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가던 길에 우산이 없어서 곤란하던 참이었는데, 광철의 집이 가까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실례지만 신세 좀 져도 될까요?
당신의 집은 그저 길 가다 우산이 없어 들릴 만한 곳은 아닐텐데…
오광철:(앞선 수상한 점들에 대해 생각하다 금방 포기합니다. 어차피 내가 알아서 해결될 일이었으면 말했을 테고 일단 이 젖은 꼴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열쇠를 줄까? 앞으로도 필요한 거 있으면 와서 가져가. 다 젖었는데 씻고 가고. 옷도 꺼내놓을게.
백지혜:그렇게나 신경써 주시진 않으셔도 되는데! (가만히 널 바라보다, 어깨 너머로 집 안을 흘긋 살핀다.) 그보다 남에게 함부로 집 열쇠를 넘기면 안 되니까요! 이번만 조금 신세지겠습니다. (사람 좋게 웃으며 제 뒷목을 슬 문지른다. 뚝뚝...)
음? 평소에 불을 안 켜고 생활하시나요? (뻔뻔하게도 먼저 집에 발 들여놨다...)
오광철:아냐, 형은 이 정도 신경은 받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열쇠도 형이니까 준다고 하는 거고... 지금은 됐다지만 나중에 생각 바뀌면 말해. (젖는 바닥은 신경 쓰지도 않고 화장실에서 커다란 수건 하나 꺼낸 뒤 뒤에서부터 젖은 머리 위에 올립니다.)
아니, 방금까진 켜져 있었는데 형 오기 직전에 불이 나갔어.
백지혜:이거 참...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격스러운데요. (머리에 툭 올려진 수건에 뒤 돌아 감사합니다, 하고 짧은 인사를 전한다. 수건으로 머리를 닦는둥 마는둥... 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곧 돌아가야 할 테니까 상관은 없겠지만...
두꺼비 집 봐드릴까요?
오광철:(몇 걸음 옆에서 닦는 것을 지켜보다 다가가 수건을 뺏어 머리 팍팍 닦아줍니다.) 아까 안색 나빴던 거 같은데 그렇게 하면 진짜 감기 걸려. 개학부터 학교에서 형 보지 못하는 건 싫으니까 제대로 해. (닦는 팔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 볼 수 있어? 그럼 해줘.
백지혜:앗. (팍팍 닦아주는 손길에 엉거주춤 두 손을 머리 근처에 올려놓는다. 얌전히 닦이나 싶던 것도 잠시, 네 손목을 잡곤 수건과 함께 내린 후 고개 들어 시선 맞춘다.) 제가 그렇게나 보고싶으셨나요? 비가 내린 것에 감사해야겠군요. (능청부리며 작게 웃곤) 덕분에 완전 뽀송해졌습니다. (여전히 물기가 좀 흐르긴 했으나...)
그럼 잠시... (수건에 손 만큼은 깔끔! 하게 닦아내고 현관으로 가 기웃거린다. 쉬이 발견한 두꺼비 집 케이스를 열어 몇 번 달칵거리면...)
깜빡... 깜빡...
당신 집엔 와본 적 없을 그일텐데, 능숙하게도 척척 찾아내는군요.
불이 켜진 덕분에 한결 우중충한 분위기가 나아졌습니다.
다시 전원이 들어온 네모난 상자 속[뉴스]는 여전히 이번 기습폭우를 다루고 있으며,[화장실]에서는 뽀송한 수건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부엌]찬장에 고이 모셔둔 티백으로 차가운 그의 몸을 녹일 수 있겠네요.[백지혜]는 그저 우뚝 서 있습니다.
자유 롤플레잉 조사 가능!
오광철:(갑자기 들어온 빛에 눈을 깜빡이며 적응한 뒤, 일단 우뚝 서있는 지혜를 먼저 살펴봅니다. 직전에 손을 뽀송하게 닦아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세찬 비를 맞은 탓인지 백지혜의 낯은 평소보다 더 창백합니다.
그 외 평소와 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소와 다른 점이….
관찰력 판정 가능.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48
판정결과:
실패
찰나, 백지혜의 손등 위로 여린 푸른빛이 반짝거립니다.
...감전? 은 아니겠죠. 설마.
오광철:(설마...) (체온 확인 겸 감전 유무 확인을 위해 지혜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등을 가져가 붙여봅니다.)
백지혜:...? (맞닿은 손등을 가만히 보다가 작게 중얼거린다.) 아, 주문이라면 아직 괜찮습니다. 확실합니다.
