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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준비다됐으면 이쁜짓 ><
어근데인트로안만든거지금깨달음
백지혜:
이쁜짓 Roll
기준치:1/0/0
굴림:64
판정결과:실패
인트로입니다: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kpc 오광철 / pc 백지혜
빼빼한날에 고고~
한산한 길가에 발을 내딛습니다.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걸어갑니다.
오늘은 아마, 당신에게 특별한 날일 거예요.
5년 전 이날. 이 거리에서 오광철은 죽었습니다.
업무 중 걸려온 전화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차도를 벗어나 달려온 자동차와 부딪혀 즉사했단 연락이요.
그의 죽음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굳이 오늘, 이 거리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백지혜:(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날, 굳이 그 거리에 나온 게 그다지 거창한 의도를 가진 건 아니었다. 일 년째 되던 날은 전부 사라져 무의미해지기 전에 사건의 현장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이 년째 되던 날은 꽃다발을 놓으러, 삼 년째 되던 날은 간만에 그가 꿈에 나왔기 때문에. 사 년째 되던 날은 그저 정말 우연히... 그리고 오늘은, 몇 년 내내 반복하던 짓을 안 하려니 허탈한 기분이 들어 나와 봤다.. 시간이 흐르며, 바닷가 모래밭에 파도가 덮쳐오듯, 충격도 슬픔도 점차 흐릿해져 갔으나 그뿐이다. 자리 빈 곳에 먼지 쌓인다고 그곳이 채워지겠는가.)
허탈한 기분에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전화벨이 울립니다.
‘우리 처리♥’라고 저장된 이름이 화면에 표시됩니다.
백지혜:우리... (평소 내내 울리지 않던 개인용 휴대전화에서 간만에 경쾌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화면에 띄워진 글자를 보고도 믿을 수 없어 두 음을 입 밖으로 낸다. 이 번호는... 분명... 하지만 여기서 전화가 걸려올 리 없는데. 그날 이후로 번호를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도록 5년 내내 개통시켜뒀으니까.) ...여보세요. (통신사의 오류든 심령현상이든... 받고나니 버릇적인 인삿말이 나온다.)
오광철:아, 드디어 받았다. 뭐 한다고 받는 게 이렇게 늦어. 빼빼로 사려는데 좋아하는 맛 알려줘.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건 그리운 목소리입니다.
어떻게 이 목소리를 잊을 수 있겠나요.
조금 전까지 떠올리고 있었던 사람,
5년 전 죽은 오광철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백지혜:
SAN Roll
기준치:40/20/8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 (보이스 피싱? 이런 악랄한... 같은 생각이 들기도 잠시. 아주 간만이고 그리웠던 목소리가 들려오자 기이한 평온함이 든다. 이 목소리의 정체는 아직 모르겠으나, 내 삶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거 같은 착각도 들었다.) 광철...
오광철:응 나인데, 형 좋아하는 빼빼로 뭐냐고. 안 말하면 아무거나 살 거야.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한 목소리. 스피커폰으로 하고 타자라도 치고 있는 듯 중간중간 화면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린다.) 근데 목소리가 기운 없는 거 같은데 혹시 변호사 사이에도 왕따가 있어?
백지혜:... (AI 변조라고 하기엔 너무 자연스러운 어조, 말투와 습관까지. 정말 그가 살아서 돌아온 듯 하다. 아니, 살아서 전화를 거는 것 같은... 내가 꿈을 꾸는 걸까? 아니면, 환청이라도 듣는 걸까. 의문이 더 깊어지기 전에 입을 뗀다. 이게 뭐든 대화를 끝내고 싶지 않아서. 전화를 끊고 싶지 않아서...) 없...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 빼빼로에 대한 답변? 정체가 누구냐는 것? 아니면...혹시, 살아있었다거나...) 보...보고 싶었습니다.
오광철:왕따가 있다는데 그게 왜 중요하지 않아. 나중에 말해. 사무실에 불시에 찾아갈 테니까... (이어진 말에 웃는 소리를 낸다. '보고 싶어요'도 아니고 '보고 싶었습니다'는 뭐야. 마치 한참은 못 만났던 사람처럼.) 집에서 헤어지고 몇 시간이나 됐다고 그래. 나도 보고 싶어. 오늘 퇴근 몇 시야?
... 어, 방금 앞에 고양이 지나갔다. 노란색 두 마리. 케로베로스도 빼빼로 먹을 수 있나?
