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얼굴을 한 그것은 바들거리며 당신을 향해 다가오는 듯하더니 아가리에서 진액을 주르륵, 뱉어내곤 입을 엽니다.
백지혜:광…. 광철아.
.. 뭐죠? 저것이 지금 말을 한 건가요?
믿을 수 없지만 그것은 입을 우물거리며 당신에게 대화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오광철:(진액이 묻어 끈적거리는 손을 닦아내고 눈을 비빈다. 믿기지 않는 듯 몇 번을 눈을 깜빡이다가, 손을 바라보다가, 다시 벌레의 표면을 건드리다가... 작은 감탄사를 내뱉는다.) 와. 벌레다... (때렸던 곳 만지작...) 안 아파?
백지혜:윽... (손이 닿기도 전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온 몸을 떨며 경련하기 시작한다. 이내 그것은 굳은 듯 경직되고 다리를 곤히 모은 체 대가리는 바닥에 박고 허리를 쭉 치켜세운다.)
어라, 죽었나?
오광철:죽었어? (쿡쿡쿡쿡쿡...) 이만한 벌레는 어떻게 버려야 하지. (그보다 진짜 형인가? 머리 쪽으로 가서 뺨을 꼬집어본다.)
백지혜:(버린다는 말에 몸이 움찍 거리곤 곧바로 몸을 뒤집은 후 거실 한 구석으로 기어간다. 아마도 터진듯한 옆구리에서 진물이 줄줄 흘러나오며 거실에 긴 선을 긋는다...) 버, 버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몸을 동그랗게 말더니...)
접니다, 백지혜. 백지혜에요. 진짭니다.
오광철:(멍하니 모든 과정을 눈에 담는다. 어. 진물...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더니 안 쓰는 수건 챙겨와 터진 옆구리를 꽉 눌러준다.) 응? 어어. 안 버려. 응.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멍하게 팔에 힘만 주다가.) 물이나 마시고 더 잘까... (꿈인가 보다! 무시한다.)
백지혜:으악! (무성의한 처치에 당혹감과 고통이 크게 일는지 눈매를 찌푸리며 비명 지른다. 원통형 몸이 좌우로 거세게 흔들리다 결국 다시 한 구석에서 몸을 말아낸다.) 흐윽, 헉... 잠깐, 가지 마세요. 전... 절, 이렇게 된 저를 두고...! (절망적인 표정...)
오광철:(수건을 뗀다. 벌레는 인간과 다쳤을 때 처치 방법이 다른가? 곁으로 다가가 눈을 바라본다.) 진짜 형이야? 왜 이렇게 됐어? 지금은 가지 말라고 하면서 왜 처음 눈 마주쳤을 땐 죽은 척했어?
백지혜:.....광철이, 육... 육식 곤충인줄 알고. (때렸잖아) 저도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눈을 떠보니 집인데, 이런 몸이고...
제발, 절 그냥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 찐짜 저에요.
오광철:...육식? (몸이 이렇게 되더니 정신까지 벌레가 됐나? 슬슬 정신이 들기 시작한다. 거실을 둘러보다가.) 알겠으니 일어나. 알 버리고 청소할래. 이상한 액체 많아서 기분 나빠. (옆구리 본다.) 그거 그냥 두면 나아?
백지혜:(머뭇거리다 목을 앞으로 쭉 빼서 '일어나'를 실행해본다.) 그것도... 잘 모르겠지만. (이런 꼴로 병원에 갈 수도, 제대로 치료 받을 수도 없을 테니 죽지 않길 비는 수 밖에.) 아, 나가실 겁니까...?
오광철:그럼 아는 게 뭐야? (일어나서 욕실로 가는 길에 있는 장애물들을 발로 슥슥 밀어 치워준다. 문까지 열어준 뒤 주방에서 가위나 칼 등을 찾아 가져온다.) 지금은 말고. 나중에 이거 버릴 때 나갈 거야. (가위로 알 껍질 잘라본다. 잘리나?)
백지혜:............ (침묵하다 주방에서 흉기... 를 꺼내오는 걸 보자 샤샤샥 치워준 길로 몸을 비켜둔다.) 아, 그렇군요. 나중에...
오광철:(벌레는 뭘 먹지? 가위 든 채로 고민하다가 고개 끄덕이고 주방으로 향한다. 어릴 적 개미를 키워본 경험을 살려 넓고 납작한 그릇에 설탕물 타온다.) 형 먹일 벌레는 저녁에 따로 주문할게. 조금만 참아. (덩치가 크니 한 번 식사에 밀웜 100마리는 줘야 하나?)
백지혜:아......... (그릇에 담긴 설탕물이 내어져 오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그것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나 싶더니 결국 고개를 숙이고 할짝... 할짝.... 찰팍. 먹어대기 시작한다.) 감사합니다... (설탕물 범벅.)
