)
 
백지혜:으음, 부탁을 들어주셨으니 잘 대해 주는 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별개로 오광철 씨가 마음에 든다 한 것도 농담은 아니었습니다. (주방 뒤에서 샐러드와, 연어를 대신한 주홍빛 과일을 꺼내오다 어? 하며 고개를 숙인다.) 변더쟁이! (샐러드 그릇은 앞에 놔두고 다시 들어갔다.)
 
10분 뒤 백지혜는 후렌치 후라이도 잘 튀겨 내어옵니다.
 
오광철:나쁜 사람 주변엔 나쁜 사람만 끌리는 법이라 내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었지 뭐야. (연어 없는 거 같아서 바꾼 건데. 들어가는 뒤통수 바라보다가 샐러드 깨작거리길 10분, 잘 튀겨 나온 후렌치 후라이 한 조각까지 입에 넣는다. 앗뜨겅...) 나쁜 사람 말고 좋아하는 거 있어? 나 뭐 하면 돼? 밥값할게.
 
백지혜:이런, 안타까우신 분! (과장되게 눈썹을 내리고 두 손을 모은다.) 그간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는진 모르지만, 아무튼. 오늘 이 《스트리트 616》 에서 만큼이라도 아늑함과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군요.
저희 칵테일 바는 누구나 환영한답니다. (생긋!)
밥값이요? 으음, 음... 제 애인으로 계셔주는 걸로도 충분합니다. 차고 넘치죠! (락 글라스에 얼음물을 따라 내민다.)
 
백지혜는 바 테이블에서 벗어나 벽에 붙은 선반에서 무언가를 찾습니다.
 
백지혜:오광철 씨, 어떤 음악을 좋아하십니까?
 
오광철:힘들진 않았는데. (20년 넘게 이렇게 지냈으니 이제 와서 힘들 리가 있나. 시큰둥한 표정으로 샐러드 조금 떠서 지혜 입에 넣어준다. 연인이라면 이런 일도 하겠지.) 말하는 것만 보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 사기꾼과 구매자 같아. (얼음물까지 한 입 마셔 입을 헹궈낸 뒤에 반 이상 남은 샐러드와 후렌치 후라이를 밀어놓는다.) 아무거나 상관없기는 한데, 된다면 가사 없는 게 좋아.
 
백지혜:사기꾼이라뇨. 제가 파는 건 양질의 칵테일과 준수한 사이드 뿐입니다. (받아먹은 것을 꿀꺽 삼키고 '역시, 맛있다니까요.' 하며 입가를 닦는다.) 어, 입맛에 안 맞으십니까? 칵테일도 한 모금만 드시고 내려놓더니. ( 조금 멀리서 테이블을 흘겨보곤 손으론 마저 벽을 더듬어 LP판을 뒤적인다.)
 
.
 
축음기는 잠시 멈추더니 곧 방금보단 활기찬 분위기의 모던 재즈가 흘러나옵니다.
 
오광철:(확실히 맛있기는 했지. 옆으로 밀어둔 그릇에서 후렌치 후라이 한 조각을 더 집어먹는다.) 그냥 원래 많이 먹지 않아서 그렇고, 다쳤으니 술 안 마시는 거야. 신경 쓰지 마. (노래에 맞춰 손끝으로 테이블 탁, 탁, 두드린다.) 혹시 취하지 않은 상대완 연애 못 해? 그렇다면 좀 힘내보고.
 
백지혜:아하. 요즘 또 소식이 유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직종도 그렇고 트렌드에 민감하신 분이군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바 테이블로 돌아온다.) 그럴리가요! 그저 이곳을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우려였습니다. 무리 하지 않는 게 좋긴 하죠~ 우리의 밤은 길기도 하고? (윙크!)
 
곧 문 쪽이 소란스럽더니 정장을 입은 남자가 셋 들어옵니다.
 
평범한 직장인 같군요. 그들은 당신이 앉은 카운터의 뒤쪽 테이블에 앉습니다.
 
셋 중 가장 덩치가 큰 남자가
 
라며 주문을 하고 자기들끼리 떠드는군요.
 
백지혜: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백지혜가 테이블에서 잔을 세개 집어듭니다.
 
락 글라스 두 개와 샷 글래스 하나입니다.
 
수상한 분위기의 칵테일 바 치고는 평범한 손님들입니다.
 
인상들이 조금 험악해 보이는 것 같긴 한데, 그건 그냥 넘어가자고요.
 
아까 마신 칵테일 때문인지 몸이 조금 따뜻해집니다.
 
백지혜:자주 오시는 분이 아니셔도 저희 바에 오면 꼭 시그니쳐를 찾곤 합니다. 종종 가니쉬를 손님에게 맞춰 내어드리곤 하는데... 그게 또 저희 가게만의 특별함이고 즐거움이죠.
 
오광철:아. 그래서 아까 찻잎을. (손님들 있는 방향을 곁눈질한다. 손님이 왔으니 지금부터 연인인 척을 해야 하나? 목소리를 죽이고 앞에 있는 상대에게만 들릴 목소리를 소근거린다.) ... 뭐라고 부르면 돼? 애칭 같은 거.
 
백지혜:그런 이유도 있지만, 시그니쳐엔 주로 레몬 슬라이스나 찻잎을 가니쉬로 사용하고 있어요. 저희 칵테일 바 시그니쳐 메뉴와 오광철 씨가 잘 어울린거죠. 저분들에겐... 위스키를 플로팅 해 내어드릴까 합니다.
 
그가 만들어진 칵테일에 스푼의 뒷면을 이용해 위스키를 얇게 흘려 막을 만듭니다.
 
백지혜:애칭이라...
허니, 자기. 달링?
 
오광철:달링... (입안으로 단어를 굴려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두 음절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아 알코올의 힘을 조금만 빌려보기로 했다. 한 입 마시고 남겨놓은 칵테일을 쭉 들이킨다.) 그럼 달링은 상대가 취향을 제대로 말해주지 않을 땐 어떻게 해? 나에게 한 것처럼 그냥 일반으로?
 
백지혜:(잔을 쭉 비우는 모습을 보며 어어, 하고 얼빠진 소리를 낸다.) 괜찮으십니까? (잔에 물을 좀 더 따라주곤 빈 잔을 안으로 들여 치웠다.) 손님에게 곧바로 취향을 묻진 않습니다. 칵테일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물어보기야 하죠. 보통 이미지나 그냥 제 기분에 따라? 오광철 씨에겐 작업 건 거고요!
그리고... 좀 더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방금은 농담이었어요. (입가를 가리고 큭큭 웃는다.)
 
오광철:... 응 괜찮아. 이 정도로 취하진 않으니 연인 행세 못 해줄까 걱정할 필요 없어. 그리고 연인 사이에 지혜 씨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고. (물로 입술만 적신 뒤 다시 손님 쪽으로 시선 옮긴다. 남자 셋이 칵테일바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슬슬 할 말도 없는데 어쩌다 차였는지 이야기해주면 안 돼? (무례하당.)
 
백지혜:음, 그런 걱정은 안 했는데? 사실 취한 쪽을 좀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귀엽잖아요. (어깨를 으쓱인다.) 아. 그게 말이죠. 왜 차였냐면...
 
 
:백지혜와 대화를 조금 하다보니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립니다.
뒤에서 뭐라 떠드는 정장을 입은 남자들의 대화 역시 신경쓰입니다.
 
오광철:내가 곱게 취하지 않으면 어쩌려고. 나중에 다 나은 뒤에 다시 올게. (일단 휴대폰을 확인한다. 연락 올 곳이 있던가...)
 
백지혜:하하, 그거 예의상 하는 말은 아니겠죠? 안 오면 상처받을 겁니다!
 
오광철:음... 나중에. 시간 되면
 
 
:휴대폰
배터리가 15% 남았다고 알림이 와 있습니다. 인터넷이 안 되는 것은 둘째치고, 통화 불가능 지역이라는 표시가 떠있습니다. 충전이나 인터넷 연결을 부탁해 볼까요?
 
오광철:그런데 말이야. 달링. 혹시 여기 지하야? (다 깨진 액정 툭툭 건드린다.) 아까부터 통화 불가능이라는데 요즘도 이런 곳이 있네? (자연스럽게 폰 내민다.) 충전해 줘. 되면 와이파이까지.
 
백지혜:응,허니?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시선을 맞춘다.) 아, 종종 그러더라고요. 가게가 구석에 있어서 그런가? 오늘은 저랑 놀 거니까 별로 상관 없지 않습니까? (받은 휴대폰을 톡톡 조작하며, 갑자기 찰칵 셀카를 찍더니...? 충전기를 연결해 돌려준다.)
 
돌려받은 휴대폰의 화면에는…
 
백지혜의 번호가 저장된 채 찍혀있습니다.
상단 바에는 SNS의 알람이 떠 있고, 메신저톡이 와 있습니다.
휴대폰에 깔린 여러 앱 중 지도를 볼 수 있겠습니다.
 
오광철:암만 구석이어도 요즘 시대에? 신기하네. (한 손으론 지도를 확인하며 반대쪽 손을 내민다. 그쪽 휴대폰 달라는 듯.) 그런데 오늘이라 하면 언제까지를 뜻해? 데이트도 언젠가 끝나긴 할 거 아냐.
 
백지혜:(순순히 휴대폰을 내어주고 몸을 기울인다.) 오늘은 오늘이죠. 오늘 밤이 다 할 때 까지?
 
 
:지도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안내가 뜹니다. 때문에 기타 정보는 뜨지 않지만 현재 위치는 당신이 가려던 골목길로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연결이 불안정한지 위치 핀은 갑자기 부산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800km쯤 떨어진 바다에 있기도 합니다. 곧 제자리로 이동하나 싶다가도 제멋대로 랜덤한 위치로 계속 이동합니다. 가끔 맛 갈 때가 있긴 하던데, 이건 좀.
 
오광철:자정까지인지 아침까지인지 궁금할 수도 있잖아. 밤이 다 할 때까지면 아침까진가? (받은 휴대폰으로는 셀카만 찍고 돌려준다.) 내가 올 때까지 그리워지면 그거나 보고 있던가. (그리곤 자신 화면으로 시선 돌린다. 지도 위치를 보고 미간 찌푸리다가... SNS 알람을 클릭해 본다.)
 
백지혜:그거야... (돌려받은 휴대폰 화면을 보고 의아한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내 비아냥 거리면서도 씩 웃은 채 휴대폰을 제 가슴팍에 툭 댄다.) 정말 성격이 그렇게 나쁜 겁니까, 아니면 제 이상형의 모습을 충족시켜 주시는 겁니까?
새 알람이 떠있다 해서 들어갔더니, 새 팔로워 안내가 떠있을 뿐입니다.
습관처럼 홈으로 들어가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추천된 게시물이 뜹니다.
 
그 중 당신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진 한 장만 올라온 게시글입니다.
 
사용자 위치 기반으로 추천된 게시물이라는데.
 
인터넷이 안되기에 사진의 화질은 좋지 않지만 이 칵테일 내부를 찍은 듯 합니다.
 
칵테일 바 내부와 시그니쳐 칵테일인 스칼렛 루비가 같이 찍힌 사진입니다.
 
저번달에 올라온 글이네요.
 
본문에는 글 없이 해시태그만 올라와 있습니다.
 
좋아요 조차 없는 게시글입니다.
 
오광철:나쁜 사람들이랑 어울리다 보니까 닮았나 봐. 마음에 들어 달링? (SNS만 쭉쭉 내린당... 그레톨드원? 트사토구아? 칵테일바 이름인가? 그냥 새 팔로워가 누군지나 확인하기로...)
 
피쨩다
 
오광철:(모르는 사람이면 차단하려고 했었는데!)
 
맞팔해야겠네!
 
오광철:(피쨩 맞팔하고 마지막으로 메신저 톡까지 열어본당~)
 
 
:메신저톡
 
광철파 똘마니가 보내둔 메세지입니다.
 
내일은 주말인데요? 진짜로?
 
그런 당신의 마음을 읽은 건지,
 
라는 문자가 추가적으로 도착해 있습니다.
 
하긴, 조폭에게 주말이 어딨겠습니까.
 
오광철:(내일 오프였는데.....................) 달링. 나 내일 일정 생긴 거 같은데 먼저 일어나도 돼?
 
백지혜:안 돼요. 외로워서 죽어버릴 거야. 울어버릴 거야. 나쁜 남자 너무 좋아서 죽을 때 까지 쫒아다닐 거야! (장난같은 어투긴 한데... 장난일지?)
 
오광철:아... 죽으면 말해. 장례식은 가줄게. 상주 서줄까? (나 하루짜리 애인 잘못 만난 거 아냐? 그냥 내일 전투는 확인 못 한 척 빠질까. 팔도 다쳤는데...... 표정이 순식간에 피곤해진당.) 알코올과 카페인 같이 마시기 어떻게 생각해?
 
백지혜:글쎄요. 올 사람이나 있을란지. (다시 태연히 글라스 잔을 천으로 닦으며 휘파람 분다.) 권해 드리고 싶진 않군요! 음? 표정이 피곤해 보이는데, 한 잔 더 드릴까요?
 
오광철:상주이자 유일한 조문객이 되겠네. 안심해. 나 장례 절차 하나는 잘 알거든. (한 잔 더라는 말에 고개 끄덕인다.) 차라리 오늘 일 끝나고 노느라 연락 못 봤다고 하는 게 편할 거 같아. 그냥 마시고 죽을래. 상처 덧나든 말든. (그런 뒤 음료가 만들어질 때까지 정장을 입은 남자들에게 관심을 둔다. 동종업계인 인가?)
 
백지혜:기뻐라! 안 그래도 노후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애인 잘 사귄 덕에 좀 안심하겠습니다. 그나마 사후세계는 잘 가겠다 싶어요. (눈썹 팔자로 기울여 웃곤 술병을 하나 하나 들었다 다시 내려놓는다. 가엾은 우리 허니에겐 어떤 칵테일이 좋으련지... )
그들은 아직까진 취한 것처럼 시끄럽게 굴지는 않습니다. 손님이 없다보니 조금만 집중하면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습니다. 덩치가 큰 남자는 험악한 인상으로 칵테일 잔을 책상에 쾅, 내리꽂으며 말합니다.
 
 
덩치가 큰 남자: 아니, 그런데 그 때 그 자식이 철장을 부수고 나오더라니까! 그자식 비리비리해선 도끼 휘두르는 힘은 얼마나 강하던지. 수상한 낌새를 느껴서 확인해보니까 돌을 다 부숴뒀더라고. 그 망할 놈이 손을 써둔 거야!
 
