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부끄럽다고 말하니 더 수상한데요. 아는 사람 만나고 온다더니, 바람이라도 피우셨습니까? (여전히 장난하는 어투... 계산은 늦은 사람의 몫이니 오광철의 지갑을 빼간다. 메뉴가 나오길 기다리며 티비를 흘긋거린다.) 햄스터? 누가 집단 유기라도 한 걸까요.
오광철:바람은... 아니고. 그냥 옛날 친구들. 잠깐 만나려고 했는데 붙잡히는 바람에... 헉. (........) 방금 한 말은 잊어. 길 잃은 사람과 공사장에서 신천지 간 거 맞아. (지갑 빼가도 군말 없이 바라만 본다. 한 시간 반이나 기다리게 만든 건 미안한 일이 맞으니까...) 그~러게. 나쁜 주인이네~ 나 자리 잡아놓을 테니까 계산하고 와. (햄스터 이야기엔 관심 없는 듯...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구석에 있는 창가 자리로 가 앉는다.)
백지혜:(이미 다 들었는데 잊으라니... 옛날 친구들과 만난 거 치곤 답지 않게 불안해 보이고, 수상할 정도로 숨기는 모습이며 내내 연락도 없었던 점까지... 생각할수록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긴 건 아니죠? (광철의 옛날 친구들이라면 안 봐도 비디오.) 아... 알겠습니다. (여전히 찝찝하게 타운터에서 대기...)
오광철:(잊어! 이마 콕. 누른다.) 음... 아냐. 위험하진 않은데 잘못하면 나 평생 형이랑 못 만날 수도 있어서. (자리에 앉아 다리 까딱거리다가 가방만 내려놓고 다시 일어난다.) 나 화장실 다녀올래. 나오면 먼저 앉아서 마시고 있어.
카운터에 서서 나오길 기다리고 있으면 여학생 몇 명이 음료를 고르며 나누는 대화가 들립니다.
오광철:(뽀뽀!) 음... 뭐 하지. 하고 싶은 거 있어? 난 이대로 집에 가도 괜찮고, 좀 더 돌아다녀도 좋고. 형이 원하는 대로 따를래.
백지혜:기왕 나왔으니 산책이라도 할까요? 오늘 날씨가...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오광철:어디로 갈 거야? 공원? 아니면 시내? (어디라도 좋지만...)
오늘 인천 미추홀구 날씨는 최고 17도 최저 11도로 쌀쌀한 가을 날씨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백지혜:(조금 춥당.) 공원으로 갈
까요? 도심엔 햄스터들이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오광철:(추우면 꼭 안아주면 되지! 남은 음료 다 마시고 트레이 위에 빈 잔 올려둔다.) 그럴까? 공원에 비둘기 있으면 좋겠다. 대통령이잖아. 햄스터 나라를 구해줄지도 몰라.
백지혜:하나 잡아서 햄스터 나라에 데려가라고 하죠. (트레이를 반납함에 두곤 카페를 나선다. 오광철 팔 꼭 잡고 붙어서~)
오광철:비둘기 잡으려면 준비물이... (팔에 매달린 채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문구점에서 잠자리채 사갈까.) ... 그런데 비둘기가 햄스터 안 먹겠지?
백지혜:식빵? (머리를 살짝 맞대곤 공원 방향으로 걸어나간다.) 크기가 꽤 커서. 안 먹지 않을까요? 고양이라면 먹겠다만...
오광철:그럼 가는 길에 마트에서 식빵이랑 잠자리채 사서 갈까? 잡아서 햄찌나라로 보내주자. 멀리멀리. 다시는 나 찾지 말라고... (고양이...) 나 집에 들어가면 다음부턴 몸에 케로베로스 털 바르고 다닐까? 그럼 햄스터들이 고양이 냄새에 무서워서 도망치지 않을까?
백지혜:...광철... 진짜 햄스터들한테 쫒기셨습니까? (몸을 떼선 시선을 마주한다.) 진짜 햄스터들 나라라는 곳이 걱정되고요? 거기서... 자랐기 때문에?
오광철:........... 응? 아닌데? 나 아무에게도 안 쫓겼는데? 햄스터 나라 걱정 안 되고 거기서 자라지도 않았어. (시선 피한다...) 나 햄스터 아니야. 진짜로.
내가 햄스터면 형은 박쥐야...
