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뒤 백 바는 다양한 고급 주류와 재료가 가득 차 있고 유리병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와 시럽이 정돈되어 있습니다.
잔잔한 재즈가 레코드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와 분위기를 더욱 좋게 만들어줍니다.
당신을 제외하고 유일한 사람인 바텐더는,
바텐더:관심도 안 주네, 거기 당신 말입니다.
… 제법 반반하게 생겼고, 또 한 손으로는 술이 든 락 글래스를 들고 글썽이고 있네요.
취하기라도 한건지. 그다지 멀쩡해 보이지는 않죠?
대화가 가능합니다.
오광철:... 어 안 듣고 있어. (뭐지? 난 분명 집에 가고 있었는데... 일단 주변을 좀 살핀다. 나가는 문은 어느 쪽에 있지?)
바텐더:안 들으셨습니까? 너무해! 사람이 울고 있는데!훌쩍훌쩍.
입으로 의성어를 냅니다.
문은 뒤돌면 바로 보이네요.
오광철:뭐야? (진짜 뭐야? 문 위치도 확인했겠다 의성어 듣자마자 고개 확 돌린다.) 내가 네 이야기를 왜 들어야 하는데?
바텐더:그야 당신은 이 칵테일 바의 손님이고, 바 테이블 자리에 앉았으니까요. (락 글래스를 천천히 흔들며 한모금 한 후 몸을 낮춰 시선을 맞춘다.) 우는 사람을 안 도와주면 나쁜 사람이랍니다.
오광철:그럼 됐네. 나 원래 나쁜 사람이야. (일 열심히 하고 와서 좀 피곤한데 모르는 사람 투정까지 들어줄 정신없어. 테이블 위에 기대 문양이나 관찰하며 멍 때리길 십수 초, 자세는 그대로 입만 뻐끔거린다.) 근데 너 일하는 중 아냐? 술 마셔도 돼?
바텐더:이럴수가! 사실 저, 나쁜 사람이 이상형입니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향하게 된달지, 위험한 습관이지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 말 걸었더니 이상형이기까지 하고 운이 좋네요! 하하. (글래스에 남은 술을 단번에 들이킨 후 잔을 저 멀리 치워버린다.) 약간의 음주는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법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꼭, 마셔야 할 이유가 있기도 하고요.
오광철:아... 그래? (더 있다간 귀찮아질 거 같다! 상체를 일으킨 뒤 자기 앞자리를 확인한다. 뭐 마셨나? 마신 게 있으면 빨리 결제하고 도망쳐야지. 집에 가서 제대로 치료하고 제대로 쉬어야지...) 응 행복하길 바랄게. 몸은 재산이니 술 적당히 마시고 널 찬 녀석은 아마 내일쯤 길 가다 죽을 거니까. (지갑 꺼낸다.) 계산해 줘.
당신의 테이블은 깔끔합니다. 아무것도 안 마셨어요.
바텐더:어, 나가실 겁니까? 안 될텐데. (눈을 깜빡이며 지갑 든 손을 잡아 꾸우욱 내린다.) 죽기까지 바라는 건 아니고, 그냥 오늘이상형인 누군가가 함께 시간이나 보내주면 참 좋겠습니다. 어디... 아, 당신이 딱이겠군요.
오광철:안 된다니? 왜? (손에 힘이 실린다. 평소였다면 이대로 바텐더 하나쯤 떨쳐내고 뒤돌아 나가는 것은 죽기보다 쉬웠을 텐데 하필이면 잡힌 손이 다친 쪽 팔이라서. 결국 한숨과 함께 힘을 풀었다.) 그래. 시간 뭐하고 보내줄까...
바텐더:(엎드려 받아낸 승낙에 뻔뻔하게도 실실 웃으며 '친절하신 분!' 하고 외친다. 잡았던 손을 흘긋 보다 그대로 놓곤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숙인다. 30초 정도 지났을 때 하얀 상자와 함께 다시 나타난다.) 후회하지 얺으실 겁니다.
하얀 상자는 당신을 위한 것인지 앞으로 쭈우욱 내밀어져 있습니다.
열어볼래?
오광철:(언젠 나쁜 사람이 이상형이라더니 이번엔 친절하단다! 받았으니 열어보자~)
안에는 붕대와 소독약이 들어있습니다.
오광철:(뭐야? 다친 거 말 안 했는데?) 이건 왜?
바텐더:어, 다치신 거 아니었습니까? 혈향이 나서요. (어깨를 으쓱인다.) 치료해 두는 게 좋을 겁니다. 저랑 오늘 아주 긴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윙크!)
오광철:(팔에 코 대고 킁킁거린다. 그렇게 향이 강한가? 아니면 상대쪽 조직에서 보낸 스파이? 아무튼 치료해서 나쁠 일은 없겠지.) 여기서 해? 옷 벗어야 하는데.
바텐더:앗. 그 정도로 심하게 다치신 줄은 몰랐는데.
...뒤 돌아 있을까요?
오광철:다른 손님 오면 상황 이상해지는 거 아냐? 뒤쪽에 스태프 룸 같은 거 없어?
바텐더:에이. 아직 영업 전이라 손님은 안 옵니다. 스태프 룸으로 가는 척 하면서 나가버리면, 제 외로움은 누가 달래줍니까? 혼자 치료하기 힘들 때 도와드릴 수도 있고요.
오광철:아 그래? (영업 전인 가게에 멋대로 들어온 사람과 영업하기도 전부터 술이나 퍼마시던 바텐더.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네... 더 실랑이하는 것도 귀찮아졌다. 테이블에 앉은 그대로 상의 단추 풀기 시작한다...) 뒤돌지 않아도 돼. 도와줄 필요도 없어. 혼자서도 많이 해봤으니까.
