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PC1을 수리하는 구형 안드로이드다. 연산과 인지 능력이 부족해 간단한 의사소통에도 딜레이가 걸린다. 20년 동안 PC1을 그림자처럼 쫓으며 함께 탐사를 했다. 그러나 PC1이 긴 세월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당신은 단 한 번도 언론에 언급된 적이 없었다. 이제 PC1의 연료는 떨어졌고, 당신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의 【사명】은 PC1이 그랜드 피날레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당신은 「프라이즈 : 공구 상자」를 갖고 있다.
공구 상자
프라이즈. 안드로이드를 수리하기 위한 도구가 담긴 상자.
프라이즈의 소유자는 언제든 프라이즈의 비밀을 볼 수 있다.
프라이즈를 타 PC에게 양도할 수 있다.
이쯤에서 자기소개를 해봅시다
PC1, 당신은 어떤 안드로이드인가요?
Enshroud:곧 죽을 애.
귀여워~
다음 PC2, 당신은 어떤 안드로이드인가요?
traitor:제 이름은 traitor, 간단한 암산과 의사소통, 그리고 능한 수리 기술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입니다! 비록 구형이라 몸체도 간당간당하고 지구에 사는 인류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는 덤 같은 존재지만요. ;) 긴 시간 인슈라우드의 뒤를 쫒으며 우주 항해를 이어갔습니다. 이야, 정말 길고 고되고 즐거운 여행이었죠!
그런 저의 【사명】은, '인슈라우드의 그랜드 피날레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입니다.
traitor: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수많은 에러 창과 경고음을 외면한 그 자리에 인슈라우드가 서있다.
.................그럼요,걱정 마세요 슈슈. (수많은 경고 표시를 하나하나 종료하길 포기한지도 몇달이던가. 잠시 '렌즈 보호구'를 덮어냈다 연 후 웃으며 몸을 숙인다. 그런 과정에서도 쇠로 된 낡은 관절이 삐걱거리고, 고정이 풀린 부품들이 몸 안에서 소음을 발생시켰다. 아무리 그래도 인슈라우드를 정비하는 기체인데... 예산 좀 더 쓰면 덧나나. 그래도 이날까지 버텨온 이 몸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끝내 마지막 임무는 마치고 죽을 수 있을 테니.) 오늘 기분은 어떻습니까, 슈슈? 마지막 날이에요. 드디어 저희 둘 다 쉴 수 있겠네요! 다음엔, 얼마를 주더라도 이 임무는 안 맡아야겠습니다. ;)
Enshroud:기분. 별생각 없어. 20년 전부터 각오하고 있던 거고 (안 그래도 삐걱거리는 몸을 한 형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고. 정비하기 편하게끔 스스로 옷을 벗고 기체의 케이스를 열어준다.) 모든 임무가 끝나면 나는 꿈을 꿀 거야. 지구로 돌아가서 날 도와준 형의 이름을 인간들에게 알리는 꿈을 꿀 거야. 그렇게 잠들 거야. (트레이터의 몸을 좀 더 자세히 살핀다. 20년이나 이 상태로 버텨주었다면 돌아가는 20년을 버텨줄 수도 있지 않을까? 우주에서 혼자 살아가줄 수 있지 않을까?) 형은... 끝나면 뭐 할 거야?
traitor:.........................
그거 정말 멋진 생각입니다. (늘 가지고 다녔던공구상자를 열어 장비를 하나하나 늘어놓는다. 경고창으로 시야가 붉어져도, 이 일 정도는 안 봐도 해낼 수 있다는 말씀.) 그럼 전 그런 슈슈의 뒤를 계속 따라다녀 볼까요? 감사 인사를 전하는 시민 앞에선 '에헴, 뭘 그정도 가지고요.' 하고 능청도 좀 부려볼까 싶습니다! ;)
(프라이즈 공구상자의 뒷면을 확인합니다.)
공구 상자 비밀 : 연료
쇼크 : 없읍
상자 안에는 공구 대신 액체 연료가 들어 있다. PC2는 항공우주국의 감시를 피해 자신의 연료를 이곳에 숨겨놓았다.
이 연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은하 너머, 8.4GHz 주파수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까지. 인간이 없는 곳.
