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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의 관측

 

 

 

 

준비된 오광철은 뽀뽀!!!
오광철:형 좋아해~ (뽀뽀뽀)
백지혜:꺄!
덜컹, 덜컹.
당신은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조용히 눈을 뜨게 됩니다.
맞은 편에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백지혜가 앉아있습니다.
당신의 양 옆으로는 신문을 읽고 있는 한 노인과 가는 길이 지쳐 잠든 어린아이가 앉아있습니다.
지하철은 너무 조용해, 함부로 말 소리를 내기 어려워보여요.
오광철:(왜 맞은편이야? 백지혜 옆자리 비어있나 확인할래)
오광철:
기준치:65/32/13
굴림:54
판정결과:보통 성공
아, 방금 막 옆 사람이 하차했습니다.
오광철:(쪼르르 옆자리로 가서 앉는당.)
10년 사이에 많이 늙은 그의 얼굴은 많이 변했지만 그와 동시에 당신에게 익숙합니다. 그가 갖고 있던 두 눈은 하나가 사라진 채 책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한 쪽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습니다.
백지혜:(눈짓으로 환영 한 후 책을 덮는다. 소곤소곤...) 많이 지루해요?
오광철:조금 지루하긴 한데 형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서 괜찮아. 뭐 읽고 있었어? (어깨에 기댄다...) 나만 형 보고 있어. 형은 관심도 안 줘. 미워.
백지혜:방금까지 자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작게 웃고 난 후 책을 들어올려 표지를 보여준다. '나는 오늘, 내일의 나에게 말했다.' 라는 제목이 볼드체로 적혀있다.) 조금 어려운 부분이 나와서 힘들었는데, 마침 처리가 와주니 반갑군요. (머리를 맞대어 살살 부비곤 이마 위로 쪽, 입 맞춘다.) 용서해 주세요~
오광철:아~니. 안 잤는데? 나 말고 옆에 있는 아이가 잤는데. (어린아이 손으로 가리킨다. 그보다 오늘... 뭐? 재미없어 보이는 책 표지는 덮어버리고는 고민하는 척 눈을 감고 고개를 기울인다.) 음... 용서할까 말까. 합의금으로 뽀뽀 한 번은 부족해. 더 해주면 고민해 볼게.
조용한 지하철에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잠든 아이입니다. 아이는 핸드폰을 쥐고 자고있습니다. 핸드폰에 재생되고 있던 유튜브는 자동재생 때문인지 엉뚱한 과학채널이 틀어져있습니다. 영상의 자막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백지혜:(고개를 들어 흘긋 앞을 보다 옅은 미소를 짓는다. 우리도 애를 가질 수 있었으면 대충 저 나이 정도였으려나... 한쪽 손으로 오광철의 뺨을 감싸고 살살 쓰다듬는다.) 선처조차 없다니 잔혹하십니다. (장난스레 속삭인 후 반대편 볼에 쪽, 쪽 하고 두 번 더 입 맞춘다.)
오광철:(오늘따라 어려운 내용이 유독 많이 보이네... 내 알 바 아니지! 뺨을 쓰다듬는 손길에 바보같이 웃는 소리를 흘린다. 잠시 뒤 조용한 지하철 내부임을 깨닫고 입을 가린 뒤 다시 쿡쿡거린다.) 잔혹한 쪽으로는 내가 좀 타고났나봐. 하지만 이런 나도 형은 좋아할 테니까 됐어. 안 고쳐도 되지? (이미 밉다고 한 건 다 잊고 이쪽에서도 볼에 입 맞춘다. 거슬리는 이어폰 줄도 직접 뽑아 치워주고!)
백지혜:물론이죠. 제가 그래서 우리처리한테 반한 거잖습니까. (지하철 창을 통해 들어오는 서늘한 빛, 조용한 내부와 사랑하는 사람의 조곤대는 목소리까지. 여정의 출발점이 이렇게나 산뜻하다니... 스며드는듯한 좋은 기분에 느긋히 웃는다.) 오늘 함께 나와줘서 고마워요. 광철이 좋아할만한 전시회는 아니었는데...
오광철:잔혹한 모습만 보고 반한 건 아니지? 형은 내 어디가 좋아? (10년 사이 몇 번이고 물어봤을 내용이지만 들을 때마다 사랑받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좋아하는 대화 주제다. 알고 있을 대답을 기다리며 다시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응? 으음... 뭐~ 내가 좋아하는 전시였어도 형이랑 가면 집중 못 했을 테니까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 주제인 쪽이 좋아. (그보다 전시 주제가 뭐였더라... 잠시 허공을 보다 뽑았던 이어폰을 본인 귀에 꽂아본다. 무슨 소리가 나오고 있지?)
백지혜:제가 얼마나 사람 재고 따졌는지 아시면서. 이유 하나로는 청혼 못 하죠. 제 말에 잘 속아주시는 점도 좋고, 잘 휘둘릴 것 같은 점도 좋았고, 정 앞에서 사람 모른 척 안 할 거라는 것도... (줄줄줄... 마치 사기 당하기 좋은 인간의 특징을 전부 모아둔 것 같은 것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손가락을 접는다.) 또, 저를 보며 웃는 게 사랑스러워서요. (제 휴대폰 화면을 흘긋 본 뒤 다시 머리를 맞댄다. 이어폰에선 잔잔한... 트로트...? 80세 노부부가 들을 법한 사랑 노래가 나오고 있다. '리아킴- 위대한 약속')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꼭... 한 번 정도는 그 사람을 이해해 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오광철:항상 느끼는 거지만 형 취향 이상해. 나 만난 거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니까 잘 속고 휘둘려서 좋다는 말에 기뻐하는 거야. (환하게 웃다가 노래 듣는 순간 표정 미묘해진다. 이어폰 뽑았다 다시 끼길 세 번쯤 반복하고 고개 갸웃거리며 이어폰 돌려준다. 이런 게 취향인가? 우리 아버지도 이런 거 안 들을 거 같은데... 저 노인같은 사람이나...) 응? 그 사람이 누군데? 나 말고 또 누구를 이해하려고? 우리 지금 전시회가 아니라 바람피우러 가는 거야?
등이 굽고 머리가 새하얗게 샌 노인입니다. 돋보기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백지혜:그럼요. 처리 없었으면 일평생 장가도 못 가고 골방에서 고독사 했겠지요. (장난 반 진담 반... 이어폰 여러번 뺐다 다시 끼는 모습에 풉, 하고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낸다.) 요즘... 시끄러운 노래는 피곤하더군요. (괜히 변명같은 말...)
아... 그러니까. (잠시 머뭇거리다가) 10년 전... 기억하십니까? 명동 거리에서 난 상해 사건. 그 가해자가 화가였다는 모양입니다.
오광철:고독사까진 안 했을걸. 우리 형처럼 멋지고, 능력 있고, 잘생긴 사람을 누가 안 가져가? 내가 운이 좋았던 거야. (이쪽은 진담 100%. 웃음을 참는 모습에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양손으로 지혜 뺨 감싸고 엄지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듯 뺨을 문지른다.) 우리 형 왜 이렇게 빨리 늙었지... 나랑 오래오래 살아야 하는데 아무리 시끄러운 게 싫어도 그렇지 이건 너무 아저씨 노래야.
응? 아, 그거.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꼭 가야만 해? 굳이 이해해야 해? 나 싫어... (손끝으로 안대 위를 톡. 두드린다.)
백지혜:가져간들 누가 따라간답니까? 말했잖아요. 광철처럼 좋아하는 이유 열댓개는 더 있어야 청혼한다고. (그래도 칭찬은 순전히 기뻐서, 상대의 찡그린 얼굴에도 그저 헤실~ 하고 웃어댄다.) ...처리가 젊다~ 젊다~ 해줘야 젊어집니다. 늙었다고 하면 내일 여기에 주름 생겨요. (제 이마 위를 톡...) 걱정 마시죠. 처리보단 딱 삼일 더 살고 죽어줄 테니까.
(제 안대를 매만져 고쳐 쓰곤 오광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변호사로서... 공부가 될 듯 합니다. 오늘은 날도 좋으니까, 나온 김에 같이 데이트도 하고요. 응?
오광철:혹시 모르지. 형이 너무너무 외로운 나머지 좋다는 사람 막 따라갔을지도. 나 같은 사람 만날 자신 없으니 좋아하는 이유 하나만 있어도 타협하고 인생을 줘버렸을지도...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기분 안 좋아진다. 헉. 주름.) ... 우리 형 젊다~ 젊다~... (주문을 외우듯 뺨을 문지르며 계속 중얼거린다.) 그냥 같이 죽으면 안 돼? 장례 일주일 치르는 것도 민폐일 거 같고, 돈도 많이 들 거고, 상속 같은 것도 귀찮고, 또 보험 처리도... (10년 동안 귀가 닳도록 들었던 것들 달달 읊는다. 형 고생시키기 싫은데.)
다음에 또 싫은 거 하면 용서 안 할 거야. 오늘은 봐줄 테니까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사랑해 줘. 달래줘어. (품에 기대고 한껏 애처럼 칭얼거린다. 날 좋은 창문과는 달리 이쪽 표정은 꿍하기만 하다.........)
백지혜:에이, 그럴리가요.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으나, 혹시라도 오광철을 만나지 않았을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때로부터 나아가지 못한 채, 끝없는 고독에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었겠지. 그 말대로 지친 나머지 평범을 모방하고 타협해서 아무나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이 얼마나 감사한가. 자신 곁에 있어준 사람이 사랑하는 그라서.) 음... 그럴까요? 생각해보니 우리처리, 인내심이 적어 3일도 안 기다려줄 것 같습니다. (장례문화 하나는 빠삭하다니까...)
예에. 다음엔 재미없는 곳 말고 재밌는 곳으로 가죠. 제주도엔 테디베어 박물관이라는 곳도 있다던데. 간만에 가볼까요? (허리를 둘러 감싸 안고 토닥이며 마주본다.) 저녁에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 사랑스러운 표정 보여주세요.