백지혜:(다른 목적이 있다기엔 너무도 일상적인 대화, 살아있다고 느낄 것 같이 똑같은 목소리... 순간적으로 눈앞이 희뿌예진다. 숨을 삼키고 억눌린 울음소리를 내다가 간신히 몇 자 이어간다.) 지금... 어딥니까?
업무는 상관없습니다. 빼빼로도, 사두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렇지, 케로베로스. 아직도 광철을 많이 보고 싶어합니다. 물론 저도... 아시겠지만. 그러니까, 집에 들어가세요. 집에 와주세요.
오광철:나 시내쪽 골목길. 쇼핑몰 공사 중인 거기. (토톡, 화면을 두드리던 소리가 멈추고 목소리가 심각해진다.) 형 울어? 사람들이 많이 괴롭혀? 지금 집이야? (원래 가려고 했던 마트까지 얼마 안 남았지만, 급하게 발걸음을 옮겨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달리는 발소리 사이로 숨소리가 들린다.) 금방 갈게. 잠시만...
광철이 말한 골목길은 지금 당신이 서있는 곳입니다.
광철이 죽었던, 바로 여기 골목길.
건조한 기계음이 핸드폰으로부터 흘러나옵니다.
머릿속을 관통하는 듯한 소리에 잠시 귀가 먹먹합니다.
그때,
백지혜:
듣기
기준치:55/27/11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전화 너머로 광철의 목소리와 함께 다른 소리가 섞여 들어옵니다.
마치 자동차가 달려오는 듯한 소리가.
자동차의 배기음은 점점 커져 제 존재를 드러냅니다.
덜그럭, 하고 핸드폰이 떨어집니다.
핸드폰이 떨어지는 소리 사이로 사고 현장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손에 힘이 풀린 것 같아요.
아마 이 통화 너머, 광철은 다시 한번 죽음을 맞이했을 겁니다.
백지혜:
SAN Roll
기준치:40/20/8
굴림:96
판정결과:대실패
...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째서 오늘 같은 날, 다시 광철의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것일까요.
떨어진 핸드폰을 주우려는 순간,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핸드폰은 당신의 손 너머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까까지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이, 투명해졌습니다.
아예 안 보이진 않으니 반투명하다가 맞을까요?
아무리 핸드폰을 주워보려고 해도 손은 그대로 핸드폰을 지나칩니다.
백지혜:
SAN Roll
기준치:38/19/7
굴림:63
판정결과:실패
(아득히 들려오던 사고현장의 소리에 온 몸이 굳은 것도 잠시, 투명해진 제 손을 보자 눈을 크게 떠낸다. 이건...? 자신의 양 손을 겹쳐보기도 하고, 햇빛 아래 비추어 보기도 한다. 곧 다른 손으로 휴대폰을 주워들어 화면을 살핀다.) 광철... 광철아!!!
겹쳐보아도, 햇마저도 손을 통과해 바닥엔 손목에서 딱 잘린 형태의 이상한 그림자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다 서서히, 손은 원래의 형태를 되찾습니다.
전화는 어느새 끊겨 있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볼까요?
백지혜:... (눈을 꾹 감았다 뜬다. 방금 그 통화와 자신의 손은 뭐였지? 피곤해서 헛것, 헛소리가 보이고 들리는 걸까. 간만에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기뻤던 건 맞지만... 다시, 그 사고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사고가 나기 전 아까 통화 속 내용같은 대화를 한 적 있는지 떠올려본다...)
광철이 죽던 날 아침. 현관에서 오늘 빼빼로 사러 나갈 거라는 대화를 나누긴 했었습니다.
무슨 맛을 살지 정하지 못하겠으면 전화하겠단 말도요.
백지혜:(나는.... 5년 전 광철과 통화를 한 건가? 생각이 스치는 순간 통화버튼에 손가락을 올려 누른다.)
화면을 켜고 자신이 기억하는 통화 버튼을 누릅니다.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한다고 이미 죽은 광철에게 전화가 연결될 리도 없을 텐데.
오광철:어. 나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빼빼로 뭐 살까?
그래요, 받을 리가 없...?
광철은 평온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습니다.
어쩐지 왼쪽 눈이 욱신거립니다...
백지혜:...이거, 정말...? (휴대폰을 들지 않은 손으로 왼쪽 눈을 슥 훑은 후 심호흡을 한다. 그가 이 거리에 오도록 하지만 않으면... 계속 통화할 수 있어.) 과, 광철아... 지금 어딥니까?
오광철:뭐가 정말이야? 나 지금 빼빼로 사러 가. 쇼핑몰 공사하고 있는 시내 쪽 골목길. (화면을 토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 앞에 고양이다.
