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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걷는 자들

 

 

 

 

 

 
 
 
 
20241211
 
 
 
 
 
 
끔찍했던 결혼식으로부터 반년.
 
 
헤르모드 가의 추격을 피해 도망 다니던 우리는 며칠 전부터 작은 마을에 머물고 있습니다.
 
 
외지인을 반기지 않는 고립된 바다 마을.
 
 
평소라면 이런 마을은 동이 트자마자 떠났겠지만,
 
 
마침 오늘 이국의 상인이 이곳을 지나간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추격을 피해 옆 나라로 도망가면 둘이 같이 골동품점을 열기로 했죠.
 
 
거기서 팔 물건을 보기 위해, 기디언은 아침부터 먼저 바다로 나갔습니다.
 
 
... 파도가 높게 치는 날입니다.
 
 
쌀쌀한 기운이 맴돌고 모래를 덮친 뒤 사라지는 물결이 을씨년스럽습니다.
 
 
겉옷을 챙겨 바다로 찾으러 가는 게 좋겠어요.
 
 
바다로 향하는 길에는 오고 가며 익숙해진 얼굴들이 보입니다.
 
 
 
: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바로 바다로 향할 수도 있습니다. 자유롭게 행동해 주세요.
 
 
세이블:몸도 안 좋은 사람이... (기디언에게 줄 겉옷을 챙긴 후 바닷가로 걸어간다. 이 마을, 정말 정감이 안 가는군... 오늘은 파도가 세게 치려나? 어부 아들 톰의 중얼거림을 엿들어본다.)
 
 
톰은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변에 사람이 오는 것도 모른 채, 멍하니 바닷가를 바라보며 중얼거립니다.
 
 
 
톰: 방금... 무언가가, 해변에.
 
 
톰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면 사람이 여럿 모여있습니다.
 
 
그 가운데, 희미하지만 기디언의 모습도 보입니다.
 
 
 
톰: 이상해. 아빠가 오늘 오후엔 태풍이 올 거라고 했는데... 상단도 그래서 내일 온다고... 다들 왜 나와있지?
 
그리고 방금 휩쓸려온 것은...
 
 
인파로 휩쓸려온 것의 자세한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세이블:뭐요? 태풍이라니. (그럼 기디언이 위험하잖아~! 곧바로 바다 향해 뛰어간다...)
 
 
태풍은 나중에 오는데도? ㅠㅠ
 
 
세이블:(그래두 우리 애는 시간 감각 없어서 휩쓸려갈지도 모르고 태풍 오기 전이면 바람도 강할텐데)
 
 
그래요 바로 갑시다
 
 
해변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저 멀리 주민들이 보입니다.
 
 
그들은 한곳에 모여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겹겹이 둘러싸인 인파 때문에 너머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사이를 비집어도 도저히 뚫릴 생각이 없습니다.
 
 
그때 누군가 어깨를 툭툭 칩니다.
 
 
익히 아는 얼굴, 인파 사이에 섞여 있던 기디언입니다.
 
 
기디언은 굳은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합니다.
 
 
기디언:형. 무언가가 휩쓸려 왔어.
 
 
짧은 문장을 끝으로 술렁거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몰립니다.
 
 
주민들은 양옆으로 비켜주고, 세이블. 당신은 마주합니다.
 
 
기디언의 말대로 해변에 휩쓸려 온 것을.
 
 
물고기의 상체와 인간의 하체를 가진 어떠한 것을.
 
 
세이블: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2
뭐... (겉옷을 건네려던 손을 거두고 곧바로 몸을 돌린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해변가에 몰려있어, 무슨 보물선이라도 떠밀려왔나 했는데... 천천히 다가가 그것을 바라본다. 사람들의 분위기를 봐선 단순히 큰 물고기... 는 아닌 모양이다...) 저, 저게... 뭡니까?
 
 
기디언:그러게. 뭘까. (이쪽은 이미 충분히 봤는지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이런 이상한 일은 다시 겪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숨을 푹 내쉬고 손을 내민다.) 겉옷 줘. 나 주려고 가져온 거지? 천천히 살펴봐. 당장 움직이진 않는 거 같아.
 
 
세이블:아니, 별로 살펴보고 싶진 않은데요... (따라 한 걸음 발을 물리고 직접 겉옷을 어깨에 덮어준다. 흘긋 해변 쪽을 보다가 다시 고갤 돌린다.) 왜 말도 없이 나갔습니까.무슨 일 생기면 어쩌려고...
 
 
기디언:그래봤자 마을 안인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 생겨도 이렇게 와줄 테니까. (겉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손으로 잡아 고정한 뒤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형은 저게 뭐라고 생각해? 난 어쩐지 결혼식 때 그 조직이 생각나서 기분이 안 좋아. 불길해.
 