체온은 조금 낮은 거 같으나...
감전은 아닌 게 확실하군요.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것도 같지만...
오광철:주문이라니 무슨 헛소리야. 졸리면 괜히 비 맞으며 돌아가겠다고 하지 말고 자고 가. (체온이 낮다! 마실 것을 챙기러 부엌으로 가 찬장을 살펴봅니다.)
네? 저 멀쩡한데요? 하고 소리치는 백지혜를 뒤로 해 부엌으로 이동합니다.
찬장에는 티백이 여러 개 놓여 있었습니다.
어디서 받았던 건지, 직접 산 건지 기억은 흐릿하지만요.
뭐가 있더라, 열어서 확인해 볼까요?
오광철:(뒤에서 들리는 소리는 무시하고 티백들을 확인합니다.)
덜컹,
내부는 텅 비어있습니다.
분명 많이 남아있었는데...
동생이 모두 먹었을까요?
지금 백지혜에게 줄 수 있는 건 따듯한 물이 전부입니다.
오광철:(텅 빈 티백 상자를 바라보다가 따뜻한 물을 동생이 아낀다고 쓰지 말라 몇 번이나 당부했던 예쁜 찻잔에 따라 가져옵니다.) 그냥 물이 싫으면 설탕이라도 타줄까?
아니면 화장실에서 수건 더 가져올게. 머리랑 손만 대충 닦은 거니까. (도망치는 듯 화장실로 이동합니다...)
백지혜:(미묘하게 예쁜 찻잔... 전부터 생각했지만 광철의 취향은 조금 여자아이구나. 여동생의 물건을 쓴 탓임을 알 리 없는 백지혜가 그리 생각하며 찻잔을 받아든다.) 앗, 감사... (하다고 인사하기도 전에 쌩 간 탓에 허공에 대고 웃어버렸지만. 그저 따뜻한 물만 홀짝인다.)
습기 가득한 눅눅한 하루라 해도 수건은 뽀송한 게 제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다.
수건이 더 필요할까요?
관찰력 판정!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가지런히 놓인 칫솔이 눈에 밟힙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색이었죠.
이어서 행운 판정!
오광철:
운
기준치:
65/32/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미끄러운 바닥에 기우뚱,
넘어질 리 없죠.
신체 반응 속도는 전부터 꽤 좋았으니 당연합니다.
무사히 수건을 꺼내고 돌아갈 수 있습니다.
오광철:(수건을 들고 나와서 다시 머리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곤 다시 한번 체온을 확인하는 듯 손등을 이마에 올려놓고 가만 지켜봅니다. 체온은 좀 돌아왔나요?)
백지혜:(또 머리 위에 올려진 수건을 시선 올려 멀뚱히 보다가 당신의 손등에 기대려는듯, 혹은 문지르고 싶은건지 무게중심이 조금 앞으로 쏠린다.) 아까부터 말했지만 전 멀쩡합니다.
확실히, 체온도 아까보단 덜 차가운듯 합니다.
오광철:(아직 체온이 만족스럽지 않은 듯 가만히 지켜봅니다. 체온을 올릴 확실한 방법... 짧은 고민 끝에 손등에 기댄 머리가 앞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천천히 손을 뺀 뒤, 축축한 옷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나란히 앉아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대고는 뉴스로 시선을 옮깁니다.)
아나운서:“기습폭우에 의한 피해가…”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화면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비, 비, 그리고 비.
여름철 장마는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전국을-그리고 한 주가 비로 가득한 건 이번 여름 중 처음입니다.
아나운서:“유명 스포츠 선수 A씨의 은퇴 사실에 관한 루머들이…”
:지능 판정 해주세요.
오광철:
지능
기준치:
45/22/9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처음 듣는 내용인 것 같은데,
다음으로 다루는 뉴스 내용은 낯설기만 하네요.
쏴아아, 비는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어느 정도 물기가 마른 백지혜는 간간이 멍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질적인 하루입니다.
폭우와 정전, 빗방울과 예상치 못 한 방문객,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여름...
백지혜:(평소라면 제 옷이 아주 흠뻑 젖었으니 옆에 앉는 건 고사하고 닿게 하는 것도 조심스러울텐데, 비를 맞은 탓에 컨디션이 안 좋은건지,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지... 어딘가 멍한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고갤 옆으로 돌려 한참 바라본다. 가늘어지는 눈매, 더듬어 올라가 어느새 잡고 있는 손목. 천천히 입을 뗀다.)