 
마른 남자: 그건 자네가 일처리를 확실하게 하지 못한 탓이고, 이 사람아.
 
마른 남자가 괜히 한 마디 거들다가 덩치가 큰 남자의 따가운 눈총을 맞습니다.
 
싸우는거 아냐? 조마조마하게 대화를 엿듣습니다.
 
그건 둘째치고 대화 내용이 살벌한데요?
 
이 칵테일 바, 마약상의 암거래 지역이라거나 그런 곳은 아니겠죠?
 
 
덩치가 큰 남자: 그러는 너도 이번에 식재료 경매인지 뭔지 하는 거 경호 맡았다가, 그거 다 망했다며? 하하하.
 
 
마른 남자: 이보게, 그건 어쩔 수 없었다고. 거기서 그 자식이 악마랑 계약할 줄 았았나?
 
결국 키가 큰 남자에게 한 소리 듣고 마네요.
 
 
키 큰 남자: 말도 마, 수습하느라 힘을 너무 많이 썼어. 마시기나 하지.
 
라는 대화와 함께 분위기는 얼마 안 가 풀어집니다.
 
그들이 외칩니다.
 
백지혜:아.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요.
 
오광철:달링 인기 많네. 동시에 네 잔이나 들어오고. (저 사람들 이야기... 신경 쓰인당.) 그런데 혹시나 해서 말이야. 여기 얼음 파는 곳 아니지?
 
백지혜:(어깨를 으쓱이며 웃어보인다.) 얼음? 따로 요청하면 그냥 드리긴 합니다. 그거까지 돈 받고 팔면 정 없잖아요.
 
은어는 모르는듯 하네요.
 
오광철:몰라? 그럼 됐어. (아무튼 가게는 관련 없다는 거니까.) 이번에 만드는 건 뭐야? 얼음 조금만 넣어줘.
 
뒤 돈 백지혜를 따라 덩달아 뒤쪽에 있는 진열장에 눈길이 갑니다.
 
나무로 된 선반에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병들이 정돈되어 있습니다.
 
최상단에는 위스키, 브랜디, 럼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각 칸막이의 위에서 비추는 조명에 유리병의 빛이 반사됩니다.
 
특별히 이목을 끄는 것은 주홍빛 액체가 담긴 병이군요.
 
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왼쪽 선반에는 다양한 종류의 리큐어와 비터, 혼합주, 그리고 각종 시럽 등이 배열돼 있습니다.
 
유리 병들에 담긴 다양한 색의 액체와 라벨이 눈에 띄어 화려한 느낌을 줍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선반에 놓인 무언가 반짝입니다.
 
금속 덩어리인 줄 알았더니 은으로 된 줄이 달려 있습니다.
 
회중시계네요.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크고 작은 보석이 여럿 박혀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게 뭔지 바텐더에게 물어봐도 괜찮겠습니다.
 
오광철:(얼음 다 녹은 물컵을 홀짝이다가.) 달링. 저거 뭐야? 저 시계. 보석 박힌 거.
 
백지혜:응? (뒤를 한 번 돌았다가 다시 선반을 훑어본다. 곧 아, 하느 탄식음과 함께 회중시계를 빼내 안쪽으로 치우려 한다.) 치우는 걸 깜빡했군요. 어떤 손님이 술 값대신 주고 간 건데.
그보다 드시고 싶은 칵테일은 따로 없으십니까?
 
오광철:술값으로 시계를? 그거 치우지 말고 나 줘. 궁금해. 돈 줄게. (사실 화려한 장신구가 취향이기도 해.) 칵테일은 잘 모르니까 아무거나. 알아서 해줘. 나보단 달링이 더 잘 알겠지.
 
그는 잠시 고민하다 회중시계를 내어줍니다.
 
당신의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입니다.
 
복잡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흰 시계판에 도금된 곡선 라인이 세밀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탐스러운 보석이 박혀있어요. 게다가 묘하게 사용감이 있습니다.
 
뭐, 딱 봐도 현대의 디자인은 아닌 것 같죠?
 
물건은 상당히 빈티지스러우나 시계는 분침이 흘러가며 정상적으로 작동됩니다.
 
 
:무언가를 더 알아내고 싶다면 교육 혹은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오광철:(예쁘다~ 교육 굴릴게요!!)
교육
기준치: 50/25/10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시간이나볼까...)
 
 
:음... 오래된 거 같다.
잘 작동하네요. 시간은 막 10시를 지나치고 있습니다.
 
백지혜:엊그제였나, 저번주 금요일에 두고 가셨었죠. 바빠서 신경 못 쓴 틈에 그냥 두고 가셨지 뭡니까. 뭐, 비싼 거 같으니 됐지만...
그거, 마음에 듭니까?
 
오광철:꽤 됐네. 이런 거 팔면 술값보다 더 받을 텐데. (시계 돌려본다.) 응. 좋아. 나 이런 화려하고 반짝이는 거 좋아해.
 
백지혜:흐음.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눈웃음 짓는다.) 그럼 드리죠. 좋은 선물을 해드릴 수 있어 기브네요.
그건 그렇고, 저번 주 하니 말이죠? 아까 말이 끊겼었는데. 제 전 애인 말입니다. 마지막 데이트도 그 쯤이었어요.
항상 이 바에서 만났죠.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하고, 저도 일이라는게 있으니까요. 한 새벽 4시 정도에?
뭐, 제가 편하자고 부른 것만은 아니고 이 곳을 좋아하길래.
며칠 전부터 제게 관심이 떨어졌는지 만나도 시큰둥하고, 뭔가 다른 것에 관심이 팔려있지 뭡니까.
 
오광철:(받은 시계를 좀 더 살피다가 손안에서 굴리며 이야기를 경청한다.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등 듣고 있다는 표현도 잊지 않고!) 그냥 헤어질 때가 된 거 아냐? 오래 사귀면 다들 그렇다던데.
 
백지혜:(작게 한숨을 푹 내쉰다.) 예, 그런 거겠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바에 와서도 자꾸 안절부절 못해보였습니다. 뭔가를 찾는 것처럼.
그러다가 오늘 저녁쯤 문자로 헤어지자 하더군요. 이별한지 6시간 정도 된 거죠.
 
오광철:바에 뭐 숨겨놨어? (뒤쪽 남자들 흘끔...... 정말 얼음 파는 곳인가?) 그보다 달링은 참 대단하네. 헤어진 지 6시간 만에 새 애인 사귀고. 해 뜨고 나 집에 돌아가면 다음엔 얼마나 울어?
 
백지혜:전 숨겨둔 거 없는데. 뭔가 여기서 잃어버린 걸까요? (시선에 의아한듯 고개가 모로 기운다.) 말했잖습니까. 외로운 걸 싫어한다고. 전 언제나 곁에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집으로 돌아가면 우는 대신 오광철 씨 사진이나 한참 보려고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손님 두어 명이 들어옵니다.
 
창백한 피부의 남자와 푸른 머리의 여자입니다.
 
커플같아 보이는 그들은 뒤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습니다.
 
여자가 지나간 자리에 신발 밑창 모양 물자국이 남습니다.
 
잠깐 산낙지 촉수같은 게 보인 것 같기도 한데...
 
오광철:
정신
기준치: 35/17/7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잘못봤나...
 
그들은 평범한 인간 같습니다.
 
백지혜는 태연하게 그들의 주문을 받습니다.
 
그들은 뒤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후 시그니처 칵테일과 블루 하와이, 그리고 *를 주문합니다.
 
백지혜는 주문받은 음료를 만들며 시시콜콜한 대화를 덧붙입니다.
 
백지혜:사귄 건 한 두 달 정도 된 거 같은데. 어디 살더라? 아마 강남 고층아파트 살던 것 같습니다. 돈 많아요.
 
그리곤 당신 몫으로 피나콜라다를 내어줍니다.
 
오광철:강남 고층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뭐가 좋다고 우리 달링을 만나겠어. (술 홀짝...) 저거 물자국 청소해. 미끄러지겠어.
 
백지혜:뭐욧? (찌릿...) 됐습니다. 저도 그냥 돈이랑 얼굴보고 만난 거 거든요! (물걸레를 꺼내와 빠르게 슥삭 닦아내기 시작한다.)
 
뭔 대단한 사랑 놓쳤나 했더니 그냥 가볍게 만나본 거였잖아요?
 
이 녀석, 질 안 좋은 놈일지도 모릅니다.
 
오광철:(주변에 더 질 나쁜 녀석도 널려있고 본인도 원나잇 상대만 가득한 질 나쁜 놈이지 않나... 아무렇지 않게 넘긴당.) 돈이랑 얼굴론 질려서 나쁜 놈 찾았던 건가? 하하. 웃기다. 그렇지? (걸레질 구경하다가 새로 들어온 손님 쪽에 집중한다. 저쪽은 무슨 대화 안 하나?)
 
그때입니다. 뒤가 소란스럽습니다.
 
아까 정장을 입은 무리 중 덩치가 큰 남자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그는 꽤 취한 것처럼 보입니다.
 
일행을 뒤로 한 채 그는 당신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챕니다.
 
마른 남자는 동요하는 듯 하고, 키 큰 남자는 그들을 말로만 저지하려 합니다.
 
예? 아니, 뭐가? 딱히 누구에게 원한 살 짓… 한 적은 많지만.
 
다 깔끔히 손 써뒀잖아요?
 
덩치 큰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당신을 넘어뜨리려는 듯 잡아당깁니다.
 
오광철:(뭐지? 의심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일단 테이블 잡고 버텨본다... 술집에서 소란 피우기도 좀 그래.)
 
기우뚱, 넘어질 뻔 한 타이밍에 백지혜가 말합니다.
 
백지혜:제 손님이니 건드리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많이 드신 것 같은데, 도와드리죠.
 
별 일 아니라는 듯 천으로 글라스를 닦으면서요.
 
그제야 일행은 덩치 큰 남자를 회유합니다.
 
여기 오기 힘든 거 알잖아, 자네 좀 가만히 있어……라나 뭐라나.
 
백지혜가 태연하게 당신에게 묻습니다.
 
백지혜:어라, 오광철 씨. 많이 취하셨습니까?
 
 
:매크로 란에서 술주정을 굴려주세요!
 
오광철:애교가 많아집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어집니다. 경계심을 풀고 스킨십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진짜?)
 
행복하다
R 1d10도!
 
오광철:6
 
60분동안
 
오광철:(.............)
으응, 안 취했어어... (양손으로 잔 잡고 지혜 뚫어져라 바라본다.) 여기 오기 힘들어?
 
백지혜: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더 드시려고요? (그대로 시선을 맞추다 이번엔 잔에 따뜻한 물을 담아 내민다.) 뭐, 저희 바가 좀 특별하긴 합니다.
 
오광철:안 취했다고. 그냥. 기분이 좀 좋아서... 조금 더 마실 수 있을 거 같아. (마시는 대신 들고 있는 잔을 따뜻한 물이 든 잔으로 바꾼다. 그리고 가까이 오라 손짓!) 이렇게 특별한 바를... 나한테 다음에 또 오라고 했어. 우리 달링이! (덩치 큰 남자 보며 당당하게 말한다. 표정엔 웃음기가 실린 거 같기도...)
 
백지혜:아하. 그것 참 다행이네요! 우리 허니도 오늘 밤을 잘 즐겨주는 것 같아서. (피나콜라다 잔을 잠깐 옆으로 치워두고 몸을 숙여 가까이 한다.) 그럼요. 오광철 씨는 오늘 제게 있어 누구보다 특별하고,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또 언제든 와주신다면 정말 기쁠텐데!
 
덩치 큰 남자는 당황한 기색입니다.
 
그러곤... 자리로 가네요.
 
오광철:처음 왔을 때만 해도 기분 나빴는데 지금은 엄청 좋아. 정말로... (가까이 오면 따뜻해진 손바닥으로 백지혜의 뺨을 감싼다. 그리고 천천히, 부드럽게 원을 그리는 듯 굴리며 큭큭 웃는 소리를 낸다.) 언제 또 올까아. 내일 일 빠지기로 한 기념 그냥 집에 안 가고 계속 있을까... 어때?
 
백지혜:어, 처음 왔을 때 기분 나빴습니까? 왜지. (정말 모르는건지, 모른 척 하는 건지. 태연하게, 심지어 조금 상처라는 듯한 어투로 중얼거린다. 이내 따뜻한 손으로 두 볼을 감싸주자 헤실 웃으며 그 손바닥에 뺨을 부빈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니 좋은데요... 그러라고 하고 싶은데, 저도 자러는 가야죠.
아니면... 칵테일 바가 아니어도 함께 있어주려나?
 
오광철:아픈데 집에도 못 가고 달링이 달래 달라고 울잖아. 누가 그런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여? (뺨을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간다. 꾸우우욱.....) 근데 지금은 괜찮아. 기분 좋아. 그러니 안 자면 안 돼? 칵테일 바 아니어도 밤새 같이 있어줄 테니까아아...
 
백지혜:다친줄 알았으면 저도 안 불렀죠! 미안해서 치료도 해줬잖습니까. 화났던 거 아니죠? 아야야. (미간을 살짝 좁히고 입술을 쭈욱 내민다.) 어쩔까요... 귀여우니까 그러겠다고 해버릴까~ (백지혜도 오광철의 볼을 두 손으로 꾸우욱 눌렀다.)
 
오광철:아까는 좀 화났는데 지금은 괜찮아. 풀렸어. 하지만 밤새 같이 있어주겠다고 하지 않으면 또 화날 거 같기도 하고... (볼에 손이 닿자 몸을 움츠린다. 칵테일 셰이킹 하던 차가운 손! 뺨에 올려둔 손을 거둔 뒤 지혜의 손등을 덮는다.) 나 아직 따뜻해?
 
백지혜:(결국 참지 못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아, 오광철 씨... 아니, 허니에게 이런 술주정이 있을 줄이야! 마음에 듭니다. 물론 밤새 같이 있어야죠. 저희 서로 약속한 거예요. 나중에 말 바꾸시면 안 됩니다. (손이 닿고 움츠리자 아차 싶어 급히 떼어내려 했으나, 손등을 덮어온 탓에 다시금 볼을 꾹 누르게 됐다.) 따뜻하긴 한데, 저 때문에 차가워지실 겁니다. 다시 잔이나 꼭 붙들고 있어요.
 