지하철은 명동역에서 정차합니다.
빠르게 내리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두 사람은 지하철에서 내리게 됩니다.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50
판정결과:보통 성공
... 인파에 섞여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백지혜:앞에 조심하면서 걸어요. (손!)
오광철:웅. (손!.............. 했지만 발걸음은 가기 싫은 곳 억지로 끌려가는 거 티난다.)
백지혜:(집 가기 싫어하는 산책 강아지... 라는 생각)
오광철:(낑낑... 집에 가자)
지하철에서 내려 5분정도 걸어가면 작고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에 도착합니다.
하얀색 외벽으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건물 앞에는 크게 [맑은 눈]이라는 명패가 걸려있고, 그 앞에는 작은 건축물로 여자아이 두 명이 서로 손을 잡고 녹아내리고 있는 동상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문 앞에는 백상식 작고전 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있습니다.
작고전은 지하 1층에서 열리는 모양입니다.
오광철:백상식이 형 괴롭힌 놈 이름이야? (입간판 자세히 읽어본다. 왜 백 씨지... 상식 없는 이름이다...)
백지혜:네. 처리가 혼내주세요. (이미 죽었지만...)
오광철:그냥 죽게 놔두면 안 됐어. 그때 형을 잠시 내버려두게 되더라도 쫓았어야 했는데...
백지혜:안 돼요. 그런 사람을 뒤쫒아가면 광철도 위험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안구를 다친 환자는 혼자 두면 안 되죠. (설교...)
들어가면 작은 매표소와 전시회 입구가 보입니다.
바닥에는 관람 동선이 화살표로 표시되어있습니다.
오광철:... 안구 다치면, 눈 가리고... 움직이지 말고. (.......) 피해자 할인은 없대? (말돌리기!)
백지혜:물어볼까요? (장난!) 성인 두 명 부탁드립니다.
매표소 직원: 네, 총 30000원 입니다.
오광철:저~기~요~ 이 사람이 백상식 10년 전 피해자인데요~ (지혜 쿡...)
백지혜:(오...오광철 입 막음) 우리애가 아직 어려서, 뭘 몰라서... (티켓 끊고 들어가요ㅠㅜ)
오광철:히하데. (진짠데...라는 뜻. 끌려간당.)
전시회는 총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있습니다.
존재의 입증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은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관람이 가능합니다.
또한 구역의 벽마다 그의 작품 지향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백지혜:...어디부터 둘러볼까요?
오광철:몰라. 관심 없어. 형이 보고 싶은 곳이나 가.
백지혜:으음, 그럼 차례대로 보죠. (눈치...) 재밌을지도 몰라요. (손 꼭 잡고 초기작 전시 부분으로 이동한다.)
:작품   손톱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오광철:(기분 나쁜 그림이다... 뭐가 그리 잘났길래 우리 형 눈을 파 버렸는지 봐야지. 부터 확인한다...)
:눈이 그려져있는 그림입니다. 극사실주의를 지향하는 그림으로, 눈의 홍채와 동공까지 표현되어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에 무언가가 비춰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59
판정결과:실패
백지혜:어쩐지... 시선을 뗄 수 없는 작품이군요.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72
판정결과:실패
:자세히 보다보니 동공에 어떤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좀 흐릿해서 모르겠어요.
오광철:(빤히...) 형. 내가 보기에 백상식은 소아성애자였던 거 같아.
백지혜:으흠, 칼럼계가 들썩일법한 소견이군요.
오광철:그렇지 않으면 여자아이를 보는 눈을 이렇게 확대해서 그려놨겠어. 소아성애자에 형살인자에 쓰레기다 쓰레기~ (백지혜 등 꾹꾹 밀며 다음 그림 손톱으로 이동한다. 빨리 보고 나가야지!)
백지혜:저 아직 안 죽었습니다~ (꾹꾹 밀려난다.)
:손톱이 그려져있는 그림입니다. 극사실주의를 지향하는 그림으로, 손톱의 흠집과 결까지 표현되어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작은 점으로 이뤄진 그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펜으로 점을 찍어 표현한 것 같습니다.
백지혜:...........심오하군요.
오광철:변태 같아...
갈래. 갈래. 다른 거 보고 집에 갈래.
백지혜:알겠어요. 천천히 가죠, 뛰면 다칩니다. (그럼 이어서 중기작으로...)
오광철:
듣기
기준치:20/10/4
굴림:87
판정결과:실패
사람들이 많네요.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립니다.
:자화상 1,2,3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오광철:...................... (보기 싫은데. 싫은 표정으로 자화상 1번 힐끔 바라본다........)
:강렬한 달필로 그려진 한 남성의 모습입니다. 남성은 민머리에 거울 속 자신을 마주보고 있습니다. 휴지 아랫부분에는 '나는 누구인가?' 로 적혀있습니다.
오광철:누구긴 소아성애자에 살인미수범인데다 대머리이기까지한 변태 자식이지~ (자화상 앞에서 메롱. 빨리 자화상 2 앞으로 이동한다...)
백지혜:(작가 이렇게 조롱해도 되나? 주변을 흘긋... 보다 따라 이동한다.)
:노트에 빨간 물감으로 그려진 사람의 형체와 줄글들입니다. 빽빽히 적혀있는 글들의 내용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나는 너로 인해 휘둘린다. 나는 바람처럼 흔들흔들 흔들린다. 나는 바람처럼 흔들흔들. 나는 너로 인해 흔들린다.'
오광철:... 소아성애자 살인미수범 대머리에 종이인간? (뭐 어때. 우린 피해자인데.) 형 어때? 나쁜 놈을 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백지혜:예술에 대한 견해가 짧아서...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작품을 빤히...) 그를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오광철:이왕이면 이해하지 못했으면 좋겠어. 난 형이 소아성애자 살인미수범 대머리 종이인간이 되지 않았으면 해... 아는 사람 만나면 피해 보상금 뜯어내고 맛있는 거 먹자~ (또 이동한다. 자화상 3 앞으로!)
백지혜:한 사람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그건 저도 사양이에요. (졸졸)
:아무렇게나 죽죽 그어댄 연필화입니다. 형체가 거의 흩어져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그린듯 하지만, 눈 코 입의 위치가 따로 놀고 있습니다. 특히 눈은 홍채와 속눈썹이 분리되어 그려져있습니다. 아래에 큰 글씨로 단어가 써져있습니다. '신'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1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순간적으로 분리되어있던 얼굴이 하나로 올바르게 맞춰집니다. 그 모습은 한 소녀의 얼굴입니다. 소녀의 얼굴은 기묘합니다. 한 명의 얼굴 같기도하고, 두 명의 얼굴 같기도 하고, 천 명의 얼굴 같기도 합니다. 소녀의 얼굴은 나이가 들어보였다가도, 또 어려보이기도 합니다. 탐사자는 급격하게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그림을 보면, 원래의 분리되어있는 얼굴 그림입니다.
SAN 0/1
오광철: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92
판정결과:실패
(눈 비비적......) 형, 나 이 그림 싫어. 갈래...
백지혜:아. 많이... 힘들어요? 조금 쉬었다 갈까요?
오광철:힘든 건 아닌데, 그냥 싫어. 기분 나빠. 형을 아프게 한 사람이 그린 그림 따위 알고 싶지 않아.
백지혜:음... 그럼 이렇게 하죠. 그림은 대충 보고 제 손을 잡고 있는 것에 의의를 둡시다. (개수작! 두 손 내민다.)
오광철:으응... (양손 잡고 느릿하게 발걸음 옮긴다...) 다음은 40대야? 그게 제일 싫어. 형 아프게 하기 직전이잖아.
백지혜:그렇네요... 처리는 싫다고 했지만, 저는 조금 궁금합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잖아요. (연행하며 말기작 구역으로...)
:무제 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오광철:(설명 뭐라는 거야?)
(................... 일단 무제를 보긴... 한다... 모르겠지만.)
:10cm 크기의 정사각형 나무판 위에 그린 그림들입니다. 각 나무판에 그림과 숫자가 그려져있고, 아래에는 날짜가 적혀져있습니다. 다른 그림과 다르게, 관람자들이 직접 짜맞춰 그림을 볼 수가 있습니다. 나무판은 번호로 불립니다.
오광철:(03 05 07 17 18 작은 숫자 순서로 둬본다......)
:머리 다음 몸통, 몸통 다음 발, 발 다음 목, 목 다음 다리인 기이한 그림이 완성되었다...
오광철:(음...? 03 17 05 18 07 순서로.............)
녹아내리고 있는 인체의 형태가 나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한 단어가 연결되어 나옵니다.
오광철:형. 나는 아무래도 예술이랑 안 맞는 거 같아. (머리 조각을 발밑으로 옮긴다.) 재미없어. 이상해.
백지혜:이건 저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군요. (퍼즐을 마구잡이로 분산시켜둔다...)
오광철:
듣기
기준치:20/10/4
굴림:83
판정결과:실패
백지혜:다음으로 갈까요?
오광철:응. 손 다시 잡아줘어. (내민당.) 그리고 형이 이해하려고 한 사람은 미친 거 같아. 하지 말자.
백지혜:음, 예술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미쳤다더니. (편견이다.) (두 손 잡곤 이동한다.)
:이동하기 전, 어떤 대화를 듣습니다.
"그거 알아? 이 그림을... 밤에... 후회하는 일이... ..."
"들었어. 심지어 미...볼 수 있다며? 그런데 깨기 전엔 항상... 암흑... 라더라."
:존재의 입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광철:(빤히..........) 예술에 대한 편견이 생길 거 같아.
:다른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구역 정 가운데에 혼자 놓여있습니다. 위에 조명이 이 작품을 비추고 있습니다. 두 개의 캔버스는 거대한 사람의 눈이 각각 그려져 있고 가운데 동공에는 거울이 박혀 서로를 마주보고 있습니다. 캔버스들에 그려진 두 눈은 마치 인쇄한 것 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한 그림으로 보입니다. 동공에 박힌 거울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어 마트료시카처럼 거울 안의 거울이, 거울 안의 또 거울이 비춰지고 있습니다.