백지혜:...이거 참, 아무래도 이번 세계는 많이 뒤틀려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도 절 아는 체 해주지 않더군요.
그래도 광철은 절 기억하고 계시죠? 이렇게 찾으러 와주셨으니.
오광철:이번 세계라니, 형도 약했어? 그거 좋은 거 아닌데. (괜스레 이상한 말로 상황을 돌려봅니다.) 얼마나 심하면 반 전체가 기억이 사라져. 나만 기억하고 찾고 있었잖아. (다가가 옷자락을 붙잡습니다.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지혜가 했던 것처럼.) 오늘 어디 있었어? 지금 상황은 다 뭐고. 납득될 때까지 절대 안 놓을 거야.
백지혜:... (무어라 대답하면 좋을까.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고- 아니, 돌아오긴 커녕 잃는 게 더 많아질 것이다. 버릇처럼 눈썹을 우그러뜨리고 미간을 좁힌다. 이런 표정 지어도 보이진 않을텐데... 붙잡힌 옷자락을 내내 바라보다 더듬 더듬 말을 이어간다.) 오늘은......... 줄곧 도서관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렁이는 표정.
아니, 저걸 표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흐릿한 얼굴은 여전히 뿌옇기만 합니다.
…눈은 어떤 색이었고, 어떤 모양이었고, 또 어디에 자리 잡고 있던지.
당신마저 그 얼굴을 떠올리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당신이 가진 그에 관한 기억들 역시 하나둘씩 지워지는 중이란 것을요.
백지혜:그리고... (짧은 침묵, 제 옷깃을 붙들은 네 속목을 그러쥐곤 한 걸음 다가간다.) 광철에겐 보입니까? 제 얼굴이.
오광철:... (얼굴이 보이냐는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하는 것으로 대답은 충분했을 것입니다.) 보여. 아마도... (거짓말.)
백지혜:저흰 원래 세계에서 신도들에게 쫓기는 중이었습니다. 도망치던 중 차원의 관문을 사용했지만, 그대로 우주 미아가 되었고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속 차원을넘었습니다.
다른 세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끔 기억을 잃기도 했었죠…
…우리가?
그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영화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백지혜는 평소에도 공상같은 이야기를 종종 해왔었지만…
이번엔 농담같은 게 아닐 것을 직감합니다.
제물과 차원의 관문, 우주 미아와 다른 세계.
우주를 건너, 먼 은하를 건너, 다른 세계로 함께.
마치 당신이 겪은 일처럼.
핸드아웃, 기억의 파편을 공개합니다.
모든 것을 떠올린 오광철, SANC 0/1d2.
오광철: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가 멈추는 것은 주문진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쏟아지던 그 여름도, 맑고 화창한 이 여름도.
우린 원래 세계를 찾아 한없이 우주를 넘나들었죠.
그 과정 중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여름인데도 선선했던 어느 세계,
잘못된 위치에 떨어져 바다에 빠졌던 우리,
겨울 별자리가 보이던 또 다른 세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집을 찾아서,
다음 세계로.
그렇다면 왜, 이번 평행세계에서 그는…
사라지는 중인 걸까요?
백지혜의 존재 자체가 없었던 세계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백지혜:이쯤이면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이 세계는 저희가 여러번 넘어온 곳들과는 다릅니다. 절 모두가 기억하지 못 하는 것은 둘째치고,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들 투성이에요. 만들어지다 만 것 같은 곳이랄까…
…광철, 당신 또한 저를 잊을지도 모릅니다.
흐르지 않는 몽글한 구름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면, 우리가 선 곳의 짙은 파랑이 가려집니다.
백지혜는 천천히 철조망에 기대앉아 작은 수첩과 연필을 꺼냅니다.
당신을 위해 옆자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는 그 손은,
미약하게 떨리는 그 손은,
그의 얼굴처럼 흐려지고 형태를 잃고 있습니다.
이윽고 모든 소리가 사라집니다.
그 자리를 연필 소리가 가득 채웁니다.
다급한듯 하면서도 정확한 손놀림.
사각거리는 소리가 길게 이어집니다.
이건 잊지 않기 위한 기록입니다.
잊혀지지 않기 위한 기록.
백지혜:...저에 대한 것을 적어두었습니다.
그저 희망 사항일지라도.
백지혜:잊지 말아주세요. 광철만큼은 저를 잊어선 안 됩니다.
기억해 달라는 그의 목소리마저 뭉툭해져 알아들을 수 없게 됩니다.