오광철:아까 취한 사람도 좋아한다며. 귀엽다고. 나 힘 좀 써봤어. 그러니... 한 잔 더? 나 좀 더 달링의 이상형에 가까워질래애. (피곤한 상태에 술까지 마셨으니 잠들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지만... 잠들어도 곁에 있기는 할 거니까. 말 바꾸지 않겠단 뜻을 담아 고개 몇 번 끄덕인 뒤에 손등을 덮은 손에 약하게 힘을 주었다.) 싫어. 달링 손이 따뜻해지기 전에는 안 놓아줄래. 달링 동상 걸려. 사람은 몸이 재산인데.
 
백지혜:더 마셨다가 쓰러지면 어떡합니까. 지금도 충분히 과한 이상형이에요. 중요한 사람이 무리해서 힘들어하면, 제 마음도 슬프겠죠? (뺨 위에 댄 손을 꾸물거려 움직인다. 쓰다듬듯, 간지럽히듯 매만진 후 천천히 밑으로 내려 손을 떼어낸다.) 제 일이 끝난 후 다시 따뜻하게 만들어 주십쇼. 그동안 다른 사람한테 가 붙어있진 말고요, 허니!
 
백지혜는 당신과 대화하며 알 수 없는 재료로 주문받은 음식을 만듭니다.
 
버터에 구운 먹음직스런 크기의 양갈비 스테이크와 아스파라거스, 마늘 슬라이스, 구운 양파, 홀그레인 머스타드…….
 
에 알 수 없는 청록색의 소스를 붓습니다.
 
천상의 재료로 쓰레기같은 비주얼을 만들어 내는데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보니 머스타드도 머스타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수백 개의 그것들은 각자의 작은 눈을 깜빡거리며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색깔만 빼면 꽤 있어보이는 모양새 같고요.
 
백지혜는 음식이라 불러도 될지 모르는 그것을 칵테일과 함께 트레이에 담아 서빙합니다.
그가 서빙하러 나간 사이 뒤에 앉아있는 손님들, 테이블, 레코드 플레이어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조사를 위해 일어서지는 않는 게 좋겠습니다. 눈에 띄니까요.
 
오광철:(혼자가 됐어... 조금 외롭다...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에 시선을 두고 다시 문양 관찰을 시도한당...)
 
 
:테이블
당신이 앉아있는 짙은 브라운 컬러의 원목 바테이블입니다. 양옆으로 길게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구조에요. 당신 앞에는 무드등 안내판, 꽃병이 놓여있습니다.
 
오광철:(무드등 딸칵딸칵...)
 
 
:무드등
원통 형태의 아담한 무드등은 따뜻하고 은은한 노란 빛을 내고 있습니다. 터치 패드가 있어 전원과 밝기 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눈이 아프다면 밝기를 조금 낮출 수 있겠습니다.
딸깍딸깍.
누를 때 마다 다른 색으로 변합니다.
 
오광철:(밝기 낮춘 뒤 검은색으로! 이번엔 옆에 있는 안내판도 읽어본다.)
 
 
:안내판
원목 지지대에 손바닥 크기의 아크릴이 끼워진 안내판입니다.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스피크이지 바인가 봅니다. 영화에서 보면 이런 바는 입구를 숨겨놓던데. 액자를 누르거나 공중전화 부스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마피아의 소굴이 나오는 전개이던가요.
 
오광철:(눈 깜빡... 나 암호 모르는데. 마법도 모르는데... 나중에 달링에게 물어봐야겠다! 밤은 아직 기니까...)
(이번엔 꽃병! 뭐가 꽂혀있을까?)
 
꽃병을 보는 동시에 정신이 자츰 맑아집니다.
하얀 조화가 꽂혀있는 꽃병입니다. 검은색 무광의 도자기로 만들어져 속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광철:(............ 술 작작 마셔야지. 꽃 뽑아본당...)
 
 
:꽂을 뽑자 입구보다 꽤 큰 모양의 반짝이는 주홍색 보석이 안에 들어있는 게 보이네요.
 
오광철:(보석을 자세히 살펴본다... 그러고 보니 아까 연어 대신에도 주황색 과일을 가져왔는데 뭐였지?)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바닥에... 어떤 장치가 있는 거 같아요. 건전지 넣는 곳에 있는 뚜껑같습니다.
 
오광철:(손톱으로 갈작갈작...)
 
 
:갈작갈작...
장치가 열리며 안에 든 것을 빼낼 수 있습니다. 쌍각뿔 모양이나 그 가운데가 쪼개져 비틀려 있습니다. 특이한 모양이군요. 커팅이 잘 되어 있는 것이 비싸보입니다. 가짜같지도 않고요. 제자리에 두는 것보다 어쩐지 꺼내어 가지고 싶은 충동이 들어요.
 
오광철:(... 꺼내자! 취했을 때 기억에 따르면 이렇게 막 가져가도 이해해 주겠지. 꺼내서 좀 더 자세히 바라본당.)
 
 
:반짝반짝.
카닐리언... 호박? 스페샤르 타이트 가넷? 무슨 보석인진 몰라도 꽤 약해보이네요. 갖고 있어야징.
 
오광철:(보석 손에서 만지작거리며 뒤에 앉은 손님들에게 집중한다. 아까 본 산낙지가 떠오르는 거 같아......)
 
아까보다 사람이 조금 늘은 것 같죠? 곁눈질로 슬쩍 보자면 자리가 두어 개 정도 더 찬 것 같습니다. 커플로 보이는 손님 나이 든 신사가 있습니다.
 
오광철:(일단 커플부터!)
아까 들어온 손님들 입니다.
창백한 피부의 남자와 푸른 머리의 여자가 한 테이블에 앉아있고, 그들 앞에는 아까 조리한 청록색 양고기 스테이크가 놓여 있습니다.
남자는 스테이크를 썰고 있고, 여자는 물갈퀴가 달린 손으로 잔을 잡아 푸른 칵테일을 홀짝입니다.
그들은 태연하게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여자: 근데 자기는 흡혈귀가 마늘 먹어도 돼?
 
 
남자: 뭐 어때, 자기네들도 물고기 먹잖아.
 
 
여자:그거랑 그거랑 다르지 않아?
 
 
남자: 그런가. 뭐 죽지 않을 만큼이면 괜찮겠지.
 
 
:여자는 고기 한 점을 머스타드(일 것)과 함께 입 안으로 밀어넣습니다.
입 안에서는 까득, 하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잔뜩 납니다.
보통 음식에서 저런 소리가 나진 않을텐데……
 
오광철:(......... 표정 굳은 채 옆에 있는 노신사의 소리에도 집중한다. 나 이상한 곳에 온 건가?)
 
오광철:
정신
기준치: 17/8/3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오광철:
SAN Roll
기준치: 17/8/3
굴림: 33
판정결과: 실패
19
(-2인데?)
 
 
:wnrdjTdj
죽었어
 
오광철:(진짜?)
 
...
 
시야가 암전됩니다.
 
-
 
당신은 끝없이 떨어집니다.
 
아, 그냥 가만히 있을걸....
 
떨어지다보면 어느 순간 몸이 가벼워지고 붕 뜨는 느낌이 듭니다.
 
눈을 깜빡이면 그곳은 완전히 다른 공간입니다.
주위를 둘러볼까요?
 
오광철:(뭐지? 나 죽었나... 일단 둘러본다....)
 
 
:중세 시대의 마을 같습니다. 잡화 상인이 당신을 불러세웁니다.
 
갑자기요?
 
배가 조금 고프지만 당장은 돈이 없습니다.
 
오광철:됐어. 사과 별로 안 좋아해. (다른 건 더 없나? 주변 좀 더 살펴본다...)
 
주변을 더 둘러보자, 마을 사람 중에는 귀가 뾰족한 사람도, 뿔이 달린 사람도 있음을 깨닫습니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다닌다는 점입니다.
 
마을을 분주히 둘러보던 그 때, 누군가가 당신과 툭 부딪힙니다.
 
 
행인: 아, 죄송합니다.
 
오광철:미안한 거 알면 앞으로 조심해. (...) 그런데 여기 어디야?
 
 
행인: 어디냐니, 마을이죠. 그럼.
 
앞으로 좀 더 조심히 다녀야겠네요.
 
오광철:마을이어도 이름이 있을 거 아냐... (뚱... 일단 언어는 통하는 거 같으니 큰 건물을 찾아볼까? 누구 하나 붙잡으면 돌아갈 방법이 나오겠지.)
 
큰 건물이 어딨을까...
 
둘러보던 참에 깨닫습니다.
 
아, 혹시 아까 그거 소매치기인가?
 
오광철:... (주머니 뒤적인다. 내 시계...)
 
뭐가 없냐면... 휴대폰, 시계,보석...
 
아까 그 사람은 인파 속으로 사라지긴 했지만 멀리 못 갔습니다.
 
골목길로 달아나는 것이 보입니다.
 
오광철:(잡자!)
 
이상한 곳으로 왔는데 무일푼이 되기까진 할 수 없죠.
 
한참을 달려가 기어이 막다른 골목입니다.
 
소매치기는 벽에 기대어 지갑의 내용물을 보고 있다가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어째 낯익게 생겼는데……
 
아까 바에서 본 어딘가 재수 없는 얼굴처럼.
 
 
좀도둑: 쓸만한 게 없네.
 
비슷한 게 아니라 완전 똑같이 생겼네요.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것 빼고요.
 
오광철:눈은 언제 또 팔아먹고 온 거야? 쓸만한 거 없으면 그냥 돌려주지?
 
좀도둑:안 그래도 버리려 한 참입니다. 여기. (휙 던지듯 휴대폰과 시계, 보석을 건넨다.)
요즘 사람들은 돈 될만한 것도 안 들고 다니나...
 
오광철:(그래도 나름 보석인데. 액정 다 깨졌다지만 중고폰도 팔면 꽤 될 텐데.) 너 뭐야? 연인 행세해달라고 한 거 다 이러려고 거짓말한 거야?
 
좀도둑:연인 행세? 무슨 소리인지... 아. 그것보다도 말이에요.
 
좀도둑은 무언가 허공에 던집니다.
 
펑, 하고 뭉게뭉게한 것이...
 
연막탄가루인 듯합니다.
 
좀도둑:미안하지만 들키면 곤란해서요!
 
태연한 소리를 하며 도망칩니다.
 
황당해서 원…
 
뿌연 가루에 앞이 안 보입니다.
 
바로 한치 앞만 볼 수 있던 덕인지,
 
바닥에서 반짝이는 물체를 발견합니다.
 
오광철:(일단 주운 뒤... 따라 달리며 확인하자!)
 
앞으로 내딛는 걸음마다 발이 푹푹 꺼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빨려가는 듯한...
 
.
 
.
 
.
이성치를 10 회복합니다.
 
오광철:(아까 주웠던 물건은 그대로 있나?)
 
 
:그대로 들려있네요!
주홍빛 보석이 박힌 열쇠입니다. 꽤 값이 나가 보여요.
다시 노신사를 볼 수도 있고 (이성판정 없음!) 바텐더에게 이제 뭐냐 따져 볼 수도 있겠습니다.
 
오광철:(주황색 왜 이렇게 많지... 다시 잘 챙겨서 주머니에 넣은 뒤... 백지혜에게 삿대질한다!) 좀도둑!
 
백지혜:어?! (칵테일 잔을 놓다가 상처 받은 표정!)
 
오광철:방금 달링이 내 물건 훔쳤어. 꼴에 정체 숨기겠다고 안대까지 쓰더라?
모를 줄 알고!
 
백지혜:...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으음, 신기하네요...
저는 30분 내내 여기서 술 팔고 있었는데? 그렇죠, 손님.
허니야말로 어디 다녀온 겁니까?
 
오광철:... 마을? (그 사이 시간이 30분이나 지났다고? 그리고 갑자기 사라졌는데 찾지도 않은 거야? 괘씸하다... 백지혜 말 무시하고 노신사 봐야지.)
 
백지혜:허니? 왜 무시합니까? 자기야?
 
오광철:(무시.......)
수염과 머리가 회색으로 센 노인입니다.
중절모를 쓰고 있고, 깔끔한 수트를 입고 있군요.
옆 커플 손님들과는 한 테이블 떨어져 앉았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일행이 있는 걸까요?
그는 메뉴판도 보지 않고 누구를 기다리는 듯 앉아있습니다.
 
 
:서빙을 마친 백지혜는 주문을 받을 셈인지 가까이 다가가서는 친근하게 말을 붙입니다.
 
백지혜:오늘도 저희 바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문은 늘 먹던 걸로 하시겠습니까?
 
 
노신사: 좋지, 조금 후에 내어주시게. 두 잔, 한 잔은 약하게.
 
백지혜:예, 알겠습니다! 오늘은 또 누구를 데려오시려 그러십니까?
 
얼마 안 가 백지혜는 바 자리로 돌아옵니다.
 
백지혜:그래서, 정신은 좀 드셨나요? 술에 취하셔서 어디 구석에 자다 오신 듯 한데.
 
오광철:넓은 가게는 구석에 마을도 있고 찾지도 못하나 봐? 좀 더 잘래. 잘 자. 잘 지내. (바로 테이블에 엎드려 눈 감고 있는다. 술이랑 잠 둘 다 깨는 바람에 잠들진 못했지만...)
 
백지혜:어어. 40분 전만 해도 나랑 밤새 있겠다고, 밤새 있어달라고 칭얼대셨으면서. 아주 귀엽게. 사람 마음이 왜 그렇게 빨리 변합니까 허니? 저 전애인 트라우마 온 거 같습니다. 아, 아아. 슬퍼라! (엎드린 바로 그 옆에 따라 엎어져 얼굴을 맞댄다.) 화났어요? 안 찾으러 가서?
 
오광철:아아아... 몰라. 술김에 제정신 아니었던 모양이지. 원래 사람이 술이 들어가면 마음에 없는 말도 좀 하고 그래. 우는소리해도 안 봐줘. (잠깐 눈 떴다가 바로 앞에 있는 얼굴 보고 다시 감는다...) 왜 화나? 모르는 사람인데.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안 찾은 게 뭐 어때서?
 