백지혜는 이 그림에서 시선을 떼지 못 합니다.
그야 그림에 그려진 눈이 백지혜의 것과 똑 닮았는걸요.
당신도 그것을 눈치챕니다.
:SAN 0/1
오광철:
SAN Roll
기준치:74/37/14
굴림:94
판정결과:실패
... 계획범죄다.
백지혜:...
오광철:같은 백씨잖아. 평소에 원한 산 거 아니야? 왜 형을 노려?
백지혜:글쎄요. 추후 조사했을 땐 연관은 커녕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건... 우연일지.
오광철:나 형 눈 좋아해. 세상에 이런 눈 형밖에 없단 말이야. 이거랑 똑같은 눈인데 우연일 리가 없잖아. (...) 갈래. 나 이 사람 싫어. 이제 다 봤잖아아.
백지혜:(긴 침묵...) 그럴까요? 이제 다 보기도 했고, 죽은 사람은 만나볼 수 없을 테니까... (만나선 안 될 것도 같고...)
오광철:응. 갈래 갈래. 이제부터 형이 죽은 사람 만나겠다고 하면 바람피우는 거로 이해할 거야... (손잡고 전시관 밖으로 이끈다.)
출구 밖으로 나오면, 마지막 설명이 벽면에 적혀져있습니다.
백지혜:...죽은 사람 말고, 이 갤러리를 주최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도 바람에 해당될까요?
오광철:자기부터가 고정되어 존재하지 않고 저승으로 튀었는데 참 좋은 교훈 남겼네... (엇. 어. 음.......) 바람이야. 아마?
백지혜:(...진짜? 하는 눈)
오광철:바람 안 피나 감시할 거야... (손 잡는당. 하지만 주최자가 만나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백지혜:이 나이 먹고 같이 바람 피워줄 상대도 없어요. (볼에 쪽!) (그나저나 어디로 연락해야 하지... 인터넷 검색부터 해본다.)
문득 앞을 보며 걷다, 한 기이한 존재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흔들리듯 걸어가는 여자아이는 분명히 곁에 지나가는 행인과 부딪힐만큼 가까이 붙어있는데도 물 흐르듯 인파들을 지나갑니다.
물에 젖은 종이처럼, 잠자리의 날개처럼 투명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소녀는 앞으로 걷다가 뒷걸음치다가 그대로 멈춰섭니다.
그러고는 당신의 시선을 예상하듯 뒤를 돌아봅니다.
마주친 그 소녀의 눈이… 백지혜와 매우 닮았습니다.
오광철:바람 피워줄 상대가 없긴 왜 없어. 아직 형도 30대인데... 엇. (아이랑 지혜 번갈아 바라본다. 어, 엇. 어...) 형 애야?
주위를 둘러보자 이곳은 익숙하되 익숙하지 않습니다.
아까까지 당신이 서있었던 갤러리 건물이 아닌 오래된 낡은 건물에는 분명히 없었던 행인들이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백지혜는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을 살펴보면 10년전에 자신이 입던 옷입니다.
순간 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갑니다.
마치 이건... 과거로 돌아간 듯합니다.
:. SAN 1/1d4
오광철:
SAN Roll
기준치:73/36/14
굴림:98
판정결과:실패
2
놀랄 새도 없이 바로 기이함을 느낍니다.
그 이유는 눈 앞에 서있는 소녀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눈에 눈을 뗄 수도 없이 가위에 눌린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장하라:잃어버린 것은 여기에 없어.
오광철:... (엇. 형 닮았다... 아이 손잡고 시선 맞춰준다.) 뭐가 없어? 혹시 부모님은?
장하라:눈.
...부모님도 없어. 후원인이라면 있는데... (가만히 시선을 맞추다 발로 땅을 콕콕...)
오광철:눈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잠시 멍하니 얼굴만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 이미 10년 전에 잃어버려서 찾지도 못해.
후원인 올 때까지 오빠. (음...) 아저씨가 곁에 있어줘도 돼?
장하라:괜찮아. 있지 (...) 오빠. 여기는 유리에 금이 간 장소야. 당신들은 유리 위에 서있어. 눈치채기엔 이미 늦었지만.
과거의 도서관으로 찾아와. 자그마한 힌트를 줬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당신은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옵니다.
이곳은 맑은 눈 갤러리, 옆에는 백지혜가 서 있습니다.
백지혜:...광철아? 괜찮습니까? 아까부터 멍하니... (이마에 손을 짚는다.) 정말 어디 안 좋은 건가요?
아까는 대체…
오광철:형 나에게 숨기는 거 없어? 난 형에게 딸이 있어도 내 자식처럼 키울 수 있어. (귀여웠지~)
백지혜:...갑,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없습니다. 진짜로. (이마에 두 손 올림...)
오광철:진짜 없어? 형이랑 똑같이 생긴 아이를 봤는데. 혹시라도 한 명 생겼을지도 모르잖아. (올려진 손에 이마 부빈다.) 작고 귀여워. 부모는 없고 후원인만 있다는 게 아마 형이 모르는 자식일 거 같아. 나보고 과거의 도서관으로 찾아오래.
백지혜:저랑 똑같이 생긴 아이를요... (어라, 혹시 저 애인가? 아까부터 우리를 빤히 보는... 앞을 지긋 바라보다 오광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정리해준다.) 그런 일 없습니다. ............................아마.
그때 저 멀리서 한 중년 남성이 뛰어오며 여자아이를 붙잡습니다.
장순원: 하라야!
장하라:...
오광철:어. 형, 저기 봐봐. 형이랑 똑같지. 귀엽지. 우리 딸인 거 같아. (아이 있는 방향 손으로 가리킨다...) 나 갈래. 인사할래. 우리가 도와주겠다고 하자.
백지혜:아니,그게 무슨 소립니깟 (당황...) 좀... 좀 많이 닮은 것도 같지만, 그럴 리 없다니까요. (소곤) 장 씨잖아요...
장순원: 말도 없이 가면 어떡해, 찾았잖아... (하라와 오광철, 백지혜를 번갈아 보고는...)
장하라:(오광철 손가락질) 이 오빠가 나랑 놀아주고 있었어.
장순원: 아...! 이거, 우리 하라가 신세를 진 것 같군요...
오광철:응. 내가 놀아주고 있었어. 우리 형 딸이야. (어느새 지혜 버리고 하라 곁에...)
백지혜:(어이없음)
오광철:(귀여워~)
장순원: 예? 아, 하하. 우리 하라의 부모님들은... 아무튼, 감사합니다. 나중에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죠.
오광철:아까 하라가 부모님 없고 후원인만 있다고 했단 말이야. 이렇게 똑같이 생겼는데 형 딸이 아닌 게 이상하잖아.
백지혜:머...멋대로 과거 더러운 남자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속닥.........................)
(숨을 고르곤 그 앞으로 다가간다.) 처음 뵙겠습니다. 맑은 눈 갤러리 장이신 장순원 씨시죠?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민다.)
오광철:뭐 어때. 더러운 남자끼리 만난 건데... (그리고 더러운 형이라도 좋아~)
... 응? 이 사람이 대장이야?
장순원: 아, 반갑습니다. (악수를 받곤 명함을 꺼내보인다.) 그런데, 저희가 지금 좀 바빠서. 나중에 이 연락처로 연락 주시겠어요?
백지혜:아... (명함을... 오광철 손에 들려줌)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연락하겠습니다. 백상식 씨에 관한 얘기도 좀 나누고 싶어서요...
오광철:(명함 만지작...) 나중에 언제? 정확하게 되는 시간 말해.
장순원: ...! 그건,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닌 듯 하군요. 제가 추후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내일, 맑은 눈 건물로 와주십쇼.
장하라:... (손 흔들)
그렇게 두 사람은인파 속으로 걸어들어갑니다...
오광철:우리 내일 여기 또 와야 해? (먼데......) 방 잡자~
백지혜:(먼가?) 그럴까요? 그럼 우선 오늘은... 마저 데이트 하러 갑시다. 가고 싶은 곳 있어요?
오광철:(지하철에 앉아있는 거 지루해~ 싫어~) 명동에 뭐 있지. 음~ 으음... (곰곰.) 그냥 같이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좋은데. 맛있는 거 조금 먹고 푹 쉬고 늦잠도 자고...
백지혜:그럼 우선 나가서... 좀 걷죠. (손을 깍지 껴 잡는다.) 여기 더 있기 싫어했잖아요.
오광철:응. 여기만 아니면 어디라도 좋을 거 같아. (잡지 않은 손으론 백지혜 팔에 팔짱 낀다. 아 맞다...) 하라가 도서관으로 오라고 했는데 근처에 아는 도서관 있어?
백지혜:(머리 맞대어 기대다가 눈 깜빡인다.) 도서관? 음... 아, 생각해보니 이 근처에 도서관이 하나 있었습니다. 최근 가까운 곳으로 이전했다더군요. 거기라도 가볼까요?
오광철:응 좋아아. 지도 켜줘. 위치 알려줘~ 나 두 팔 다 형에게 쓰고 있어서 못 봐~ (찰딱...) 형은 도서관 가면 아까 보던 이상한 책 마저 볼 거야?
백지혜:귀여운 사람! (다시 볼에 쪽! 한 뒤 네이버 지도 앱 켠다...) 이제 남은 시간은 데이트 하기로 했으니, 우리처리 옆에 붙어있을 겁니다.
오광철:좋아하는 형에게만 귀여운 거니까 많이 봐둬~ (어깨너머로 지도 앱 같이 본다. 예상 시간만 확인하고 다시 온 관심 지혜에게로!) 그럼 도서관으로 가는 의미가 없는 거 아냐? 차라리 근처 카페는 어때?
