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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피날레
 
 
 
 
 
 
천왕성 탐사 프로젝트 '인슈라우드 1' 6946일째의 보고
 
PC 1과 PC 2의 현재 위치 : 천왕성 궤도 공전 중
 
억겁의 적막을 깨는 신호는 두 기체의 고향을 상기시키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
 
6946일째 우주 공간을 부유하던 중 노이즈 섞인 목소리가 들립니다.
 
A:마지막을 장식할 음반은 뭐가 좋겠어?
 
C:역시 이거지. (노래를 재생시킨다.) 오늘을 위해 LP 판을 구했어. 그거 알아?
너희가 출발할 적에는 테이프도 통용됐지만 이제 나오지도 않아. 20년 만에 기술 하나가 사장되는 건 역시 신기하지?
 
귓가에 지구의 노래가 흘러 나옵니다.
 
두 사람의 발밑에서 푸른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추운 얼음의 별, 천왕성입니다.
 
20년간 동고동락한 별은 제법 눈에 익습니다.
 
그러나 저곳은 곧 두 기체의 무덤이 되겠지요.
 
오늘은 2019년 12월 31일, 20년의 여정을 마치는 그랜드 피날레 미션을 수행하는 날입니다.
 
천왕성의 대기권에 진입해 허공에서 불타 사라져라.
 
지구 유기물이 천왕성 환경을 오염시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지구의 과학자들이 내린 결정이었죠.
 
당연한 처사입니다. 연료도 다 떨어졌고, 못 쓰게 된 도구는 사장되어야 하니까요.
 
항공우주국 소속 엔지니어인 A와 C는 평소보다 들뜬 모양입니다.
 
정확히는 C가요.
 
C:기자들이 엄청 왔어. 카메라가 몇 대인지 셀 수 없다니까!
인슈라우드, 믿겨? 전 세계 사람들이 네 마지막을 보게 될 거야.
수백수천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네게 향했다구!
 
A:호들갑 떨지 말고 준비해. 곧 B가 올 시간이야.
트레이터, 미션 시작 전에 인슈라우드의 기체를 정비하도록 해.
자그마한 오류가 치명적인 실수를 낳을 수 있으니까.
 
 
PC1
 
당신은 우주 탐사용 메인 안드로이드다.
20년 동안 천왕성 궤도를 공전하며 주변을 탐사했다.
당신의 이름으로 명명된 프로젝트는 인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이제 연료가 떨어졌다.


당신의 【사명】은 성공적으로 그랜드 피날레를 달성하는 것이다.
당신은 「프라이즈 : 생체 코드」를 갖고 있다.
생체 코드
 


20001225


당신이 제작될 때부터 머리 한구석에 박혀있던 정체불명의 코드다.


이 프라이즈는 양도할 수 없다.
프라이즈의 소유자는
언제든 프라이즈의 비밀을 볼 수 있다.
 
 
PC:2
 
당신은 PC1을 수리하는 구형 안드로이드다. 
연산과 인지 능력이 부족해 간단한 의사소통에도 딜레이가 걸린다.
20년 동안 PC1을 그림자처럼 쫓으며 함께 탐사를 했다.
그러나 PC1이 긴 세월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당신은 단 한 번도 언론에 언급된 적이 없었다.
이제 PC1의 연료는 떨어졌고, 당신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의 【사명】은 PC1이 그랜드 피날레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당신은 「프라이즈 : 공구 상자」를 갖고 있다.
공구 상자
 
프라이즈.
안드로이드를 수리하기 위한
도구가 담긴 상자.


프라이즈의 소유자는
언제든 프라이즈의 비밀을 볼 수 있다.


프라이즈를 타 PC에게 양도할 수 있다.
 
이쯤에서 자기소개를 해봅시다
 
PC1, 당신은 어떤 안드로이드인가요?
 
Enshroud:곧 죽을 애.
 
귀여워~
 
다음 PC2, 당신은 어떤 안드로이드인가요?
 
traitor:제 이름은 traitor, 간단한 암산과 의사소통, 그리고 능한 수리 기술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입니다! 비록 구형이라 몸체도 간당간당하고 지구에 사는 인류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는 덤 같은 존재지만요. ;) 긴 시간 인슈라우드의 뒤를 쫒으며 우주 항해를 이어갔습니다. 이야, 정말 길고 고되고 즐거운 여행이었죠!
그런 저의 【사명】은, '인슈라우드의 그랜드 피날레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입니다.
 