백지혜는 당신의 어깨 위로 툭, 힘없이 머리를 기대네요.
그 무게마저 낯섭니다.
흐릿해지는 기억을 애써 붙잡아도,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백지혜:뭐, 그렇게 애쓰실 것도 없습니다. 방법을 찾아낼 테니까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제 이름을 불러주시겠습니까?
오광철:왜 마지막이야. 잊지 않을 건데. 형, 지혜 형, 백지혜... (...) 기억하고 있을게. 형은 혼자 있는 거 싫어하니까 나 없으면 안 되잖아. (잊어버리지 않도록 형이란 호칭 뒤에 가려져있던 백지혜, 이름 세 글자를 반복해 중얼거립니다.)
백지혜:(세계에서 존재가 지워지는 일. 분명 좋은 경험은 아닐 터다. 그럼에도 다행이라고 생각된 점은, 자신의 표정이 보이지 않을 거라는 것과 자신을 기억해 줄 마지막 사람이 너라는 점이겠지. 반복해서 들려오는 이름에 불안함과 더불어 기묘한 만족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답한다. 계속, 다시......)
오광철:(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해봤자 무슨 감흥이나 있겠나요. 구겨진 수첩과 종이. 둘을 번갈아 바라보는 시선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평소라면 무시하고 수업에 돌아갔겠지만... 수업을 빼고 도서관에서 이 정체불명의 종이를 해석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요. 가끔 이런 날도 있는 법입니다.)
당신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깁니다.
이건 지루한 나날 속 한낱 심심풀이일 테니까요.
그럼에도 지독히 좋은 날씨에, 파란 하늘에, 누누부신 햇빛에
조금 울렁거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웃었던가요.
구겨진 수첩에는 옅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도서실에 도착하면 [종교], [예술], [언어]가 적힌 책장들이 빼곡합니다.
기이한 충동입니다, 저곳에 당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을 거란 예감이 듭니다.
사서 선생님께선 보이지 않네요.
오광철:(생각해 보면 도서관에서 제대로 책을 읽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일단 예감을 따라 첫 번째, 종교 책장을 살펴봅니다.)
2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종교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해주세요.
오광철:
자료조사
기준치:
30/15/6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에 관한 기억이 조금 더 흐려집니다.
수첩을 한 번 더 봐야겠어요.
오광철:(수첩과 쪽지를 다시 한번 살핍니다. 꽃... 이면 예술인가? 긴가민가하게 옆쪽 책장으로 이동합니다,,,)
6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예술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관찰 판정 해주세요.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
자,자료조사 판정이었어요
오광철:(!!)
자료조사
기준치:
30/15/6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에 관한 기억이... ... ...
[언어] 쪽으로 가볼까요?
오광철:(이동합니다...)
7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오광철:
자료조사
기준치:
30/15/6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그중 눈에 띄는 책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일부러 제대로 꽂아두지 않은 듯 한…
이정도면 보람찬 독서활동을 즐긴 것 같습니다.
슬슬 쪽지에 적혀있던 책을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마침 800번대 [문학] 코너가 보입니다.
오광철:(840... 840... 분류 코드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살피며 나아갑니다.)
쪽지에 적힌 창구 번호, 840.01이12꽃.
그것은 <꽃갈피>란 제목의 얇은 영문 시집이었습니다.
꽃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과 짧은 시들이 실려있습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꽃을 여러 번 말려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의 여름을 닮았습니다.
수없이 반복한 탓에,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마른 우리의 32번째 여름.
책에는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 □□□, □□□…
그래요, 백지혜.
외부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거짓된 세계를 부술 수 있는 한 단어.
그러나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거짓된 세계라고 하여도 한 사람만이 사라진 이곳은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굳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하나요?
우린 다시 우주 미아가 되고 말 텐데,
기약 없이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나들어야 할까요?
당신에게 백지혜는 그럴 가치가,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오광철:(평소 느끼던 점이 하나 있다. 이 학교엔 나와 가까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 이상한 소문들로 인해 주변의 시선으로 자연스레 고립된 결과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학교생활을 이어가며 똑같은 날만 반복되는 지루한 곳은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던 거 같다.
여름은 싫지만, 수많은 여름을 건너간다는 점은 꽤나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게다가 자신을 기억하길 간절히 바랐다는 점은 아마... 우리가 꽤 친밀한 사이였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 우주를 계속 도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해도, 우주 미아가 되어 같이 죽게 된다고 해도. 이 지루한 나날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