백지혜:거기서 만나기로 하셨다면서요. 진짜 제 달은 아니지만... 약속은 지키셔야죠. (지도 앱 보고... 걸어간다. 소요 시간 20분!)
구에서 지은 공립 도서관입니다.
회원정보 등록을 해야 각종 자료 열람 등이 가능합니다.
1층은 넓은 열람실과 휴게실, 회의실이며 2층은 자료실입니다.
들어가면 1층 안내데스크에서 직원의 안내를 해오는군요.
안내데스크 직원: 좋은 오후입니다. 도서관을 이용하실 건가요?
오광철:(고개만 끄덕이고 주변에 하라가 있는지 두리번...)
주변에 하라같은 여자아이는 없는듯 합니다.
안내데스크 직원: 네, 그럼 회원 등록을 위해 생년월일, 성별, 이름을 말씀해 주세요.
오광철:회원가입 여기 주민 아니어도 돼?
안냐데스크 직원: 네, 가능합니다!
오광철:오광철, 2001년 12월... 형 나 생일 며칠이야?
백지혜:12월 17일이요.
오광철:응 그렇대. 그리고 남성.
안내데스크 직원: 네, 오광철 님...
백지혜:백지혜, 1996년 1월 1일 남성입니다.
안내데스크 직원: 백지혜 님... 아, 이미 회원 정보가 있으시네요. 혹시 이전되기 전 도서관에 등록해두셨나요?
오광철:형 여기 와봤어?
백지혜:으음, 그랬던 것도 같군요... (한창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인가...)
오광철:데이트로 왔던 건 아니지?
백지혜:도서관에서 데이트 할 순 없죠. (입 톡톡.) 털어야 하는데.
안내데스크 직원: 저희 도서관은 3년 전에 이전했습니다. 이전 도서관 자리는 10년 넘게 있던 곳이라, 낙후 시설이었거든요. 그 자리엔 지금 영화관이 세워져 있다고 해요.
이전 정보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신원 확인 대기시간 없이 도서관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열람실에는 음료와 간식 출입이 금지되어있으니 음식 섭취는 휴게실에서 해주길 바라며, 도서 대여는 한 명당 최대 3권까지 가능합니다.
오광철:털어야 하는데, 나랑은 데이트로 여기 온 거야? 으음~. 내가 직접 막아줘야지 그럼. (소근.)
......... 엇. 난 그럼 못 들어가? 신원 확인 못 해서?
안내데스크 직원: 아, 아니요. 한 분만 이용증이 있어도 가능하세요. 오광철 님의 것도 만드는 데 얼마 안 걸립니다.
오광철:그럼 내 거 나올 때까지 휴게실에서 조금만 기다릴래. 만나기로 한 사람도 아직인 거 같고~
안내데스크 직원: 알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백지혜:정말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요? (처리 데리고 휴게실로~)
오광철:과거의 도서관으로 찾아오면 힌트가 있다고 했는데... (휴게실 소파 있을까? 누울래!)
소파 자리 있는지 판정하자
오광철:
기준치:65/32/13
굴림:97
판정결과:실패
다 찼당...
오광철:형 무릎 빌려주라. (콕콕.)
백지혜:(주변 둘러보다가... 2인 좌석에 앉아 허벅지 톡톡!)
오광철:(지혜랑 마주보는 자세로 무릎 위에 올라탄다...)
백지혜:앗... (부...부끄러워 하다가 안음...) 그런데, 과거의 도서관이라... 그런 거라면 영화관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닐까요?
오광철:(껴안고 어깨 위에 턱 기댄다.) 그런가아... 출입증 나오면 안에 조금만 둘러본 뒤 영화 보러 갈래? 이왕이면 잠자기 좋은 영화로. (안고 있으니 따뜻해서 졸려...)
백지혜:(쓰담 쓰담...) 그러도록 해요. 요즘 나온 영화가 뭐가 있는지 찾아봐야 겠습니다.
오광철:(길게 하품 한 번 한 뒤 자세를 고친다. 마주 보는 자세에서 옆으로 기대앉아 같이 휴대폰 화면을 볼 수 있는 자세로...) 재미있는 거 있으면 좋겠다. (잘 거지만.)
때마침 회원증 발권이 완료됐다고 안내음이 들려옵니다.
백지혜:(영화 3개 정도 추려놓고 오광철 볼을 문질문질...) 보면 잘 것 같은 것들로 골라놨습니다. 회원증 다 나왔다고 하는데, 좀 더 누워있을래요? 아니면 둘러볼까요?
오광철:으음... 응. (눈 감고 손길 느끼며 잠시 졸다가 정신을 차리곤 영화 리스트 확인한다.) ... 나 가운데 볼래. 잠 깼어. 도서관 안쪽 조금만 둘러보다가 바로 출발하자. (벌떡!)
백지혜:('테이크 마이 브레쓰'... 예매! 일어난 오광철의 옷 매무새를 다듬어주곤 뒤따라 일어난다. 따뜻했었는데, 조금 아쉬운 거 같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열람 가능한 도서 목록 - 정확한 책의 이름 또는 키워드를 언급하면 열람 가능합니다.
백지혜:무슨 책 읽을 건가요? (소곤소곤)
오광철:('사기의 정석' 검색한다...)
백지혜:(그런 건 없어.)
오광철:............ ('사기의 세계')
오광철:(https://www.yes24.com/Product/Goods/90959787)
있는데?
백지혜:아 왜
10년 후라 절판됨
오광철:(ㅠㅠ)
도서관 구리네... (다음 키워드... '랩신랩왕')
백지혜:(ㅋㅋ)
오광철:(와~ 찾아야지~)
:랩신랩왕이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813정12
랩신랩왕 캐릭터들이 모에네코메이드저지복을 입고 평범한 여고생인 나에게 성가시게 구는 동인지이다... 134P
오광철:여기 형 있다.
백지혜:어디어디?
...(덮음)
오광철:왜 덮어? 고양이메이드 형이 모르는 여고생을 성가시게 굴고 있었는데.
백지혜:저런 건 정서에 안 좋습니다.
오광철:나도 다 컸어.
백지혜:오늘 저녁에 만두 먹을 어린이 손~
오광철:저요~ (손!)
백지혜:(바보)(쓰담쓰담)
오광철:나 갈비만두 먹을래~
백지혜:두 개 사드리겠습니다!
오광철:오늘 기분 안 좋아서 세 개 먹을래~
백지혜:(기분 안 좋으면 갈비만두 3개구나.) 기분이다 세개!
오광철:만두 세 개 먹고 형이 안아주면 오늘 기분 나빴던 거 전부 풀릴 거야. (마지막? 으로 '백지혜' 검색하기...)
백지혜:몇년 전에 냈던 자서전이군요.
오광철: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냈어? 나 살래.
백지혜:집에 있을 겁니다. 어디에 뒀더라...
오광철:책 사 오면 사인해줘?
백지혜:연락처도 적어드리죠.
오광철:그럼 좋아하는 작가의 친필 사인본 갖게 한 권 살래.
백지혜:나중에 서점 가면 있나 찾아봐요. (없을 거 같은데...) 아니면, 저한테 사시겠습니까?
오광철:형에게 사면 좀 더 싸게 팔아?
백지혜:2만원. (원가 18800원)
오광철:뽀뽀 한 번이면 얼마나 할인해 줄 수 있어?
백지혜:한 번에 천 원 깎아드릴게요.
오광철:한 번 자주면?
백지혜:... (주변 슥 둘러보다가 오광철 입 막음) 공공장소에서 그러면 못 씁니다.
...............공짜!
오광철:(손바닥 핥짝...) 부부끼리 이런 말 하는 게 왜? 형에게만 들리게 작게 말했는데.
자고 안아준 뒤 뽀뽀도 10번 해줄게. 사인한 책에 사랑한다고도 적어줘~
백지혜:부부니까 더 건전한... 사랑이 있는 생활을 지향해야죠. (제 손바닥을 빤히 바라보다 그 위로 쪽... 한 후 아무렇지 않게 닦는다.)
하지만, 이미 책에 적혀있을 겁니다.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준 당신을 사랑한다고요.
오광철:사랑에 추가로 금전적 이득도 취하는 건데... 안 돼? 형도 먼저 공짜로 해주겠다고 했으면서. (입술 위에 짧게 붙었다 떨어진다.) 건전하지 않은 사랑은 싫어?
으음~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나에게만 해주는 게 중요한 건데. 형 공유하기 싫은데.
백지혜:제 소중한 고객님께서 꼭 원하시는 것 같으니 타협해 드린 겁니다. 게다가 다 해 놓고 돈 받기도 조금, (입술이 맞닿자 말이 끊긴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입 맞추고 떨어진다.) 싫을리가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처리만 사랑하겠다고 한 건데도요?
오광철:타협해 준 건 고마운데, 형이랑 하는 거면 오히려 내가 뭔가 더 줘야 할 거 같으니까 신경 안 쓰고 돈 받아 가도 돼. 형이랑 같이 있으면 나 기분 좋아. 행복해.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듯 짧게 소리 내 웃으며 고개를 물린다.)
응. 부족해~ 나 욕심쟁이라서 나한테 해주는 말도 따로 필요해. 아무리 나만 사랑하겠다 하는 말이라도 형 입에서 나오는 사랑이란 단어를 다른 사람이 듣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지막은 반쯤 농담.)
백지혜:그렇다니 다행입니다. 광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서. 기분 좋게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이번엔 자신이 먼저 품 안에 고개를 묻고 살살 부빈다. 그러길 잠시, 다시 고개를 들어 만족스레 웃는다.)
욕심쟁이! 어쩔 수 없군요. 질리도록 들려드리겠습니다. (두 볼을 손으로 감싸고 장난스레 꾹 눌러본다.)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여기서 이런 대화를 마저 하긴 그렇군요. 장소를 옮길까요?
오광철:행복하거나 기분 좋은 게 다가 아니라 매일매일을 기대하게 만들고, 살아서 다행이라고 만들고... (끌어안은 뒤 좋아하는 점들을 순서대로 나열한다.)