 
세이블:그래도 저희에게 타지잖습니까. 우린 이방인이고. (목소리를 낮춘다. 그대로 머릴 맞대어 속삭이듯 이어 말한다.) 당연히 어디라도 갈 거지만요.
 
으음... (눈매를 좁히며 떠밀려 온 것을 천천히 살펴본다. 확실히. 그런 짓을 할 집단이 그 마을 하나 뿐일거란 증거도 없고. 혹시라도 뒤를 밟히고 있다면...) 걱정 마세요... 저, 역시 조금 보고 오겠습니다.
 
 
이 마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반인반어의 몸을 가진 ‘인어’라는 존재가 있다고.
 
 
그들은 매혹적인 외모로 사람의 눈을 속이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을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간다고 합니다.
 
 
까마득한 윗세대에는 그렇게 바닷속으로 사라진 이들의 이야기가 내려져 오기도 합니다.
 
 
당신도 언젠가 인어가 묘사된 자료를 받은 적 있습니다.
 
 
오래되고 때가 탄 자료라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어는 인간의 상체와 물고기의 하체를 가졌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제법 생소하고 어쩌면 기괴합니다.
 
 
주민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을에 머물기 시작한 우리를 탓하는 사람도 있고,
 
 
신이 분노한 탓에 저주를 받았다며 울부짖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이블:(억까야)
 
 
기디언:(억까야~)
 
 
하지만 동시에 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다들 입맛을 다시거나 간절한 눈빛으로 휩쓸려온 것을 바라봅니다.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참고로, 그다지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닙니다.
 
 
 
: 전체 / 머리 / 가슴 / 허리 / 다리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세이블:(그렇겠지................................................ 우선 전체적으로 확인해보자.)
 
 
170cm 정도의 물고기의 상체와 인간의 하체를 가진 반인반어 생명체.
 
 
바다와 해변에 반씩 걸쳐 파도를 그대로 맞고 있습니다.
 
 
팔이 없는 윗몸과 쭉 뻗은 두 다리는 힘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세이블:죽었나? (다음으로 머리...)
 
 
기디언:아까. 형 오기 전엔 조금이지만 움직였던 거 같은데.
 
 
물고기 대가리.
 
 
동그랗고 까만 눈을 미동도 없이 시퍼렇게 뜨고 있습니다.
 
 
입은 뻐끔거리는 기미조차 없습니다
 
아가미까지 달린 것이, 머리만 본다면 영락없는 생선이 맞습니다.
 
 
세이블:그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게 좋지 않을지... (이어 가슴...)
 
 
기디언:하지만 사람들이 돌려보내지 않으려고 하던걸.
 
 
비늘로 뒤덮여있는 축축한 몸체.
 
 
다닥다닥 붙어있는 비늘이 좋은 감상을 주지 못합니다.
 
 
매끄럽지만 탁한 가슴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습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미동도 없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세이블:(먹으려고..?)
 
 
기디언:(아마도...? 고개를 끄덕인다.)
 
 
세이블:(이어 허리를 살핀다...)
 
 
인간의 몸과 물고기의 몸을 나누는 경계입니다.
 
 
물고기의 몸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골반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이블:(생식기가 달려있나요?)
 
 
... 없을걸요?
 
 
있을지도...
 
 
세이블:(오.)
 
(다리 들어서 확인해보자)
 
 
골반 밑으로 달린 인간의 두 다리. 길고 얇습니다.
 
 
피부는 깨끗하며, 걸을 수 없을 것처럼 힘이 빠져있는 게 눈으로 보입니다.
 
 
물에 잠겨 쓸려오는 파도를 그대로 맞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본 피부는 더욱 반짝입니다.
 
 
생식기를 확인하고자 다리를 들면 움찔거리며 팔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 남자아이네요!
 
 
세이블:아아...
 
저... (마을 사람 아무나, 비교적 착해보이는 사람을 잡는다.) 저건 뭔가요? 바다로 돌려보내죠 그냥?
 
 
 
주민: 뭐? 그냥 돌려보내자고? 하지만...
 
 
주민은 썩 내키지 않는 표정입니다.
 
 
둘러보면 모두가 거대한 괴생명체 같은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혐오하는 동시에 궁금해합니다.
 
 
 
주민: 너. 우리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아니?
 
 
세이블:인어 그거 말입니까?
 
 
 
주민: 그래. 인어는 반인반어의 존재. 교활하고 사악하며,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을 홀린다. 그리고...
 
인어의 고기를 먹으면 영생을 얻는다.
 
 
사람들의 얼굴이 상기됩니다.
 
 
모두 불규칙한 숨을 쉬며 휩쓸려온 것을 바라봅니다.
 