백지혜:그래도 저는 그 취중 속 오광철 씨의 진담이 있으셨을 거라 믿겠습니다. 부정해도 소용 없어요. 저희 약속했잖습니까. 어디라도 함께 있겠다고.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겠다고! (오광철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닥인다.) 이렇게 나오신다 이거죠. 좋습니다.
(잠깐동안 침묵한 채 지긋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고 말 건다는 게...)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오늘 밤 애인 행세 좀 해주시겠습니까? 제가 5분 전에 차여서!
 
오광철:내가 나쁜 사람이라 거짓말도 좀 많이 해. 진담 없었어. 제대로 된 만남을 가질 생각도 없으니 포기해.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겠단 말에 눈썹이 움직인다. 저런 말도 했었던가? 지금 이 바텐더가 수작 부리는 건 아닌가?)
... 우연이네. 난 5분 전에 찼거든. (천천히 눈 뜬다. 가까운 거리에서 시선을 마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했던 대답은 분명...) 행복하길 바랄게. 술 적당히 마시고, 나쁜 사람 만나지 않게 조심하고.
 
백지혜는 몇 번 중얼대는 소리를 내다, 일어나 손님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합니다.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성을 느낀 모양이죠.
 
그는 경쾌하게 병 던지기를 시작합니다.
 
한 손에는 쉐이커 바디를, 한 손에는 병을 쥔 채로요.
 
플레어 쇼를 선보이는군요.
 
베이스를 담은 유리병은 공중에서 한 번 돌고, 백지혜의 손목에 의해 미끄러져 다시 그의 반대쪽 손에 안전하게 잡힙니다.
 
이어 등 뒤로 컵과 병을 섞고 던집니다.
 
백지혜:
손놀림
기준치: 60/30/12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공중에 뜬 유리병이 무사히 쉐이커 바디에 안착합니다.
 
여기까지, 라며 백지혜는 쉐이커 바디를 내려놓습니다.
 
유리병에 든 주홍빛 베이스를 보스턴 쉐이커에 넣고, 지거에 맑은 액체와 시럽을 담았다가 쉐이커에 흘려넣습니다.
 
그런 관경을 보고 있노라면...
 
백지혜의 목가에서 조명 빛을 받아 무언가가 반짝, 하고 빛납니다.
 
은색의 목걸이군요. 줄이 길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끝에는 장식이 달려있습니다.
 
백지혜:(칵테일을 서빙하고 병까지 다 정리한 후 다시 테이블로 돌아온다.) 어떠셨습니까?
 
오광철:멋있네.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어쩌다 하루에 두 번이나 차였대? (여전히 엎드린 채로...)
 
백지혜:(어... 아직도 삐졌네.) 진짜 저 찰 겁니까? 멋지다면서요. 게다가 사람이 한번 한 약속을 어기면 안 되죠.
 
오광철:응. 나쁜 사람이라 술김에 한 약속 어기는 게 숨쉬기보다 쉬워서. 붙잡고 싶으면 좀 더 특별한 걸 보이던가.
 
백지혜:길 가다 돌 안 맞게 조심해요 허니. 아님 카페에서 물이라던가. (글래스를 닦던 천을 내려놓고 미간을 좁힌다.) 바에서 이보다 더 특별한 게 어딨다 그러십니까. 에잇, 기분이다. 한 잔 더 사드리죠. 그러니 기분 풀어요. 예?
 
오광철:돌도 물도 몇 번 맞아봤는데. 음. 둘 다 딱히 조심하지 않아도 될 거 같던데? (초면인 사람. 하루 보고 말 사람에게 이렇게 매달리는 거 보니 이 사람 사기당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내 알 바 아니지만... 눕혔던 상체를 세운 뒤 묻는다.) 그 목걸이 뭐야? 아까 반짝이던데.
 
백지혜:이런, 아프지 않았습니까? 서글펐다든가. (예의상의 걱정을 한 후 속으론 '그럴 줄 알았어.' 하고 생각했다.) 아, 이거... (주변을 잠깐 살피다 은색 줄을 들어 장식을 꺼내 보여준다.)
 
목걸이에는 손가락 두세 마디 정도 크기의 은색 열쇠 모양 장식이 매달려 있습니다.
 
열쇠에는 주홍빛 보석이 박혀 있군요.
 
백지혜:주얼리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오광철:아프지. 하지만 버틸 정도는 돼. (다쳤던 팔을 툭툭 건드린다. 칼도 맞는데 돌이나 물 정도야.) 응. 반짝이고 화려한 거 좋아한다고 했잖아. 이왕 연인 행세하는 김에 뜯어먹으려고. 그 정도 성의는 보일 수 있지?
 
백지혜:안 맞도록 노력해 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허니가 아플 거라 생각하니 이 달링은 마음이 찢어질듯 합니다. (또 입으로 훌쩍, 소리를 냈다.) 으음, 이건 안 돼요. 바 출입증 키거든요. 퇴근할 때 필요해서. (두 손으로 목 언저리를 가리고 몸을 돌린다.)
 
오광철:이렇게 태어난 걸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을 거 같아? 그냥 익숙해지는 쪽이 편하고 빨라. (입으로 소리 내는 거 안 부끄럽나? 다 큰 사람이... 주머니에서 꿈에서 주웠던 주홍빛 보석이 달린 열쇠 다시 꺼낸다.) 잠시 그거 줘볼래? 안 가져가. 그냥 비교만 할게.
 
백지혜:태어날 때 돌 맞고 물 맞을 성격으로 태어나진 않았을텐데. 오광철 씨도 분명 순수하고 어린 날이 있었을테죠. (게슴츠레 뜬 눈으로 바라본다.) 보여주면 화 풀 겁니까?
 
오광철:성격 말고 출신이 그래. 돌 맞고 물 맞는 게 당연한 출신. 이런 곳에서 순수한 어린 시절을 지키며 살다간 죽을걸. (음...) 고민은 해볼게. 화 풀 확률 60%. (애매하당.)
 
백지혜:탕후루 알바, 많이 힘든 곳인가봐요. (안쓰러운 시선...) 흠, 뭐. 그정도면 높은 편이군요. 좋습니다. 꼭 돌려주셔야해요!
 
백지혜가 건넨 열쇠는 주운 것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오광철:응. 많이 힘들어서 내일 길에서 누가 꼬지에 꽂혀 죽어있을지 몰라. (열쇠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비교하며 본다. 똑같은 거 보니 꿈?에서 본 그 좀도둑이 지혜 씨 맞는 거 같은데... 돌려주기 전에 바꿔치기도 되나!?)
 
은밀해볼까?
 
오광철:(하자!)
 
오광철: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샤샥.)
 
어... 바꿔쳐 버렸다...
 
백지혜:요즘 세상 무섭네요. 숟가락 살인마도 아니고 꼬치 살인마라니... 아, 다 보셨습니까? 이제 줘요. (손 내민다.)
 
오광철:숟가락으로 사람 죽이던 시대가 도대체 언제야. (바꿔치기한 열쇠 돌려준당.) 근데 혹시 쌍둥이 있어?
 
백지혜:저 어릴 땐 꽤 유행이었는데 말이죠. (받아든 열쇠를 잠시 보다가 '흠' 하는 소리를 내고 목에 건다.) 쌍둥이? 없는데... 그보다 화는 풀리셨습니까?
 
오광철:몇 살인데? (바꾼 열쇠 능청스럽게 다시 주머니에 넣어둔다.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테이블 아래에서 다리를 까딱거리며 답한다.) 쌍둥이가 없다면 전생에 한쪽 눈 팔아먹은 적은? (화가 풀렸냐는 말엔 대답하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막 돌아왔을 때에 비하면 기분이 좋은 게 티가 난다.)
 
백지혜:비밀입니다. (생긋 웃어보이곤 작은 그릇에 프레첼 과자를 담아 내민다.) 전생까지 기억할만틈 기억력이 좋진 않아서 모르겠네요. 오광철 씨는 기억하십니까? (아, 기분 좋아보이네. 가챠 성공이 만족스러운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오광철:(프레첼 과자를 한 입 먹으며 뚫어져라 얼굴을 노려본다. 나보단 나이가 있는 거 같은데, 한 가게의 주인이라면 너무 어릴 거 같지도 않고...) 33? 다음 데이트 장소는 바 말고 전생체험이나 가야겠네. (입에 넣었던 프레첼을 와작. 씹은 뒤, 이번엔 콧노래 소리에 맞춰 다리를 까딱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멈추더니...) 나 시그니처 하나 더 마실래.
 
백지혜:(33? 그 숫자에 제 얼굴을 더듬는다. 그렇게 보이나?) 자연스러운 애프터 신청, 좋았어요 허니. (윙크하고 바틀 몇 개를 집어든다.) 이번엔 용량을 좀 더 늘려 락 글라스로 드리죠! 과음하지 않게 주의하시고요.
 
문이 열리며 손님이 하나 들어옵니다.
 
백지혜는 어서오세요, 라며 그를 맞이합니다.
 
새로 들어온 손님은 누구를 찾지도, 테이블에 착석하지도 않습니다.
 
당황스러운 표정이 반, 두려운 듯 보이는 모습이 반입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뭘 할지 모르는 듯한 표정 같군요.
 
백지혜는 남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백지혜:저 쪽 테이블로 가시면 됩니다.
 
가리킨 곳은 나이 든 노인이 앉아있는 테이블입니다.
 
백지혜:이번엔 어떤 가니쉬를 올려줄까요, 허니?
 
오광철:달링이 추천하는 거로 아무거나~ (새로 온 손님 쪽도 힐끔. 아까 저 노인을 봤을 때 이상한 마을로 가는 꿈을 꿨는데... 저 사람도?)
 
백지혜:흐음, 얼음을 좀 더 넣어 약하게 희석시켜야겠습니다. (조주하는 동시에 시선을 따라 남자를 바라본다.) 다른 손님에게 관심이 많으시네요. 질투나게~
 
오광철:희석해 봤자 들어가는 양은 같은 거 아냐? 좀 느리게 취하나. (이번엔 아예 대놓고 뒤쪽을 본다. 저 노신사 수상해.) 응. 나쁜 사람의 덕목 중 하나가 바람이라며? 취한 애교쟁이랑 나쁜 바람둥이 사이를 달링이 술로 잘 조절해 보던가.
 
백지혜:단번에 많은 알코올이 들어가면 취하기 십번에 많은 알코올이 들어가면 취하기 십상이니까요. (가니쉬로 체리를 올린 시그니쳐를 테이블 앞으로 내민다.) 제가 신도 아니고 그런 걸 어떻게 조절합니까? 아마 디오니소스도 힘들걸요.
 
남자와 노인의 대화가 당신의 귀에 꽂힙니다.
 
불안해 보이는 손님:정말 그 사람을 살려주시는 건가요?
 
 
노신사: 그럼, 자네의 생명을 그와 절반 나누는 조건이야. 다만 그와 만나서 나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말게.
 
남자는 상태가 아무리 봐도 심약해 보이는데.
 
암만 봐도 한 탕 뜯어먹으려는 사기 계약 현장인데요.
 
정신 나갔군.
 
불안해 보이는 손님: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시는 건 어째서죠......?
 
 
노신사: 글쎄, 그냥 눈에 띄어서 말이지.
 
백지혜:실례합니다,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연하게 요청이 이쪽 분 맞으시죠?
 
그들에게 백지혜가 묻는군요.
 
저런 사기 현장을 보고 말리지도 않다니.
 
노인은 연하게 탄 칵테일 잔 하나를 남자에게 밀어줍니다.
 
백지혜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기를, 이라며 싱긋 웃습니다.
 
그리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오광철:저거 사기 아니야? 안 말려도 돼?
 
백지혜:사기....? (갸웃?)
 
오광철:생명을 타인과 어떻게 나누는데.
 
백지혜:생명을 타인과 나눠...? (갸웃?)
 
오광철:생명을 절반으로 나눠서 죽은 사람을 살려주겠대. (칵테일 위에 올려진 체리를 이로 반 나눈 뒤 내민다. 먹어.) 사기꾼에게 당하는 사람 불쌍하게 됐지. 내 또래로 보이는데.
 
백지혜:아하. 뭐 아마... 장기기증 비슷한 거겠죠. (반 나눠진 체리를 받아먹곤 입가를 닦는다.) 에이. 저 손님도 간절히 바랐기에 생명까지 나누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복 받았다면 몰라.
 
오광철:............. 그래. (아니 생명을 어떻게 나누는데. 미간 찌푸리며 술잔을 다시 기울인다.) 달링은 가게 손님 관리 좀 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 초면인 사람을 협박하는 무리도 있고, 대놓고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고.
 
백지혜:그래도 나름 잘 들여다 보면 심성 깊고 여리신 분들입니다. 가게에 와주시는 덕분에 제가 먹고 사는데, 막 내쫒을 수야 없죠~
그래도 너무 사이비... 아차, 이상하다 싶은 사람들은 내보내니까 걱정 말아요.
 
또 문이 열리고 손님이 하나 들어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바 테이블에 앉습니다.
 
당신이 앉은 곳에서 의자 한 칸 건너뛰어서요.
 
옆자리의 손님을 흘끗 보자면 겉옷 매무새를 다듬고 있습니다.
 
긴 코트자락이 바닥에 끌릴 것만 같네요.
 
백지혜:외투를 맡아드리겠습니다, 손님.
 
 
옆자리의 손님: 아, 괜찮아요.
 
금색 머리카락에 새하얀 정장을 입은 남자는 쾌활한 인상의 미남입니다.
 
그는 일주일이 길다는 둥, 백지혜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머리를 쓸어넘기기 시작합니다.
 
이어 고개를 돌린 그는 당신을 보더니 놀란 눈치입니다.
 
그러고선 아는 척을 하는군요.
 
 
옆자리의 손님: 아, 광철 님 아니세요? 이런데서 다 뵙는군요.
 
오광철:(끔뻑...) 너 누군데?
 
 
헨리: 아, 접니다. 피아니스트 헨리 멕콰이어.
 
그러니까 누구냐고요.
 
 
헨리: 광철 님과 함께 했던 저번 게임은 정말 대단했어요.
과감한 베팅을 떠올리니 아직도 뒷골이 섬찟합니다.
 
……라는데, 뭐라는거야. 뭐하는 사람이야?
 
오광철:응? (...) 은서랑 헷갈린 거 아냐? 나 피아니스트 몰라.
 
 
헨리: 어, 저 기억 안 나십니까? VIP실에서 함께 즐겼잖아요.
 
오광철:(아무리 생각해도 VIP가 될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응. 몰라.
 
 
헨리: 흐음... 오늘, 며칠이죠?
 
오광철:오늘? (휴대폰 본다... 며칠이야?)
 