욕심쟁이 맞아. 형이 이렇게 키운 거니까 책임져야 해. 할 수 있지? (뺨이 눌리며 입술을 쭉 내민 얼굴이 된다. 그 상태로 입 뻐끔거리며 어눌한 발음으로 '나도 사랑해'라는 말을 만들어낸다.)
... 아 맞다. (여기 도서관.) 응~ 다른 곳 가자~ 영화 보자~ 영화 다 보면 남겨놓은 것도 찾고, 방도 잡아서 갈비만두 세 개 먹은 뒤 여기서 하루 자고~
한 유명 프랜차이즈 영화관입니다.
여러 영화가 걸려있습니다.
백지혜:(예매해둔 표를 발권해 돌아온다.) 이 영화, 생각보다 인기가 많은 모양이에요.
오광철:의외다. (제목만 봤을 땐 재미 없을 거 같았는데.) 줄거리 뭐야?
백지혜:폭풍우 치는 날 만난 두 사람이... 악연이 되어 깊게 빠져드는 내용이랍니다. 내용이 자극적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나 봅니다.
오광철:으응~ 제목만 봤을 땐 중년 노부부의 마지막 이야기, 뭐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우리 형 젊은 사람이 좋아하는 거 많이 해야 해. 그래야 늦게 늙어. (뺨 문질문질... 그리곤 팝콘 매대로 이끈다.)
백지혜:젊은 노부부면 숨을 가져가선 안 되지 않을까요? (익숙하게 얼굴을 내어주곤 눈을 감는다. 이어 팝콘 매대에 다다르자 가늘게 뜬 눈으로 오광철을 본다.) 또 저녁 조금 먹으려고...
스낵바 직원: 어서오세요, 뭘로 드릴까요?
오광철:내 마지막 숨까지 함께 하라는 건 줄 알고. 형이 할아버지 노래 들어서 오해한 거야. 형 탓이야~ (시선 피한다... 그리고 카라멜 팝콘 가리킨다.) 하나 사서 나눠먹으면 돼. 그럼 저녁 먹을 수 있어. 만두 먹을 수 있어.
백지혜:그건 로맨틱 하군요. 가사만 보면 요즘 나오는 노래들보다 훨 좋은데... (궁시렁.) 아, 그리고 물도 하나 주십쇼.
스낵바 직원: 네, 13500원 입니다~
카라멜 팝콘과 물병을 받아듭니다.
이제 영화 보러 갈까요?
오광철:(영화 보자~)
:테이크 마이 브레쓰
비 내리는 폭풍우 바닷가 앞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만나 스쳐지나가듯 헤어졌으나, 결국은 지독한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바닥으로 치닫습니다. 한 번 얽힌 손아귀는 결코 풀리지 않고, 퇴색하여 뼈끼리 얽혀버립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들은 깨닫습니다. 주위가 전부 휩쓸려간 그 끝에도 서로가 있어 서로가 존재함을. 결국 그 마지막에서 둘은 다시 바닷가 앞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영화는 끝납니다.
백지혜:여운이 깊은 영화군요.
오광철:... 응? 으음. 응. (졸았당.) 다음 주말엔 바다갈래?
백지혜:(졸았군.) 그럴까요? 많이 추울테니 슬슬 겨울 옷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오광철:겨울옷... 올해 겨울엔 패딩 말고 코트에 도전해볼까? 나도 형처럼 멋진 거 입어볼래. 바다 갈 때 그거 입을래~
백지혜:별일이네요. (편하면 장땡이던 사람이!) 코트만 입으면 많이 추우니까 여러 옷을 겹쳐 입어야 합니다. 그리고 목도리도 잊지 말고요.
백지혜의 연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광철:
듣기
기준치:20/10/4
굴림:27
판정결과:실패
영화관 직원 1: "그럼 수면클리닉 같은 곳에 가서 상담해보는게 좋지 않아?"
영화관 직원 2: "글쎄... 그런데 확실한 건, 옆 교회 터가 안 좋긴 한 것 같아. 그 왜, 예전에 보육원이 있었는데 화재로 많이 죽었대. 하긴 여기 주위 전부 많이 변하긴 했지. 여기도 원래 도서관이었다나."
백지혜:...그럼 내일은 쇼핑하러 갈까요?
오광철:아... 갑자기 도전하기 싫어지는 거 같아. (쇼핑은 할 거지만!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며 고개 끄덕인다.) 영화관 잠 잘 오던데...
갑자기 짜릿한 감각이 당신을 덮칩니다.
마치 온 몸에 강한 전기가 통하는 느낌입니다.
타버릴 듯한 고통에 뇌도 날아갈 것 같은 감각이 울렁거립니다.
그러나 아픔도 잠시,다시 눈을 뜨면...
이 곳은 영화관이 아닙니다.
도서관입니다.
...옆의 백지혜는 보이지 않습니다.
도서관은 조용하고 시간은 한적한 오후입니다.
데스크 앞 직원은 꾸벅꾸벅 졸고 있어 조용히 들어가 책을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오광철:(들어가서 책 살핀다... 나의 공포부터...)
오광철:(장순원, 장순원...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 거 같은데? 책장 팔랑거리다가 이진법도 펼쳐본다.)
그렇게 책을 읽고 있는 당신 옆에,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의 장하라가 다가옵니다.
투명한 필름, 살얼음과 같은 그녀는 웃으며 걸어옵니다.
마치 그 자리에 있으나, 있지 않은 것 같은 그녀는 여전히 나이가 몇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가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윽고 그녀가 점점 불투명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마치, 여러 장의 기름 종이를 덧대 겹친 것처럼 장하라는 점점 진해집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어째서인지 백지혜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장하라:이제 여기에 왔구나. 나는 당신에게 길을 알려주기 위해 왔어.
오광철:응? 무슨 길? (책 내려놓고 다시 앞으로 쫄쫄... 시야 맞춰준다.)
장하라:(빠안...) 나와 거래를 하자. 나를 얽매이게 해줘.
이제 이 세상은 곧 끝을 맞이할 거야. 0과 1이 아닌, NULL 그 자체를.
그러니 백지혜를 붙잡아줘.
오광철:(고개 기울인다...) 형은 이미 내가 꽉 붙잡고 있으니 됐고, 너는 어떻게? 우리 딸 할래?
장하라:저기, 세계가 멸망한다니까.
나는... 파란 관측자의 신녀야.내가 워내서 그러헤 된 건 아니지만... 그리고 백지혜는 그들에게 붙잡혀있어. 육체적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그도 나도 스스로는 설 수 없어.
하지만 너는 달라. 우릴 구할 수 있는 것은 당신 뿐.
오광철:형이랑 멸망할 때까지 같이 있는 것도 낭만적이라 좋은데. (오하라, 백하라. 뭐가 더 어울릴까 고민이나 하다가 이어진 말에 고개 퍼뜩 든다.) 형이 정신적으로 붙잡혔다고? 누구에게? 우리 형 바람피워? 어떻게 구해?
장하라:(이 사람 바보다) ...당신은 이제부터 관측 될 거야. '관측'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정시킨다는 것. 부정 不 定 의 상태인 당신을 한 시간대에 고정시킨다는 것.
백지혜의 빼앗긴 눈은 관측 할 수 있어.바로 그가 당신을 관측 할 거야, 본능적으로. 너무 많이 관측하면 부담이 가겠지만.
이곳이 과거인 건 알겠지? '관측' 된 상태에서 과거를 바꾼다고 하여도, 이 우주는 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이 과거를 바꾼다면, 달라진 또 하나의 우주가 생겨날 거야. 분명히 변한 우주는 존재하게 돼.
과거를 바꿔서, 세계가 사라지지 않도록 해줘.
오광철:(눈 깜빡...) 이해하기 쉽게 말해줘어.
장하라:...과거로 가서 착한 일 해줄래?
오광철:응. 할게.
장하라:음, 10년 후의 백지혜가 당신을 보네. 당신을 원래대로 돌리고 싶어하는거겠지. 자,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최대한 끝이 오기 전까지 이 일의 근원을 찾아. 어디서부터 그들이 손을 뻗었는지 알아내는거야. 그리고 과거로 '관측' 되고 싶다면 백지혜에게 말하면 돼. '10년전의 너는 뭘 보고 있었니?' 라고.
이 다음엔 과거의 보육원으로 가는 게 좋겠다.
...다시 눈을 뜨면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백지혜:...광철? 어딘가 불편한 건가요? (눈 앞에서 손을 휘적.)
오광철:... 형, 나 착한 일 해야 해.
백지혜:크리스마스를 위해서?
오광철:(고개 젓는다.) 착한 일 안 해도 선물 줄 거잖아. 생일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새해 선물 3주 연속으로.
음. 내가 착한 일을 하면 세상이 사라지지 않는대. (일단 테스트해볼까?) 형 10년 전에 뭐 봤어?
백지혜:저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받고 싶은 건가 했죠. (멀뚱...) 세상이?
예? 10년 전이라면...
이곳은 前 도서관 입니다.
오광철:(착한 일... 책들 순서대로 정리한당.)
책이... 정리됐다.
오광철:(이상태로 보육원까지 갈 수 있나?)
오... 네이버 지도 앱 켜서 갈까요?
오광철:(가자!)
새싹 보육원이라고 써져있는 건물입니다.
낮고 작지만 밖에는 파스텔톤으로 귀여운 동물과 그림들이 그려져있습니다.
펜스 너머로 건물 옆에 작게 만들어진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오광철:(아이들에게 손 흔든다~)
선생님: 어머, 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오기로 하신 봉사자 분이신가요?
오광철:엇. (...) 아마도? 나일걸? 아마.
선생님: 어서오세요!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자, 그럼 안으로 들어오세요.
오광철:그러게. 나도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어. (들어가며 보육원 내부 두리번거린다...)
안으로 들어가면 뛰어노는 아이들을 자세히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눈에 띄는 아이를 발견합니다.
선생님: 아, 그렇지. 하나야, 하리는 어디갔니?