 
세이블:(또 미친 마을이...) 하지만 저건 아름다운 목소리는 커녕 말도 못 하지 않습니까. 저런 거 함부로 먹으면 병 들 겁니다.
 
 
주민들은 세이블의 말을 무시하고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단순히 고기를 먹는 것만으로도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인가요?
 
 
눈치만 보고 있지만 분명 이곳에 모인 주민 모두가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저것의 살을 먹고 싶다고!
 
 
기디언은 휩쓸려온 것의 발끝을 빤히 바라보다가 묻습니다.
 
 
기디언:형은 어떻게 생각해? 영생은 존재할 거 같아? 먹고 싶어?
 
 
세이블:기디언... (모인 사람들을 슥 훑어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습니다. 또 저번 처럼 이상한 신념을 지닌 자들이겠지요. 엮이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여길 떠나도록 해요.
 
 
기디언:(목소리를 낮춘다. 광기 어린 사람들에게 잘못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몸으로 체험했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서 떠나는 게...
 
 
 
주민: 옮깁시다.
 
 
기디언의 말을 끊으며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 말했고,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달라붙어 들어 올립니다.
 
 
그러나 무게가 꽤 되는지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이 손짓합니다.
 
 
 
주민: 거기 둘! 너희도 도와!
 
 
영생이 뭐라고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돕지 않으면 죽여버릴 듯 형형한 눈빛입니다.
 
 
세이블:(시싫어 벌받아)
 
 
 
주민: 빨리 안 오고 뭐해!!!!!
 
 
세이블:(으앙) 들 것 가져다 드릴까요?
 
 
들것 찾기 행운판정해 볼까~?
 
 
세이블:
기준치: 35/17/7
굴림: 44
판정결과: 실패
 
(ㅠㅠ)
 
 
도와야겠다...
 
 
세이블:가서... 드는 척만 해요.... 손대지 말고... (속닥)
 
 
기디언:응? 응. (다가간당.)
 
 
가까이서 보면 살이 축축하고 미끈한 게 좋은 기분은 아닙니다.
 
 
들어올리는 척 가까이서 휩쓸려온 것을 살핍니다.
 
 
근육이 없이 마른 다리이지만 물을 먹고 늘어져 있는 것이 꼭 시체처럼 보입니다.
 
 
동그랗게 뜬 눈알이 마치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디언은 드는 척만 하려는 게 실패한 모양인지 멀리서 물고기의 다리 한 쪽을 잡고 있습니다...........
 
 
기디언:(형 도와줘 눈빛...)
 
 
세이블:(하 ㅠㅜ) 저희 안사람은 몸이 안 좋은데, 제가 두배로 힘낼테니 쉬게 해주시죠~! (아양을 떨어본다)
 
 
 
주민: 뭐? 저기서 대가리 드는 양반도 며칠 전 손가락 자르고 온 양반인데 어디서 젊은 것들이!
 
둘 다 들어!!
 
 
세이블:(손가락 왜 잘랐냐고)
 
예... (들...음...)
 
 
세이블: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계속 미끌거려 아무리 힘을 주어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갑게 식은 생선 살이 손바닥에 눌립니다.
 
 
세이블:(꺄아아아악)
 
 
순간 손에서 좌르륵 미끄러집니다.
 
 
손톱 사이에 비늘이 잔뜩 끼고, 물이 사방으로 축축하게 튑니다.
 
 
동시에 기디언도 손에서 인어의 다리를 놓칩니다.
 
 
기디언은 멍하니 자신의 손만 바라보지만, 당신은 똑똑히 봤습니다.
 
 
꼭 시체처럼 늘어져 있던 다리가 순간적으로 크게 움찔거리며 그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을.
 
 
주변에서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주민: 진짜 아픈가? 비리비리한 게 도움도 안 되는군! 그냥 나중에 해체 작업이나 도와.
 
 
세이블:(그건 더 싫어)
 
 
 
주민: 어허 눈빛 뭐냐?
 
 
세이블:(궁실궁시렁) 기디언~ (하고 기디언 향해ㅐ 달려간다...) 괜찮습니까?
 
 
기디언:응. 괜찮아. (축축한 손을 옷에 문질러 닦는다.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반복하다가...) 방금 움직였던 거 같은데, 형 봤어?
 
 
세이블:예... 뭐, 아직 살아있나 봅니다. 불쌍하기도 하지... (더러워진 자신 손 내려다보다가 작게 혀를 찬다.) 지금 도망갈까요?
 
 
기디언:도망갈 수 있을까? 간다면 다음은 어디로 가지. (겉옷 소매로 세이블 손 닦아주다가 찡그린다. 옷에서 비린내 나는 거 같아.) 당분간 바다는 보기 싫어질 거 같아. 다음엔 산으로 가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망칠 수 없습니다.
 