백지혜:정말? (가늘게 뜬 눈으로 응시하다 목 부근에 얼굴을 맡고 킁킁 맡는다. 털동물 냄새는 안 나긴 하는데...) 당연히... 인간이겠죠. 어라, 왜 박쥐입니까? 햄스터는 귀여운 편인데!
오광철:응. 정마알... (목 간지러워. 끌어안은 채 몸을 움찔거리며 웃는다. 내가 만약 진짜 햄스터래도 매일 형이랑 씻는데 냄새가 날 리가 있나...) 응? 박쥐도 나름 귀여워. 그리고 형은 검은색이고. 박쥐랑 햄스터 둘 다 쥐고...
백지혜:(이제 더 의심 같은 건 안 하지만 괜히 목에 얼굴을 부비곤 그 위로 입까지 맞춘 후에 떨어진다. 고개 들어 시선을 맞추다 히죽 웃는다.) 확인했으니 믿어드리도록 하죠.
그래도 박쥐는 무섭다는 이미지가 있지 않습니까? 드라큘라의 마스코트 격이랄까요.
오광철:(입 맞춘 곳을 손으로 문지르며 퉁명스런 표정 짓는다. 간지럼 많이 타는 거 알면서 밖에서 이렇게... 복수 겸 코 끝을 살짝 깨문다.) 애초에 믿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나 봤으면 알 거 아냐.
무서워? (고개 도리도리.) 그런데 드라큘라의 마스코트라는 점도 형과 어울려. 봐봐. 이거. (방금까지 문지르던 목 부분을 가리긴다.) 걔네 피 이렇게 마시잖아.
백지혜:앗. (물린 코 끝을 손으로 막으며 고개를 뺀다. 곧 작게 키득거리며 다시 붙어 허리에 팔을 두른다.) 알지만...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 있었다보니. 조금 혼란스러웠나 봅니다.
(목 부근을 가만 바라보다 손을 올려 손가락으로 슥 훑는다.) 붉어진 건 광철이 문질러서 그런 것 같은데... 에이, 전 다르죠. 사랑이 담긴 행위였다는 점에서?
오광철:아무리 혼란스럽다고 해도 그렇지. 사람을 어떻게 햄스터로 착각해. 산책 끝나고 집 가면 좀 자. 내가 보기에 형 피곤해서 헛소리하는 거야. (허리에 두른 손을 당겨 더 꽉 품에 들어오게 한다.)
문지를 이유를 제공한 건 형이잖아. 아무튼, 형 탓이야... (손길이 닿으면 다시 몸을 약하게 떤다.) 그중에 하나쯤은 상대를 사랑해서 피를 마신 사람이 있었을걸. 흡혈귀에게 물린 사람은 따라 흡혈귀가 된다는 말도 있고... (그럼 난 지금 형과 같은 종이 된 건가? 인간에서 박쥐로.)
백지혜:처리랑 놀려고 일부러 커피도 마셨는데! (하지만... 확실히 피곤한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햄스터가 말을 한 것도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 품에 더 안겨 볼에 여러번 입 맞춘다.)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이렇게 붙어있으면 저만 볼 수 있을텐데. (눈웃음 지으며 손을 거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서 무는 건 좀, 이기적이지 않나 싶군요. 어쨋거나 뱀파이어는 박해받는 존재였잖습니까. 광철이라면 별로 상관없어 할 테니 물겠지만. (오히려 좋아할지도...)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군요. 이만 들어갈까요?
오광철:그거 나랑 놀려고 마셨던 거야? 그럼 조금만 자고 밤에 일어나서 놀자. 마침 혼자 가야 하는 곳도 있었으니 돌아오면 깨울게. (갔다 와서 피곤하면 곁에서 같이 잘 지도 모르지만...)
그럼 앞으로 자국 남을 때마다 책임지고 형이 옆에 딱 붙어줘. 가려서 형만 보이게 만들어줘~ (그게 이기적인가? 고개를 기울인다. 생각한 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물리는 거. 꽤 낭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해 이쪽은 좋아하는 소재이다. 만약 백지혜가 뱀파이어가 된다면 직접 자고 있을 때 그 송곳니에 자신의 팔을 집어넣겠지.) 응. 나는 상관없으니까 물어줘. 꼭 물고 동족으로 만들어줘야 해.
그렇게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광철과 공원에서 헤어집니다.