...역시, 하지만... 사람다운 식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광철:사람 음식 먹어도 돼? (얼굴을 닦아주며 생각한다. 냉장고 열어볼 일이 많지 않다 보니 재료가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마저 청소까지... 음. 귀찮아.) 배달 시킬까. 먹고 싶은 거 있어? (설탕물 그릇 싱크대에 던져놓고 온다.)
백지혜:괜찮지 않을까요? 우선 얼굴은 사람이고. ...아니, 전 사람입니다. (시선을 먼 곳에 두고 중얼댄다.) 앗, 그렇게 하죠. 으음, 뭔가 오늘따라 '샐러드'가 땡기는군요. 아니면 산채비빔밥... 샤브샤브?
오광철:사람? (비율로 따지자면 벌레 쪽이 더 큰데. 풀만 고르는 거 보니 채식 벌레구나. 배달 어플 슥슥 내리다가 포케 두 그릇 주문한다.) 근데 어떻게 먹어? 그 팔다리로 먹을 수 있어?
백지혜:(되묻는듯한 어조에 대답은 하지 못 하고 바닥만 가만히 바라본다. 꼼질꼼질 팔다리를 움직여 보다가 작은 한숨을 내쉰다.) 아, 걱정 마세요. 어떻게든... 먹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저... 감사합니다. 제 말을 믿어주시는 거군요. (솔직히 나라면 사람이 벌레가 되는 일 안 믿었을 거 같아.)
오광철:(팔다리 꼬물거리는 것도 보다 보니 좀 귀여운 거 같기도 하고...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벌레 몸에 기대앉는다. 음식 올 때까지 청소는 보류!)
형이 진짜라고 했잖아. 그리고 한 대 쳐보니까... (주먹 쥐었다 핀다.) 가짜라도 금방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백지혜:(몸이 닿자 놀란듯 고개를 팍 치켜든다. 입을 우물거리다 조용히 몸을 동그랗게 감싸 말아 안는다. 부빗부빗...)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니... (또 금방 사색이 되어선 바들바들 몸을 떤다... 확실히 지금은 말 그대로 굼벵이니까. 못 잡는 게 이상하지.)
오광철:(이거 쿠션으로 좋은 거 같은데? 다시 잠들 뻔한 순간... 타이밍 맞게 울린 초인종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밖에서 보이지 않게 방문 닫은 뒤 음식 받으러 나간다!)
음식을 받고 돌아오니 백지혜가 또 구석에서 몸을 말고 있습니다.
백지혜:갔습... 니까?
오광철:뭐야? (질문에 고개 끄덕이곤 식탁 위에 포케를 세팅한다. 지혜 몫의 수저를 둬야 하나 고민하다가..... 안 뒀다!) 나와서 먹어.
백지혜:(수저 안 뒀어! 열심히 식탁 옆으로 기어가 의자에 얼굴을 기댄다. 용쓰며 앉으려는 것 같지만... 이 몸으로 될 리 만무하다.) 저, 광철... 저는 역시 바닥에 둬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인권 사라진 목소리)
오광철:바닥 아직 다 안 닦았는데. (이미 잔뜩 기어 온 상대에게 말할 필요는 없나? 그릇 내려놓은 뒤 자기 몫까지 챙겨 바닥으로 내려온다.) 아까처럼 몸 펴봐. 기댈래.
백지혜:(그릇 앞으로 조금 더 기어가 몸을 조심스레 편다. 광철이 기대기 편하도록 조금 몸을 비튼 후...) 잘 먹겠습니다... (그릇에 고개를 묻고 풀이나 밥풀을 우물우물 씹어댄다. 가끔씩 들어본 얼굴엔 소스가 범벅...)
오광철:(편하게 기대서 먹으면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얼굴에 묻은 소스를 닦아준다. 그렇게 3번쯤 닦아줄 무렵... 귀찮아졌는지 아예 그릇 뺏어오고 숟가락 쥔다.) 입 벌려.
백지혜:앗. (내 밥... 마주보고 앉아 먹던 게 습관이 된 탓에 얼굴을 계속 들었던 게 문제였나. 그럴 때마다 닦아주는 게 조금 좋았던 거 같은데 아쉽기도 하다. 어색히 입을 벌리고 광철을 바라본다.)
오광철:(자신이 밥을 제대로 먹지 않을 때마다 해주던 것처럼 숟가락 위에 한 입에 들어오기 좋은 사이즈로 밥과 야채를 쌓아 올리고 입으로 비행기 소리를 내며 입에 넣어준다.) 한 입 더 먹어? (배불러. 자기 몫의 포케들 지혜 그릇에 옮긴다.)