 
이미 휩쓸려온 것을 해체할 오두막에 도착했거든요.
 
 
주민들은 두 사람의 팔을 당겨 안으로 끌어당깁니다.
 
 
세이블:(시싫어어)
 
 
작업대와 회를 뜨는 칼, 낚싯대와 작살 등이 갖추어진 조그만 오두막입니다.
 
 
생선 대가리가 가득 담긴 양동이 주변에는 날파리가 들끓고, 바닥은 생선 내장 조각으로 어지럽습니다.
 
 
근처에는 까마귀가 득실거립니다.
 
 
몇몇은 붉은색 살덩이를 쪼고 있습니다. 질긴 살이 까마귀 부리의 움직임에 따라 길게 늘어집니다.
 
 
사람들은 작업대 위에 올려져 있던 생선 뼈와 불순물을 손등으로 밀어 바닥으로 떨어뜨립니다.
 
 
빈 처형대 위로 휩쓸려온 것이 올라갑니다.
 
 
사람만 한 크기이니 작은 칼로는 해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사람들은 도끼를 찾습니다. 마치 휩쓸려온 것이 깨어나기 전에 모든 걸 끝내려는 것처럼.
 
 
차오르는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기디언은 어느새 뒤로 물러서 헛구역질을 해댑니다.
 
 
태풍이 다가옵니다. 점점 거세지는 바람 소리가 오두막 문 너머에서 들려옵니다.
 
 
웅성임 속에서, 세이블은 이질적인 목소리를 듣습니다.
 
 
세이블: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작업대 쪽에서 어럼풋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휩쓸려온 것이 내었다고밖에 추측할 수 없습니다.
 
 
세이블: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2
 
... (기디언의 등을 쓸어주다가 눈을 꾹 감는다. 그냥 어제 나갈걸...) 저, 잠깐... 방금 들으셨습니까? (주민들을 향해 돌아본다.)
 
 
 
주민: 뭐? 뭘 들어. 방해 마!
 
 
주민은 세이블의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벽으로 밀칩니다.
 
 
세이블:으앗.
 
 
도끼를 찾느라 정신이 없어 보입니다.
 
 
 
: 도끼를 찾는 동안, 기디언과 대화를 나누거나 오두막 내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세이블:(그럼 인어? 쪽으로 가서 속닥인다.) 뭐가... 옵니까?
 
 
휩쓸려온 것은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 허공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아까 들었던 것은 환청일까요?
 
 
세이블:(말해 말하는 거 다알아 표정)
 
 
 
휩쓸려온 것: (...............)
 
 
세이블:(... 다시 기디언 쪽으로 간다.) 설마 저희도 먹으라고 하진 않겠죠?
 
 
기디언:음... 도왔으니 먹으라곤 하겠지만, 강요하진 않을 거 같은데... (그동안 봐온 모습만 생각하면.) 형은 안 먹을 거지?
 
 
세이블:당연하죠.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나갈 구멍이라도 없나... 오두막을 살펴본다.)
 
 
기디언:형이랑 통해서 기뻐. 같은 마음이네. (같이 오두막을 둘러본다.)
 
 
나갈 수 있는 구멍이라곤 바람에 연신 덜컹이는 문 하나뿐입니다.
 
 
나무로 된 문은 낡아 잘 열리지 않습니다. 몰래 나가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세이블:(바람에 날아갈지도 몰라.) 그나저나 방금 인어가 말했습니다. 들었어요?
 
 
기디언:인어가? (인어 쪽 바라본다. 집중하느라 미간이 좁아졌다가... 고개 젓는다.) 못 들었어. 안 들려. 다른 사람들도 못 들은 거 같은데. 형, 그보다... (구석으로 민다.) 가운데. 작업대에서 비린내랑 피 냄새 심해서 속 안 좋아. 저쪽으로 가자.
 
 
세이블:분명 먹지 말라고, 뭔가 온다고... 으음, 환청이라도 들은 모양입니다. (순순히 밀려나 구석 자리로 가 기디언을 끌어안은 채 멀뚱히 서있는다.) 차라리 얼른 나갈 수 있다면 좋겠군요.
 
 
기디언:스트레스 심한 거 아냐? 안 그래도 나 데리고 도망 다니느라 지쳤을 텐데. 다음에 가는 곳에선 한 달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자. (품에 기댄 채 벽면에 걸린 도구들을 바라본다. 말한 것처럼 차라리 빨리 끝나고 나가는 게 좋을 지도 모르니까. 도끼가 있나...)
 
 
벽면에는 낚싯대, 어망, 작살 등 장비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찢어진 어망을 고칠 때 쓰는 바늘 같은 것도 눈에 들어옵니다.
 
 
장비에도 비린내가 깊게 배어있긴 하지만, 작업대 만큼은 아닙니다.
 