Enshroud:나는 꿈이라니까. 그래도 좋겠다. 형이 꿈에서 계속 내 뒤를 따라다녀 준다면.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거 같아. (안드로이드가 꿈을 꿀 수 있는지부터가 문제긴 하지만...) 곧 죽을 안드로이드만 졸졸 따르지 말고 형 자신이 하고 싶은 거 생각해 봐.
traitor:물론 그럴 거에요. 슈슈는 모든 이들에게 칭송받는 영웅이니까, 기계의 신도 축복을 내려주지 않겠어요? 명왕성은 잠을 자기엔 적절한 온도가 아니긴 하지만! (능숙하게기계를 다뤄인슈라우드의 몸체를 정비한다. 이 몸을 만지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 제 장비가 낡아빠져서인지, 유독 정비하는 손길이 느리다.) 사실 꼭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긴 합니다.
PC1의 몸체
쇼크 : 전원
PC 1의 몸체에 균열이 가있다. 얼마 전 천왕성의 고리를 탐사할 때 파편에 스쳐 입은 상처처럼 보인다. 이 몸으로도 미션은 수행할 수 있겠지만 오차가 생겨선 안 된다. 당장 수리해야 해.
PC1은 사이클이 끝날 때마다 생명력을 1씩 잃는다.
Enshroud:그것도 20년 전 이야기지 다시 20년 걸려 돌아가 봤자 기억이나 하겠어. (긍정. 명왕성의 표면 온도를 다시 체크한다. 약 영하 230도. 저기서 잠들면 금방 형처럼 내 관절도 삐걱거릴 거야.) 이왕이면 좀 더 따뜻한 곳에서 자는 게 좋았을 거 같기는 해. 많은 건 바라지 않고, 딱 이 탐사선 정도의 온도 정도만.
하고 싶은 말? 뭔데? 들어줄게.
traitor:............................
저는... 기억되고 싶습니다. 당신이 저를 기억하고, 더 먼 우주로... 함께. (눈을 몇 번 깜빡인 후 정비를 이어간다. 느린 손길로 이어진 정비는 끝끝내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케이스를 닫아 옷가지를 주워 내밀었다. 그리고 자신의공구상자도 함께.) 자. 다 되었습니다! 오늘도 완벽하군요. ;)
Enshroud:C의 들뜬 목소리가 들린다. "80억 인류가 널 지켜볼 거야.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니?"
형? 형... 왜? (작동을 멈춘 트레이터의 몸을 잡고 흔든다. 삐걱거리는 소리화 함께 C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C가 이렇게 들떠있는 것도 분명 내가 빨리 죽었으면 해서 그러는 것일 거야. 전혀 영광스럽지 않아.슬픈표정을 숨길 생각도 못 하고PC 2만을 바라본다. 계속.)
(프라이즈생체 코드확인할게요!)
생체 코드: 자폭
쇼크 : 없음
정교하게 설계된 명령 프로세스는 당신 자신도 극복할 수 없다. 분명, 지구에서 하달된 명령은 어길 수 없겠지. 이 몸은 당신 거지만 당신 게 아니야. 코드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값이 나온다.
곧 시작할 그랜드 피날레를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항공우주국 직원들. 이들은 당신의 동료며, 많은 이들이 당신을 존경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 HO는 지구에 있는 PC만이 조사할 수 있다.
(우선은 인슈라우드의 상태부터 확인해야겠어... 스크린으로 다가가 마이크를 톡톡 친다.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뗀다.) 인슈라우드, 기분이 어때?
Enshroud:기분 별로야. 이제 진짜 혼자야. (여전히 멈춰버린 기체를 끌어안고 있는지 너머로 금속 물체끼리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깡, 깡. 끼이익...) 원하는 대로 해줄게. 얌전히 자살할 테니까 이 이상 말 걸지 마.
B:뭐? 안, 안돼. 자살이라니, 너한테 그런...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습관적으로 말과 말 사이에 텀을 두다가 아, 하며 부조화를 깨닫는다.) ...네 마지막은 모두가 보게 될 거야. 기욍이면 멋지게 끝내는 게 좋지 않겠어? 그래,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었던 걸 한다던가.