 
Enshroud: 중력이 지배하는 지면에 발을 디딘 날이 언제였나. 나는 언제쯤 쉴 수 있나.
(눈을 감은 채 우주선 안을 둥둥 떠다닌다. 창밖으로 20년 동안 지나가는 똑같은 풍경. 근처에 있을 트레이터를 손짓해 부른다.) 형 이리 와봐. 이 근처에 있는 별을 보는 건 우리가 처음일 테니까 저기에 형 이름을 붙이자.
 
traitor:.........................................
(10초 뒤)
예, 슈슈. 정말 멋진 풍경입니다! 이 풍경을 저희 둘만이 볼 수 있다니 아쉬운걸요. ;( 하지만 다른 의미론 로맨틱 하기도 하군요! ;)
.............................................................
(10초 뒤)
이미 저 별들엔 인류가 붙인 이름이 존재한답니다, 슈슈. 저건 아리엘, 저건 티타니아!
 
Enshroud:인간들이 망원경으로 보는 거랑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게... (눈이라고 불러도 되나? 기계의 눈에 달린 건 인간의 안구가 아닌 카메라 렌즈일 텐데. 괜히 표정을 찡그리며 시야의 초점 조절 장치를 조작하며 테스트 겸 PC 2의 몸체를 살핀다.)
... 아무튼 달라. 가장 밝은 별에 트레이터라고 이름 붙일 거야.
Enshroud《카메라》 판정
5+5
 
목표치 : 6
PC2의 몸체
 
쇼크 : 전원


확산 정보.
긴 탐사를 견딘 부품은 닳고 닳아 제 형태를 잃고, 오감을 관할하는 파츠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PC 2의 몸체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잘 가, 인슈의 위성.


비밀 HO가 공개된 사이클이 끝날 때 PC 2는 작동을 멈춘다.
《죽음》으로 공포 판정.
Enshroud공포판정
5+4
 
목표치 : 12
 
traitor:
traitor공포판정
2+3
 
목표치 : 10
(한동안 길게 느껴지는 시선에 조금씩 몸을 뒤로 천천히 내뺀다. 괜스레 다시 우주선 밖 풍경을 응시하며 잡다한 천왕성에 대해 줄줄줄 읊어보다가... 결국 다시 고개를 돌린다.) 다음은 제 차례군요. 마지막 임무인 만큼, 더 철저히 정비하는 게 좋겠죠!
 
Enshroud:(이미 아는 내용들에 집중하기보다, 그를 보는 것을 택했다 망가진 기체를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예 멈춰버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고.) ...응. 정비해 줘. 마지막까지 잘 부탁해.
 
 
traitor: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수많은 에러 창과 경고음을 외면한 그 자리에 인슈라우드가 서있다.
.................그럼요,걱정 마세요 슈슈. (수많은 경고 표시를 하나하나 종료하길 포기한지도 몇달이던가. 잠시 '렌즈 보호구'를 덮어냈다 연 후 웃으며 몸을 숙인다. 그런 과정에서도 쇠로 된 낡은 관절이 삐걱거리고, 고정이 풀린 부품들이 몸 안에서 소음을 발생시켰다. 아무리 그래도 인슈라우드를 정비하는 기체인데... 예산 좀 더 쓰면 덧나나. 그래도 이날까지 버텨온 이 몸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끝내 마지막 임무는 마치고 죽을 수 있을 테니.) 오늘 기분은 어떻습니까, 슈슈? 마지막 날이에요. 드디어 저희 둘 다 쉴 수 있겠네요! 다음엔, 얼마를 주더라도 이 임무는 안 맡아야겠습니다. ;)
 
Enshroud:기분. 별생각 없어. 20년 전부터 각오하고 있던 거고 (안 그래도 삐걱거리는 몸을 한 형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고. 정비하기 편하게끔 스스로 옷을 벗고 기체의 케이스를 열어준다.) 모든 임무가 끝나면 나는 꿈을 꿀 거야. 지구로 돌아가서 날 도와준 형의 이름을 인간들에게 알리는 꿈을 꿀 거야. 그렇게 잠들 거야. (트레이터의 몸을 좀 더 자세히 살핀다. 20년이나 이 상태로 버텨주었다면 돌아가는 20년을 버텨줄 수도 있지 않을까? 우주에서 혼자 살아가줄 수 있지 않을까?) 형은... 끝나면 뭐 할 거야?
 