 
확실히 이쪽으로 온 뒤, 기디언의 안색도 좋아졌습니다.
 
 
그 사이에, 붉은 도끼가 눈에 들어옵니다.
 
 
세이블:(먹히기 직전 물고기의 살려달라는 애원을 들은 것 보단, 그냥 스트레스로 인한 착각이라 치부하는 게 낫긴 하겠지. 조용히 웃어주며 벽면을 훑어본다. 곧 발견한 도끼를 보곤... 잠깐 고민하나 싶더니 마을 주민 하나를 부른다.) 저, 도끼 여기 있습니다.
 
 
 
주민: 드디어 좀 도움이 되는군! 자, 작업 시작하게 다들 모여!
 
 
주민은 큰 도끼를 가져갑니다.
 
 
이가 나간 도끼는 섬세한 작업에는 부적합하겠지만, 커다란 생선을 해체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주민 하나가 도끼를 휘두릅니다.
 
 
한 번에 쩍 잘려 나간 거대한 생선 대가리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철퍽.
 
 
허망하게 구르는 대가리는 구석에 있는 둘의 발치까지 굴러옵니다.
 
 
구불거리는 탁한 회색의 덩어리가 대가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머리를 제거했으니 이제 내장을 제거할 차례입니다.
 
 
도끼날의 끝부분이 뱃속에 푹 박힙니다.
 
 
잘린 머리 아래부터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데, 살이 질긴지 중간에 걸려 계속 늘어집니다.
 
 
전부 달라붙어 도끼 손잡이를 쥐고 살 찢는 것을 돕습니다.
 
 
 
주민: 너희 둘도 와서 붙어!
 
 
세이블:(싫어!!!!!!!!!!!!!!!)
 
 
 
주민: 돕지 않으면 다음 이 도끼가 자르는 건 네놈들이다!!!!
 
 
세이블:(으아앙!!!!!!!!)
 
(가서... 손 대는 척 해요 ㅠㅜ)
 
 
사람 하나 더 붙는다고 뭐가 달라진 거 같진 않습니다.
 
 
애초에 하는 척만 했지만요.
 
 
어찌됐든 휩쓸려온 것의 배는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배가 양쪽으로 열립니다.
 
 
생선의 축축한 내장이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위치를 잘 기억해 둡시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요.
 
 
세이블:(뭐)
 
 
주민들이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고기이기에, 내장은 모두 버려집니다.
 
 
기디언:(기억했어?)
 
 
세이블:(간위창심비...)
 
 
사람들은 무심하게 손으로 내장을 집어 양동이에 던지듯 집어넣습니다.
 
 
양동이가 덜컹 흔들립니다.
 
 
자칫하다 쓰러져 내용물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그때, 철퍽거리는 소리 사이로 기디언이 세이블을 슬쩍 찌릅니다.
 
 
기디언:형. 나 들리는 거 같아. 아까 형이 말한 목소리.
 
 
세이블: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의를 집중하니 어떠한 소리가 들립니다.
 
 
금방이라도 죽을 듯 흐려지는 목소리입니다.
 
 
소리가 들린 위치를 생각해 보면, 아래쪽에서 들린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잘린 물고기의 머리 쪽에서요.
 
 
세이블:아...아프다잖아요! (반항해봄)
 
 
 
주민: 누가 아프대! 방해하지 말고, 다음!
 
 
내장을 제거했으니 이제 뼈를 발라야지요.
 
 
도끼를 든 사람은 주민들과 더불어 둘에게도 같이 뼈와 가시를 바를 것을 요구합니다.
 
 
세이블:윽... (그냥 씹어먹으라고... 제거하는 시늉 한다...)
 
 
기디언:(옆에서 같이 하는 척한당...)
 
 
하는 수 없이 뼈 바르는 데 동참합니다.
 
 
척추가 되는 뼈를 뜯어내고 가시를 하나하나 뽑고 있으면 휩쓸려온 것의 다리가 경련하듯 움찔거립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움직임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가시를 다 발랐다면, 이제 끝, 먹을 준비 끝입니다.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눈으로 휩쓸려온 것의 살을 잘라냅니다.
 
 
 
주민: 이걸 먹기만 하면 영생을 누린단 말이지...!
 
 
도끼날에 사정없이 잘리는 고기.
 
 
 
주민: 다른 사람들한테도 나눠줄까요?
 
 
그것을 내려다볼 머리도 없는 채로, 휩쓸려온 것은 배가 열린 채 다리를 늘어뜨리고 여전히 작업대 위에 누워있습니다.
 
 
 
주민: 그거 좋군! 이 크기면 마을 모두가 충분히 먹고도 남을 양이겠어.
 
 
그 자리에서 바로 살을 파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기가 사람들의 식도를 타고 뱃속으로 내려갑니다.
 