백지혜:................ (아까랑 똑같아. 이제 어디로 가라고 해야하지?) 멈, 멈춰요. 배빼로는 괜찮으니까... 지금 당장 차도에서 멀리 떨어지십시오. 그리고... 그리고 지금, 휴대폰 보면서 걷는 겁니까? (잔소리...?)
오광철:빼빼로 없어도 돼? 안 삐질 거야? 나 마트 가려면 여기 건너야 하는데. (휴대폰 보며 걷고 있었다. 찔린 듯 잠시 말이 없어진다.) ... 형 오늘따라 이상해. 어딜 가라는 것도 아니고 차도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말 돌리기!)
: 대인기능 판정으로 설득 가능합니다!
백지혜:제가 애도 아니고. 벌써 서른... 아무튼. 괜찮습니다. (짧은 심호흡을 한 후 주변을 둘러본다. 5년 이내 생긴 쇼핑몰... 골목길과 사고 장소. 그가 어디쯤 있던 걸까.) 휴대폰 보고 걸으면 위험한 거 알잖아요. 누구랑... 연락이라도 하는 겁니까? (아니면 인터넷?)
...빼빼로 말고, 근처 카페의 디저트가... 먹고 싶습니다. 카페로 가요.
말재주
기준치:75/37/15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오광철:서른...? (두 달도 안 남긴 했지. 그렇지. 금방 목소리에서 의심기가 거둬진다.) 나중에 가서 빼빼로 대신 뽀뽀 100번 해달라고 해도 10번만 해줄 거야. (화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멎는다.) 나 바람 안 피워. 그냥 빼빼로 무슨 맛이 있는지 보고 있었어. 디저트 뭐 사면 돼?
최근에 생긴 쇼핑몰은 바로 앞에 있습니다.
옆에 이어진 골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백지혜:...그럼 다행입니다. (성공한걸까? 마른침을 삼키며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본다. 그가 여기 있을 리 없다는 건 알지만...) 초콜렛... 쿠키가 먹고 싶어요. 광철 것까지 두 개. 사다줄 수 있죠? (...) 차 조심하고...
역시나 골목길에 광철은 보이지 않습니다.
건조한 기계음이 핸드폰으로부터 흘러나옵니다.
아까도 들었던 소리입니다.
이 소리 뒤에 이어질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오기 전에 빨리 자리를 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백지혜:...과, 광철아!!! 피하세요! 얼른, 달려요!
절박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자동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어지러이 뒤섞입니다.
오광철:
민첩
기준치:65/32/13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무언가가 구르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땅바닥과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오광철:우와. 형 나 방금 죽을 뻔했어. 어떻게 알았어?
상황관 맞지 않는 평온한 목소리입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살아남았어요!
백지혜:...아, 아... 다행... (골목길 벽에 몸을 기대고 숨을 몰아 내쉰다.) ...휴대폰 보고 걸으니까 차가 오는 것도 모르죠. (잔소리...) 다친 곳은 없습니까?
오광철:(어째 죽을 뻔했던 건 난데 형이 더 힘들어 보여.) 네에. 이제 앞에 보고 걷겠습니다아. 다친 건, 음... (부시럭거리는 소리. 아마 몸을 살펴보는 듯하다.) 다리 까졌어. 그리고 액정도 조금.
깜박. 시야가 점멸합니다.
왼쪽 눈은 더 이상 어떤 것도 비추지 않습니다.
백지혜:
지능
기준치:75/37/15
굴림:62
판정결과:보통 성공
삐 소리가 날 때마다 통화료로 신체의 일부를 빼앗기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이전 통화의 손처럼 눈도 곧 원래대로 돌아올 겁니다.
... 아마도요.
어두운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백지혜:
관찰력
기준치:55/27/11
굴림:91
판정결과:실패
아주 잠깐, 거리의 풍경이 보입니다.
오른쪽 눈이 보는 세상과는 다른 시야가요.
거리의 풍경이 보인 이후, 눈은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이어서 오른쪽 발목이 지끈거려옵니다.
다음 통화료는 발목인 모양입니다.
통화를 이어가나요?
백지혜:... (만일, 이 통화를 이어간다 한들 정말 광철이 살아나지는 않겠지. 그렇지만... 조금 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어차피 죽을 방법 없어 살아가던 삶, 목적이 생긴다면야...) 오늘은 더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가는 게 좋겠습니다. 다친 곳도... 치료해야죠. 꼭, 조심하고... 집 도착 전까지 끊지도 말아요.