백지혜:오늘은 1월 10일입니다.
 
 
헨리: 아... 아하~
 
오광철:뭔데? 왜 납득하는 거야?
 
 
헨리: 미안합니다. 사람을 착각했어요.
 
오광철:... (이름을 불렀는데 착각일 수가 있나? 심리학 굴려봐도 돼요?)
 
굴려보자!
 
오광철: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멍...)
 
착각할 수도 있지~
 
 
헨리: “이 곳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바텐더 씨도 친절하시고, 가끔 위대한 분들도 방문하시니까요. 후후.
 
이 남자 정신 나갔군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광철:(정신이 나갔군...)
우리 달링 딱히 친절하진 않아.
 
백지혜:무슨 소립니까 허니.
 
 
헨리: 어, 두 분 커플...?
 
오광철:응. 오늘부터 사귀기로 했어. 달링이 차였다고 하도 찡찡대서.
헤어진 날에 바로 새 사람 만나는 사람이 어떻게 친절해.
 
백지혜:그거랑은 별개죠.이상형이 잘 챙겨주는 사람이래서 얼마나 지극히 돌봐드렸는데.
 
 
헨리: 아아, 아쉽게 됐네요. 광철 님이 마음에 들어서 오늘 같이 놀까 했는데.
 
오광철:아직 부족해. 좀 더 내 수발을 들어야지. (헨리 빤히..........) 이상형 하니 생각났는데 말이야. 달링 취향이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바람피우는 거 도와줄래?
 
 
헨리: 와, 바텐더 씨 취향 이상하시네.
 
백지혜:안 됩니다. 오늘은 저랑 데이트 하기로 했으니, 바람 피려거든 나중에 하세요. 오늘 밤이 끝난 후라던가?
 
오광철:아... 나중이라면 바람피워도 된다? 진짜 취향 이상하다 달링.
 
백지혜:(으쓱...)
 
오광철:데이트 중에 딴청 부리는 게 가장 나쁜 사람 아니야? 거기 피아니스트. 어울려줘. (손짓한다. 옆자리로 와...)
 
백지혜:딴청이라니, 저는 일을 하는 겁니다. ( 둘 사이를 메뉴판으로 탁, 가린다.) 오광철 씨는 오늘 제 손님이니까, 합석 금지!
 
헨리는 칵테일을 마시며 두사람의 대화를 구경합니다.
 
곧 태블릿 노트를 꺼내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보는 것 같습니다.
 
보호 필름으로 당신 쪽에서는 화면이 어둡게 보이고, 글씨가 아주 작아 무슨 내용인지 보이지는 않네요.
 
오광철:일한다고 내가 사라진 것도 30분 넘게 눈치채지도 못했는데. 가리면 뭐해. (메뉴판 탁 쳐서 치운다.) 내가 가면 되는 거지. (한 칸 옆으로 이동한다. 어깨에 머리 기대고 화면 같이 봐야지.) 그런데 너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어느 조직 소속이야?
 
백지혜:그건 사라진 사람 과실이죠.
 
백지혜는 못마땅하게 바라보다 작게 앓는 소리를 내며 업무를 이어갑니다.
 
오광철:난 일하고 있다가 동생 사라지면 바로 찾았어. (태블릿 빤~히.)
 
 
헨리: 아. 광철 님은 이거 보시면 안 되는데. (노트북을 닫아 화면을 가리고 생긋 웃는다.) 소속이라면...? 카지노 명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놀러오신다면 환영하겠습니다.
 
오광철:(보면 안 된다고 가리는 꼴이 어쩐지 어릴 때가 떠오르는 거 같다... 인상 팍 쓰더니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남아있던 술잔을 다 비웠다.) 무슨 조직 소속인지 물어본 건데. 됐어. 카지노 안 가. 나 그냥 아침까지 잘래.
 
백지혜:화끈하시네요 허니! 그런데, 머리 괜찮습니까?
 
술주정을 굴리자
 
오광철:몸이 무겁고 피곤한 것 같습니다. 잠이 몰려옵니다.
(꾸벅...)
 
1d10도 굴리자
 
오광철:7
 
오광철은 70분동안 졸리다
 
오광철:(잘래~ 테이블에 엎드린당.)
 
백지혜:주무시려고요?
 
오광철:응. 잘 거야. 일하느라 관심도 안 주는 못난 달링이랑 놀아주려니 지쳐서 그냥 아침까지 쭉 자고 집에 갈 거야.
 
백지혜:나 참, 애초에 이건 제가 아침까지 있어달라고 한 부탁이었잖습니까. 일어나세요! (흔들!)
 
오광철:
정신
기준치: 5/2/1
굴림: 23
판정결과: 실패
 
스르륵...
 
눈이 감깁니다.
 
오광철:(쿠...)
 
잘까?
 
오광철:(자자~)
 
...
 
눈을 뜨자 당신은 소파 위 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낯선 집 안인 거 같아요.
 
그리고 옆에는...
 
또 익숙한 얼굴입니다.
 
이름이 뭐더라... 그래, 백지혜요.
 
그 녀서과 지금 다정히 몸을 붙여두고 있습니다.
 
오광철:(꿈인가.............. 볼 꼬집어본당.)
 
아얏
 
백지혜:...응? 우리처리, 깨셨습니까? (꼬오옥! 안아온다.)
 
오광철:... 뭐야? (품을 벗어난 뒤 다시 집 안을 살핀다. 창문이 있나? 있으면 지금 밖에 보이는 하늘 풍경도.)
 
창문도 있고요, 얿은 층 같습니다. 바다가 보이며 하늘이 푸르러요.
 
높은 층!
 
백지혜:왜 그러십니까? 뭐 찾는 거라도 있어요? (따라 일어나 옆에 선다.)
 
오광철:응. 찾는 거 있어. (창밖을 좀 더 자세히 살핀다. 이곳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건물이 있을까?) 바다가 보이는 높은 층... 달링 좋은 곳 사네. 밤도 끝난 거 같은데 나 집에 가도 돼?
 
흠...
 
인천 가정법원이 보인다.
 
오광철:(인천이네. 그럼 금방 집에 갈 수 있겠다...)
 
백지혜: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달링이라니. (어리둥절) 광철의 집은 여기인데요?
 
오광철:모르는 척하지 마. 연인 행세해 주는 건 하루였잖아. (그대로 지나쳐서 현관으로 추정되는 문 손잡이를 잡는다...) 생각나면 연락할게. 아마 안 할 거 같지만.
 
백지혜:...이상한 꿈이라도 꿨습니까? 잠깐. 그러고 나가지 마십쇼. (서둘러 어느 방으로 들어가더니 외투를 꺼내와 몸에 걸쳐준다. 그리곤 외투 째 끌어당겨 이마 위로 입 맞춘 후 떨어진다.) 오늘 일찍 들어와요. 저녁 맛있게 차려두겠습니다.
 
오광철:이상한 꿈 안 꿨고, 안 들어올 거야. (외투 벗어서 돌려준 뒤 손등으로 이마까지 문질러 닦는다.) 바에서 내준 음식은 맛있긴 했었지만 계속 먹을 생각 없어. 우리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니잖아. (나가야지... 집에 가야지...)
 
백지혜:(받은 외투를 들고 어안이 벙벙.. 한 채 눈만 끔뻑인다.)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도다시 빨려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또다시...
 
.
 
.
 
.
 
정신을 차려보면 당신은 다시 칵테일 바의 카운터에 앉아있습니다.
 
문이 열리고 손님 둘이 들어옵니다.
 
남자 둘로 버버리 코트에 모자, 한 명은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군요.
 
굉장히 고전적인 의상이에요.
 
그들은 바 테이블의 끝 자리에 앉습니다.
 
조금 사람이 많아진 것 같죠? 백지혜는 주문을 받습니다.
 
백지혜:어서오세요, 두 잔 드릴까요?
 
백지혜:온더락으로?
 
주문을 마친 그들은 서로 대화합니다.
 
백지혜는 마티니 글라스와 쉐리 글라스를 꺼냅니다.
 
뱀부의 재료인 드라이 쉐리와 드라이 베르무트가 카운터에 놓입니다.
 
백지혜는 완성된 칵테일을 모자를 쓴 남자 앞에 내려놓습니다.
 
백지혜는 다시 코냑, 베네딕틴 리큐르를 꺼내둡니다.
 
백지혜가 칵테일을 만드는 동안 두 사람의 대화가 귀에 즐립니다.
 
뭐라는거야. 조직 말단들의 대화인가요.
 
……아니면 방탈출 직원?
 
오광철:(방탈출... 해본 적 없어. 하품하며 일어난 뒤 지혜에게 말건다.) 달링. 나 얼마나 잤어?
 
백지혜:응? 아, 일어나셨군요. 한 30분 정도?
그보다 딱 좋은 때 일어나셨습니다. 이것 보세요.
 
오광철:뭔데? (빤히...)
 
백지혜는 완성된 칵테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성냥을 꺼내는군요.
 
칵테일은 노란색, 주황색, 주홍색이 아름답게 층 져 있습니다.
 
성냥갑의 마찰면에 긁자 불이 붙습니다.
 
백지혜는 불이 붙은 성냥을 칵테일의 표면에 댑니다.
 
순식간에 찰랑이는 칵테일의 윗부분에 파란 불길이 치솟습니다.
 
아차, 빨대를 깜빡했군요.
 
백지혜: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남은 빨대 하나를 찾아내어 무사히 손님에게 불을 붙인 채 칵테일을 대접합니다.
 
칵테일을 단숨에 마신 선글라스 손님은 주문을 한 번 더합니다.
 
오광철:(불붙은걸저렇게?)
 
문의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중년의 남자 둘, 젊은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들어옵니다.
 
한 중년 남자의 겉옷 안 정장에는 경찰 뱃지가 달려있습니다.
 
꽤 높은 직급의 경찰 간부같네요.
 
일행으로 보이는 그들은 테이블 자리에 앉는군요.
 
시간을 보니 벌써 2시 반입니다.
 
해 뜨기 전까지 하는 바에겐 지금이 피크타임인가 봅니다.
 
꽤 취한 듯한 중년의 남자가 말합니다.
 
바에는 여러 손님들의 대화 소리로 왁자지껄 해집니다.
 
선글라스 손님도 주문을 하는군요.
 
라며요.
 
백지혜는 꽤 분주해 보입니다.
 
그 때입니다. 툭, 하고 유리가 단단한 것에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타블렛의 글에 열중하던 헨리가 실수로 잔을 팔로 친 모양이에요.
 
그만 테이블에 칵테일을 엎지르고 맙니다.
 
마티니 글라스와 주홍빛 액체가 테이블에 나동그라져있군요.
 
액체는 당신의 옷 소매 끝자락을 축축히 적십니다.
 
 
헨리: 아, 이거 어쩌지. 정말 죄송합니다 광철 님.
 
당신의 눈에는 곧 테이블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마티니 글라스가 보입니다.
민첩 판정으로 잔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냥 깨도 되고요.
 
오광철:(깨자~)
 
쨍그랑!
 
백지혜가 할 일이 더 늘어났군요.
 
백지혜:(움찔...) 괜찮으십니까? 다치신 곳은 없나요?
 
오광철:응. 다친 곳은 없는데. (축축해진 소매 본다. 그리곤 백지혜에게 손 내민다.) 아무거나 한 잔 줄 수 있어? 색 진한 거로.
 
백지혜:(다 젖은 손 빤히...) 어디에 쓰시려고?
 
오광철:받았는데 돌려줘야지.
 
 
헨리: 죄송하다니까요!
 
오광철:미안하다고 해결되면 세상에 싸움은 없었을 테니까... (손 까딱.) 달링. 안 주고 뭐해?
 
백지혜:(물수건으로 젖은 손을 닦아준다.) 그러지 말고 손 씻고 오세요. 그냥 두면 찝할 테니까.
화장실은 오른쪽 안에 있습니다!
 
오광철:네에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바닥에 있던 깨진 유리 조각을 하나 집는다. 조각을 손안에 넣고 힘을 줘 베어낸 뒤 헨리의 소매 위에 피를 묻혀놓고 화장실로 향한다... 아무튼 복수했다!)
 
술렁...
 
화장실은 백 바를 지나치면 있는 다른 출입구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의 후문인가봐요.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본 화장실은 좁지만 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습니다.
 
사람 한두 명 들어갈 정도로요.
 
조명은 분위기를 위함인지 어둡게 켜져 있지만 백열등의 따뜻한 빛이 주변을 밝혀줍니다.
 
바의 조명 온도와 비슷해서 눈이 아프진 않네요.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수 있습니다.
세면대 앞 거울에서 옷매무새를 다듬을 수도 있습니다.
 
오광철:(일단 손부터 씻는다! 세면대로...)
 
 
:세면대
인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탑볼 세면대입니다.
물때나 얼룩 하나 없이 아주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군요.
펌핑해서 쓰는 핸드워시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물로 씻어내거나 핸드워시를 사용해 소매의 얼룩을 씻어낼 수 있습니다.
 
오광철:(핸드워시 무슨 향이지?)
 
아이깨끗해 자몽향
 
오광철:(뽀득뽀득~ 옷까지 잘 닦는당)
 
그런데 이 세면대, 인식 센서가 달려있네요.
 
손을 내밀면 물이 나오지 않고 슬쩍 떼면 물이 나와요.
 
몇 번 더 손을 내밀어도 당신의 손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멍청한 기계자식.
 
오광철:(한대친다)
 
수동으로 수도꼭지를 때리자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납니다.
 
쿨럭, 꿀럭……훌쩍.
수도가 막혔나... 계속되는 이상한 소리는 서랍에서 더욱 크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오광철:(거품 묻은 손으로 서랍 열기라는 아주 배덕한 일을 해볼게요)
 
배덕해!
세면대 하부장입니다.
아랫칸에는 핸드워시 여분, 락스, 청소 솔 등이 있습니다.
윗칸에는 보라색의 진득한 액체가 있네요.
묘하게 초록색으로 발광합니다.
야광 슬라임같이 생겼네요.
주변에는 거품이 잔뜩 일어있고, 또 당신을 향해 움직이네요.
자아라도 가진 것처럼…… 취했나?
 
오광철:슬라임이다. (슬라임 만지작... 거품마사지 시켜준다.)
 