 
당장의 변화는 없지만, 글쎄요. 지켜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영생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종류는 아니잖아요.
 
 
 
주민: 자. 이건 너희 몫이다.
 
 
두 사람에게도 접시 위에 놓인 고기가 한 점씩 내밀어집니다.
 
 
살을 건네주고 나면 사람들은 모두 자기 가족과 이웃을 찾아 오두막을 떠납니다.
 
 
빗물이 툭 툭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고립된 것처럼, 이제 오두막 안에는 둘뿐입니다.
 
 
세이블:(이...이대로 버리고 갔어.,.,!!!)
 
...이제 나갈까요?
 
 
뒤돌아 오두막을 나가려는 순간.
 
 
두 사람밖에 없는 오두막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립니다.
 
 
쇳소리가 잔뜩 섞인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희미합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잘려 나간 생선 대가리가 입을 움직이며 말을 걸고 있습니다.
 
 
세이블: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휩쓸려온 것의 입은 뻣뻣하게 굳어 잘 움직이지 않지만, 전달하려는 바는 명확히 들려옵니다.
 
 
 
휩쓸려온 것: ...도와주세요, 부탁할 게 있어요.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동그란 눈알은 천장만을 보며, 열심히 도움을 요청합니다.
 
 
세이블:... (기디언을 바라본다. 저거 들리냐고 묻는 듯이.)
 
 
기디언:(시선의 의미를 파악하고 고개 끄덕인다. 응. 들려.)
 
 
세이블:인어는 머리가 잘려도 말하는군요. (망설이다가 결국 대가리가 있는 바닥으로 가 몸을 굽힌다.) 아까 크게 말하시지!
 
 
 
휩쓸려온 것: 미안해요. 미안해요. 아까는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생선 대가리는 거두절미하고 부탁할 것을 나열합니다.
 
 
 
휩쓸려온 것: 방법은 상관없으니, 제 머리와 몸을 붙여주세요.
 
없어진 뼈와 내장을 위치에 맞춰 채워주세요.
 
먹혀버린 살을 다른 것의 살로 채워주세요.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껍질로 그것을 감싸 봉합해 주세요.
 
모든 부탁을 들어주면 당신이 궁금해할 것들을 알려줄게요. 그리고 난 바다로 갈 거예요. 그들이 이 마을로 오지 못하게 막을 거예요.
 
 
세이블:아까부터 무보수로 끔찍한 일만 하는 것 같은데...
 
다른 것의 살...?
 
 
휩쓸려온 것은 그 어떤 것도 대답해 주지 않습니다.
 
 
세이블:(하진짜)
 
 
비가 천장을 두드리고 빗방울이 조금씩 샙니다.
 
 
몇 방울이 세이블의 머리 위로 떨어집니다.
 
 
진실이 없는 조그마한 방 안에 긴장감이 흐르고, 양동이에 남긴 내장은 아직 신선합니다.
 
 
세이블:...어떡할까요?
 
 
기디언:으음. 이 마을로 오지 못하게 막겠다는 게 신경 쓰여. 나처럼 무슨 저주에 이용당한 건 아닐까.
 
 
세이블:이 인어가요? 확실히 좀 불쌍한 처지다 싶긴 한데... 이 마을은 떠나면 그만이니, 꼭 도울 필요도 없다 싶습니다. 다른 것의 살을 구하는 게 어려워 보이고.
 
 
기디언:낚시를 하거나, 아니면. (까마귀들이 쪼아먹던 양동이를 바라본다. 윽...) 상한 고기도 괜찮아? 아니면 까마귀를 잡아도.
 
하지만 어려워 보이는 건 맞으니까. 형이 하겠단 대로 따를게. 말한 것처럼 떠나면 그만인 마을이니까.
 
 
세이블:(시선을 도르륵 굴린다. 이러나 저러나 찝찝한 건 마찬가지일테고, 어쩌면 인어에게 들을 얘기가 차후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나쁘지만도 않은가 싶다.) 죽은 인어 살리자고 살생을 또 하기도 그러니... 썩은 것도 괜찮길 빌어야죠.
 
기디언은 안 해도 됩니다. 속 안 좋은 거 같던데.
 
 
기디언:다른 것의 살이기만 하면 된다고 했으니까. 아마 괜찮겠지. (어느새 창백해진 표정으로 코와 입을 막고 서있는다. 머뭇거리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한 걸음 물러선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
 
 
머리 붙이기, 뼈와 내장 맞추기, 살 채우기, 껍질 감싸기
 
 
휩쓸려온 것이 말한 순서대로 진행하면 될 거 같습니다.
 
 
시작할까요?
 