오광철:왜? 초콜렛 쿠키 먹고 싶다고 했잖아. 사고가 하루에 두 번이나 일어날 리도 없고,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나도 케이크 먹고 싶어졌어.
그런데 형. 여기 이상한 사람이 한 명 있어. 얼굴 다 가린 사람.
백지혜:그치만... 광철을 무리시키고 싶진 않은걸요. (교통사고는 피했을텐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카페부근으로 발걸음한다. 질질...) 얼굴 다 가린 사람...?
...우, 우선은 가까이 가지 마세요. 최대한 피하시길 바랍니다.
오광철:무리하는 거 아냐. 나 형보다 체력 좋아. (발소리가 멈춘다. 무언가를 지켜보듯 한동안 말이 없다가,) 어차피 가까이 못 가. 저 사람 공사장 철골 위에 있어. 인부들 다 퇴근한 거 같은데 혼자 뭐하는 거지.
백지혜:
듣기
기준치:55/27/11
굴림:83
판정결과:실패
건너편의 소리는 그다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무언가 끼익거리는데... 바람이 강한가...
건조한 기계음이 핸드폰으로부터 흘러나옵니다.
쿵, 쿵, 쿵.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귀를 두드립니다.
소리에 심장마저 울리는 기분입니다.
그 사이로 무언가가 으깨지는 소리가 함께 들리고 통화가 끊어집니다.
백지혜:
SAN Roll
기준치:37/18/7
굴림:88
판정결과:실패
그리고 순식간에 방금까지 눈앞에 있던 쇼핑몰 건물이 뼈대만 남아 있습니다.
현장관리 미흡으로 20대 청년을 숨지게 한 현장소장의 처벌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습니다.
사고 날짜는 5년 전 오늘.
통화로 바꾼 과거는 지금 현실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양입니다.
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스스로에게 물어도 답을 알 수 없습니다.
순간 균형을 잃고 땅바닥을 구릅니다.
다리에 힘이 풀리거나 한 건 아닙니다.
땅에 주저앉아 발목을 바라보면...
네. 통화료를 지불했습니다. 한쪽 발목이요.
다시 전화를 걸까요?
백지혜:... (순식간에 변한 풍경에 제 발목이 사라진 것은 여의치도 않은 채 멍하니 건물을 올려다본다. 통화로 바꾼 과거가... 현실에 반영되어 나탄나다고? 그럼, 그렇다면... 그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게 아니라, 잘 하면 그를 살려낼 수 있다는 걸까? 하지만 어떻게... 차 사고 다음엔 건물 붕괴. 마치 누군가가 그를 고의로 죽이는 것 같아. 애초에 차사고도... 고의성이 다분하지 않던가? 누가, 무슨 이유로...)
(...광철파에 적이 많긴... 하지... 천천히 통화 버튼을 누른다.)
통화 버튼을 누릅니다.
짧은 신호 후 통화가 연결됩니다.
오광철:마침 전화하려고 했는데. 나 빼빼로 말고 쿠키사러 가도 돼?
백지혜:...갑자기 왜 쿠키를... 아, 괜찮습니다. 물론이죠...
지금 어딥니까?
오광철:형 주려고 빼빼로 사러 가는 길인데, 갑자기 초콜릿 쿠키가 생각났어. 나랑 형 몫으로 두 개, 케이크 하나 추가해서.
지금... 쇼핑몰 짓는 공사장 근처 골목. 위쪽에 얼굴 다 가린 사람이 있어서 그거 구경하면서 전화 걸었어.
이번엔 양쪽 귀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일어납니다.
다음 통화료는 귀입니다.
백지혜:... (귀가 없어도 소리를 들을 수 있던가. 아마 아니더라도 통화를 끊을 생각은 없다.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 대피시켜야 해.) 그 건물, 위험합니다. 최대한 빨리 멀어지도록 하세요!
오광철:으응...? 공사장 주변이 다 위험하지 뭐. 형 일 끝났어? 카페에서 기다릴까 아니면 포장해서 집으로 갈까? (...) 그런데 형 오늘따라 좀 이상해.
크레인이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두꺼운 줄이 끼익거리는 소리가 소름 끼칩니다.
백지혜:그거야, 그렇지만... 거기 부실공사라서 더 위험합니다. (눈살을 찌푸리고 건물에 붙은 현수막을 읽는다. ) 집, 집으로 오세요. 그리고... 달리세요! 최대한 빠르게!
오광철:부실공사는 어떻게 알고... 어, 갑자기? 일단 달릴게. (통화를 끊지 않은 채 달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이 저렇게 말하는 거면 이유가 있겠지.)