바텐더:평소에 많이 다치시나 봅니다. 무슨 일 하십니까? (사양 않고 옷 벗어재끼는 모습을 빤히 구경한다. 턱을 괴고 몸을 기울여 편안한 관람 모드.)
오광철:탕후루집 알바. 이거 다 꼬치에 찔려서 그래. 자세히 알 필요는 없어. (벗은 상의를 옆 의자에 내려놓고 치료를 시작한다. 약이 닿는 게 따끔할 법도 한데 표정 변화도 없이 과정을 진행한다.) 이거 흉터 남겠는데... (몇 번 헛손질하다 붕대 감는 포기하고 던져놓는다.)
바텐더:와아, 그거 요즘 유행하는 거죠? 저도 먹어본 적 있습니다. 맛있던데요! (몰래 보려는 노력도 없이 노골적인 시선으로 몸을 훑어본다. 작게 휘파람 불기까지 하더니, 던져진 붕대를 잡아채 다친 팔에 대고 둘둘 말기 시작한다.) 나중에 놀러가게 연락처 줄래요?
오광철:(훑어보던가. 신경 안 쓴다...) 오늘 하루만 놀아주기로 한 상대에게 연락처까지 줘야 해? (탕후루 유행 끝났으면 좋겠다. 붕대 감는 모습 바라보다가 하품한다. 좀 피곤한데 지금 몇 시지? 그리고 바 영업시간은...) 치료 끝난 뒤엔 뭐 하고 어울려주면 돼? 가게 영업할 동안 계속 곁에 있을 순 없잖아.
바텐더:연락처 닳아요? 째째하게 구시긴. (보기 좋은 매듭도 묶어둔 뒤 하얀 상자에 다시 약을 담아 차곡차곡 정리한다.) 아, 그거 말이죠...
오광철:하루짜리 애인에 참 바라는 것도 많아. (잔을 흔들며 색을 구경하다 한 입 마신다. 그런 뒤에야 아, 하고 다쳤으니 술 자제하기로 했던 게 떠오른다.) 나쁘지 않은 거 같아. 노린 것처럼 좋아하는 거랑 맞췄네. (칵테일 위에 올려진 레몬 슬라이스를 머들러로 짓뭉개며 좀 더 고민하다가.) 취미는 없는 거 같고, 이상형은...나를 챙겨주는 사람이면 좋을 거 같아. 아마.
알코올 향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자몽 맛이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홍차 향이 납니다.
백지혜:하루라도 완벽히 해내주셨으면 하거든요. 저, 외로움을 많이 타는 타입입니다. 분명 어울려 주시기로 하셨지요? (만족한듯 가벼운 한숨 섞인 웃음소리를 낸다.) 마음에 드셨다니 기쁘네요!
아... (챙겨주는 사람?)
참, 저녁 드셨습니까? 드시고 싶으신걸로 골라보세요. (메뉴판을 직접 펼쳐 내민다.) 오늘은 제가 사드리죠.
메뉴판은 나무판자에 덧대어진 링 바인더 형태로 제법 고급스럽게 생겼습니다.
오광철:그럼 하루 동안 제대로 챙겨줄 거야? 완벽했으면 하다며. (나쁜 사람과 어울리면 외로움만 더 커지는 거 아닌가? 어차피 내일이면 헤어질 인연인 거잖아.)
백지혜:물론이죠. 오늘밤 즐겁게 해드리겠다고 말한 건 빈말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이미... 어느정도 실천중이라고,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허릴 숙여 손가락이 가르키는 메뉴를 확인한다.) 예, 연어 샐러드와 물 한 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운
기준치:
30/15/6
굴림:
41
판정결과:
실패
아, 연어가 있던가... (뒤적...)
오광철:차였으니 연인 행세나 하며 위로해달라던 사람이 연인 대역에게 이토록 잘해주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싶어서. 잘 대해주면 나야 좋긴 한데. (빤히...) 아. 연어 질렸어~ 메뉴 바꿀래. (손가락을 옮긴다. 이번엔 후렌치 후라이 위로!)
백지혜:으음, 부탁을 들어주셨으니 잘 대해 주는 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별개로 오광철 씨가 마음에 든다 한 것도 농담은 아니었습니다. (주방 뒤에서 샐러드와, 연어를 대신한 주홍빛 과일을 꺼내오다 어? 하며 고개를 숙인다.) 변더쟁이! (샐러드 그릇은 앞에 놔두고 다시 들어갔다.)
10분 뒤 백지혜는 후렌치 후라이도 잘 튀겨 내어옵니다.
오광철:나쁜 사람 주변엔 나쁜 사람만 끌리는 법이라 내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었지 뭐야. (연어 없는 거 같아서 바꾼 건데. 들어가는 뒤통수 바라보다가 샐러드 깨작거리길 10분, 잘 튀겨 나온 후렌치 후라이 한 조각까지 입에 넣는다. 앗뜨겅...) 나쁜 사람 말고 좋아하는 거 있어? 나 뭐 하면 돼? 밥값할게.
백지혜:이런, 안타까우신 분! (과장되게 눈썹을 내리고 두 손을 모은다.) 그간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는진 모르지만, 아무튼. 오늘 이《스트리트 616》에서 만큼이라도 아늑함과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군요.
저희 칵테일 바는 누구나 환영한답니다. (생긋!)
밥값이요? 으음, 음... 제 애인으로 계셔주는 걸로도 충분합니다. 차고 넘치죠! (락 글라스에 얼음물을 따라 내민다.)