그 소리에 한 여자아이가 고개를 들어 뒤돌아봅니다.
작은 여자아이는 분명히 투명한 느낌은 가지지 않았습니다.
잠자리 날개와도 같이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도 없습니다.
하지만 얼굴만은 장하라와 완벽히 똑같이 생겼습니다.
선생님의 부름에, 아이는 깡총 깡총 다가와 말합니다.
선생님: 그렇구나. 나중에 선생님을 보러 와주렴.
오광철:쟤 이름 하나야? 하라가 아니라?
선생님: 아, 네. 이 애들은 쌍둥이에요. 하나와 하리. 어찌 똑같은지 선생님들도 처음에는 구별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니까요? 하지만 역시 쌍둥이인지라, 서로는 서로를 찰떡같이 찾아내요. 마치 자석이나 원래부터 한 사람이었던 것 처럼.
오광철:(형이랑 똑같이 생긴 애들이 둘! 기분 좋아졌다.) 나 쟤네 구분할 수 있을 거 같아. 다른 한 명은 좀 더 흐릿해. 선생님은 바보~ (콧노래 부르며 하나에게 다가간다.)
선생님: 네,,,네?
하나: ...오빠 누구에요?
오광철:나 봉사하러 온 아저씨래. 그리고 하라랑 아는 사이. (브이~)
하나: 하라? (고개를 기울인다.) 하라가 누구에요? 혹시 하리를 말하는 거에요?
오광철:난 하라라고 들었는데. (같이 고개 기울인다.) 그럼 하나랑 하리를 합쳐서 하라인가? 하나는 10년 뒤에 뭐 하고 싶어?
하나: 하하, 오빠 재밌다! 하나랑 하리는 커서 미용하고 싶어요. 10년 뒤면 하나가 어른 일 때 맞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건물에 화재 경보가 울립니다.
선생님:아, 또 이러네. 죄송해요. 어떤 아이가 실수로 울린 모양이에요.
오광철:실수인지 내가 보고 올 테니까 애들 데리고 밖에 있어. 혹시 모르잖아. (공기 냄새 맡아본다. 타는 냄새가 날까?)
선생님: 원래는 바로 119에 연락이 가서 오게 되어있는데, 고장이 났는지 연락이 가지 않는 모양이에요. 예산이 부족해서... 한참 뒤에나 고칠 수 있겠네요.
타는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정말 오작동인가봐요.
오광철:(진짜?)
오광철:(그래도 안에 있는 애들 다 밖으로 데리고 나올래.)
오광철과 아이들을 찍습니다...
문득, 서늘한 바람이 느껴져 운동장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립니다.
그러자 조용히, 사라질 것 같이 하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있습니다.
하나와 똑같은 얼굴이지만, 전혀 가늠되지 않는 그녀는 말없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만치서, 똑닮은 얼굴의 아이가 한명 더 달려옵니다.
그리고 쌍둥이들이 서로를 바라볼 때, 동시에 장하라 또한 당신을 바라봅니다.
눈이 마주쳤다고 느낀 순간 ㅡ
깜빡.
...이곳은 교회 입니다.
오광철:엇................. (영화관으로 돌아가야 하나?)
안 그래도 전화가 울리네요.
수신인은 백지혜 입니다.
오광철:(받는당...) 형 나 데리러 와.
수화기 너머 백지혜: 광철?! 지금 어딥니까?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잖아요!
오광철:나 갑자기 사라졌어? 그렇게 되는구나아. (무작정 한 방향으로 걷는다. 교회는 남자 둘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가 아니니까! 걸으며 주변에 보인 간판 아무거나 읽는다.) ...라는데 알아?
웅장한 크기의 교회입니다.
근방에서 제일 큰 건물인 듯 싶습니다.
보자마자 돈을 얼마나 바른 것인지 감이 안올 정도로 휘황찬란한 건물의 교회는 외벽에 한 슬로건을 걸어놓았습니다.
건물 앞에는 한 비석이 놓여있습니다.
비석에는 '후원자, 최환희' 라고 써져있습니다.
수화기 너머 백지혜: ..아, 이 근방의 교회네요. 왜 거기가지 간 겁니까? 아무튼, 기다리고 있어요. 어디 가지 말고!
오광철:응~ 최환희 씨 앞에 있을게~ (비석 옆에 털썩 앉는다.)
수화기 너머 백지혜: 그게 누구...?
15분 후, 백지혜가 멀리서 뛰어옵니다.
백지혜:헉.... 걱정...했잖아요...!
오광철:형이다아~ (손 흔든다.) 나 산책 혼자서 잘 했지. 이제 다시 놀자. 저녁 먹자~
백지혜:다음부턴 말 하고 가세요. (숨을 몰아쉰다...)
오광철:하지만 옆에 형이 없었단 말이야아. (아무튼 테스트 끝! 자리에서 일어나 지혜 허리 끌어안는다.) 저녁 어디로 갈 거야?
자리를 뜨려는 찰나, 저 멀리서 교회 사람이 하나 다가옵니다.
신도:안녕하세요. 저는 이 교회의 '신도' 입니다. (두 사람을 슥... 훑어보다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중 백지혜의 팔을 붙든다.) 귀하신 분이시여. 당신이 오셨다는 것은 곧 그 때가 온다는 것일겁니다. 내가 나로 인해 나만 존재하는 그 때가!
백지혜:...예?
오광철:... 형 언제 사이비 만들었어?
신도: 아아! 어서 들어가시죠.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나이다.
백지혜:왜, 왜 이러십니까...
오광철:형 얘 버리고 갈래? 이상한 사람인 거 같아.
그 순간, 갑자기 신도의 두 눈이 번쩍 뜨이더니 무엇인가를 본 것 마냥 덜덜 몸을 떱니다.
그러고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바닥에 무릎 꿇습니다.
이윽고 발작을 일으키더니 입에 거품을 뭅니다.
오광철:
듣기
기준치:20/10/4
굴림:41
판정결과:실패
그러더니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백지혜:...이상한 사람, 이군요... (팔털어냄...)
오광철:이 동네는 이런 사람뿐인가? (다시 지혜 허리에 매달린다...) 어디 갈래? 뭐 할래? 이상한 사람 만나서 기분 별로야. 기분 풀어줘~
백지혜:음.. 일정이 다 끝났다면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제가 제일 맛있는 갈비 만두 집을 찾아뒀습니다. (몸을 붙잡아 위로 올리곤 시선을 맞춘다.)
두 사람은 갈비 만두를 먹고 잠도 쿨쿨하고 잡니다.
두 사람이 맑은 눈 건물 앞으로 가면 검은 상복 차림새의 사람들이 나와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과 백지혜 건물 안으로 안내합니다.
건물의 제일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면 단 하나의 복도와 단 하나의 문이 보입니다.
상복을 입은 사람들은 '저 안으로 들어가라' 라고 말합니다.
오광철:(자기가 뭔데 명령이지? 3분 정도 반항하다 들어간당.)
방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원탁과 수없이 늘어져있는 의자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의자에 앉은 장순원이 보입니다.
장순원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반깁니다.
장순원: 어서들 오세요. 좋은 곳에서 대접해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말입니다. 약소하게나마 차려보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원탁 위에는 식사가 아닌, 원통형 용기에 담겨진 눈알만이 남겨져 있습니다.
당신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분명히 몸과 분리된지 10년은 지났을 터인데, 눈알은 계속해서 근육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입니다.
용액 속에서 눈 雪 처럼 부유하면서요.
:SAN 1/1d3.
오광철:
SAN Roll
기준치:71/35/14
굴림:3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백지혜가 눈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지릅니다.
오광철:왜 너희가 그걸 가지고 있어? 돌려줘.
반발하려는 찰나,
다시 몸에 전류가 통하는 느낌이 치솟습니다.
몸이 마비되듯 옆구리부터 굳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몸이 놀랐는지 움직이지 않고 정신도 점차 흐려져갑니다.
감겨져가는 눈 사이로 쓰러진 백지혜가 보입니다.
그리고 저 멀리 장순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장순원: 그래, 이제 장하라와 이 사람 두 명을 처리하면 되겠군. 드디어... 신이 눈을 감고 우리는 때에 다다른다.
다시 눈을 뜨면, 지하실에 묶여 쓰러져있습니다.
몸을 일으키는 것도 힘겹습니다.
:HP-3
지하실 안은 전등 하나만 켜져 있어 어둡고 축축합니다.
…우선 줄을 풀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오광철:(주변 둘러본다... 지혜가 있는지도.)
백지혜는 보이지 않지만...
근처에 깨진 대리석 조각이 있습니다.
저걸 사용하면 될 거 같아요.
오광철:(대리석 조각까지 다가간다. 지금 묶인 건 팔다리만? 아니면 전신이 꽁꽁?)
팔 다리만!
오광철:(그럼 다리부터 줄을 끊어내고 이어 팔까지~)
성공적으로 줄을 잘라냅니다.
지하실 안은 생각보다 넓고, 창고로 쓰이는지 이리저리 여러 잡동사니들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박스가 하나 있습니다.
오광철:(박스 열어본다!)
지하실 아래에 방치되어있는 박스입니다. 언뜻봐도 미술과 관련되어있는 물품들이 들어있는 박스입니다. 방치된지 오래되어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습니다. 박스 안을 뒤져보면 가죽수첩 하나 편지 하나가 들어있습니다.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아트나이프 하나를 더 발견합니다.
오광철:(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트 나이프부터 무기 용으로 챙긴다. 이어 수첩쪽으로.)
종이를 자를 때 사용하는 아트 나이프입니다. 손잡이 부분에 글자와 제라늄 문양이 각인되어있습니다.
-백상식 신자의 멋진 작품 활동을 위해, 명동교회 남현수-
아이디어 스케치나 작업 과정을 기록해둔 가죽수첩입니다. 종이는 오래되어 노란색으로 변색되었고, 끝부분이 삭아있지만 휘갈겨있는 글은 읽을 수 있습니다.