Enshroud:불탈 걸 뻔히 알고 다이빙하는 게 자살이 아니면 뭔데? 인간들 보기 좋은 쇼까지 하기엔 너무 지쳤어. 보지 마. 형 흉내 내서 말하지 마. 말 걸어도 무시할 거야. (입을 꾹 다문다. 아마 이후론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을 듯하다...)
B:누가 누굴 흉내낸다는 거야... (몇 번 더 이름을 불러도 답이 들려오지 않자 허망하게 스크린만 올려다본다.) 언제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더니...
Enshroud:두 사람의(당신만의) 우주는 적요하다. 그러나 노이즈 섞인 통신음이 경각심을 일깨운다. 보이지 않는 수백수천 개의 시선이 당신을 향해 있다.
(보지 마, 우리에게 신경 쓰지 마... 시선을 외면한 채 멈춘 기체를 더 꽉 끌어안는다. 다이빙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한 뒤 다시 통신을 시도한다.) 안 하고 지구로 돌아갈 방법은 없어?
B:(이젠 더 기동하지 않는 기체를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냥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기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 인간이자 엔지니어로 살아온 29년, 그리고 우주에서 그와 함께했던 20년의 기억이 혼잡하게 섞여 들어온다. 나는 이곳에서 너를 정립하고, 또 저곳에서 너와 여행했어. 그 두 삶에 있어 늘 중요했던 건 언제나...) ...지구로 돌아오고 싶니?
Enshroud:(내가 바란 건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지 않는 것. 이 우주에서 영원히 떠돌아도 좋으니 형과 함께 내일은 뭐 하며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 그것뿐이었는데... 따라서 대답은,)형이랑 함께돌아가고 싶어. 혼자서는 안 가.
B:...그 구형 안드로이드는 더 가동할 수 없어. 이미 심하게 망가졌단 걸 알고 있겠지. 네가 그랜드 피날레를 완수하면 존재할 이유도 없을테고 말이야. 하지만...
네가 만일 지구로 돌아오는 여행을 한다고 하면, 만일 이곳이 아닌 더 먼 우주로 나아가고 싶다고 한다면. 널 정비해줄 안드로이드가 필요하겠네.
...그때는 내가 방법을 찾아줄게.
Enshroud:방법을 찾는다고 그걸 실현시킬 수 있어? 나도 연료 얼마 안 남았어. 정비용 안드로이드가 여기까지 오는 사이에 형처럼 멈춰버리고 말 거야.
컴퓨터에 형의 데이터 남아있지? 의식만 추출해 PC로 보내주면 안 돼? 텍스트만 나오게 프로그래밍하는 건 쉽잖아. 마지막으로 형이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거면 됐어.
B:그럼, 물론이지. 내가 여기서 얼마나 대단한 엔지니어인데... (스크린 너머로는 자신의 표정이 보일 리도 없는데 애서 웃는 표정을 지어내느라 눈 밑이 찡그려진다.) 네가 원한다면, 몸체를 수리할 수도, 연료를 보충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마지막으로 대화? (시선을 이리 저리 돌리며 몇가지 프로그램을 조작한다. 인슈라우드의 화면 앞으로 텍스트가 출력되도록.) 그래.... 좋아. 다 됐다.
Enshroud:고치는 것도 연료 보충도 할 수 있으면 한참 전에 했겠지. (탐사선 내부에서 그나마 푹신한 곳을 찾아 트레이터의 몸을 눕혀 고정시킨다. 잘 자. 금방 돌아올게. 말을 남긴 뒤 화면에 말을 건다.)
형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했을 거 같아? 인간들은 전부 내가 죽길 바라고 있어. 그런데도 살고 싶다고 말해도 돼?
B:(이것 참... 바로 음성소통을 할 수 있는데 굳이 텍스트를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괜히 정체를 숨겼나. 입을 비죽이며 고심한 후 타자를 입력해나간다.)