백지혜:(자신을 흉내내는 듯한 몸짓과 소리에 무심코 웃음을 터트린다. 자신의 몸이 이런 골이 된 탓임을 깨닫자 또다시 우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 그럼 한 입만 더 먹겠습니다. (우물우물우물... 아아~)
오광철:그냥 웃어. 나 형 슬픈 표정 싫어. (한 숟가락 더 퍼서 비행기처럼 숟가락을 조종한다.) 또 울상이면 이거 버리고 다시 설탕물 가져올 거야. (어느새 반쯤 누운 자세가 됐다. 아직 알 껍질과 진액들이 남아있는 거실 풍경을 보며 배 위에 올려놓은 포케 그릇을 숟가락으로 뒤적거린다.) 청소하기 싫다...
백지혜:하지만, 제가 이런 꼴이 됐는데 어떻게...! (억울한듯 말하다 입에 들어온 포케를 또 우물 우물 씹는다. 맛있어... ) 제가 좀 도와드릴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이런 몸으론 방해만 더 되겠죠. (멋쩍은 웃음을 짓곤 거실을 가만 바라본다. 그러더니... 꾸벅.)
광철... 저... 졸립니다.
오광철:뭐 어떻게든 되겠지. 형은 못 나가고 평생 집에서 살아야겠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하러 가려다가 멈춘다. 생각해 보면 나도 다시 자려다가 목말라서 나왔던 거니까. 주말 아침에 9시부터 눈을 뜨는 건 말이 안 되지. 다시 돌아와 백지혜 베고 눕는다.) 잘까? 자자. 잘 자.
백지혜:(그럼 우리 처리 밥이랑 케이크랑 밀크티는 누가 사서 먹이냔 말이야...! 울분에 얼굴을 찡그리다가도 포만감과 편안함, 안도감에 점차 눈이 감겨진다. 그대로 몸을 둥글게 말곤 얼굴을 맞대어 기댄다.) 안녕히... 주무세요 광철.
이젠 애벌레보단 나비에 가까워보이는 모습의 백지혜가 번데기에서 날개를 펴내며 천천히 모습을 내보입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그다지 밝아보이진 않습니다.
백지혜:애벌레의 몸이 된 것도 모자라, 이젠 번데기에서 나비까지 되어버렸다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래요. 물론 눈앞에 괴물을 둔 당신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테지만,
진정으로 이 일을 겪는 당사자는 바로 백지혜였습니다.
그는 불안한 태도를 감추지 못한 체 당신에게 무어라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백지혜: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머리가...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워요. (젖은 날개를 몇 번 움직여 방 천장에 붙는다.) 저를... 저를 도와주세요, 광철.
SAN Roll
기준치:
29/14/5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12
1
오광철:(고양이들과 껍질이 들어있던 봉투를 다시 내려놓는다. 고치도 잘라서 버려야겠네...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떻게 돕는데? (다시 욕실로 이동해 깨끗한 수건 들고 온다. 수건으로 젖은 날개를 닦아주며 몸을 살펴본다.)
백지혜:저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번엔 겁 먹지 않은 듯 몸을 닦아주는 손길에 몸을 바닥에 붙인다.) 그냥, 저를 이대로... 염치 없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전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언젠가, 돌아갈 때 까지만 부디, 저와 이렇게 지내주세요.
오광철:귀찮지만 형이 부탁하는 거니까... 응. (말하는 것치곤 쉽게 고개 끄덕인다. 대충 물기를 다 닦아내면 수건은 멀리 던져놓고 다시 고치를 가위로 잘라낸다.) 나 오늘 청소 많이 했으니까 수고했다고 해줘. 어서. (신경 써주면 형 성격에 더 우울해할 거 같으니 평소랑 똑같은 태도로 대응해야지.)
백지혜:(멀리 날아간 수건을 흘긋 보고, 조금 날아서 오광철의 옆에 선다. 분명 쉽게 응할 수 있는 부탁이 아니었는데. 오늘만해도 자신 탓에 온종일 고생했지 않았던가. 분명 언젠가 귀찮아져서 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감사합니다. 광철...
(여전히 어색하지만 아까보단 혼란스럽지 않은 듯 훨 나은 웃음을 짓는다.) 수고했어요.
오광철:감사하고 수고한 줄 알면 나중에 돌아온 뒤에 잘 해. (옆에 다가온 몸을 훑어본다. 아쉽다. 벌레 몸 누워있으면 편했는데...) 나비는 벌레보다 다리 길잖아. 가위 쓸 수 있으면 고치 대신 잘라줘. 그리고 휴대폰 비밀번호 알려줘. 사무실에 당분간 쉰다고 연락해 줄게. (휴대폰 들고 소파 위에 늘어진다...)
백지혜:(이쪽은 걸어? 다닐 수 있어서 나름 더 나은 모양...) 그래도 가위를 잡는 것 까진 무리가 아닐까 싶은데... 힘내보겠습니다. (그냥 이로 자를까 하는 상상... 하다가 정신차리고 가위질하려 노력한다. 전부 떨어트리고 말았지만.) 아, 그렇네요. 비밀번호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