:신문기사가 스크랩되어있습니다. [일가족 교통사고로 전원 사망] [수학여행을 가던 버스 전복... 다수의 사상자]
오광철:(뭐라는 거지.............................................................)
(편지 읽는다..............)
목사님, 저번에 말씀 드렸던 내용대로 저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저는 매번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몸 속 세포는 매초마다, 매순간마다 죽고 새로 분열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태어났을 때 가졌던 몸과 10년 후의 몸이 다름을 알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는 누가 만들어가는 것입니까? 나는 살아가면서 주위의 사람들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불안정하지 않습니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주위의 가족, 친구들에 의해 내가 정의되고 있다니요. 만약 그들이 사라진다면 나는 바람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두렵습니다. 정말 두렵습니다. 저는 '파란 관측자' 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우리들은 주위의 사람들에게 '관측' 되어 고정되고 있는 것이라고. 제 생각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주위 사람들이 사라지면 우리들은 바람 앞 촛불과도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그들은 자신을 그저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신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신은 우리보다 아득한 존재인데, 그들은 우리를 관측하여 우리를 고정시킨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신의 눈을 감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제물을 바쳐, 신이 눈을 감으면, 우리들이 존재함을 삭제한다고 하였습니다. 네, 우리들은 존재하지 않는 그 상태로, null 로 고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비로소 우리들로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오광철:(고개 기울인다... 죽고 싶다는 건가? 사람 한 명이 나갈 만한 공간이 있는지 더 둘러본다.)
살펴보면, 문 옆 작은 틈이 보입니다.
틈을 통해 문을 열거나 빠져나갈 수 있을 듯 해요.
오광철:(나간다! 아트나이프 꼭 챙겨서!)
오광철:
기준치:65/32/13
굴림:1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건물 밖으로 나오면 하늘에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늘에 달과 해가 동시에 떠있으며 한쪽은 낮이고 한쪽은 밤인 기묘한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노을과 다릅니다.
아예 낮의 하늘과 밤의 하늘을 서투르게 잘라 얼기설기 이어붙인듯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하늘을 보던 길거리의 사람들 중 몇명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땅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 사람들은 그와 동시에 노인과 아이의 모습이 겹쳐보입니다.
마치 장하라와 같이.
오광철:(하늘 잠시 구경하다가, 무릎 꿇은 사람들 근처로 다가간다...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을까?)
모두 형태가 불안정합니다. 손 끝이 사라지고, 투명해져 갑니다.
오광철:
지능
기준치:45/22/9
굴림:55
판정결과:실패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는 걸까요? 이 모든 짓이 파란 관측자의 짓이라면, 백지혜는 지금 교회에 있을 겁니다.
오광철:(하지만 관측자는 하라랬는데? 전시장 근처 한 바퀴 돌며 수상한 사람을 더 찾아본다... 잡으면 반 죽여놓고 교회 가야지...)
수상한 사람은 더 보이지 않습니다.
오광철:(그럼 교회로!)
교회
교회 앞으로 가면, 이전과 달리 외부인을 막는 사람은 없습니다.
로비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오광철:(보통 출입증은 사무실에 있지 않나? 엘리베이터 탔다가 갇혀버릴지도 모르니 계단 찾아서 2층 사무실로 간다...)
각종 교회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실들이 모여있는 장소입니다.
어째서인지 아무도 없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사무실은 평범한 사무실 형태입니다.
한쪽 벽면에 교회 내부 지도가 붙어있기도 합니다.
테이블마다 경전이 놓여 있습니다.
오광철:(아트 나이프로 벽에 붙은 지도 뜯어낸다. 들고 다니며 확인해야지... 다 뜯으면 경전 펼쳐본다.)
(중략) ...'신' 이라 하심은 우리들에게 사랑과 희생을 전해주시는 신이 아니다. 우리들의 신은 그저 '관측'하는 신이다. 그들은 우주라는 것이 존재하기 전부터 존재하였다. 그 신은 형언할 수 없는 형태를 가졌으며 그저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들이 죄악에서 허덕일 때도 그저 바라보니 그 신은 아직 희생하지 않은 자이다. 그러니 우리는 신의 눈을 감게하고, 우리가 먼저 신을 위해 희생해야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신이 우리들의 희생을 깨달을지이니, 우리는 고정되어 완벽한 無 의 상태가 될수 있는 것이다. (하략)
(중략) ... 그렇게 우리는 해냈다. 신녀의 힘이 닿지 않는 과거는 우리가 얻은 '눈'으로 바꿨다. 성지를 빼앗으려는 자는 지옥불로 밀어넣고, 우리에게 감언이설을 속삭이는 악마의 자식을 땅으로 돌려보냈다. 그 외에도 우리들은 우리의 앞길에 있는 가시덤불을 전부 불태웠다. 아아, 이것이 우리의 존재이며 증명이다.
경전을 다 읽고 나니, 메모 하나가 떨어집니다.
오광철:(나중에 재판에 증거로 쓸 수 있는 내용 같으니 휴대폰 카메라로 경전 내용 찍어둔 뒤 메모 줍는다.)
신자 153번이 출입증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4층에서 잃어버렸다고 하였으니 교회 방송으로 분실물 습득 시 사무실 반납 권유를 방송할 것.
오광철:(사무실에 분실물 보관함이 있나?)
보관함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광철:(나가기 전에 사무실에 보이는 전선들 전부 다 나이프로 끊어놓는다. 어차피 올라가는 길이니 천천히 출입증 찾아야지~ 3층 대성전으로!)
올라가면 매우 큰 문이 보입니다.
너머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오광철:(흠............................................ 문 앞에서 코카콜라한다.)
(4층가야지~)
오광철:
듣기
기준치:20/10/4
굴림:53
판정결과:실패
성가를 연습할 수 있는 성가대실입니다.
다행히 아무도 없이 비어있는 듯 합니다.
오광철:(찝찝... 다시 내려가서 사람들 목소리도 녹음하고 돌아온다. 이제 출입증 찾아야지!)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90
판정결과:실패
함만더하자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성가책 출입증 보입니다.
오광철:(출입증부터 챙겨서 주머니에 넣는다. 이어 성가책도 펼쳐는 본다. 음악... 잘 모르지만.)
엘리베이터로 출입증이 필요한 층을 오갈 수 있는 출입증입니다. 모서리 부분에 끈적한 피가 묻어있습니다.
예배 도중에 드리는 성가를 적어놓은 책입니다. 펼치면 코팅된 종이가 껴있습니다.
오광철:(죽으려고 하는 자를 안 죽게 제압하는 게 더 어려운데... 코팅된 종이도 사진으로 찍은 뒤 은서에게 전화한다. 오랜만에 연락해서 미안한데 지금 명동으로 사람 끌고 올 수 있냐고... 짧은 통화 이후엔 9층 ???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하나와 창문 하나가 보입니다.
창문은 매직 미러로, 방 안에서 바깥이 보이지 않습니다.
창문 옆에는 오래된 메모 하나가 붙어 있습니다.
오광철:아. 아~... (메모 확인한 뒤 미묘한 표정이 된다. 출입증으로 문 열고 들어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방 하나가 보입니다.
방은 무미건조한 하얀색 가구들로만 이루어져있습니다.
오광철:(밖에서 들키는 거에 대비해 전신거울을 밀어 창문을 가린다.)
거미줄이 쳐져 있는 전신 거울입니다. 관찰로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 거미줄이 아니라 금이 가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장하라의 말이 생각납니다.
'이 곳은 유리에 금이 간 장소야. 당신들은 유리 위에 서있어. 눈치채기엔 이미 늦었지만.'
오광철:(유리 조각 갉작인다... 뜯어낼 수 있나. 안 된다면 책상쪽으로.)
손이... 다치지 않을까요?
오광철:(유리 위에 서있는 거라면 뜯어내면 아래나 안으로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하라는 아마 비유법을 쓴 거 같습니다.
책상 위에는 여러 서류들이 올려져 있습니다. 오컬트적인 마법문양과 처음보는 언어들로 적혀있습니다. 쉽사리 알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기존에 존재하던 종교와 매우 다른 느낌을 줍니다.
오광철:(그럼 그냥 손 다치고 책상 본 오광철이 되는 거지...)
...유리조각 뜯는다먄 체력 -1
오광철:
언어(모국어)
기준치:60/30/12
굴림:87
판정결과:실패
아야. (손가락도, 지능도)
뭐라 적힌 거지...
뒷장엔 멀쩡한 글이 적혀 있습니다.
오광철:(일단 앞장 사진 찍어놓고 뒷장 읽어본다...........)
오광철:(내가 아는 건 하나일까 하리일까...? 이것도 찍은 뒤 책장으로 향한다.)
책장은 여러 책들이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철학서부터 시작해 각종 종교책들이 껴있습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책 하나가 있습니다. 혼자 두께가 다른 책입니다. 꺼내보면, 겉 표지를 바꿔치기한 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확인해보니 원래는 미용사 자격증 책이었던 듯 합니다.
오광철:(자격증 책도 꺼낸다! 혹시 모르니 책장도 전체적으로 한 장 더 찍고...)
미용사가 되기 위한 자격증 공부 책입니다. 여러 연필로 수십번 그어 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편지 봉투 하나가 껴있습니다.
오광철:... 아. (공부한 흔적을 보니 생각난다. 하나랑 하리는 미용을 하고 싶다고 했었지. 기분이 확 가라앉은 채 편지 봉투 열어본다.)
이 세상은 다중성을 지니며 매 분기점마다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파란 관측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며, 최근을 분기점으로 삼은 새로운 우주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이용해 모든 가능성을 하나로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가, 누군가가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야한다. 새로운 미래를. 나와 같이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 눈의 주인은 불가하다. 그렇지만 그 눈의 주인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오광철:(그래서 새 미래를 어떻게 만들라는 건데? 착한 일이 뭔데... 방 밖으로 나가 10층 의식의 제단까지 올라간다. 일단 형을 찾아야 과거로 돌아가건 말건 할 테니까.)