백지혜는 바 테이블에서 벗어나 벽에 붙은 선반에서 무언가를 찾습니다.
백지혜:오광철 씨, 어떤 음악을 좋아하십니까?
오광철:힘들진 않았는데. (20년 넘게 이렇게 지냈으니 이제 와서 힘들 리가 있나. 시큰둥한 표정으로 샐러드 조금 떠서 지혜 입에 넣어준다. 연인이라면 이런 일도 하겠지.) 말하는 것만 보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 사기꾼과 구매자 같아. (얼음물까지 한 입 마셔 입을 헹궈낸 뒤에 반 이상 남은 샐러드와 후렌치 후라이를 밀어놓는다.) 아무거나 상관없기는 한데, 된다면 가사 없는 게 좋아.
백지혜:사기꾼이라뇨. 제가 파는 건 양질의 칵테일과 준수한 사이드 뿐입니다. (받아먹은 것을 꿀꺽 삼키고 '역시, 맛있다니까요.' 하며 입가를 닦는다.) 어, 입맛에 안 맞으십니까? 칵테일도 한 모금만 드시고 내려놓더니. ( 조금 멀리서 테이블을 흘겨보곤 손으론 마저 벽을 더듬어 LP판을 뒤적인다.)
오광철:(확실히 맛있기는 했지. 옆으로 밀어둔 그릇에서 후렌치 후라이 한 조각을 더 집어먹는다.) 그냥 원래 많이 먹지 않아서 그렇고, 다쳤으니 술 안 마시는 거야. 신경 쓰지 마. (노래에 맞춰 손끝으로 테이블 탁, 탁, 두드린다.) 혹시 취하지 않은 상대완 연애 못 해? 그렇다면 좀 힘내보고.
백지혜:아하. 요즘 또 소식이 유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직종도 그렇고 트렌드에 민감하신 분이군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바 테이블로 돌아온다.) 그럴리가요! 그저 이곳을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우려였습니다. 무리 하지 않는 게 좋긴 하죠~ 우리의 밤은 길기도 하고? (윙크!)
오광철:달링... (입안으로 단어를 굴려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두 음절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아 알코올의 힘을 조금만 빌려보기로 했다. 한 입 마시고 남겨놓은 칵테일을 쭉 들이킨다.) 그럼달링은 상대가 취향을 제대로 말해주지 않을 땐 어떻게 해? 나에게 한 것처럼 그냥 일반으로?
백지혜:(잔을 쭉 비우는 모습을 보며 어어, 하고 얼빠진 소리를 낸다.) 괜찮으십니까? (잔에 물을 좀 더 따라주곤 빈 잔을 안으로 들여 치웠다.) 손님에게 곧바로 취향을 묻진 않습니다. 칵테일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물어보기야 하죠. 보통 이미지나 그냥 제 기분에 따라? 오광철 씨에겐 작업 건 거고요!
그리고... 좀 더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방금은 농담이었어요. (입가를 가리고 큭큭 웃는다.)
오광철:... 응 괜찮아. 이 정도로 취하진 않으니 연인 행세 못 해줄까 걱정할 필요 없어. 그리고 연인 사이에 지혜 씨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고. (물로 입술만 적신 뒤 다시 손님 쪽으로 시선 옮긴다. 남자 셋이 칵테일바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슬슬 할 말도 없는데 어쩌다 차였는지 이야기해주면 안 돼? (무례하당.)
백지혜:음, 그런 걱정은 안 했는데? 사실 취한 쪽을 좀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귀엽잖아요. (어깨를 으쓱인다.) 아. 그게 말이죠. 왜 차였냐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안내가 뜹니다. 때문에 기타 정보는 뜨지 않지만 현재 위치는 당신이 가려던 골목길로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연결이 불안정한지 위치 핀은 갑자기 부산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800km쯤 떨어진 바다에 있기도 합니다. 곧 제자리로 이동하나 싶다가도 제멋대로 랜덤한 위치로 계속 이동합니다. 가끔 맛 갈 때가 있긴 하던데, 이건 좀.
오광철:자정까지인지 아침까지인지 궁금할 수도 있잖아. 밤이 다 할 때까지면 아침까진가? (받은 휴대폰으로는 셀카만 찍고 돌려준다.) 내가 올 때까지 그리워지면 그거나 보고 있던가. (그리곤 자신 화면으로 시선 돌린다. 지도 위치를 보고 미간 찌푸리다가...SNS 알람을 클릭해 본다.)
백지혜:그거야... (돌려받은 휴대폰 화면을 보고 의아한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내 비아냥 거리면서도 씩 웃은 채 휴대폰을 제 가슴팍에 툭 댄다.) 정말 성격이 그렇게 나쁜 겁니까, 아니면 제 이상형의 모습을 충족시켜 주시는 겁니까?
오광철:(내일 오프였는데.....................) 달링. 나 내일 일정 생긴 거 같은데 먼저 일어나도 돼?
백지혜:안 돼요. 외로워서 죽어버릴 거야. 울어버릴 거야. 나쁜 남자 너무 좋아서 죽을 때 까지 쫒아다닐 거야! (장난같은 어투긴 한데... 장난일지?)
오광철:아... 죽으면 말해. 장례식은 가줄게. 상주 서줄까? (나 하루짜리 애인 잘못 만난 거 아냐? 그냥 내일 전투는 확인 못 한 척 빠질까. 팔도 다쳤는데...... 표정이 순식간에 피곤해진당.) 알코올과 카페인 같이 마시기 어떻게 생각해?