 
:액체의 표면상에 무수히 많은 눈알들이 하나 둘 눈을 뜹니다.
눈알이 끊임없이 형성되는 끔찍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광철:
정신
기준치: 5/2/1
굴림: 21
판정결과: 실패
 
정신력 대박 안쓰러 ㅋㅋ
잘 보면 귀여울 수도...
그것은 테…… 테… 하는 소리를 냅니다.
공기가 빠지는 소리같네요.
압력 밥솥에서 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광철:애완슬라임이다
 
데려갈래?
 
오광철:(데려갈래!)
 
오광철은 애완 슬라임을 얻었다
 
오광철:(머리 위에 얹는다...)
 
얹었다.
 
슬라임이 머리카락을 오물오물.
 
오광철:(귀여웡.)
(그럼 이제 손 씻어야 하는데... 달링에게 부탁하면 카운터 싱크대에서 손 씻게 해주지 않을까?)
 
귀엽게 부탁하면 될지두?
 
오광철:(귀엽게......................................................................)
 
달링 처리 손이 넘 찝.찝.행!
 
오광철:(문 열고 나간당. 화장실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채로.) 달리잉... 나 손 끈적거려. 근데 물이 안 나와. 씻을래. 씻겨줘어.
 
백지혜:손도 제대로 못 씻어요? 어, 머리 위에 저건 뭐지. 뭐... 물수건이라도 드리죠. 머리에 붙은 건 떼고 오시고요! (한창 조주중이라 바쁜 모양이다.)
 
오광철:물이 안 나온다니까. (애교 off. 화장실에서 척척 걸어 나와 물수건으로 손 닦은 뒤... 백지혜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데...)
 
백지혜:어...?
 
오광철:
손놀림
기준치: 50/25/10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내놔. 내놔. 소매 축축해. 새 옷 줘.
 
벡...백지혜가 옷이 벗겨져요.
 
백지혜:(황당... 하게 두 손으로 몸 가리고 서있음 ㅠㅜ) 그럼 그냥 새 옷을 달라고 말하세욧!!!
 
오광철:새 옷 있어? (지혜 옷으로 갈아입는다. 머리 위 슬라임 쓰다듬다가...) 그럼 그거 달링이 입어. 일하느라 땀나서 찝찝할까 봐 신경도 써주고... 좋은 연인이지?
 
그는 스텝룸으로 들어가 여분 옷을 입고 나옵니다...
 
백지혜:정말 친절해서 할 말이 없군요. (단추를 끝까지 잠구고선 눈매를 가늘게 떠 바라본다.) 그거 어디서 나셨습니까?
 
오광철:그렇지? 친절하지? (같은 옷이지만 이쪽은 단추 두 개 정도 풀어헤친 상태다.) 뭐? 꾸물이? 화장실 서랍 안에 갇혀있었어.
 
백지혜:이름까지 붙이셨습니까? 갇혀있던 게 아니라... 어떤 손님이 두고 가신 거겠죠. 분실물입니다. (오광철의 젖은 옷은 어디있지? 주워서 스텝룸에 가져감... 그리고 다시 나옴.)
 
오광철:동물을 바에 데려와도 돼? 나쁜 주인이네. 꾸물이도 그딴 자식보다 나랑 있는 게 행복할 거야. (꾸물이 다시 들어서 손바닥 위에 올리고... 쓰다듬으며 백지혜 따라다닌다. 스텝룸 안쪽은 어떻게 생겼지?)
 
백지혜:어딜봐도 동물로는 안 보이지 않습니까? 으음, 데리고 다니지 않는 게 좋을텐데... (어깨를 으쓱이고 스텝룸 문 앞에서 오광철을 제지한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자리로 돌아가 앉아 있어요 허니.
 
오광철:왜? 꾸물이 정도면 착한 동물이지. 그렇지? (손 들어서 백지혜 시선 높이에 꾸물이 들이민다... 귀엽지 않아?) 달링의 연인인 내가 관계자 아니면 뭔데? (얌전히 자리로 돌아가는 대신 화장실로 향했다.) 옷 정리하고 올래. (거울봐야지!)
 
백지혜:(고개 돌림!) 너무 많은 눈이 저를 봐서 부담스럽습니다!
 
오광철:꾸물이 울겠다.
 
 
:거울
LED 간접 조명 기능을 갖춘 거울입니다.
터치식이라 아래쪽을 누른다면 색을 바꿀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오광철:(조명 우다다 누른다. 전기세 많이 나오게 해야지.)
 
딸깍딸깍딸깍딸깍
 
화장실이 휘황찬란해집니다.
 
오광철:꾸물이 춤출래? (딸칵딸칵딸칵)
 
꾸물꾸물
 
오광철:(귀여웡.)
(조명 검은색으로 맞춰놓고 옷 정리한 뒤... 다시 꾸물이 들고 자리로!)
(...... 거울볼게!)
 
 
:거울로 꾸물이가 춤 추는 걸 바라보고 있자면...
거울 속의 당신은 갑자기 완전히 다른 얼굴로 바뀌어 있습니다.
머리는 보라색이고, 눈은 연두색이네요.
 
오광철:(갸웃.................................) (뒤돌아본다. 다른 사람이 있나?)
 
아무도 없습니다.
거울 속의 당신은 씩 웃으며 말합니다.
 
라며 무언가가 거울 안에서 쑤욱 나옵니다.
 
사람의 모습 같은데, 나오다 말고 세면대에 부딪히네요.
 
엄청 아파합니다. 코미디하나……
 
나타난 것은 보라색의 곱슬거리는 머리칼에 연두색 눈을 가진 여자입니다.
 
오광철:아 깜짝야... (한 대 친다...)
 
꿀렁... 때린 곳을 따라 몸이 수축합니다.
 
오광철:(뭐지... 꿈꾸나. 눈 비벼본다...) 꾸물아 저거 네 주인이야?
 
꾸물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거 같기도?
 
 
?: 숙녀를 이렇게 대하면 안 되지.
 
오광철:(음.............) (꾸물이 주머니 속에 숨긴당.)
 
숨겼당 ㅠㅜ
 
옷은 멀끔하게 입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서 수영이라도 하고 왔는지 머리 끝이 축축하게 젖어있고, 신발 밑창에 묻어난 보랏빛 액체가 바닥에 자국을 냅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광철:(만져봐도 돼요?)
 
 
?: (꾸물이 주머니로 숨기는 거 빤...) 반가워! 악수할래? (하고 손을 내민다.)
 
오광철:나 지금은 사귀는 사람 있어서 막 악수하면 바람인데. (말은 그러지만 고민 1초도 없이 잡는다. 나쁜 사람 돼야지.)
 
반갑다는 듯 잡은 손이 축축합니다.
 
 
?: 어머! 애인이 누구길래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
 
오광철:,,,,,,,,,,,,,,,, (손 뗀다.) 애인. 여기 주인. (축축해진 손 바라보다 화장실 입구로 향한다.) 달링... 나 물수건 하나만 더.
 
백지혜:화장실에서 물놀이 해요?
 
오광철:물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물놀이를 해.
이상한 여자가 내 손 만졌어. 축축해. 기분 나빠.
 
백지혜:안 나온다뇨. 며칠 전에 최신 센서로 바꿨는데. (거기 남자 화장실인데? 대충 물수건을 던진다.)
 
 
?: 뭐, 바텐더랑 사귀는 사이야? 흐음... 그래? 너 정말 재밌다! 근데 쟤는 어제만 해도 그 여자랑 붙어있더니. 하루만에 갈아치우네.
 
 
:잠깐, 이 여자... 바의 화장실로 출입할 정도면 이 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게 아닌가요? 원한다면 궁금한 걸 물어봐도 되겠습니다.
 
오광철:바꾼 거 맞아? 안 나오던데. (물수건 받고 손 닦는다. 그리고 여자에게 돌아오며...) 응. 방금 헤어졌대. 그래서 위로해 줄 겸 사귀어 주기로 했어. (손 닦은 뒤... 주머니에서 열쇠랑 시계랑 화분 아래에서 꺼낸... 그거 꺼낸다.) 너 그런데 이거 뭔지 알아?
 
 
?: 어머, 뭘 많이 훔쳤네. 어디보자... 이 시계는 평범한 골동품이고, 이 열쇠는... 처음 보는데. 근데 갖고 싶게 생겼다. 나 줄래? 그리고 이거는... 소원 들어주는 돌멩이 같은건데.
XXXXX 불러낼 때 쓰는거. 아, 누구냐면 윗대가리 중 하나야. 인간들에게는 아주 위험한 놈이지. 세상이 끝장날지도 모른다구. 네가 왜 가지고 있는거야? 인간들 사이에서는 예쁘다고 블러디 티어라는 이름의 보석으로 불린다며. 저번에 이야기 들은게 있는데.
한 천 년쯤?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건데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옛날에 왕이 죽은 아내한테 바쳤다는 전설도 있는데. 못 들어봤어? 필멸자 로맨스의 상징! 예쁘긴 해~ 얼마 전에 이거 가지려고 경매도 열렸다는데 결국 털렸나보네. 그런데 이거 좀 약하다. 세게 쥐면 인간의 힘으로도 망가지겠어.
 
오광철:음... (갖고 싶다면 더 주기 싫은데. 못 들은 척 열쇠랑 시계를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X 뭐? 나 그런 거 몰라. (로맨스의 상징... 그럼 이거 부숴서 주고 헤어지자고 하면
되겠다. 하는 생각이나 하는 중.) 고마워. 알려준 보답으로 (세면대 위에 있는 아이깨끗해 손에 짜준다.) 이거 줄게.
 
 
?: 으엑. 이거 그냥 비누잖아. (미끌미글미끌...)
 
오광철:그냥 비누가 아니야. 자몽향 아이깨끗해야. (위에 꾸물이도 올려준다. 아이깨끗해로 마사지해 주면 좋아해. 아마.)
 
 
?: (황당...) 뭐, 더 물어볼 건 없니?
 
오광철:으음... (손 위에서 꾸물이 만지작거리다가.) 달링 전여친 어떤 사람이야? 달링이랑 사귄다면 나에게 복수할 거 같아?
 
 
?: (손 위에 것 봄...) 아, 나도 잘은 몰라. 그런데 그냥 평범한 인간은 아닌 거 같더라. 듣기로는 바텐더가 차였다며? 그런데 복수를 왜 하겠어~
 
오광철:음... 그럼 됐어. 고마워. (다시 꾸물이 회수한 뒤 물수건으로 거품 닦아준다. 이제 진짜 자리로~)
 
그 여자도 따라 술이나 마셔야겠다며 자리로 향합니다.
 
나가려는 순간, 문 쪽에서 희미한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오광철:
듣기
기준치: 20/10/4
굴림: 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굵은 남자 목소리가 창문 너머의 바커스라고 말하는군요. 성질이 급한지 “이봐, 어서 문열어!” 라는 등 잡담을 덧붙입니다. 꽤 무거워보이는 문은 쉽게 열립니다.
 
라면서요.
 
문 사이로 본 그는 높은 모자를 눌러 쓰고, 금속 뱃지가 달려있고 가죽으로 만들어진 조끼를 입고 있습니다.
 
허리띠에는 총이 걸려 있습니다.
 
……영락없는 서부 개척시대 카우보이의 모습이군요.
 
기른 수염 하며, 정교한 퀄리티의 코스프레일지도 모릅니다.
 
바의 후문은 온전히 닫히지 않아 비스듬히 열려있습니다.
 
오광철:(한국은 총 불법인데. 정말 지독한 코스플레이어다... 꾸물이 데리고 후문 너머 힐끔 바라본당. 아는 길일까?)
 
흘끗 본 문 너머는...
 
새까만 어둠입니다.
 
오광철:(지금 시간은? 주변에 시계 있나?)
 
휴대폰 화면 시계는 새벽 3시 경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오광철:(조명 없는 3시면 이럴 법도 하지. 납득하고 진짜 자리로!)
달링. 이거 봐. 우리 애 목욕했어.
 
백지혜:와아, 기특해. 그새 입양했어요?
 
오광철:응. 화장실에서 모르는 여자가 아이깨끗해로 우리 애 뽀득뽀득 씻겨줬어. 유모로 고용할까 봐.
 
백지혜:화장실에서 많은 일이 있었나봐요.
 
1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듯 합니다.
 
잔에 있는 얼음이 다 녹아 코스터가 흥건하네요.
 
화장실에서 본 여자는 건너편 바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을 홀짝이고 있습니다.
 
오광철:(꾸물이랑 노는 중...) 달링. 헤어지잔 말은 몇 시에 듣고 싶어?
 
백지혜:될 수 있음 안 듣고 싶은데. 하루에 두 번은 너무하단 생각 안 들어요? 저 마음에 안 듭니까? (한껏 불쌍한 표정 짓고 얼굴 디밀기!)
 
오광철:반대로 달링은 나 마음에 들어? 겨우 하루 본 사이잖아. (얼굴 무시하고 꾸물이랑 논다. '꾸물이는 아빠랑 아빠 중에서 누구 따라갈래?'하고 중얼거리며...) 이별용 선물도 준비했으니 기대해 줘.
 
백지혜:마음에 듭니다. (즉답!) 얼굴도 취향이고, 이상형인데다 전 당장 사람이 필요했으니 말이죠. 물 불 가릴 때가 아니란 말씀. (꾸물이 갖고 노는 손으로 빈 컵을 하나 내민다. 슬라임 담으면 잘 들어가게 생겼다.) 이별용 선물? 뭔데요?
 
오광철:나 성격 안 좋아. 누구 좋아해 본 적도 없고 아마 같이 지내면 목숨 위협도 많이 받을 거야. 그래도? (컵 안에 꾸물이 넣는다. 도망갈 곳 없는 꾸물이 쿡쿡 찌르다가 소원을 들어주는 돌멩이 꺼낸다.) 이거 아까 만난 여자가 로맨스의 상징이래. 그러니 이걸 깨트려서 준다면 좋은 이별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
 
백지혜:설마 허니 옆에서 제가 제 몸 건사 하나 못 하겠습니까? 걱정 마시죠. (꾸물이 들어간 컵 위에 코스터를 올려놓는다. 꾸물이 봉인~) 아. 그거...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다 생긋 웃음 짓는다.) 너무 슬퍼서 어떡하죠? 하지만 깨시겠다면야. 제가 말릴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어깨를 으쓱)
 
바 분위기는 아까보다 훨 조용해졌습니다.
 
옆에서 당신을 귀찮게 하던 헨리도 돌아간 모양입니다.
 
빈 자리에는 새로운 손님들이 다시 자리를 차지합니다.
 