10층은 지금까지의 층과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들어서면 바로 알싸하고 몽롱한 향이 느껴집니다.
기하학적이면서 불쾌한 문양들로 가득 찬 복도 끝에는, 기이한 하얀 문이 있습니다.
오광철:(하얀 문에 노크한다...)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오광철:(그럼 열고 들어간다...)
들어서는 순간, 피비린내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몽롱한 향이 느껴집니다.
살면서 단 한번도 맡아본 적 없는 향입니다.
본능적인 경고가 울리는 듯합니다.
머리가 수없이 늘어진 사람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기도를 하는 문양이 새겨져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문양 속 사람들은 점차 신체 부위가 하나 둘 씩 사라지는 모양새를 띕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난생 처음보는 기묘한 생명체가 눈을 감은 그림이 보입니다.
커튼처럼 걸려있는 양피지에는 괴이한 주문들이 적혀있습니다.
오광철:(으아아... 이상한 그림이다.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기며 주문을 읽어본다.)
눈 하나 당, 사람의 삶 하나가 필요하다. 눈은 그 사람의 정신이며 영혼과도 같기 때문이다. …
이 이후로는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습니다.
오광철:(대충 한 명을 죽이면 된다는 건가? 이해했어 이해했어. 사람 죽이는 건 오랜만이라 떨리는데... 아트나이프 고쳐잡고 다시 3층 대성전으로 향한다. 못 본 곳은 거기 하나이니 형도 3층에 있겠지.)
:나가기 직전, 양피지 너머에 공간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거두면 나아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오광철:(엇... 가봐야지...)
사람들의 손이 겹쳐진 모양으로 생긴 제단 위에 바쳐진 장하라와 백지혜,
그리고 칼을 높이 든 장순원이 보입니다.
오광철:
근력
기준치:60/30/12
굴림:90
판정결과:실패
장순원:
근력
기준치:60/30/12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그를 밀쳐냈으나, 그의 칼은 그대로 백지혜의 복부를 찌릅니다.
그대로 칼을 떨어뜨립니다.
장순원:왜 나를 막으려는 거냐! 나는 사람을 불완전한 존재가 아니게 만드는 신의 사도다!
장순원은 자신이 놓친 칼을 찾으려 두리번거립니다.
...지금 다시 한 번 공격한다면, 그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광철:원래 사람은 불완전해서 좋은 거야. (환하게 웃으며 아트 나이프를 역으로 치켜든다. 어딜 노릴까. 형이 잃어버린 눈? 방금 찔린 복부? 막아낸 뒤엔 바로 지혈해야 하는데 반격하면 귀찮으니 차라리 즉사할 수 있는 곳이 좋으려나. 짧게 고민하다 심장을 노려 아트나이프를 깊게 박아 넣는다.)
아트나이프가 장원순의 심장에 깊게 박힙니다.
이윽고 쏟아진 핏줄기가 당신을 적셔냅니다.
장순원:그래도, 그래도... 우리는 해냈다. 신은 눈을 감을 것이고, 곧 세상은 無 그 자체가 된다 ... ...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백지혜가 눈을 뜹니다.
그의 눈 안 구멍은 양 쪽 다 텅 비어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중얼거리지만, 볼 수 없는 모양인가 봅니다.
어느새 서있던건지 모를 양피지를 보고 있던 장하라가 입을 엽니다.
장하라:곧 이 세상은 멸망할거야. ... ... 모든 가능성의 우주가 사라지려 하고 있어.
하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야.
왜냐하면 당신이 과거를 바꾼 우주가 생겨나고 있으니까.
... ... 새로운 길을 만들어줬으니 이건 우리의 답례야.
장하라의 두 손이 백지혜에게 닿습니다.
투명한 잠자리 날개처럼, 젖은 종이처럼 차갑고 가볍게. 화려한 빛무리도 기묘한 반짝임도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면, 어느새인가 장하라는 보이지 않습니다.
백지혜는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립니다.
그제서야 당신은 알지도 모릅니다.
그와 장하라의 두 눈이 똑같은 이유를.
또다른 우주에서도 이와 같은 일들이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백지혜:(깜빡... 제 두 눈을 더듬어 보다가 고개를 든다.) 광, 광철아... 윽. (두 눈이 떠진다는 것에 놀란 것도 잠시, 제 복부를 움켜잡고 몸을 구부린다.)
오광철:응, 나야. 나 여기 있어. (빠르게 제단으로 다가간다. 안대로 가려져 있던 곳, 이젠 멀쩡한 눈이 더 어색한 곳에 짧에 입 맞춘다.) 형. 아마 많이 아플 거야. 편하게 눕고, 그냥 비명 질러도 돼. (이마를 꾹 눌러 다시 제단 위에 눕힌 다. 반대쪽 손으론 상의를 들춰내고 상처 부위를 꽉 눌러 지혈한다.)
백지혜:아,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간신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춘다. 안구가 든 상태로 받는 입맞춤이 낯설고, 또 익숙하기도 하다. 다시 제단 위에 누웠을 때, 가해진 압박에 윽, 하고 단말마를 내지른다.) 자, 잠깐... 이래봤자, 지금은...
들었어요. 세상의 종말이라고...
오광철:당연히 무사하지. 내가 누군데. 지금은 형을 너무 사랑해서 그만뒀지만 예전엔 조폭 후계자로 불리던 사람이야. (깨끗한 천이 있다면 좋을 텐데... 급한 대로 입고 있던 옷을 뜯어내 상처 부위 위를 덮고 이마를 누르던 손도 복부로 옮겨와 더 강하게 압박한다.)
아, 응. 그렇지. 종말한대. 하지만 아직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 일단 형을 살려놓고 도전하려고.
백지혜:그랬었죠. (웃음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인데, 복부의 고통과 압박감에 억지로라도 지어지지 않았다. 결국 제 복부를 누르는 오광철의 손을 잡아낸다.)
그 방법이라는 것도, 들었습니다. 잠깐 사라졌을 때 과거에... 갔었다고요.
오광철:(잡힌 손을 쳐낸다.) 아플 거라고 했잖아. 나 똑같은 곳 다쳐봐서 지금 기분 잘 알아. 엄~청 아프지~ (손을 쳐내느라 잠시 빈틈, 자신의 옷도 들춰 이제는 많이 옅어진 흉터를 보인다. 그리곤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지금 잘 버티면 커플 흉터~
맞아. 형에게 말하면 잠시 과거로 갈 수 있대. 거기서 착한 일을 해서 세상을 구하는 거야. 우리 하라. (음.) 하나랑 하리가 알려줬어. 거기서 새 우주를 만들라고... (여전히 다 이해는 못 했지만, 해보면 뭔가 되겠지.)
백지혜:(와중에 들춰진 옷 아래 흉터를 흘긋 본 후 눈을 감는다. 쳐내진 것에 개의치 않고 다시 한 번 더 손을 강하게 붙잡는다. 어차피 이 우주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것도 다 무용일테니. 하지만 그만큼은...) 우,우리처리. 제가 언제나 사랑하는 거 알죠. (한글자 한글자 힘주어 내뱉는다.)
어디에서, 언제라도 항상... (드디어 간신히 입 끝을 올려내고 다시 시선을 마주한다.) 그럼 얼른 가요. 전부 사라지기 전에.
오광철:(내겐 세계를 구하는 것보다 형의 안전이 우선인데. 그래도 형이 바란다면...) 이거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해. 다녀올 동안 아프다고 손 떼면 안 돼. (붙잡힌 손을 상처 위로 올려준다. 다시 위로 올라가 눈가에, 코에, 입술 위에 순서대로 입 맞춘다.) 나도 형 사랑해.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그럼 금방 다녀올게. 형은 10년 전에 무엇을 보고 있었어?
결심을 마치자, 제단의 끝부분에서부터 검은색이 물들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깨닫습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null 그 자체.
그 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늪에 빠지듯, 폭풍우에 휘말리듯, 파도에 휩쓸리듯 거스를 수 없는 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서로는 서로를 바라봅니다.
백지혜의 두 눈은 언제나 당신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백지혜:당신을 바라보고 붙잡겠습니다..
놓치지 않을테니.
정신이 흘러감을 느낍니다.
여러 명으로 쪼개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하나로 합쳐가는 느낌이 들려옵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붙잡고 끌어당기는 기분이 듭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 들리는 한마디.
흉곽이 들어올려졌다, 다시 내려갑니다.
폐 속으로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다시 스쳐 나갑니다.
흔들리던 정신이 푹신한 소파 위에 앉은 듯한 안착감이 듭니다.
천천히 눈꺼풀이 들어올려집니다.
크게 뜬 두 눈은 뚜렷히 백지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간은 정말 느릿하게 흘러갑니다.
인파 속에서 뛰쳐나온 백상식이 송곳을 들고 당신을 향해 달려듭니다.
그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놀라 그 앞으로 나섭니다.
이제 앞으로 벌어질 일을 당신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단 한발자국.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한발자국.
그리고 모든 것을 붙잡아둘 수 있는 단 한번의 눈깜빡임.
당신은 세차게 백지혜의 팔을 붙잡아 뒤로 그를 당깁니다.
백상식의 송곳은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가로지릅니다.
매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군중들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당황한 백상식은 당신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그가 행동을 멈추자마자, 그 곁을 지나던 경찰들이 백상식을 제압합니다.
찰나에 지나간 많은 일들에 식은 땀이 흐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그 수많은 일들이 전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문득 백지혜의 두 눈을 바라봅니다.
놀란 두 눈을 보며 당신은 깨닫습니다.
모든 사람은 서로 누군가를 바라보며 살아가니, 당신도 그와 같은 눈을 지녔다는 것을.
그러니 당신과 백지혜는 앞으로도 서로를 관측하며, 붙잡아두며 이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란 것을.
저 뒤에서 언젠가 들었던 쌍둥이들의 행복한 웃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백지혜 생존
오광철 생존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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