천천히 걸어서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즘,
발목- 정확히는 신발 뒷부분을 붙잡고 늘어지는 작은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아래를 내려다보면...
신발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여러 마리의 햄스터들입니다.
피곤해서 본 환상 같은 게 아니었네요.
햄스터들은 다급한 듯한 목소리로 찍찍거립니다.
곽형식:지혜 님! 지혜 님! 도와주세요!! 광철 님이 잡혀갔어요!!
복일아:도와준다면 이 늙은이, 죽을 때까지 지혜 님을 향한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일평생 모아놓은 해바라기씨도 드릴 수 있으니 부디...
백지혜:어?
박팔수:작은 인간이 팔을 붙잡더니 골목으로 끌고갔찍! 우리끼리는 어려울 거 같아서 어디로 가는지만 확인하고 돌아왔찍!
백지혜:(무...무슨 괴담 모음 같은 게... 이게 비밀번호인가? 실험관으로 가 입력한다.)
키패드에 암호를 입력하자 담겨있던 물이 빠지고 광철은 눈을 뜹니다.
혼란스러운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실험관의 유리벽을 두드리네요...
백지혜:(열어줄 수 있나?)
광철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손짓으로 키패드 옆에 달린 버튼을 가리키고 있어요.
백지혜:(왜 알고 있는거지. 원 버튼을 누른다.)
버튼을 누르면 뚜껑이 열리고 광철은 그 틈으로 빠져나옵니다.
오광철:(끙차.) 형 여기 어디야?
백지혜:저... 저도 모릅니다. 햄스터들이... 광철이 잡혀가는 걸 봤다고 해서, 따라왔더니.
오광철:아, 햄스터들이... 음. 으으음... 형 아깐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대로 말해야 할 거 같은데 나 사실...
광철이 말하려는 순간, 현관문이 열립니다.
문 앞에 서있는 건 수십 마리의 햄스터들입니다.
들어가고 한참을 나오지 않아 걱정했는지, 작은 몸으로 눈물을 훌쩍이며 광철에게 달려듭니다.
곽형식:대장!!!! 무사하셨군요!!!!!!!!!!
품에 수십 마리의 햄스터들을 안은 채, 광철이 어색하게 웃습니다.
오광철:... 어디까지 알고 있어?
백지혜:...모르는데요?
오광철:진짜? 얘네가 말하는 거 듣고 따라왔을 거 아냐. 아무것도?
백지혜:그야 듣긴 했지만, 아니라고 하셨으니... 말씀해주시는 것만 믿겠습니다.
오광철:음. (천천히 말을 고른다.) 나 햄스터 대장 맞아. 밍 님이 키우던 햄타르를 마신 애완용 햄스터. 이상한 우유를 마시고 인간이 되어버렸어. 근데 형이랑 있고 싶어서 햄찌나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버티고 도망친 거야. 케이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백지혜:(구...구라같다 이 현실이.) 아까는... 거짓말이라고 하셨잖습니까.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거에요? (근데 진짜 햄스터? 어쩐지 인간 범주의 귀여움이 아니더라...)
오광철:거짓말이라고 한 거 거짓말이야. 멀쩡한 인간 아닌 거 형에게 들키기 싫어서 그랬어. 돌아가고 싶지 않아. 여기서 형이랑 죽을 때까지 살래. 어차피 이젠 인간의 몸인데. (칭얼거리며 품에 기댄다. 햄스터로 산 1년과 인간으로 산 24년 중에선 당연히 인간 쪽 기억이 중요하지...)
백지혜:보낼 리가 없잖아요. 그냥 솔직하게 말했으면...(그래도 안 믿긴 했겠지만.) ... 들었죠? (하고 햄스터 무리를 흘겨본다... 마주 안아준 후 달래듯 쓰다듬는다.) 안 보내줄 테니까 걱정 말아요. 우선은...
(적을 먼저 알라고, 방 안을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가스레인지 부터.,..)
오광철:보내지 않을 거라는 건 알지만 혹시 모르잖아. 형이 이상한 거랑 결혼했다고 싫어할지도. (여전히 침울한 목소리로 따라다닌다. 아 몰라 밍 님 때문에 다 망했어.)
곽형식:들었습니다!! 두 분의 사랑이 아주 뜨거운 모양이네요! 흠흠 어쩔 수 없군요. 햄찌나라를 옮겨야겠어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이 보이는 가스레인지는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먼지가 흩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