백지혜:글쎄요. 올 사람이나 있을란지. (다시 태연히 글라스 잔을 천으로 닦으며 휘파람 분다.) 권해 드리고 싶진 않군요! 음? 표정이 피곤해 보이는데, 한 잔 더 드릴까요?
오광철:상주이자 유일한 조문객이 되겠네. 안심해. 나 장례 절차 하나는 잘 알거든. (한 잔 더라는 말에 고개 끄덕인다.) 차라리 오늘 일 끝나고 노느라 연락 못 봤다고 하는 게 편할 거 같아. 그냥 마시고 죽을래. 상처 덧나든 말든. (그런 뒤 음료가 만들어질 때까지정장을 입은 남자들에게 관심을 둔다. 동종업계인 인가?)
백지혜:기뻐라! 안 그래도 노후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애인 잘 사귄 덕에 좀 안심하겠습니다. 그나마 사후세계는 잘 가겠다 싶어요. (눈썹 팔자로 기울여 웃곤 술병을 하나 하나 들었다 다시 내려놓는다. 가엾은 우리 허니에겐 어떤 칵테일이 좋으련지... )
백지혜:사귄 건 한 두 달 정도 된 거 같은데. 어디 살더라? 아마 강남 고층아파트 살던 것 같습니다. 돈 많아요.
그리곤 당신 몫으로 피나콜라다를 내어줍니다.
오광철:강남 고층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뭐가 좋다고 우리 달링을 만나겠어. (술 홀짝...) 저거 물자국 청소해. 미끄러지겠어.
백지혜:뭐욧? (찌릿...) 됐습니다. 저도 그냥 돈이랑 얼굴보고 만난 거 거든요! (물걸레를 꺼내와 빠르게 슥삭 닦아내기 시작한다.)
뭔 대단한 사랑 놓쳤나 했더니 그냥 가볍게 만나본 거였잖아요?
이 녀석, 질 안 좋은 놈일지도 모릅니다.
오광철:(주변에 더 질 나쁜 녀석도 널려있고 본인도 원나잇 상대만 가득한 질 나쁜 놈이지 않나... 아무렇지 않게 넘긴당.) 돈이랑 얼굴론 질려서 나쁜 놈 찾았던 건가? 하하. 웃기다. 그렇지? (걸레질 구경하다가 새로 들어온 손님 쪽에 집중한다. 저쪽은 무슨 대화 안 하나?)
오광철:애교가 많아집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어집니다. 경계심을 풀고 스킨십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진짜?)
행복하다
R 1d10도!
오광철:6
60분동안
오광철:(.............)
으응, 안 취했어어... (양손으로 잔 잡고 지혜 뚫어져라 바라본다.) 여기 오기 힘들어?
백지혜: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더 드시려고요? (그대로 시선을 맞추다 이번엔 잔에 따뜻한 물을 담아 내민다.) 뭐, 저희 바가 좀 특별하긴 합니다.
오광철:안 취했다고. 그냥. 기분이 좀 좋아서... 조금 더 마실 수 있을 거 같아. (마시는 대신 들고 있는 잔을 따뜻한 물이 든 잔으로 바꾼다. 그리고 가까이 오라 손짓!) 이렇게 특별한 바를... 나한테 다음에 또 오라고 했어. 우리 달링이! (덩치 큰 남자 보며 당당하게 말한다. 표정엔 웃음기가 실린 거 같기도...)
백지혜:아하. 그것 참 다행이네요! 우리 허니도 오늘 밤을 잘 즐겨주는 것 같아서. (피나콜라다 잔을 잠깐 옆으로 치워두고 몸을 숙여 가까이 한다.) 그럼요. 오광철 씨는 오늘 제게 있어 누구보다 특별하고,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또 언제든 와주신다면 정말 기쁠텐데!
덩치 큰 남자는 당황한 기색입니다.
그러곤... 자리로 가네요.
오광철:처음 왔을 때만 해도 기분 나빴는데 지금은 엄청 좋아. 정말로... (가까이 오면 따뜻해진 손바닥으로 백지혜의 뺨을 감싼다. 그리고 천천히, 부드럽게 원을 그리는 듯 굴리며 큭큭 웃는 소리를 낸다.) 언제 또 올까아. 내일 일 빠지기로 한 기념 그냥 집에 안 가고 계속 있을까... 어때?
백지혜:어, 처음 왔을 때 기분 나빴습니까? 왜지. (정말 모르는건지, 모른 척 하는 건지. 태연하게, 심지어 조금 상처라는 듯한 어투로 중얼거린다. 이내 따뜻한 손으로 두 볼을 감싸주자 헤실 웃으며 그 손바닥에 뺨을 부빈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니 좋은데요... 그러라고 하고 싶은데, 저도 자러는 가야죠.
아니면... 칵테일 바가 아니어도 함께 있어주려나?
오광철:아픈데 집에도 못 가고 달링이 달래 달라고 울잖아. 누가 그런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여? (뺨을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간다. 꾸우우욱.....) 근데 지금은 괜찮아. 기분 좋아. 그러니 안 자면 안 돼? 칵테일 바 아니어도 밤새 같이 있어줄 테니까아아...
백지혜:다친줄 알았으면 저도 안 불렀죠! 미안해서 치료도 해줬잖습니까. 화났던 거 아니죠? 아야야. (미간을 살짝 좁히고 입술을 쭈욱 내민다.) 어쩔까요... 귀여우니까 그러겠다고 해버릴까~ (백지혜도 오광철의 볼을 두 손으로 꾸우욱 눌렀다.)