 
세이블:(살다보니 별걸 다... 하지만 장기에는 저번 일로 면역이 있다. 아마도. 우선 머리와 몸은 낚시줄로 붙일 수 있지 않을까?)
 
 
벽면 장비들 사이에 낚싯줄과 함께 어망 수선용 바늘이 보입니다.
 
 
다행히도. 도끼날에 한 번에 잘려 단면은 꽤 깔끔한 편입니다.
 
 
낚싯줄이 있다면 붙일 수 있을 겁니다.
 
 
세이블:(낚싯줄과 어망 수선용 바늘을 조합해 머리와 몸을 꿰매어본다...)
 
 
세이블: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25
판정결과: 실패
 
 
머리와 몸이 덜렁거립니다.
 
 
고정시킬 물건을 찾아야겠어요.
 
 
끈끈한 것... 무언가 없을까요?
 
 
세이블:(마을로 내려가 밥을 동냥해볼게요...)
 
 
주민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한산합니다.
 
 
태풍이 오기 전처럼 아주 고요합니다.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요?
 
 
세이블:(어느 한 집 문을 두드린다...) 실례합니다!
 
 
들려오는 소리 없이 조용합니다.
 
 
세이블:(문을 열어본다?)
 
 
잠겨있지 않은 문은 쉽게 열립니다.
 
 
세이블:(어디갔어)
 
 
내부는 텅 비어있습니다. 가족들은 다른 곳에 간 모양입니다.
 
 
세이블:으음... 잠깐 빌리겠습니다~ (주방에서 밀가루와 물을 챙겨 오두막으로 돌아간다.)
 
 
밀가루와 물을 얻어 돌아옵니다.
 
 
어떻게 할까요?
 
 
세이블:(밀가루 3 물 7 비율로 묽게 뭉쳐서 치덕치덕 발라준다...)
 
 
덜렁이는 목과 몸을 반죽이 고정시킵니다.
 
 
이것으로 휩쓸려온 것의 머리를 붙이는 과정이 끝났습니다.
 
 
다음은 뼈와 내장 맞추기입니다.
 
 
세이블:(이대로 튀기면... 같은 생각을 하다 뼈를 주워 모은다...우선 척추부터 허리에 꽂아주고, 잔가시들을 배열해둔다.)
 
 
자잘한 가시를 전부 찾아내긴 어렵겠지만 다행히 척추가 되는 뼈는 멀쩡합니다.
 
 
척추가 두 동강이 나긴 했습니다만... 이어두면 알아서 잘 붙겠죠.
 
 
이어서 양동이 속 내장은 손상된 곳 없이 멀쩡합니다.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휩쓸려온 것: 위치... 기억하시나요?
 
 
세이블:(붙으려나?) 멸치를 많이 드세요... (장기를 하나 하나 주워본다. 우선은 등쪽에 간...) 앗, 말을 하시는군요.
 
 
 
휩쓸려온 것: 많이 못해요. 하지만, 장기는 뒤틀리면 아파요. 복구에 오래 걸려요.
 
 
목소리는 여전히 색색거립니다.
 
 
세이블:걱정마세요, 기억합니다! 간위창심비?
 
 
 
휩쓸려온 것: (그것 뭐예요?) 가장 굵은 척추는. 내장 한가운데예요.
 
 
세이블:(등쪽에 간 가운데 위장~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위와 연결된 건 창자, 굵은 척추 중앙에 놓는다. 그리고 머리 아래 깊숙히 심장을, 그 옆에 비장을 놓는다.)
 
 
제 위치를 찾은 뼈와 내장들이 꿈틀대기 시작합니다.
 
 
이제 살을 채울 순서입니다.
 
 
휩쓸려온 것은 다른 것의 살로 몸속을 채워달라고 했지만, 남의 살을 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한가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 주민들이 놓고 간 도끼가 있습니다.
 
 
세이블:(도끼에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 썩은 살도 괜찮습니까?
 
 
 
휩쓸려온 것: 으음... 음...
 
그래요.
 
 
세이블:(쿨하다!)
 
(생선의 썩은 살을 주워 모아 쏟아 붓는다. 까마귀 훠이~)
 
 
까마귀들이 날아가며 세이블을 쪼아댑니다.
 
 
그래도 휩쓸려온 것의 부탁은 전부 끝났습니다.
 
 
이제 껍질이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감싸기만 하면 됩니다.
 
 
세이블:(조금 쪼여진 상태로 돌아온다. 충격적인 비주얼에 시선을 돌리다가, 남아있던 살점 두 점도 함께 넣은 후 조심히 껍질을 감싼다.)
 
 
껍질로 감싸진 휩쓸려온 것의 몸속에서 꾸득거리고 질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그러더니 휩쓸려온 것은 뼈를 우드득거리며 상체를 벌떡 일으킵니다.
 