건조한 기계음이 핸드폰으로부터 흘러나옵니다.
쿵, 쿵, 쿵.
수화기 너머 멀리서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가 잦아듦과 동시에 양쪽 귀가 먹먹해집니다.
통화가 끊기지 않은 걸 보아 광철은 살아있는 모양이에요.
백지혜:...아. 다행이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고갤 들어 앞을 바라본다. 쇼핑몰은... 다시 복구 되어 있나?) 광철... 괜찮습니까?
쇼핑몰은 복구되지 않은 그대로입니다.
천천히 청력이 회복되고, 다음으론 배 속이 쿡쿡 쑤셔옵니다.
외부로 보이는 기관이 아니라 내부 기관도 통화료로 지불되는 것일까요?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면... 광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혼란스러운 듯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오광철:형. 갑자기 이상한 소리일 수도 있는데, 나 원래 차에 치여서 죽지 않았어?
방금 광철은 자신의 죽음을 떠올린 모양입니다.
백지혜:어, 어떻게... (그건, 일어나지 않은 일 아닌가? 왜 기억하고 있지? 없던 일이 된 게 아니야...?) ..그, 그럴리가요. 광철이 이렇게... 살아있는데...
오광철:어떻게... (역으로 차분해진다. 반응을 보아하니 죽었던 게 맞나 봐.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고치고 형과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아냐. 나 죽었던 거 기억나. 차에 두 번, 공사 현장에서 한 번.
형. 차 운전석에 있던 사람과 공사장 철골 위에 있던 사람 둘 다 얼굴을 똑같이 가리고 있었어.
백지혜:...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이미 5년 전에 죽었던 사람과 통화를 할 수 있질 않나, 그에 따라 과거가 바뀌질 않나, 심지어 그걸 오광철이 전부 기억한다니.) ...죄송합니다. 저는 광철을 살리고 싶어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고요. (그럼 역시 고의적인 살인. 그것도 집단으로?) 안 되겠습니다. 당장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죠. 아, 통화는... 끊지 말고요.
오광철:어느 파벌이지. 나 원한 살만한 곳이 너무 많은데. (그래도 나름 조폭 중에선 깔끔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해. 빼빼로 이야기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말투로 대화를 이어간다.) 나 죽은 지 며칠이나 됐어?
응. 얼굴 가리고 있었고,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체격이 비슷한 게 동일 인물인 거 같아. 삐 소리 이후에 사고가 일어나는 거 맞지? 일단 사람이 많은 곳으로...
백지혜:... (말해줘도 괜찮을까 고뇌하다가, 담담한 그의 말투에 결국 실토하고 만다.) 5년이 지났습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많이 보고 싶었어요... (또다시 눈물을 흘리다 손등으로 꾹 눌러 닦는다.)
그렇군요. 차에서 운전하다 사고 낸 후 바로 건물로 올라간다라... (이상한데...) 아, 마... 맞습니다. 저, 광철이 죽는 걸... 여러번 듣고 싶진 않으니 부디 조심해 주세요.
오광철:... 5년? 생각보다 엄청. (목소리가 우는 거 같은데? 5년 뒤의 형은 울보구나.) 나도 보고 싶어. 살아서 다시 만나자.
건조한 기계음이 핸드폰으로부터 흘러나옵니다.
이제 자신의 상황을 아는 광철은 알아서 주변을 경계하고 멀리 달아납니다.
이번엔 무슨 방법으로 죽게 될까요?
어떻게 해야 그를 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잠시 뒤,
덜그럭...
핸드폰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들려오는 것은 말이 아닌 고통스런 신음뿐입니다.
그 소리는 점점 작아지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끊어집니다.
이번엔 도대체 왜 죽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모르겠어요. 그냥 세상이 그를 죽이려고 하는 것처럼...
백지혜:
SAN Roll
기준치:36/18/7
굴림: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어서 폐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덮쳐옵니다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습니다.
물에 빠진 것만 같아요.
이번 통화료는 폐입니다.
조용해진 전화 너머,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립니다.
백지혜:
듣기
기준치:55/27/11
굴림:62
판정결과:실패
전화기 너머라 그런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성공, 제물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기도 한데요.
??: 음? 잠시만...
누군가가 의문이 담긴 목소리를 내고 나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핸드폰을 들어 올린 것 같네요.
이내 그의 목소리가 확실하게 전해집니다.
??: 이건... 관문인가? 곤란한데. ‘그분’이 차원 이동자완 엮이지 말라고 하셨는데. 뭐... 미리 조사는 끝냈으니 괜찮겠지.