오광철:아까는 좀 화났는데 지금은 괜찮아. 풀렸어. 하지만 밤새 같이 있어주겠다고 하지 않으면 또 화날 거 같기도 하고... (볼에 손이 닿자 몸을 움츠린다. 칵테일 셰이킹 하던 차가운 손! 뺨에 올려둔 손을 거둔 뒤 지혜의 손등을 덮는다.) 나 아직 따뜻해?
백지혜:(결국 참지 못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아, 오광철 씨... 아니, 허니에게 이런 술주정이 있을 줄이야! 마음에 듭니다. 물론 밤새 같이 있어야죠. 저희 서로 약속한 거예요. 나중에 말 바꾸시면 안 됩니다. (손이 닿고 움츠리자 아차 싶어 급히 떼어내려 했으나, 손등을 덮어온 탓에 다시금 볼을 꾹 누르게 됐다.) 따뜻하긴 한데, 저 때문에 차가워지실 겁니다. 다시 잔이나 꼭 붙들고 있어요.
오광철:아까 취한 사람도 좋아한다며. 귀엽다고. 나 힘 좀 써봤어. 그러니... 한 잔 더? 나 좀 더 달링의 이상형에 가까워질래애. (피곤한 상태에 술까지 마셨으니 잠들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지만... 잠들어도 곁에 있기는 할 거니까. 말 바꾸지 않겠단 뜻을 담아 고개 몇 번 끄덕인 뒤에 손등을 덮은 손에 약하게 힘을 주었다.) 싫어. 달링 손이 따뜻해지기 전에는 안 놓아줄래. 달링 동상 걸려. 사람은 몸이 재산인데.
백지혜:더 마셨다가 쓰러지면 어떡합니까. 지금도 충분히 과한 이상형이에요. 중요한 사람이 무리해서 힘들어하면, 제 마음도 슬프겠죠? (뺨 위에 댄 손을 꾸물거려 움직인다. 쓰다듬듯, 간지럽히듯 매만진 후 천천히 밑으로 내려 손을 떼어낸다.) 제 일이 끝난 후 다시 따뜻하게 만들어 주십쇼. 그동안 다른 사람한테 가 붙어있진 말고요, 허니!
오광철:넓은 가게는 구석에 마을도 있고 찾지도 못하나 봐? 좀 더 잘래. 잘 자. 잘 지내. (바로 테이블에 엎드려 눈 감고 있는다. 술이랑 잠 둘 다 깨는 바람에 잠들진 못했지만...)
백지혜:어어. 40분 전만 해도 나랑 밤새 있겠다고, 밤새 있어달라고 칭얼대셨으면서.아주 귀엽게.사람 마음이 왜 그렇게 빨리 변합니까 허니? 저 전애인 트라우마 온 거 같습니다. 아, 아아. 슬퍼라! (엎드린 바로 그 옆에 따라 엎어져 얼굴을 맞댄다.) 화났어요? 안 찾으러 가서?
오광철:아아아... 몰라. 술김에 제정신 아니었던 모양이지. 원래 사람이 술이 들어가면 마음에 없는 말도 좀 하고 그래. 우는소리해도 안 봐줘. (잠깐 눈 떴다가 바로 앞에 있는 얼굴 보고 다시 감는다...) 왜 화나? 모르는 사람인데.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안 찾은 게 뭐 어때서?
백지혜:그래도 저는 그 취중 속 오광철 씨의 진담이 있으셨을 거라 믿겠습니다. 부정해도 소용 없어요. 저희 약속했잖습니까. 어디라도 함께 있겠다고.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겠다고! (오광철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닥인다.) 이렇게 나오신다 이거죠. 좋습니다.
(잠깐동안 침묵한 채 지긋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고 말 건다는 게...)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오늘 밤 애인 행세 좀 해주시겠습니까? 제가 5분 전에 차여서!
오광철:내가 나쁜 사람이라 거짓말도 좀 많이 해. 진담 없었어. 제대로 된 만남을 가질 생각도 없으니 포기해.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겠단 말에 눈썹이 움직인다. 저런 말도 했었던가? 지금 이 바텐더가 수작 부리는 건 아닌가?)
... 우연이네. 난 5분 전에 찼거든. (천천히 눈 뜬다. 가까운 거리에서 시선을 마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했던 대답은 분명...) 행복하길 바랄게. 술 적당히 마시고, 나쁜 사람 만나지 않게 조심하고.
베이스를 담은 유리병은 공중에서 한 번 돌고, 백지혜의 손목에 의해 미끄러져 다시 그의 반대쪽 손에 안전하게 잡힙니다.
이어 등 뒤로 컵과 병을 섞고 던집니다.
백지혜:
손놀림
기준치:
60/30/12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공중에 뜬 유리병이 무사히 쉐이커 바디에 안착합니다.
여기까지, 라며 백지혜는 쉐이커 바디를 내려놓습니다.
유리병에 든 주홍빛 베이스를 보스턴 쉐이커에 넣고, 지거에 맑은 액체와 시럽을 담았다가 쉐이커에 흘려넣습니다.
그런 관경을 보고 있노라면...
백지혜의 목가에서 조명 빛을 받아 무언가가 반짝, 하고 빛납니다.
은색의 목걸이군요. 줄이 길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끝에는 장식이 달려있습니다.
백지혜:(칵테일을 서빙하고 병까지 다 정리한 후 다시 테이블로 돌아온다.) 어떠셨습니까?
오광철:멋있네.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어쩌다 하루에 두 번이나 차였대? (여전히 엎드린 채로...)
백지혜:(어... 아직도 삐졌네.) 진짜 저 찰 겁니까? 멋지다면서요. 게다가 사람이 한번 한 약속을 어기면 안 되죠.