 
다리 달린 거대한 물고기가... 작업대 위에 앉아 있습니다.
 
 
 
휩쓸려온 것: 도와줘서 고마워요.
 
 
이전보다 훨씬 명료해진 목소리입니다.
 
 
같은 것의 목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요.
 
 
휩쓸려온 것은 다리를 흔들며 입을 뻐끔거립니다.
 
 
등에 달린 지느러미가 살랑거립니다.
 
 
기분이 좋은 걸까요?
 
 
 
휩쓸려온 것: 그들이 곧 올 거예요. 시간이 많지 않아요. 궁금한 것이 있다면 빨리 물어보세요.
 
 
세이블:(저 꼴인데도 괜찮구나.) 그들이란 건 누굽니까? 이 마을 사람들은 안전한가요?
 
 
 
휩쓸려온 것: 그들은 제 가족이에요. 우린 서로를 사랑해요. 그러니 내가 없어진 걸 알면 나를 찾아올 거예요. 그리고 이 마을의 모두에게 복수할 거예요.
 
날 먹은 이들은 안전하지 않아요. 우린 영생의 소문을 지우기 위해 살에 독을 품었어요. 말도 안 되는 열망을 지우기 위해서요.
 
그러니 날 먹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사할 거예요.
 
 
세이블:(손 쓸 수 없는 모양이군...) 그럼... 왜 휩쓸려 오셨습니까?
 
 
 
휩쓸려온 것: 그건 그냥 운이 없었어요. 우연히 혼자 떨어져 나왔어요. 그리고 파도에 쓸려왔어요. 나는 종족 중에서도 어린 편에 속하거든요. 아직 헤엄칠 다리가 충분히 자라지 않았어요.
 
 
세이블:(저런... 종족이 있는거구나. 나중에 안 마주치면 좋겠다...) 기디언, 인어랑 인사하시겠습니까?
 
 
기디언:(간이의자에 앉아 눈 감고 있다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 차린다. 잠깐 잠들었었는지 잠긴 목소리로.) 응? 으음. 안녕.
 
 
 
휩쓸려온 것: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궁금한 건 없으신가요?
 
 
기디언:나는, 딱히. 아무튼 넌 누군가에게 이용당한 건 아니라는 거지? 그러면 됐어.
 
 
 
휩쓸려온 것: 네. 알겠어요. 검은 인간은 더 없나요?
 
 
세이블:(검은 인간) 예... 뭐, 없습니다. 얼른 가보시죠.
 
 
휩쓸려온 것은 말을 마치고 작업대에서 내려옵니다.
 
 
 
휩쓸려온 것: 있죠, 영생이란 건 인간이 탐해서는 안 될 것이에요.
 
 
연약한 다리로 몇 번을 휘청이다가 바로 섭니다.
 
 
그리고 문 앞으로 다가갑니다.
 
 
 
휩쓸려온 것: 그거 아세요? 지금까지 우리의 살을 취했던 인간들이 어떻게 됐는지.
 
가서 보세요, 그들은 죽지 않을 거예요.
 
 
팔이 없으므로 온몸으로 문에 부딪혀 문을 열려고 합니다.
 
 
낡은 문은 온 힘을 다해도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다가, 부서지기 직전에 열립니다.
 
 
덜컹.
 
 
 
휩쓸려온 것: 그리고 우리도 죽지 않아요. 그들도 언젠간 알겠죠. 우리가 영생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우리가 영생이라는 걸요.
 
 
휩쓸려온 것은 두 사람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뒤 돌아서 바다로 갑니다.
 
 
그 순간, 우리는 발견합니다.
 
 
물가에 떠 있던 수십 개의 다리들을...
 
 
봐서는 안 될 것을 보았다는 기분이 듭니다.
 
 
깊은 물 아래, 얼마나 많은 ‘휩쓸려온 것들’이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휩쓸려온 것을 도와 그들을 돌려보낸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고,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을로 돌아갑니다.
 
 
마을은 텅 비었습니다.
 
 
니나, 톰, 제시, 릴리. 같이 휩쓸려온 것을 해체하던 마을 사람 전부.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집 하나하나 찾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집을 방문합니다.
 
 
아무도 나오지 않고, 인기척도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이 잠기지 않아 쉽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모여있는 방에서
 
 
그곳에서 세이블과 기디언은 봅니다.
 
 
눈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입에 거품을 물고 경련하는 한 가족을.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반응이 없는 그들은 마치 영생이 아닌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휩쓸려온 것의 말이 떠오릅니다. 죽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다른 집을 방문해도 상태는 똑같습니다.
 
 
이대로 영생을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분명 재앙일 것입니다.
 
 
재앙은 우연히, 어쩌면 의도대로 찾아오는 것이므로 두 사람은 손을 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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