나 참, 우리 교단도 아닌 사람의 말을 왜 그리 지키라 난리들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 어? 통화 중이잖아?
뚝. 전화가 끊깁니다.
광철의 죽음은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는 게 확실해집니다.
하지만 5년 뒤, 현재에 있는 당신은 전화를 통해 목소리를 전할 수만 있을 뿐,
이 이상 관여한다고 뭐가 바뀔까요?
전화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머리를 지배하는 것만 같습니다.
... 겨우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전화를 거나요?
백지혜:(사고사가 아닌... 이상한 사이비에 의해 죽고 있었다니. 제물? 차원 관문?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지만... 광철도 나를 보고 싶다고 했어. 살아서 만나자고... 바들거리며 떨리는 손을 간신히 움직여 통화버튼을 누른다.)
통화는 바로 연결됩니다.
오광철:나 방금 누군가랑 눈이 마주치고 또...
심장 부근이 욱신거립니다.
사라진 신체는 몇 분 뒤 원래대로 돌아온다지만,
심장이 사라졌다 돌아온대도 살아날 수 있을까요?
조금 전까지 폐부를 가득 채웠던 고통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합니다.
죽을 지도 모르는데, 계속 통화를 이어갈 것인가요?
당신은 정말 오광철을 구하고 싶나요?
심장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백지혜:(욱신거리는 심장 위에 손을 올려두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한다. 그날 이후로... 이런 고통은 다시 느껴보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고사를 알리는 전화를 받자마자 거세게 박동해 멈출 것 마냥 뛰어대던 심장. 하지만 이것은 그 없이도 5년이나 더 뛰어 조용히 숨을 연맹해왔다. 이제와 멈춘다 한들 몇번이고 죽은 그보다 더 괴로울 리 없어. 이번에야말로 꼭...) 광철, 여전히 전부 기억합니까? 방금은... 어떻게 죽었나요?
오광철:... 기억은 하지만, 모르겠어. 현장에서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위에 있던 얼굴을 가린 사람이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나더니 갑자기.
(침묵이 오래 이어진다. 떠올리고 있는 것은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형의 조언을 받아 살아남았을 때.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사이사이에 들렸던 소리들,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던 것.) 혹시 이 통화에 무언가 대가가 있어? 형을 아프게 하는 거.
백지혜:(요즘 사이비는 순간이동도 하는 건가? 대체 어떻게 도망가라는 건지...! 얼굴을 손으로 덮고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나가는 도중, 들려온 말에 흠칫 몸을 떤다.) 전... 괜찮습니다. 잠깐 아팠다 말 뿐이니까요.
그보다, 혹시... 휴대폰을 보고 '관문'이라고 하던데. 차원 이동자라는 것도... 뭔가 아십니까?
오광철:아무튼, 아프긴 하다는 거지? 그럼 이번까지만 하고 통화는 마지막으로 하자. (얼굴을 가린 사람이 이동하는 것도 그렇고, 이상한 사망 방법도 그렇고. 본능적으로 인간의 영역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 이상 발버둥 쳐봐야 소용이 없다면 형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관문도, 차원 이동자도 몰라. 그리고 다음부턴 전화 걸어도 안 받을 거야.
백지혜:어째서! (다음부터 받지 않겠다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순간 큰 소리를 내고 만다. 꽤 아프긴 했지만, 그가 죽었던 날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설령 방법이 없는 일이라고 해도, 계속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그럴수록 그는 죽음을 거듭해 가겠지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알겠습니다. 어차피 이번엔... (자신 또한 살 수 있을가 하는 기대가 없었으니.) 이번엔 살아서 볼 수 있을 거에요.
오광철:어째서... (형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없이도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이런 진심을 말해봤자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만 들려오겠지.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고민하던 중 알겠다는 대답이 들려온다. 만족한 듯한 웃음소리를 낸다.)
살아서 볼 수 있으면 만나자.
건조한 기계음이 핸드폰으로부터 흘러나옵니다.
휴대폰 너머에선 다시 광철의 고통스런 목소리가 들리고,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오광철:형. 잘 지내. 사랑해.
이번엔 죽기 전에 광철이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통화의 종료를 알리는 무미건조한 소리와 함께 침묵만이 곁에 남습니다.
백지혜:
SAN Roll
기준치:35/17/7
굴림:81
판정결과:실패
풀썩. 온몸에 힘이 빠집니다.
광철을 구하지 못했고, 이제 대가를 지불할 시간입니다.
서서히 기울어지는 시야를 느끼며 눈을 감습니다.