오광철:응. 나쁜 사람이라 술김에 한 약속 어기는 게 숨쉬기보다 쉬워서. 붙잡고 싶으면 좀 더 특별한 걸 보이던가.
백지혜:길 가다 돌 안 맞게 조심해요 허니. 아님 카페에서 물이라던가. (글래스를 닦던 천을 내려놓고 미간을 좁힌다.) 바에서 이보다 더 특별한 게 어딨다 그러십니까. 에잇, 기분이다. 한 잔 더 사드리죠. 그러니 기분 풀어요. 예?
오광철:돌도 물도 몇 번 맞아봤는데. 음. 둘 다 딱히 조심하지 않아도 될 거 같던데? (초면인 사람. 하루 보고 말 사람에게 이렇게 매달리는 거 보니 이 사람 사기당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내 알 바 아니지만... 눕혔던 상체를 세운 뒤 묻는다.) 그 목걸이 뭐야? 아까 반짝이던데.
백지혜:이런, 아프지 않았습니까? 서글펐다든가. (예의상의 걱정을 한 후 속으론 '그럴 줄 알았어.' 하고 생각했다.) 아, 이거... (주변을 잠깐 살피다 은색 줄을 들어 장식을 꺼내 보여준다.)
목걸이에는 손가락 두세 마디 정도 크기의 은색 열쇠 모양 장식이 매달려 있습니다.
열쇠에는 주홍빛 보석이 박혀 있군요.
백지혜:주얼리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오광철:아프지. 하지만 버틸 정도는 돼. (다쳤던 팔을 툭툭 건드린다. 칼도 맞는데 돌이나 물 정도야.) 응. 반짝이고 화려한 거 좋아한다고 했잖아. 이왕 연인 행세하는 김에 뜯어먹으려고. 그 정도 성의는 보일 수 있지?
백지혜:안 맞도록 노력해 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허니가 아플 거라 생각하니 이 달링은 마음이 찢어질듯 합니다. (또 입으로 훌쩍, 소리를 냈다.) 으음, 이건 안 돼요.바 출입증 키거든요. 퇴근할 때 필요해서. (두 손으로 목 언저리를 가리고 몸을 돌린다.)
오광철:이렇게 태어난 걸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을 거 같아? 그냥 익숙해지는 쪽이 편하고 빨라. (입으로 소리 내는 거 안 부끄럽나? 다 큰 사람이... 주머니에서 꿈에서 주웠던 주홍빛 보석이 달린 열쇠 다시 꺼낸다.) 잠시 그거 줘볼래? 안 가져가. 그냥 비교만 할게.
백지혜:태어날 때 돌 맞고 물 맞을 성격으로 태어나진 않았을텐데. 오광철 씨도 분명 순수하고 어린 날이 있었을테죠. (게슴츠레 뜬 눈으로 바라본다.) 보여주면 화 풀 겁니까?
오광철:성격 말고 출신이 그래. 돌 맞고 물 맞는 게 당연한 출신. 이런 곳에서 순수한 어린 시절을 지키며 살다간 죽을걸. (음...) 고민은 해볼게. 화 풀 확률 60%. (애매하당.)
백지혜:탕후루 알바, 많이 힘든 곳인가봐요. (안쓰러운 시선...) 흠, 뭐. 그정도면 높은 편이군요. 좋습니다. 꼭 돌려주셔야해요!
백지혜가 건넨 열쇠는 주운 것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오광철:응. 많이 힘들어서 내일 길에서 누가 꼬지에 꽂혀 죽어있을지 몰라. (열쇠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비교하며 본다. 똑같은 거 보니 꿈?에서 본 그 좀도둑이 지혜 씨 맞는 거 같은데... 돌려주기 전에 바꿔치기도 되나!?)
백지혜:요즘 세상 무섭네요. 숟가락 살인마도 아니고 꼬치 살인마라니... 아, 다 보셨습니까? 이제 줘요. (손 내민다.)
오광철:숟가락으로 사람 죽이던 시대가 도대체 언제야. (바꿔치기한 열쇠 돌려준당.) 근데 혹시 쌍둥이 있어?
백지혜:저 어릴 땐 꽤 유행이었는데 말이죠. (받아든 열쇠를 잠시 보다가 '흠' 하는 소리를 내고 목에 건다.) 쌍둥이? 없는데... 그보다 화는 풀리셨습니까?
오광철:몇 살인데? (바꾼 열쇠 능청스럽게 다시 주머니에 넣어둔다.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테이블 아래에서 다리를 까딱거리며 답한다.) 쌍둥이가 없다면 전생에 한쪽 눈 팔아먹은 적은? (화가 풀렸냐는 말엔 대답하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막 돌아왔을 때에 비하면 기분이 좋은 게 티가 난다.)
백지혜:비밀입니다. (생긋 웃어보이곤 작은 그릇에 프레첼 과자를 담아 내민다.) 전생까지 기억할만틈 기억력이 좋진 않아서 모르겠네요. 오광철 씨는 기억하십니까? (아, 기분 좋아보이네. 가챠 성공이 만족스러운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오광철:(프레첼 과자를 한 입 먹으며 뚫어져라 얼굴을 노려본다. 나보단 나이가 있는 거 같은데, 한 가게의 주인이라면 너무 어릴 거 같지도 않고...) 33? 다음 데이트 장소는 바 말고 전생체험이나 가야겠네. (입에 넣었던 프레첼을 와작. 씹은 뒤, 이번엔 콧노래 소리에 맞춰 다리를 까딱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멈추더니...) 나 시그니처 하나 더 마실래.