[좋은 아침입니다, 슈슈. 안색이 안 좋은걸요! :( 모두가 당신의 죽음을 바란다니. 그랜드 피날레 임무를 말하는 거군요. 으음, 글쎄요. 우선 모두라는 전제 아래 절 빼주셔야 겠습니다. ;) }
Enshroud:내 죽음을 바라는 건 인간들이라고 했잖아. 형은 인간 아니야. 바보. (아는 이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한 층 편안해진 목소리가 이어진다.) 좋은 아침.
골라줘. 이대로 연구원들의 말을 따라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지, 아님 형의 몸과 함께 영원히 우주를 떠돌며 꿈을 꿀지.
B:(그야 당연히 자신의 입장으로선 그가 이곳에 돌아오든, 아주 먼 곳으로 떠나든... 아무튼 자아를 유지해 줬으면 했다. 긴 시간 함께하고, 내가 감정을 준 존재니까. 하지만 그게... 정말 그를 위한 일인지.)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타의로 결정지어지지 않습니다. 그냥 생겨나는 거죠. 우리가 긴 시간 관찰했던 우주의 수많은 별들처럼! 슈슈에겐 어던 게 더 좋을 것 같나요? 다시 한 번 저와 다른 여행을 떠나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이대로 푹 쉬고 싶나요?]
Enshroud:이제 우주는 싫어. 탐사선 너머만 바라보는 삶은 질렸어. 동시에 내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들이 있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까...
형. 나 자폭할 수 있는 코드를 찾았어. 같이 그랜드 피날레를 망쳐버리자. 그리고 다음 생에 만나자. 둘 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같이 세상을 여행해 줘.
Enshroud:너네가 원하는 대로 안 할 거야. 계속 그러면 자폭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A:.... 하.
역시 도구에게 감정을 주는 건 지나쳤었어.
A는 강제로 명령 프로세스를 입력합니다.
인슈의 몸이 스스로 통제되지 않습니다.
생각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자신의 의지로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요, 이 몸은 처음부터 당신 게 아니었지요.
당신의 몸이 멋대로 방향을 틀어 천왕성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그래요, 대체 누가 당신에게 감정 따위를 선사한걸까요.
A의 오른 편에 앉은 C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위선 가득한 그의 슬픔은 당신의 죽음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드넓은 우주에 당신을 위한 이가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그래요. B가 있었죠.
당신은 그에게 마지막 방법을 알려줘야겠죠.
동시에, 인슈가 폭주를 시도 할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합니다.
B:(이 프로그램을 전송하게 된다면 이곳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도,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것도 못하게 될 거야. 어쩌면 길을 걷다 토마토를 맞을지도 모르겠어... 같이 꿈꾸며 여행하자는 것도, 다음 생에 만나자는 허무맹랑한 약속들도 안 지켜질지 몰라. 하지만.... 줄곧 그가 계속 살아가길 원해와서 그 감시를 피해 연료를 모아두지 않았던가? 애초부터 내 목적은 변해있었어.) 인슈라우드...
슈슈!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세요. 원치 않는 그랜드 피날레를, 이행시켜선 안 됩니다!
(의식시트 <폭주>를 공유합니다.)
(콘센트를 뽑습니다!)
뾱~
어라, 이 코드가 아니었나요?
그렇지만 선배의 당황스러운 행동에 A의 행동이 잠시 멈춥니다.
"뭐하는 겁니까?"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추락할 뻔한 인슈의 몸이 순간 멈춥니다.
무장한 경비들이 몰려오고, B에게 겨눕니다.
B:(절전! 지키자 지구 에너지)
아
"수상한 행동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항공우주국 데이터서버에 허가되지 않은 수상한 데이터가 외부로 흘러간 정황이 발견되었습니다. "
"추적해보니, 인슈라우드더군요."
"그랜드 피날레가 끝나면 모든걸 가질 텐데. 왜 방해하시는겁니까."
이 틈입니다.
의식을 사용할 틈은 시선이 집중 된 찰나입니다.
Enshroud:(감정을 느끼고 행복한 미래를 누리며 살고 싶단 마음이 『폭주─의식의 시작─』한다.)
감정의 결을 헤아리고 충동을 느끼며 꿈을 꾸는 존재를 안드로이드라 칭할 수 있나요?
전 세계가 숨죽여 당신의 죽음을 기다리던 중 당신의 신경 체계가 폭주를 일으켜 한계를 극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