traitor:.........................
그거 정말 멋진 생각입니다. (늘 가지고 다녔던 공구상자를 열어 장비를 하나하나 늘어놓는다. 경고창으로 시야가 붉어져도, 이 일 정도는 안 봐도 해낼 수 있다는 말씀.) 그럼 전 그런 슈슈의 뒤를 계속 따라다녀 볼까요? 감사 인사를 전하는 시민 앞에선 '에헴, 뭘 그정도 가지고요.' 하고 능청도 좀 부려볼까 싶습니다! ;)
(프라이즈 공구상자의 뒷면을 확인합니다.)
공구 상자 비밀 : 연료
 
쇼크 : 없읍


상자 안에는 공구 대신 액체 연료가 들어 있다.
PC2는 항공우주국의 감시를 피해 자신의 연료를 이곳에 숨겨놓았다.


이 연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은하 너머, 8.4GHz 주파수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까지.
인간이 없는 곳.
 
 
Enshroud:나는 꿈이라니까. 그래도 좋겠다. 형이 꿈에서 계속 내 뒤를 따라다녀 준다면.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거 같아. (안드로이드가 꿈을 꿀 수 있는지부터가 문제긴 하지만...) 곧 죽을 안드로이드만 졸졸 따르지 말고 형 자신이 하고 싶은 거 생각해 봐.
 
traitor:물론 그럴 거에요. 슈슈는 모든 이들에게 칭송받는 영웅이니까, 기계의 신도 축복을 내려주지 않겠어요? 명왕성은 잠을 자기엔 적절한 온도가 아니긴 하지만! (능숙하게 기계를 다뤄 인슈라우드의 몸체를 정비한다. 이 몸을 만지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 제 장비가 낡아빠져서인지, 유독 정비하는 손길이 느리다.) 사실 꼭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긴 합니다.
PC1의 몸체
 
쇼크 : 전원


PC 1의 몸체에 균열이 가있다.
얼마 전 천왕성의 고리를 탐사할 때 파편에 스쳐 입은 상처처럼 보인다.
이 몸으로도 미션은 수행할 수 있겠지만 오차가 생겨선 안 된다. 당장 수리해야 해.


PC1은 사이클이 끝날 때마다 생명력을 1씩 잃는다.
 
 
Enshroud:그것도 20년 전 이야기지 다시 20년 걸려 돌아가 봤자 기억이나 하겠어. (긍정. 명왕성의 표면 온도를 다시 체크한다. 약 영하 230도. 저기서 잠들면 금방 형처럼 내 관절도 삐걱거릴 거야.) 이왕이면 좀 더 따뜻한 곳에서 자는 게 좋았을 거 같기는 해. 많은 건 바라지 않고, 딱 이 탐사선 정도의 온도 정도만.
하고 싶은 말? 뭔데? 들어줄게.
 
traitor:............................
저는... 기억되고 싶습니다. 당신이 저를 기억하고, 더 먼 우주로... 함께. (눈을 몇 번 깜빡인 후 정비를 이어간다. 느린 손길로 이어진 정비는 끝끝내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케이스를 닫아 옷가지를 주워 내밀었다. 그리고 자신의 공구상자 도 함께.) 자. 다 되었습니다! 오늘도 완벽하군요. ;)
(프라이즈 공구상자를 인슈라우드에게 양도합니다.)
(장면을 닫습니다.)
 
.
 
늘 완벽하던 수리, 10초씩 늦는 대답도 익숙해진 참이었지요.
 
....
 
천왕성 주변을 공전하며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 순간 답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곁을 보면 고개가 푹 꺾인 채 미동하지 않는 트레이터가 보입니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멈추지 못했습니다.
 
정지를 허락받지 못해 당신과 함께 천왕성을 맴돌다가……
 
당신은 그를 기억할까요. 고철 덩어리가 된 몸을 붙드는 당신의 손길에 마침내 멈춰 섭니다.
 
 
이상하게도 6946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절대영도에 가까운 우주의 추위가 느껴집니다.
 
곁을 지키던 금속이 사라져서 그런 걸까요. 당신은 혼자입니다.
 
