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생일이었던 사람 손~
24살이면 생일이라고 들뜰 나이는 지났어.
당신의 눈 앞에는 기다란 테이블이 펼쳐져있습니다.
하얀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은,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무늬로 조각되어있습니다.
그 중앙에는 케이크 조각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당신이 앉아있는 의자 역시 흰 천이 곱게 깔려있는 고급스러운 의자입니다.
. 꽤 넓은 방인데, 놓여있는 가구라고는 테이블과 의자 두 개뿐이네요.
긴 테이블의 맞은편에 나머지 의자 한 개와, 백지혜가 있습니다.
오광철:(일어날 수 있나? 가능하면 백지혜 옆까지 가서 흔들어 깨워용.)
아무리 흔들어 깨워봐도 백지혜는 일어날 기미가 없습니다.
오광철:(자는 백지혜 관찰한다. 평소랑 다른 게 있나?)
오광철:형 일어나. 케이크 먹어. (볼에 뽀뽀한다!)
오광철:안 일어나면 나 혼자 먹는다? (쿡쿡쿡쿡쿡.)
오광철:(이래도 안 일어나다니 독한 형... 케이크나 먹어야징.)
(아)
(둘러볼래~)
층고도 높고 공간 자체가 넓어 한적한 느낌을 줍니다.
다만 아무리 찾아도 문을 비롯한 그 어떠한 출입구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구찾아본당)
오광철:(형이 준비했나보다. 케이크 먹게 포크 찾는다!)
그리고 배를 채울 만한 것은, 저기 놓인 케이크 한 조각뿐입니다.
포크로 조심스레 케이크를 잘라내어 한 입 먹으면,
이토록 신선하고 맛있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는 처음 먹어봅니다.
아무리 입 안에서 케이크를 아껴 먹어도 어느새 케이크는 눈 녹듯 사라져있습니다.
케이크를 한 입 더 먹으려는 그때, 무시할 수 없는 피비린내가 훅 끼칩니다.
시선을 돌리면 무서울 정도로 피를 흘리고 있는 백지혜가 있습니다.
그는 오른팔이 잘렸음에도 여전히 고요히 눈을 감고있습니다.
오로지 당신만이 케이크 접시를 든 채로, 하얀 대리석 바닥에 퍼지는 피웅덩이 위에 서있습니다.
오광철:(케이크 접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뒤 조심스럽게 백지혜가 있는 방향으로 향한다. 사라진 팔 부분을 건드려본다.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 사라졌나? 피는 평범한 피인가?)
잘렸다면 팔이 어딘가에 떨어져있기라도 할 텐데, 팔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거대한 무언가에게 베어먹히기라도 한 듯한 모양새입니다.
오광철:형. 형 일어나봐. 형 지금 팔 하나가 사라졌어. (흔들흔들흔들...)
오광철:(형의 팔이 잘렸는데 케이크가 넘어가게 생겼어요?)
오광철:... (오래 고민하다가 먹기로...)
다시 한 번 입 안에 부드러운 크림향이 한가득 몰려옵니다.
부드러운 맛은 눈 녹듯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기 뿐.
...그리고 이번엔, 백지혜의 왼팔이 사라져 있습니다.
오광철:(이쯤 되면 케이크를 먹는 것과 형의 몸이 사라지는 것이 어떠한 관계가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는데... 케이크를 다시 한 조각 퍼서 백지혜 입에 넣어본다.)
채 다물지 못 한 입에선 생크림이 묻어 나오고,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부드러운 빵이 입 안에서 씹히고 있습니다.
오광철:(........ 맛있당.) (백지혜 얼굴 꼬집어본다. 정신 안 차리나? 아직도?)
오광철:(케이크를.............. 바닥에 던진다.)
케이크를 아무리 먹어도 허기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마치 먹을 수 없는 것을 먹고 있는 것처럼…….
그럼에도 허기가 머릿속을 휘저을 때마다 케이크로 향하는 손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일까요.
바닥에 떨어진 케이크를... 주워먹어야 하나?
오광철:(바닥에 떨어진 몸통을 주워 다시 의자 위로 올렸다가, 테이블로 다시 옮긴다. 몸통만 남았는데 의자 위에서 또 떨어지면 어떡해...)
오광철:(안 먹어....................)
아직까지도 입 안에 달콤한 케이크의 맛이 감도는 것 같습니다.
방에 남은 것은 오로지 백지혜가 남긴 피웅덩이뿐.
그 위에 멀거니 서있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