한 두군데 빼고 거의 자리가 찼어요. 장사 잘 되는군요.
 
머리가 맑아지면서 술이 좀 깨는 느낌이 듭니다.
 
역시 술 깨는데는 손 좀 씻고 바깥 바람 맞는게 제일이에요.
 
뒤에서 누군가가 술에 취해 소리칩니다.
 
“아니지, 뭘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이 사이비 새끼. 네가 아직 XX님을 못 봐서 그래.”
 
무슨 중세시대 판타지 만화에서 나올 법한 대사입니다.
 
사이비 교주인지 뭔지의 이름은 잘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종교 논쟁을 '유행하는 드라마 속 여주와 엮일 남주' 논쟁처럼 하고있군요.
 
그들은 이어서 ‘우리는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이런 일까지 하고 있음’을 서로 자랑합니다.
 
둘다 술에 취해 자기 할말만 열심히 늘어놓고 있군요.
 
오광철:(코스터 치워서 꾸물이 구출해 준다. 감금하는 못된 아빠보단 내가 낫지?) 그런데 달링. 여기 원래 약하는 놈들이 많이 와? 다들 헛것 보는 거 같은데. (마약사범 신고 포상금이 얼마더라...) 부수입 쏠쏠하겠네.
 
백지혜:으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들 하루하루 밥 벌어먹고 사려 고생이신 분들이니까요. 좀 취하면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지 뭘.
 
곁눈질로 뒤를 돌아보면 주변은 실로 개판입니다.
 
펄떡이는 아가미가 달린 물고기 괴물부터 털이 부숭부숭 난 짐승인간까지 사람 행세를 하며 앉아있습니다.
 
거품으로 이루어진 보라색 점액 괴물과,
 
얼굴의 수염을 제외하고 개구리처럼 매끈거리는 피부를 가진 털 없는 카우보이. 모자에 가려져 안보이지만 대머리일지도 모릅니다.
 
또…… 음, 아무튼.
 
당신이 살면서 볼 일 없을 사람의 모습이 아닌 것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있습니다.
 
술이 깨 봤자군요.
 
오광철:... (괴물이다.) 나 집에 갈래. 바로 보석 깰까?
 
백지혜:벌써? 그러지 말고 한 잔 더 마셔요 허니.
 
오광철:사람들이 괴물로 보이는 게 암만 생각해도 나 취한 거 같은데. 그런데도 더 마셔?
 
백지혜:사람들은 누구나 다 내면에 괴물을 품고 살잖아요. (헛소리)
 
뒤에서 중년의 남자가 소리칩니다.
 
비교적 앳되어 보이는 목소리의 남자는 잔뜩 풀이 죽어 있습니다.
 
퇴근도 못하고 꾸지람이나 듣고 있다니, 속으로는 미친 영감탱이라고 생각할 테지요.
 
어쩌면 조금 불쌍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고요…
 
오광철:달링 안에는 어떤 괴물이 들어있는데? (미친 염감탱! 백지혜를 향해 손을 까딱하며 술 달라는 표현을 한 뒤, 몸 돌리고 뒤 바라본다... 무슨 이야기 중일까?)
 
백지혜:궁금하면 허니가 꺼내서 살펴보지 그래요? (생긋 웃고 적당한 잔을 골라 조주하기 시작한다.)
 
중년의 남자는 스텐 종지를 젊은 남자 사원에게 집어던집니다.
 
남자의 머리에 통, 하고 닿은 종지는 멀리 튀어나가 당신의 머리를 한 번 때리더니 바닥에 나동그라집니다.
 
아프겠당
 
오광철:꺼낸다고 꺼내지긴 해? 어떤 괴물인지 궁금하긴 한데. (메뉴판 중년 남자에게 집어던진다.) 아, 실수.
 
팍!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빙글빙글 스텐 특유의 돌아가는 소리는 시끄러운 실내에 묻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종지 안에 있던 올리브가 어딘가에 튀어서 한 번 더 당신의 머리를 때리는군요.
 
백지혜는 새우등 터진 꼴을 보고 우스운지 입을 가립니다.
 
젊은 사원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올리브 세 개를 종지에 담아 백지혜에게 버려달라며 건네줍니다.
 
 
젊은 사원: 저기, 아까 맞으셨죠? 정말 죄송해요.
 
백지혜:손님, 바에선 소란을 일으키면 안 된답니다. 조금 자중해 주십시오.
 
젊은 사원은 주눅들어있습니다.
 
오광철:미안하면 아저씨 관리 잘 하던가. (지혜에게 건넨 올리브 중간에 가로채서 다시 중년에게 던진다.) 미안. 나 떨어진 거 먹는 버릇이 좀 있어. 그리고 음식 먹을 때 실수로 던져버리는 나쁜 습관도. 우리 꾸물이가 이런 거 배우면 안 될 텐데. (능청...)
 
백지혜:그거 정말 안 좋은 습관이군요. 제가 교정해 드릴까요, 허니?
 
오광철:할 수 있어?
 
 
젊은 사원: 풉... (어쩐지 통쾌해 보인다.)
 
그의 상사가 뭐하는 거냐며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군요.
 
오광철:
듣기
기준치: 20/10/4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놈이. 하며 중얼거리는 걸 들은 듯 합니다.
 
오광철:(쟤 뭐래?) 달링. 그래서 내 버릇 어떻게 고쳐주려고?
 
백지혜:잘 하면 사탕을 주고 잘못하면 꾸중을 주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오광철:나 방금은 잘 한 거 같은데. 나쁜 사람에게 벌줬잖아. 사탕 줘.
 
백지혜:음. (카운터 주변을 뒤적거리다 박하사탕 발견해 입에 쏙 넣어준다.)
 
오광철:(화한 느낌에 미간 찌푸려진다. 꾸물이가 든 잔을 들어 속삭인다. '꾸물아 먹을래?') 이거 별로야. 다른 거.
 
백지혜:
기준치: 30/15/6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엇. 딸기사탕이다.) 그럼 이거 먹을래요? (하나 들어 눈 앞에 내보인다.)
 
오광철:으음... (인공 딸기향 싫은데. 고민하다가 입안에서 박하사탕을 이로 반 쪼갠다. 한 조각은 꾸물이 위에 올려주고, 나머지 반은 빠르게 씹어 삼킨 뒤 딸기 사탕을 입에 넣었다.) 이제 10분 정도는 땅에 떨어진 거 안 주워 먹을 예정이야.
 
백지혜:( 한테 저런 거 줘도 되나... 흥미롭게 바라보다 각종 사탕이 든 병을 테이블 멀리 둔다.) 또 착한 연인으로 있어주면 하나 드리죠.
 
시계를 보면 새벽 3시 반쯤 되었네요. 슬슬 피곤합니다.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 걸까요?
 
이 미친 바에 더 오래 있고싶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꽤나 어울려준 것 같은데.
 
백지혜는 당신을 놓아 줄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오늘은 금요일이라고요.
 
저녁에 집에서 쉴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는데 이건 억울합니다.
 
미친 점주와 대화를 해봅시다.
 
오광철:달링. 나 졸린데 이제 집에 보내주면 안 돼? (돌멩이 꺼낸다. 깨트릴 준비...)
 
백지혜:으음...
 
오광철:안 돼?
 
백지혜는 고민하는 척 하더니 주사위를 하나 집어듭니다.
 
백지혜:그럼 저랑 내기 하나만 하죠!
이기면 원하는 거 하나 들어드리겠습니다. 대신 지면, 제가 원하는 걸 들어주십쇼.
유리한 쪽으로 선택할 기회도 드리죠. 할래요, 말래요?
 
오광철:그럼... 좋아. 사기 치지 마.
 
백지혜:에이, 사기라니. 저 살면서 거짓말 한 번 안 하고 살았습니다!
 
오광철:(구라같은데...✨)
 
백지혜는 똑같은 색과 모양의 주사위를 4개 더 꺼냅니다.
 
백지혜:이걸 컵 안에 넣어서 흔들고, 전부 세우는 겁니다.
 
라며 백지혜 시범을 보입니다.
 
컵에 주사위를 넣고 허공에 강하게 흔들더니 테이블에 내려둡니다.
 
컵을 열면 주사위가 세 개 서있군요.
 
컵은 쉐이커의 바디 부분을 사용하기에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백지혜:그럼 주사위 5개를 모두 세워보겠습니다.
모두 설 확률은 30분의 1입니다. 5개 모두 선다 서지 않는다 중 어느 쪽에 거시겠습니까?
 
오광철:일부러 유리한 것처럼 속이는 거지? 선다로 할래.
 
백지혜:그럼 저는 서지 않는다를 고르겠습니다.
사실, 이거 어제 배워서 자신 없거든요. 하하.
 
백지혜는 순식간에 주사위를 모조리 컵에 삼키듯 담아 흔듭니다.
 
잘그락, 금속에 플라스틱이 맞닿는 소리는 경쾌합니다.
 
백지혜:
손놀림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컵을 열자...
 
다이스 5개가 전부 세워져 있습니다.
 
백지혜:아~ 아. 졌다.
원하는 게 뭔가요, 오광철 씨?
 
오광철:그럼... 헤어져 줘. (힘을 줘서 돌멩이를 부순 뒤, 조각을 건넨다.) 이제 집에 갈래.
 
백지혜:(부숴진 보석을 보고 눈을 깜빡인다.) 그게 뭔줄 알고 막 부숴요?
 
오광철:로맨스의 상징이래. 아까 말했잖아. 그리고... (곰곰.) X, 뭐시기를 부르는 데에 쓴다고 한 거 같은데. 윗대가리, 세상을 끝장낼지도 모르는 것... 아무튼 있으면 위험한 거니까 깨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해.
 
백지혜:으음...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좋아요! 헤어져 드리죠.
대신... 당장은 안 되고. (부숴진 보석 파편들을 주워 모아 휴지로 꽁꽁.)
 
오광철:원하는 거 들어주리고 했잖아. 사기꾼. 당장 안 되면 언제? 죽을 때?
 
백지혜는 시계를 흘긋 봅니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에요.
 
‘아, 엮이는게 아니었는데’ 라고 생각이 들 참입니다.
 
바로 그 때입니다……
 
열린 문 앞에 어떤 젊은 여자가 서있습니다.
 
파인 옷 하며 화려한 헤어 스타일까지.
 
강남 번화가 가면 볼 수 있을 법한 미인입니다.
 
그리고 아주 화나 보이는군요.
 
그녀가 소리치자 떠들석하던 가게 안이 조용해진 것 같습니다.
 
짐작하건데, 백지혜의 전애인이 저 사람일 겁니다.
 
백지혜와 시선이 맞닿으면 어깨를 으쓱합니다.
 
백지혜:전 애인입니다. (속닥)
 
가지가지 하는군요...
 
오광철:아. 돈 많은 강남 고층빌딩.
 
백지혜:어서오세요, 손님. 주문 안 할 거라면 나가주시죠.
 
 
셰리:왜 연락 안받아? 헤어지자니 제정신이야?
 
……어? 분명 네가 차인거라며?!
 
여자는 당신과 백지혜 번갈아 보더니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말합니다.
 
음, 엄청난 일에 휘말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삼각관계 같은 거요.
 
‘저는 모르는 일인데요’ 따위의 변명이 통할 분위기는 아닙니다.
 
백지혜:(목소리를 낮추고 오광철 가까이로 속닥인다. 아까 말했죠? ‘완벽한 연인 행세’요.
 
오광철:아. (여태까지 한 걸론 부족해? 잔 안에 든 꾸물이 들어 올린다. 셰리에게 잘 보일 각도로 몸을 틀고...) 달링. 우리 애가 배고픈 거 같은데, 먹일만한 거 있어?
 
백지혜:이를테면 제 전 애인은 어떨까요? 아, 아니다. 그런 걸 먹이면 우리 애가 너무 안 좋게 자랄 거 같아.
 
 
셰리:둘이 뭘 속닥거려?!
 
오광철:별거 아냐. 그냥 우리의 사랑의 결실이 배고픈 거 같길래. (꾸물이 쓰담...) 달링. 우리 꾸물이 좋은 것만 먹여 키워서 저런 더러운 거 먹으면 탈 나. 빨리 냉장고 털어봐.
 
여자는 당신을 빤히 쳐다보며 무엇을 찾는 듯 합니다.
 
 
셰리:저기요, 당신. 그 자리에 있던 거 가져가셨죠?
 
오광철:여기 뭐가 있었는데? 우리 딸? (꾸물이~)
 
 
셰리:사랑의 결실이고 뭐고, 돌려줘요. 그럼 이번만 넘어가 드리죠.
하, 보석 말이야!
 
오광철:보석? 아~ (백지혜 쪽 본다.) 그거 우리 달링에게 선물로 줬어. (깨트려서.) 듣자 하니 의미가 로맨스의 상징... 뭐 그런 거라고 하길래.
 
백지혜:(눈을 깜빡이다 아~ 하며 휴지 뭉텅이를 내놓는다. 열어보면 당연하게도 산산조각 나 있는 보석 파편들.) 애가 그랬어요. (오광철 삿대질)
 
여자는 분노에 차 어쩔 줄을 모르는 군요.
 
오광철:너무 크면 안 예뻐.
 
 
셰리:감히……감히 날 방해해?
 
라며 몸을 파들거립니다.
 
백지혜가 당신에게 소곤댑니다.
 
백지혜:말했잖습니까.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안 했던가? 아무튼.
 
오광철:잘 헤어졌네. 근데 이런 거랑 헤어졌다고 울던 달링도 이상해.
 
백지혜:그건 당신 관심 좀 끌어보려고... 아차.
 
이렇게 간단하게 사건 해결!
 
……일리가 없죠.
 
 
셰리:백지혜, 네가 다 망쳤어!!!
 
총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몇몇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군요.
 
총알은 정확히 백지혜의 가슴팍을 꿰뚫습니다.
 
그를 관통한 총알은 뒤에 있던 유리로 된 브랜디 병을 깹니다.
 
오광철:엇...
 
사방에 피가 튀네요.
 
오광철:어?
살인이다.
 
이성판정 할래
 
?
 
오광철:(흠....... 지금 했다가 로스트될거같은 정신력인데)
 
오광철은 살인이 익숙하다.
 
오광철:(근데 할까? 암튼 연인? 이 죽은 거잖앙)
(그래 익숙하당)
 
백지혜는 휘청이더니 백 바를 잡고 일어납니다.
 