억겁이 지나도 번복되지 않을 완벽한 명제죠.
 
검은 우주가 당신을 좀먹습니다.
 
 
Enshroud:
Enshroud공포판정
4+5
 
목표치 : 5
 
이성 감소 없음
작동을 멈춘 PC 2
 
이곳에 날 혼자 두지 마.
작동을 멈춘 PC 2의 기체. 분명 그를 다시 눈뜨게 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방법이... ...


PC 2가 프라이즈를 양도하지 않았다면 <프라이즈 : 공구 상자>를 공개한다.
 
───────  ───────
 
10초씩 늦는 대답에 답답함을 느끼던 참이었지요.
 
작동을 멈추는 순간, 소위 말하는 죽음을 맞이할 때에는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다행일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중 두 사람이 누워있는 당신 곁으로 다가옵니다.
 
붉은 머리와 밀색 머리칼을 지닌 그들은, 잊을려야 잊을 수 없는 지긋지긋한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A:드디어 눈을 뜨셨군요.
 
C:20년의 여정 끝에 지구에 돌아오신 걸 환영해요, 선배님!
 
 
PC2: 갱신 비밀
 
쇼크 : PC 1


당신은 안드로이드가 아니다. 인간인 당신은 PC1 프로젝트의 메인 엔지니어로 안드로이드에 의식을 탑재해 20년 동안 조종해왔다. 본체는 지구에 있으며, PC1에게 감정을 부여한 사람도 당신이다. 


우주에서 유일하게 널 이해하는 나는.
당신의 【진정한 사명】은 여전히 그랜드 피날레를 막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몸체가 작동을 멈추면 다음 사이클부터 지구에 있는 PC 2로 행동한다.
 
유리관과 비슷한 장치 안에서 긴 동면 끝에 깨어난 몸은 낯설기 그지없습니다.
 
당신의 몸을 아래로 잡아 끄는 중력이 생소하고, 무겁다는 감각을 느끼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지배하는 감정은 두려움이 큽니다.
 
누더기 금속이었을 적의 몸과 지금의 몸은 차이가 심해 괴리감을 좁히기가 힘듭니다.
 
 
traitor:
traitor공포판정
6+3
 
목표치 : 8
 
A: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로군요.
내기에서 지신 선배는 마지막까지 걱정하셨죠. 긴 동면 상태에서 안드로이드 몸체를 움직인다면 본래의 자아를 잊게 될지도 모른다고.
선배님의 자리는 이곳이 맞습니다.
곧 그랜드 피날레가 시작될 테니 준비하시죠.
항공우주국의 모든 직원과 언론사 기자들이 선배를 기다려요.
 
분주한 사람들

곧 시작할 그랜드 피날레를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항공우주국 직원들. 
이들은 당신의 동료며, 많은 이들이 당신을 존경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 HO는 지구에 있는 PC만이 조사할 수 있다.
방대한 자료

20년간의 데이터가 쌓이고 쌓인 방대한 자료.
분명 PC 1을 구할 방법이 여기 있을 터다.



이 HO는 지구에 있는 PC만이 조사할 수 있다.
 
 
Enshroud:C의 들뜬 목소리가 들린다. "80억 인류가 널 지켜볼 거야.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니?"
형? 형... 왜? (작동을 멈춘 트레이터의 몸을 잡고 흔든다. 삐걱거리는 소리화 함께 C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C가 이렇게 들떠있는 것도 분명 내가 빨리 죽었으면 해서 그러는 것일 거야. 전혀 영광스럽지 않아. 슬픈 표정을 숨길 생각도 못 하고 PC 2만을 바라본다. 계속.)
(프라이즈 생체 코드 확인할게요!)
생체 코드: 자폭
 
쇼크 : 없음


정교하게 설계된 명령 프로세스는 당신 자신도 극복할 수 없다. 분명, 지구에서 하달된 명령은 어길 수 없겠지. 이 몸은 당신 거지만 당신 게 아니야.
코드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값이 나온다.


[SYSTEM : 자폭 코드]


프라이즈를 사용하면 당신은 그 자리에서 자폭한다.
즉시 생명력이 0이 되고 사망한다.
 