백지혜:(33? 그 숫자에 제 얼굴을 더듬는다. 그렇게 보이나?) 자연스러운 애프터 신청, 좋았어요 허니. (윙크하고 바틀 몇 개를 집어든다.) 이번엔 용량을 좀 더 늘려 락 글라스로 드리죠! 과음하지 않게 주의하시고요.
문이 열리며 손님이 하나 들어옵니다.
백지혜는 어서오세요, 라며 그를 맞이합니다.
새로 들어온 손님은 누구를 찾지도, 테이블에 착석하지도 않습니다.
당황스러운 표정이 반, 두려운 듯 보이는 모습이 반입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뭘 할지 모르는 듯한 표정 같군요.
백지혜는 남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백지혜:저 쪽 테이블로 가시면 됩니다.
가리킨 곳은 나이 든 노인이 앉아있는 테이블입니다.
백지혜:이번엔 어떤 가니쉬를 올려줄까요, 허니?
오광철:달링이 추천하는 거로 아무거나~ (새로 온 손님 쪽도 힐끔. 아까 저 노인을 봤을 때 이상한 마을로 가는 꿈을 꿨는데... 저 사람도?)
백지혜:흐음, 얼음을 좀 더 넣어 약하게 희석시켜야겠습니다. (조주하는 동시에 시선을 따라 남자를 바라본다.) 다른 손님에게 관심이 많으시네요. 질투나게~
오광철:희석해 봤자 들어가는 양은 같은 거 아냐? 좀 느리게 취하나. (이번엔 아예 대놓고 뒤쪽을 본다. 저 노신사 수상해.) 응. 나쁜 사람의 덕목 중 하나가 바람이라며? 취한 애교쟁이랑 나쁜 바람둥이 사이를 달링이 술로 잘 조절해 보던가.
백지혜:단번에 많은 알코올이 들어가면 취하기 십번에 많은 알코올이 들어가면 취하기 십상이니까요. (가니쉬로 체리를 올린 시그니쳐를 테이블 앞으로 내민다.) 제가 신도 아니고 그런 걸 어떻게 조절합니까? 아마 디오니소스도 힘들걸요.
남자와 노인의 대화가 당신의 귀에 꽂힙니다.
불안해 보이는 손님:정말 그 사람을 살려주시는 건가요?
노신사:그럼, 자네의 생명을 그와 절반 나누는 조건이야. 다만 그와 만나서 나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말게.
남자는 상태가 아무리 봐도 심약해 보이는데.
암만 봐도 한 탕 뜯어먹으려는 사기 계약 현장인데요.
정신 나갔군.
불안해 보이는 손님: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시는 건 어째서죠......?
노신사:글쎄, 그냥 눈에 띄어서 말이지.
백지혜:실례합니다,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연하게 요청이 이쪽 분 맞으시죠?
그들에게 백지혜가 묻는군요.
저런 사기 현장을 보고 말리지도 않다니.
노인은 연하게 탄 칵테일 잔 하나를 남자에게 밀어줍니다.
백지혜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기를, 이라며 싱긋 웃습니다.
그리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오광철:저거 사기 아니야? 안 말려도 돼?
백지혜:사기....? (갸웃?)
오광철:생명을 타인과 어떻게 나누는데.
백지혜:생명을 타인과 나눠...? (갸웃?)
오광철:생명을 절반으로 나눠서 죽은 사람을 살려주겠대. (칵테일 위에 올려진 체리를 이로 반 나눈 뒤 내민다. 먹어.) 사기꾼에게 당하는 사람 불쌍하게 됐지. 내 또래로 보이는데.
백지혜:아하. 뭐 아마... 장기기증 비슷한 거겠죠. (반 나눠진 체리를 받아먹곤 입가를 닦는다.) 에이. 저 손님도 간절히 바랐기에 생명까지 나누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복 받았다면 몰라.
오광철:............. 그래. (아니 생명을 어떻게 나누는데. 미간 찌푸리며 술잔을 다시 기울인다.) 달링은 가게 손님 관리 좀 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 초면인 사람을 협박하는 무리도 있고, 대놓고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고.
백지혜:그래도 나름 잘 들여다 보면 심성 깊고 여리신 분들입니다. 가게에 와주시는 덕분에 제가 먹고 사는데, 막 내쫒을 수야 없죠~
다만 어디서 수영이라도 하고 왔는지 머리 끝이 축축하게 젖어있고, 신발 밑창에 묻어난 보랏빛 액체가 바닥에 자국을 냅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광철:(만져봐도 돼요?)
?:(꾸물이 주머니로 숨기는 거 빤...) 반가워! 악수할래? (하고 손을 내민다.)
오광철:나 지금은 사귀는 사람 있어서 막 악수하면 바람인데. (말은 그러지만 고민 1초도 없이 잡는다. 나쁜 사람 돼야지.)
반갑다는 듯 잡은 손이 축축합니다.
?:어머! 애인이 누구길래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
오광철:,,,,,,,,,,,,,,,, (손 뗀다.) 애인. 여기 주인. (축축해진 손 바라보다 화장실 입구로 향한다.) 달링... 나 물수건 하나만 더.
백지혜:화장실에서 물놀이 해요?
오광철:물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물놀이를 해.
이상한 여자가 내 손 만졌어. 축축해. 기분 나빠.
백지혜:안 나온다뇨. 며칠 전에 최신 센서로 바꿨는데. (거기 남자 화장실인데? 대충 물수건을 던진다.)