물에 빠지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죽음이 이런 감각이라면 그다지 불쾌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따뜻한 물에 잠기는 감각이 온몸을 감쌉니다.
감은 눈 너머로 옅은 빛이 스며 들어오는 것도 같습니다.
아래로, 아래로...
끊임없이 떨어집니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저 멀리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마주한 광경은
오광철:형이 왜 여기에 있어?
5년 전 모습 그대로, 당신을 향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오광철입니다.
백지혜:(...다시 내뱉어지는 호흡에 제 팔과 얼굴, 몸을 더듬는다. 또 한 번 숨을 들이쉴 땐 앞에 있는 오광철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대로 팔과 손을 지나쳐 다시 떨어질 때 까지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그 이후 어떤 생각을 하기도 전에 그를 품에 끌어안는다.) 모르겠습니다. 이젠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오광철:(아직 이해되지 않은 듯 눈을 깜빡인다. 방금 통화를 끊고, 이제 진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살아났고...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로 등에 팔을 감싼다.) 죽는다고 생각했어? 왜? 그냥 아프기만 한 게 아니었어?
주변의 풍경은 익숙한 거리입니다. 그러나 지금과는 다릅니다.
간판, 전단 등 사소한 부분이 어색하면서도 익숙합니다.
이건... 5년 전의 모습입니다.
광철이 살아있던 시절로 돌아온 거예요.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이, 두 사람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얼굴을 가린 이는 오랫동안 굳어 있다 겨우 입을 엽니다.
??: 넌... 누구지?
백지혜:(직접 본 적은 없지만 분명 이 사람이겠지. 수도없이 광철을 죽이고... 이전 통화에서 말을 했던 사람. 대답하기도 전에 오광철 앞에 서서 팔로 가린다.) 알 것... 없습니다.
??: 정체를 밝혀! 그렇지 않으면 네 녀석도 같이 제물로...!
얼굴을 가린 이는 광철에게 하던 것과 달리 공격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 이유를 알면 돌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 모르겠으면 아이디어 가능!
백지혜:
지능
기준치:75/37/15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통화가 끊기기 직전,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차원 이동자와는 엮이지 말라고 했었죠.
그리고 지금, 백지혜는 5년의 차원을 넘어왔고요.
백지혜:(흘긋... 뒤에 있는 광철의 눈치를 살피다가 다시 시선을 돌린다.) 5년 후 미래에서 왔습니다. 친절히 차원 이동이란 관념을 말씀해 주신 덕분에요.
??: 젠장! 어째서 제물의 옆에 차원 이동자가 붙어있는 거야! 조사는 완벽했는데...!!
손을 쓸 새도 없이, 얼굴을 가린 습격자가 사라집니다.
... 이제 끝인가요?
긴장이 풀리는 듯합니다.
광철을 살렸어요. 이제 더 이상 저들은 광철을 노리지 않을 거예요.
백지혜에게 손을 내밀며 광철이 묻습니다.
오광철:나 없는 5년은 어땠어?
백지혜:(잠시 주저하다 손을 붙잡곤 시선을 맞춘다.) ...별로였어요.
오광철:안 들어도 별로인 거 알 거 같아. 5년 사이에 확 늙었어. (시선 마주하다 크게 웃는다.) 머리는 왜 기른 거야? 어색해. 하지만 멋있어.
백지혜:간만에 얼굴 보고 대화하는데 그러실겁니까? (퉁명스레 받아쳤지만 역시 신경쓰이는지 눈가 밑을 더듬는다. 이어 들려온 말에 점차 얼굴이 붉어지더니,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린다.) ...비밀입니다.
오광철:그럴 수도 있지. 형에겐 간만이지만 난 오늘 아침에도 봤는데. 오늘 아침 인사는 이렇게 했어. (오른쪽 뺨에, 입꼬리에, 입술 위에. 세 번 연속으로 입 맞췄다 떨어지며 현관에서 했던 마지막 인사를 그대로 재현한다.) 왜 비밀이야? 5년 사이에 나에게 말 못 할 일이 많이 생겼나 봐?
백지혜:(연달은 입맞춤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짓기도 잠시, 홀로 5년을 보내고 돌아왔다는 생각에 곧 미묘한 표정이 된다. 울 것 같다가도 안도하고, 웃다가도 찝찝해하는 표정...) 그럼 저도... 돌려드리겠습니다. (장례식 날 마지막으로 했던 인사. 잡은 손을 이끌어 올리곤 손등 위로 입 맞춘다.)