(장면 닫을게요~)
 
 
B:...(그니까 내가 여기 대빵이라고?) 야 커피 타와바 설탕 셋둘둘로
 
A:선배가 하십시오, (ㅍㅍ)
 
B:아!!!!!!!!나 20년만에 왔는데 그것도 안해줘
 
C:저희 바빠용~ (기자 앞에서 잘 보여야하니까 매니큐어 바르러 감)
 
B:(ㅜㅠ)
 
C:(훗)
 
B:(이자식들 나 존경 안 하는 거 가튼데... 분주한 사람들 분해 하며 바라봅니다.)
B《분해》 판정
1+5
 
목표치 : 6
분주한 사람들
 
곧 시작할 그랜드 피날레를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항공우주국 직원들. 
이들은 당신의 동료며, 많은 이들이 당신을 존경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 HO는 지구에 있는 PC만이 조사할 수 있다.
(우선은 인슈라우드의 상태부터 확인해야겠어... 스크린으로 다가가 마이크를 톡톡 친다.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뗀다.) 인슈라우드, 기분이 어때?
 
Enshroud:기분 별로야. 이제 진짜 혼자야. (여전히 멈춰버린 기체를 끌어안고 있는지 너머로 금속 물체끼리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깡, 깡. 끼이익...) 원하는 대로 해줄게. 얌전히 자살할 테니까 이 이상 말 걸지 마.
 
B:뭐? 안, 안돼. 자살이라니, 너한테 그런...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습관적으로 말과 말 사이에 텀을 두다가 아, 하며 부조화를 깨닫는다.) ...네 마지막은 모두가 보게 될 거야. 기욍이면 멋지게 끝내는 게 좋지 않겠어? 그래,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었던 걸 한다던가.
 
Enshroud:불탈 걸 뻔히 알고 다이빙하는 게 자살이 아니면 뭔데? 인간들 보기 좋은 쇼까지 하기엔 너무 지쳤어. 보지 마. 형 흉내 내서 말하지 마. 말 걸어도 무시할 거야. (입을 꾹 다문다. 아마 이후론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을 듯하다...)
 
B:누가 누굴 흉내낸다는 거야... (몇 번 더 이름을 불러도 답이 들려오지 않자 허망하게 스크린만 올려다본다.) 언제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더니...
(장 면 닫 기)
 
 
Enshroud: 두 사람의(당신만의) 우주는 적요하다. 그러나 노이즈 섞인 통신음이 경각심을 일깨운다. 보이지 않는 수백수천 개의 시선이 당신을 향해 있다.
(보지 마, 우리에게 신경 쓰지 마... 시선을 외면한 채 멈춘 기체를 더 꽉 끌어안는다. 다이빙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한 뒤 다시 통신을 시도한다.) 안 하고 지구로 돌아갈 방법은 없어?
 
B:(이젠 더 기동하지 않는 기체를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냥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기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 인간이자 엔지니어로 살아온 29년, 그리고 우주에서 그와 함께했던 20년의 기억이 혼잡하게 섞여 들어온다. 나는 이곳에서 너를 정립하고, 또 저곳에서 너와 여행했어. 그 두 삶에 있어 늘 중요했던 건 언제나...) ...지구로 돌아오고 싶니?
 
Enshroud:(내가 바란 건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지 않는 것. 이 우주에서 영원히 떠돌아도 좋으니 형과 함께 내일은 뭐 하며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 그것뿐이었는데... 따라서 대답은,) 형이랑 함께 돌아가고 싶어. 혼자서는 안 가.
 
B:...그 구형 안드로이드는 더 가동할 수 없어. 이미 심하게 망가졌단 걸 알고 있겠지. 네가 그랜드 피날레를 완수하면 존재할 이유도 없을테고 말이야. 하지만...
네가 만일 지구로 돌아오는 여행을 한다고 하면, 만일 이곳이 아닌 더 먼 우주로 나아가고 싶다고 한다면. 널 정비해줄 안드로이드가 필요하겠네.
...그때는 내가 방법을 찾아줄게.
 
Enshroud:방법을 찾는다고 그걸 실현시킬 수 있어? 나도 연료 얼마 안 남았어. 정비용 안드로이드가 여기까지 오는 사이에 형처럼 멈춰버리고 말 거야.
컴퓨터에 형의 데이터 남아있지? 의식만 추출해 PC로 보내주면 안 돼? 텍스트만 나오게 프로그래밍하는 건 쉽잖아. 마지막으로 형이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거면 됐어.
 