?:뭐, 바텐더랑 사귀는 사이야? 흐음... 그래? 너 정말 재밌다! 근데 쟤는 어제만 해도 그 여자랑 붙어있더니. 하루만에 갈아치우네.
:잠깐, 이 여자... 바의 화장실로 출입할 정도면 이 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게 아닌가요? 원한다면 궁금한 걸 물어봐도 되겠습니다.
오광철:바꾼 거 맞아? 안 나오던데. (물수건 받고 손 닦는다. 그리고 여자에게 돌아오며...) 응. 방금 헤어졌대. 그래서 위로해 줄 겸 사귀어 주기로 했어. (손 닦은 뒤... 주머니에서 열쇠랑 시계랑 화분 아래에서 꺼낸... 그거 꺼낸다.) 너 그런데 이거 뭔지 알아?
?:어머, 뭘 많이 훔쳤네. 어디보자... 이 시계는 평범한 골동품이고, 이 열쇠는... 처음 보는데. 근데 갖고 싶게 생겼다. 나 줄래? 그리고 이거는...소원 들어주는 돌멩이 같은건데.
XXXXX 불러낼 때 쓰는거. 아, 누구냐면 윗대가리 중 하나야. 인간들에게는 아주 위험한 놈이지. 세상이 끝장날지도 모른다구. 네가 왜 가지고 있는거야? 인간들 사이에서는 예쁘다고 블러디 티어라는 이름의 보석으로 불린다며. 저번에 이야기 들은게 있는데.
한 천 년쯤?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건데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옛날에 왕이 죽은 아내한테 바쳤다는 전설도 있는데. 못 들어봤어? 필멸자 로맨스의 상징! 예쁘긴 해~ 얼마 전에 이거 가지려고 경매도 열렸다는데 결국 털렸나보네. 그런데 이거 좀 약하다.세게 쥐면 인간의 힘으로도 망가지겠어.
오광철:음... (갖고 싶다면 더 주기 싫은데. 못 들은 척 열쇠랑 시계를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X 뭐? 나 그런 거 몰라. (로맨스의 상징... 그럼 이거 부숴서 주고 헤어지자고 하면
되겠다. 하는 생각이나 하는 중.) 고마워. 알려준 보답으로 (세면대 위에 있는 아이깨끗해 손에 짜준다.) 이거 줄게.
문 사이로 본 그는 높은 모자를 눌러 쓰고, 금속 뱃지가 달려있고 가죽으로 만들어진 조끼를 입고 있습니다.
허리띠에는 총이 걸려 있습니다.
……영락없는 서부 개척시대 카우보이의 모습이군요.
기른 수염 하며, 정교한 퀄리티의 코스프레일지도 모릅니다.
바의 후문은 온전히 닫히지 않아 비스듬히 열려있습니다.
오광철:(한국은 총 불법인데. 정말 지독한 코스플레이어다... 꾸물이 데리고 후문 너머 힐끔 바라본당. 아는 길일까?)
흘끗 본 문 너머는...
새까만 어둠입니다.
오광철:(지금 시간은? 주변에 시계 있나?)
휴대폰 화면 시계는 새벽 3시 경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오광철:(조명 없는 3시면 이럴 법도 하지. 납득하고 진짜 자리로!)
달링. 이거 봐. 우리 애 목욕했어.
백지혜:와아, 기특해. 그새 입양했어요?
오광철:응. 화장실에서 모르는 여자가 아이깨끗해로 우리 애 뽀득뽀득 씻겨줬어. 유모로 고용할까 봐.
백지혜:화장실에서 많은 일이 있었나봐요.
1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듯 합니다.
잔에 있는 얼음이 다 녹아 코스터가 흥건하네요.
화장실에서 본 여자는 건너편 바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을 홀짝이고 있습니다.
오광철:(꾸물이랑 노는 중...) 달링. 헤어지잔 말은 몇 시에 듣고 싶어?
백지혜:될 수 있음 안 듣고 싶은데. 하루에 두 번은 너무하단 생각 안 들어요? 저 마음에 안 듭니까? (한껏 불쌍한 표정 짓고 얼굴 디밀기!)
오광철:반대로 달링은 나 마음에 들어? 겨우 하루 본 사이잖아. (얼굴 무시하고 꾸물이랑 논다. '꾸물이는 아빠랑 아빠 중에서 누구 따라갈래?'하고 중얼거리며...) 이별용 선물도 준비했으니 기대해 줘.
백지혜:마음에 듭니다. (즉답!) 얼굴도 취향이고, 이상형인데다 전 당장 사람이 필요했으니 말이죠. 물 불 가릴 때가 아니란 말씀. (꾸물이 갖고 노는 손으로 빈 컵을 하나 내민다. 슬라임 담으면 잘 들어가게 생겼다.) 이별용 선물? 뭔데요?
오광철:나 성격 안 좋아. 누구 좋아해 본 적도 없고 아마 같이 지내면 목숨 위협도 많이 받을 거야. 그래도? (컵 안에 꾸물이 넣는다. 도망갈 곳 없는 꾸물이 쿡쿡 찌르다가 소원을 들어주는 돌멩이 꺼낸다.) 이거 아까 만난 여자가 로맨스의 상징이래. 그러니 이걸 깨트려서 준다면 좋은 이별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
백지혜:설마 허니 옆에서 제가 제 몸 건사 하나 못 하겠습니까? 걱정 마시죠. (꾸물이 들어간 컵 위에 코스터를 올려놓는다. 꾸물이 봉인~) 아. 그거...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다 생긋 웃음 짓는다.) 너무 슬퍼서 어떡하죠? 하지만 깨시겠다면야. 제가 말릴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어깨를 으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