물론 많이 생겼죠. 5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잖아요. (그다지 숨길 것도 즐거운 일도 없었지만.) 궁금하십니까? 제 전화는 안 받겠다던 사람에게 알려줘야 할지 말지... (뒤끝...)
오광철:형이 나에게 한 마지막 인사가 이거야? (입 맞췄던 손등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뻗어 볼을 만지작거린다. 울 거 같을 때, 찝찝한 듯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억지로 입꼬리를 잡아 올려 웃는 표정으로 바꿔준다.) 70년 뒤에 한 번 더 해줘. 그땐 자연사로 죽을 수 있게 힘내볼게.
5년이 짧은 건 아니지만. 음... 됐어. 안 궁금해. (삐짐!) 형 아프지 말라고 그랬던 건데.
백지혜:(억지로 입꼬리가 올려져 바보같은 표정이 지어진다. 그래도 떨어지거나 떼어낼 생각 없이 얌전히 히죽 히죽... 웃어준다.) 이제 처리랑 전 10살 차이인데, 그보다 더 오래 살아 인사해줄 수 있을련지... (장난스런 어투...)
...그 어떤 고통보다, 광철을 잃었을 대가 제일 아팠습니다. (어깨에 머릴 기대고 시선을 맞춘다.) ...이제 집에 가죠. 5년만이라 그립습니다. 가는 길에 조금씩 얘기해 줄게요.
오광철:(히죽 웃는 얼굴에 다시 입 맞춘다. 손을 떼어냄과 동시에) 건강 관리 열심히 시켜야지. 나 94살까지 살게. 형 104살까지 살아. 한날한시에 죽자. 형도 날 잃지 말고, 나도 형을 잃지 말기로.
... 집도 5년 만에 가는 거야? 어디서 살고 있었대. (이마로 콕, 눌렀다가 떼어낸다. 한 걸음 물러서서 제대로 얼굴을 보고.) 궁금하긴 한데, 5년 동안 형이 어떻게 지냈는지 굳이 지금 말해줄 필요는 없을 거 같아. 이제부터 나도 같이 겪을 테니까.
양손을 내려다보자, 온몸이 약한 빛을 내며 반투명하게 변해 있습니다.
그제야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알게 됩니다.
계속해서 사라졌다가 나타났던 자신의 육체는 이곳을 다녀간 모양입니다.
그것들은 사라지고 몇 분 후에 원래대로 돌아왔었죠.
이제는 자신이 돌아갈 차례입니다.
이대로 돌아가면 광철을 만날 수 있겠죠.
돌아가기 전, 전하고 싶은 마지막 말이 있나요?
백지혜:...아. (투명해진 두 손을 가만 내려다보며 천천히 미소 짓는다. 그의 5년을 못 보는 것, 함께 살아가지 못 하는 것, 지나간 시간을 전부 말해줄 수 없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이제 돌아가면 그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외롭지 않도록...) 광철, 잘 있어요. 사랑합니다.
눈을 뜨면, 어느새 원래 있던 거리에 서 있습니다.
5년 만에 만났던 얼굴이 아직 잔상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때 울리는 건 당신의 핸드폰입니다.
떨리는 화면 속에는 우리 처리♥라는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오광철:형 지금 어디야? 나 가는 길인데...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건 그리운 목소리입니다.
어떻게 이 목소리를 잊을 수 있겠나요.
조금 전까지 떠올리고 있었던 사람,
5년 전 죽은 오광철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모든 감각이 지금 대화하고 있는 광철은 과거의 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 거리를 함께 걷고는 했어요.
저기 있는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이 쇼핑몰에서 같이 겨울옷을 사고.
기억의 조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러이 헤집습니다.
오광철의 사망 후 있었던 5년의 공백이, 그가 존재했던 순간으로 채워져 갑니다.
어딜 보아도 함께 했던 순간의 모습이 보입니다.
바뀐 세상 속에서 당신은 계속해 걷습니다.
만나야 할 사람을 향해.
어느새 달리는 것에 가깝게 걷고 있는 당신의 시야 너머에, 누군가의 모습이 보입니다.
당신이 구해낸 사람이 이곳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전화는 끊겨 있습니다.
광철이 보폭을 넓혀 당신을 향해 걸어옵니다.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이제 과거로 향하는 전화는 필요치 않습니다.
바라마지않던, 당신의 모든 걸 바쳐서라도 구하고 싶었던 사람은 이제 눈앞에 있으니.
: PC는 과거의 KPC를 구하고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5년의 기억은 KPC와 함께한 기억으로 대체되었습니다.
PC 생환. KPC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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