B:그럼, 물론이지. 내가 여기서 얼마나 대단한 엔지니어인데... (스크린 너머로는 자신의 표정이 보일 리도 없는데 애서 웃는 표정을 지어내느라 눈 밑이 찡그려진다.) 네가 원한다면, 몸체를 수리할 수도, 연료를 보충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마지막으로 대화? (시선을 이리 저리 돌리며 몇가지 프로그램을 조작한다. 인슈라우드의 화면 앞으로 텍스트가 출력되도록.) 그래.... 좋아. 다 됐다.
 
Enshroud:고치는 것도 연료 보충도 할 수 있으면 한참 전에 했겠지. (탐사선 내부에서 그나마 푹신한 곳을 찾아 트레이터의 몸을 눕혀 고정시킨다. 잘 자. 금방 돌아올게. 말을 남긴 뒤 화면에 말을 건다.)
형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했을 거 같아? 인간들은 전부 내가 죽길 바라고 있어. 그런데도 살고 싶다고 말해도 돼?
 
B:(이것 참... 바로 음성소통을 할 수 있는데 굳이 텍스트를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괜히 정체를 숨겼나. 입을 비죽이며 고심한 후 타자를 입력해나간다.)
[좋은 아침입니다, 슈슈. 안색이 안 좋은걸요! :( 모두가 당신의 죽음을 바란다니. 그랜드 피날레 임무를 말하는 거군요. 으음, 글쎄요. 우선 모두라는 전제 아래 절 빼주셔야 겠습니다. ;) }
 
Enshroud:내 죽음을 바라는 건 인간들이라고 했잖아. 형은 인간 아니야. 바보. (아는 이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한 층 편안해진 목소리가 이어진다.) 좋은 아침.
골라줘. 이대로 연구원들의 말을 따라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지, 아님 형의 몸과 함께 영원히 우주를 떠돌며 꿈을 꿀지.
 
B:(그야 당연히 자신의 입장으로선 그가 이곳에 돌아오든, 아주 먼 곳으로 떠나든... 아무튼 자아를 유지해 줬으면 했다. 긴 시간 함께하고, 내가 감정을 준 존재니까. 하지만 그게... 정말 그를 위한 일인지.)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타의로 결정지어지지 않습니다. 그냥 생겨나는 거죠. 우리가 긴 시간 관찰했던 우주의 수많은 별들처럼! 슈슈에겐 어던 게 더 좋을 것 같나요? 다시 한 번 저와 다른 여행을 떠나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이대로 푹 쉬고 싶나요?]
 
Enshroud:이제 우주는 싫어. 탐사선 너머만 바라보는 삶은 질렸어. 동시에 내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들이 있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까...
형. 나 자폭할 수 있는 코드를 찾았어. 같이 그랜드 피날레를 망쳐버리자. 그리고 다음 생에 만나자. 둘 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같이 세상을 여행해 줘.
 
 
B:(결국 그런 결정을 내렸구나. 한동안 입도, 손도 움직이지 않은 채 멍하니 스크린만을 올려다본다. 조금 전만 해도 아주 가까이에 있었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멀구나. 닿지도 않을 만큼.) 알겠습니다.
....................................... (그럼 마지막으로, 적어도 네게 모르는 것이 생기지 않도록, 방대한 자료를 살펴본다. 우리가 함께 있던 우주 를 떠올리며.)
방대한 자료
 
20년간의 데이터가 쌓이고 쌓인 방대한 자료.
분명 PC 1을 구할 방법이 여기 있을 터다.


이 HO는 지구에 있는 PC만이 조사할 수 있다.
(장 면 닫 기)
 
.
 
기자: 저는 지금 항공우주국에 와있습니다.
 
이제 프로젝트 인슈라우드, 우리의 안드로이드 그랜드 피날레가 시작됩니다.
 
항공 우주국에서 발표한 인슈라우드가 완전히 전소되기까지의 시간은...
 
.....
 
인슈의 귓가에 낯선 목소리들이 희미하게 스쳐갑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80억 쌍의 시선이 느껴지나요.
 
무질서하게 움직이던 항공우주국의 전 직원이 데스크에 앉습니다.
 