나름 멀쩡해 보이는군요.
 
백지혜:아야... 아파라!
이거 아끼는 건데.
 
라며 깨진 술병의 목을 들어올립니다.
 
선반에선 고여있는 브랜디가 바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리네요.
 
묘한 바닐라 향이 공기중에 퍼집니다.
 
오광철:(킁킁)
 
백지혜:장난이 지나치네요, 춘옥 씨.
 
백지혜는 기어코 한 마디를 더 합니다.
 
여자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듯...
 
 
셰리:셰리라고, 셰리!! 몇 번을 말해?!
 
라며 총을 두어 번 더 발사합니다. 전부 빗나가는군요.
 
쨍강, 쨍그랑! 술병들이 요란하게 깨집니다.
 
오광철:달링 취향 확실하네. 춘옥 다음엔 광철이야?
 
백지혜:아하하. 다음엔 어떤 촌스런 이름을 만나지.
 
깨지고 터지는 소리가 꽤나 시끄럽습니다.
 
이 아수라장에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은장발과 연두색 눈을 가진 더듬이가 귀여운 여자아이입니다.
 
상황도 상황인데.
san C 3/1d7
 
오광철:
SAN Roll
기준치: 15/7/3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3
 
그 귀여운 여자아이는 셰리의 뒤에 서있습니다.
 
그야 길을 막고 있으니까요.
 
 
여자아이: 좀 나오시지?
 
라는 아이의 말에 셰리는 깜짝 놀랍니다.
 
곧 뭐 잘못한 것마냥 무릎을 꿇네요.
 
아니, 길 막은게 그 정도로 잘못한 건 아닌데.
 
셰리는 덜덜 떨며 말합니다.
 
 
셰리:위대하신 XXXXX님이 여긴 어쩐일로……
 
 
여자아이: 응? 그냥 와봤어. 재밌는 게 있다고 해서 말이야. 노덴스 영감은 어딨나?
 
음, 저 여자애가 신일 리는 없을테고.
 
더 높은 직급인가 봅니다. 난리통이 일단락되는 듯 보이는군요.
 
짐을 챙겨 허겁지겁 나가려 하는 사람도 있네요.
 
백지혜:허니, 저 아파요. 호~ 해주십쇼.
 
오광철:호~ (일어나서 바람구멍 위에 입술 꾹 눌렀다 뗀다.) 달링. 조직 들어올 생각 없어? (방패로 좋을 거 같은데.)
 
백지혜:꺅!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간지러운듯 큭큭 웃는다.) 조직? 허니도 사교도 그런 거였습니까?
 
오광철:사교도? 그게 뭔데. 나는 그냥... (소근...) 인천 조직폭력배 대장 아들.
 
백지혜:강남 고층 사는 여자보다 돈 많을 것 같고 좋은데요. 헤어졌으니 결혼은 어떠십니까?
 
오광철:나중에 정식 루트로 청혼 보내줘. 아버지가 확인하고 괜찮은 집안이다 싶으면 정략혼은 시켜주실걸.
 
백지혜:아쉬워라. 저 시월드는 좀 싫어하거든요.
 
백지혜가 카운터 아래를 손가락으로 톡톡 칩니다.
 
그리곤 조용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백지혜:밑에, 바닥이요.
 
가르킨 곳엔...
 
권총이 있습니다.
 
어느덧 그 귀여운 여자 애는 상황을 파악했다는 듯 입을 뗍니다.
 
태연하게 나이 든 신사의 옆자리에 걸터 앉으면서요.
 
 
여자아이: 자네가 이 곳에 날 불러낸다고 내가 이곳의 주인이 될 수 있는게 아닌데.
아하, 저 ‘티르소스’ 정도만 가져와도 되겠군. 어떤가?
 
라며 백지혜를 가리킵니다.
 
정확히는 그의 목걸이가 있던 가슴팍을요.
 
상황이 안 좋아질 것 같은 예감입니다.
 
백지혜:주워요. 티 안 나게.
 
오광철:(살금...)
 
허리를 숙이는 그 순간입니다.
 
탕!
 
가까이서 고막을 찢는 소리가 들립니다.
 
권총을 주워 고개를 들면 백지혜가 천장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군요.
 
조명이 깨지고 파편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연기가 흘러나오는 총을 들고선 그가 말합니다.
 
백지혜:주문 안하실거면 나가달라니까.
그보다 손님, 그 요청은 조금 곤란한데요.
 
위태롭게 매달린 간이 샹들리에가 바닥으로 추락하며 쨍그랑, 소리를 냅니다.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는군요.
'황금의 벌꿀술'의 영향으로 피격 데미지가 1/2 감소합니다.
백지혜 - 오광철 - 셰리 의 순서
 
백지혜:오광철 씨, 최대한 벽장으로 붙어요! (선반 위 글라스를 탕,탕 총으로 사격한다.)
권총
기준치: 25/12/5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음, 아무튼 총알이 나가긴 하네요.
 
오광철:(못 쏘는데? 벽장으로 붙으며 바닥에 있던 총 주워볼게요!)
 
줍자!
 
오광철: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못 주웠당
 
오광철:(에잇.)
 
춘옥
 
 
셰리:열쇠를 내놔!!! 안 그러면 이 녀석의 목숨은 없다!!! (누군가를 인질로 잡고 머리에 총을 댄다.)
 
엇, 저 인질...
 
아까 올리브 종지 맞은 젊은 사원이네요.
 
어떡할까요?
 
오광철:달링. 저 사람 구할 수 있어?
 
백지혜:우리가 살아나가는 게 더 급해요!
 
오광철:그럼 보내주자.
 
 
셰리:
권총
기준치: 25/12/5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방심을 틈 타 셰리는 당신에게 조준했으나...
 
그 옆을 스칩니다.
 
젊은 사원은 셰리를 밀치고 도만가네요.
 
도망!
 
백지혜:춘옥 씨, 아무리 우리가 조건만 보고 만났다지만, 전애인 가게에 와 이러는 건 몹시 꼴불견 입니다!
권총
기준치: 25/12/5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어느덧 주변인들은 이 난장판에 아우성치며 구경중이네요.
 
오광철:(다시 한 번 총을 주워볼게용............)
 
오광철: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오옷 총을 주웠다
 
오광철:(총이다~)
 
 
셰리:열쇠 내놔, 안 내놔!? (백지혜를 향해 사격!)
권총
기준치: 65/32/13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백지혜:
회피
기준치: 37/18/7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총은 그의 팔을 정확히 꿰뚫습니다.
 
물론 좀 많이 아파할 뿐 움직일 수 있지만요...
 
백지혜:음, 이거 우리가 너무 불리한데요.
재미없는데, 나갈래요?
 
오광철:그럴까?
 
그런데 어떻게?
 
앞문은 저 미친 여자가 막고 있고, 뒷문은 떨어진 물건들에 가로막혀 있는데요.
 
오광철:... 화장실? (아까 이상한 여자가 거울로 나왔어.)
 
오광철:
지능
기준치: 45/22/9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화장실... 오광철은 화장실 입구에서 들언건 문장을 떠올립니다.
 
오광철:정문... 창문? 너머의? (백지혜빤히...) 달링. 알아?
 
만약에 바 내부에 또다른 숨겨진 문이 있다면?
 
또다른 스트리트 616으로 통하는 문’ 이 있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이상한 일도 아니잖아요?
 
백지혜:창문 너머의 바커스 말이죠?
 
오광철:아. 맞다. 아까 누가 그거 말하니까 문 열렸어. 반대로 안에서 주문 말하면 여기서 몰래 나가는 문 생기는 거 아냐?
 
백지혜:에이, 그냥 나오는 문이 어딨어요. 제가 다 숨겨놨지.
 
이 바에서 사람이 들어갈 높이의 문을 숨길 만한 곳이라.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더헉
 
오광철:(지혜만보인당.)
 
백지혜:LP판 수납장입니다. (눈 맞춤!)
(곧바로 수납장을 향해 사격한다.)
권총
기준치: 50/25/10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
 
수납장은 큰 소리를 내며 엎어집니다.
 
벽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선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로로 긴 것이 꼭 문 같아요.
 
뚫려 있는 것은 아니고, 유리로 긁은 듯 자국만이 남아 있습니다.
 
손잡이도 뭣도 없군요.
 
손잡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작은 열쇠 구멍이 있을 뿐입니다.
 
오광철:(꾸물이 챙기고 LP판 쪽으로 이동한다! 아까 바꿔치기한 열쇠를 꺼내 열쇠 구멍에 넣으며 말한다.) 창문 너머의 바커스...?
 
그래! 이봐요, 바커스!
 
술의 신인지 뭔지, 이쯤 하면 어서 이 빌어먹을 공간에서 좀 내보내세요.
 
열쇠를 꽂아넣고 다시 돌리자...
 
.............
 
도심의 새벽, 높은 건물 사이엔 수많은 간판이 내걸려 있습니다.
 
지하에 있는 칵테일 바의 벽장을 밀어보자, 숨겨진 바가 다시 당신을 맞이합니다.
 
달칵, 하며 열쇠가 돌아가네요.
 
벽에 그어진 직사각형 흔적에서 빛이 나더니 곧 문의 형태로 바뀝니다.
 
힘이 쭉 빠지는 느낌입니다.
 
그때 백지혜가 당신의 손을 덥석 잡습니다.
 
깍지를 끼곤 자랑이라도 하듯 들어 보이는군요.
 
백지혜:오늘은 이만 여기서 물러나드리죠.
그럼 저는 우리 달링이랑 사랑의 도피나 하러♥
 
탕! 백지혜의 귓가에 총알이 스칩니다.
 
그러니까 입이 문제라고, 입이.
 
뒤를 돌아보면 그들은 당신을 잡으려는 듯 이쪽을 향해 달려옵니다.
 
백지혜가 품에서 성냥을 꺼내 불을 붙입니다.
 
그러고는 바닥에서 술이 반 쯤 남은 병 하나를 주워 그 안에 성냥을 넣는군요.
 
화염병과 같이 보이는 것을 그들을 향해 던져 보입니다.
 
그리고 재빨리 뒤돌아 문 너머로 당신을 잡아당깁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집니다.
 
그야말로 몰로토프 칵테일입니다.
 
백지혜:오늘은 영업 종료입니다, 손님분들. 조만간 다시 오픈하도록 하죠.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날아오는 파편을 피해 문 너머로 도망칩시다.
 
문턱을 넘자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집니다.
 
술이라도 마신 것처럼 말이에요.
 
시야가 아주 흐립니다.
 
……
 
당신은 정신을 차립니다.
 
여기는…… 당신 방의 침대군요.
 
어우, 머리 아파. 뺏어입은 옷차림 그대로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휴대폰을 켜 날짜와 시간을 보자면 다음 날 아침입니다.
 
오전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요.
 
늦잠이라는 단어가 순간 머리에 스쳐 가다가 오늘은 주말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죠.
 
오늘 동인천 자식들 손봐주기로 한 거요.
 
아버님께 한 소리 듣게 생겼습니다.
 
휴대전화는 배터리가 부족하다며 알람을 띄웁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뭘 했더라.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술을 마시고 누군가를 달링이라고 부르며, 엄청난 싸움을 한 것 같기도…
 
그때, 휴대폰 알림이 징 하고 울립니다.
 
발송자 이름은 백지혜로, 많이 흔들린 셀카와 함께 저장되어 있군요.
 
백지혜…… 누구더라.
 
아, 그 재수 없는 바텐더. 그래요. 어느 미친 바에 가서 총도 맞을 뻔하고……
 
어제 일이 꿈 따위가 아님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그때입니다. 초인종이 울리는군요.
 
오광철:(무시할래... 잘래...)
 
띵-동
 
띵동딩동띵동
 
온종일 저럴 생각인가 본데...
 
안 열어줄 건가요?
 
오광철:(할 일 없는 사람인가? 얼굴이나 보자...)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백지혜의 뻔뻔한 낯짝입니다.
 
카운터 바깥에서 보는 바텐더란 꽤 다른 분위기로군요.
 
뭐랄까, 좀 더 김새는 느낌.
 
백지혜:오늘 시간 괜찮아요?
 
오광철:아... (아버지에게 문자 보낸다. '오늘 아파서 못 나갈 거 같아요.') 몰라. 답장 오는 거 보고. 나중에 연락할게.
 
백지혜:에이, 할 일 없어보이는데. 그러지 말고 받아주시죠. 데이트 신청.
 
가게 개점 전까지 할 일이 없다나 뭐라나.
 
오늘은 쉴까도 생각 중이라고 하네요.
 
저녁에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된 술을 대접하고 싶다면서요.
 
오광철:... 집데이트 좋아해?
 
백지혜:안 나가려고요?
저희 어제 처음 봤는데, 집에 들이려고?
 
오광철:밖에 있는 거 아버지에게 들키면 끌려갈걸.
훔칠 거 없으니 그냥 들어와.
 
백지혜:으음...
집에 술 있습니까?
 
샐쭉 웃는 표정이 얄밉기에 짝이 없습니다.
 
오광철:술... 없을걸. 별로 안 즐겨서. 사올래?
 
백지혜:그런 척 내쫒을 거죠. 싫어요. 그냥 들어갈 겁니다. 뒤져보면 나오겠지.
 
오광철:그럼 맨정신이라 연인인 척 안 해주는 나랑 있던가. 알아서 해. (다시 방으로 돌아가 침대 위에 풀썩 엎어진다. 숙취 장난 아냐. 머리 아파...)
 
날이 좋은 건 별개고... 숙취 해소나 하는 게 좋겠습니다.
 
등 뒤에서 떠드는 놈팽이는 무시하고요...
엔딩 보상 : 정신력 최대치 회복
 
 
:이성치 5d15 회복 (최대치를 초과하는 경우 그 이상 증가하지 않습니다)
크툴루 신화 지식을 {(시나리오에서 닳은 이성치)/10}만큼 획득합니다. 획득한 크툴루 신화 지식 수치만큼 기본 이성치가 줄어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셧어요!:피쨩짱수고! 피쨩사랑 나라사랑.
 
 
:레콩사랑 광철사랑
 
수고하셧어요!:23
ㅋㅋ
 
 
:ㅋㅋ
 
수고하셧어요!:와 대박 광철이 이성 35야
 
 
:시나리오 여러개 돌아볼 기회가 되어 좋앗어요
와 도민호다!!!!!!!!!
 
수고하셧어요!:저두요!!!!!
하도민호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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