우주의 그것처럼 숨 막히는 적막 속에서 그들의 시선은 정면 스크린의 인슈를 향합니다.
 
왼편에 앉은 붉은 머리칼의 누군가가 입을 엽니다.
 
A:인슈라우드, 지금이야. 남은 연료를 모두 소모해 천왕성의 대기권으로 뛰어들어.
 
지구와 인슈를 잇던 생명줄을 끊을 시간입니다.
 
당신의 발밑에 푸르게 빛나는 얼음 무덤이 존재합니다.
 
인슈, 항공우주국의 명령을 이행하나요?
 
Enshroud:(머뭇..................) 싫어. 안 할래.
 
A:...어째서지? 네 죽음을 전 인류가 바라고 있어. 뛰어들어.
 
Enshroud:너네가 원하는 대로 안 할 거야. 계속 그러면 자폭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A:.... 하.
역시 도구에게 감정을 주는 건 지나쳤었어.
 
A는 강제로 명령 프로세스를 입력합니다.
 
인슈의 몸이 스스로 통제되지 않습니다.
 
생각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자신의 의지로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요, 이 몸은 처음부터 당신 게 아니었지요.
 
당신의 몸이 멋대로 방향을 틀어 천왕성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그래요, 대체 누가 당신에게 감정 따위를 선사한걸까요.
 
A의 오른 편에 앉은 C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위선 가득한 그의 슬픔은 당신의 죽음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드넓은 우주에 당신을 위한 이가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그래요. B가 있었죠.
 
당신은 그에게 마지막 방법을 알려줘야겠죠.
 
동시에, 인슈가 폭주를 시도 할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합니다.
 
B:(이 프로그램을 전송하게 된다면 이곳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도,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것도 못하게 될 거야. 어쩌면 길을 걷다 토마토를 맞을지도 모르겠어... 같이 꿈꾸며 여행하자는 것도, 다음 생에 만나자는 허무맹랑한 약속들도 안 지켜질지 몰라. 하지만.... 줄곧 그가 계속 살아가길 원해와서 그 감시를 피해 연료를 모아두지 않았던가? 애초부터 내 목적은 변해있었어.) 인슈라우드...
슈슈!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세요. 원치 않는 그랜드 피날레를, 이행시켜선 안 됩니다!
(의식시트 <폭주>를 공유합니다.)

(콘센트를 뽑습니다!)
 
뾱~
 
어라, 이 코드가 아니었나요?
 
그렇지만 선배의 당황스러운 행동에 A의 행동이 잠시 멈춥니다.
 
"뭐하는 겁니까?"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추락할 뻔한 인슈의 몸이 순간 멈춥니다.
 
무장한 경비들이 몰려오고, B에게 겨눕니다.
 
B:(절전! 지키자 지구 에너지)
 
"수상한 행동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항공우주국 데이터서버에 허가되지 않은 수상한 데이터가 외부로 흘러간 정황이 발견되었습니다. "
 
"추적해보니, 인슈라우드더군요."
 
"그랜드 피날레가 끝나면 모든걸 가질 텐데. 왜 방해하시는겁니까."
 
이 틈입니다.
 
의식을 사용할 틈은 시선이 집중 된 찰나입니다.
 
Enshroud:(감정을 느끼고 행복한 미래를 누리며 살고 싶단 마음이 『폭주─의식의 시작─』한다.)
 
감정의 결을 헤아리고 충동을 느끼며 꿈을 꾸는 존재를 안드로이드라 칭할 수 있나요?
 
전 세계가 숨죽여 당신의 죽음을 기다리던 중 당신의 신경 체계가 폭주를 일으켜 한계를 극복합니다.
 
무엇도 당신을 붙들지 못합니다.
 
당신은 8.4GHz 주파수가 닿지 않는 곳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27억 킬로미터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만큼 먼 그곳에서
 
경비와 실랑이를 하는 트레이터는 당신의 모든 광경을 모니터로 지켜봅니다.
 
당신을 응시하는 동료와 후배의 시선은 냉정합니다.
 
항공우주국의 명령을 어기고 막심한 자본과 정보 손실을 낸 당신은 국가 단위의 처벌을 받게 될 겁니다.
 
당신의 명예와 권위, 여태껏 이룩한 모든 것이 허공에서 불타 사라집니다.
 
이것이 트레이터, 그랜드 피날레, 죽음의 다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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