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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정원

 

 

 

 

 
 
 
정원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좁디 좁은 숲의 길.
 
그러한 길을 당신은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나뭇가지가 스쳐 지나가고,
 
산짐승들이 때때로 당신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그것은 헛된 소문 일 수도 있습니다.
 
소문처럼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몇날 몇일을 걸었는지 모릅니다.
 
발은 부르트고, 가져왔던 물과 음식은 다 떨어진지 오래입니다.
 
어쩌면 그 이야기는 거짓이 아닐까,
 
하고 머릿속에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찰나
 
지친 당신의 눈 앞에 환상처럼 작은 오두막과 정원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내, 칠흑같은 암흑이 덮쳐 옵니다.
 
...
 
의식을 차렸을 때, 당신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낡은 천장입니다.
 
이윽고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백지혜:정신이 드셨습니까?
 
오광철:(깜빡...) 너 누구야?
 
백지혜:그러는 그쪽은?
 
오광철:내가 먼저 물었는데 대답 제대로 안 해? (대답을 회피하며 당당하게 주변을 살핀다. 집 낡았네...)
 
오두막은 단칸방으로 낡았으나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벽 한쪽엔 천으로 덮힌 액자가 걸려 있고, 기본적인 생활도구는 마련되어 있습니다.
 
백지혜:당신이 어두운 숲에서 야생동물의 밥이나 될 뻔한 걸 구해 준 성량한 시민이지요! (시선에도 개의치 않으며 제 가슴팍을 툭툭 건들곤 자랑스러운듯한 어투로 이어간다.)
 
눈에 띄게 특이한 모양의 하얀 눈, 챙이 넓고 끝이 뾰족한 흰 모자.
 
굳이 소개를 하지 않아도 눈치챌 수 있을 겁니다.
 
숲의 마법사 입니다.
 
오광철:난 그냥 마법사를 찾는 떠돌이...인데, 선량한 사람이면 그냥 야생동물 밥이나 되게 둘 것이지 왜 살렸어? 내가 사람을 죽이고 도망치던 악인이면 어쩌려고? 범죄 동조했어. 선량한 사람이면서. (진짜 마법사인가? 의심 가득 담은 눈빛을 보내다가 몸을 일으켜 떠보는 듯 묻는다.) 너 혹시 꽃 알아?
 
백지혜:마법사를 찾는 떠돌이? (눈이 깜빡인다. 시선이 천장 위로 원을 그리며 빙 돌아간다. 다시 두 눈이 맞춰지자 샐쭉 휘어진다.)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아는 마법사가 몇 있긴 하지만... 워낙 많아서! 이름이나 소속을 알려주면 몰라? (능청스레 어깨를 으쓱인다.) 사람 죽이셨습니까? 이런, 그렇게 안 보여서 살려줬더니... 저까지 죽이실 건 아니죠? (손짓 하나로 물이 든 잔이 허공을 날더니 네 손 위로 안착한다. 일어났으면 물이나 마시고 정신 차리라는 듯...)
 
간단히도 마법을 부리는 걸 보니, 마법사는 확실한 것 같아요.
 
백지혜:마법사에 이어 꽃이란 말이죠. 듣고보니 하나 떠오르긴 하는군요. 당신네 마을에 퍼져있는 잔인한 살인광 꽃 집착 마법사 소문이요!
 
오광철:이름이나 소속은 몰라. 애초에 마법사라곤 아는 게 그 사람뿐인걸. 잘난 마법으로 내가 사람을 죽였는지 아닌지 기억을 살펴 확인할 수는... 아. (며칠을 숲에서 헤맨 탓에 예민했는지 빈정거리는 말투가 이어진다. 그마저도 날아온 잔을 손으로 받은 순간 멈춰버렸지만. 컵을 쥔 지금 이 사람이 며칠간 찾아 헤맨 그 마법사라고 확신했다. 아는 마법사가 몇 있다지만 마법사라는 게 흔한 것도 아닌데 같은 숲에 두 명이나 있겠어. 마침 잔인한 살인광 꽃 집착 마법사의 소문을 안다니 말은 더 빠를 것이다.) 응. 나 그 미친놈 찾으러 왔어. 그거 너지? (몸을 확 들이민다. 손에 든 잔에서 물이 찰랑이며 바닥을 약간 적신다.)
 
백지혜:으음. (부쩍 가까워진 거리에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잘 됐다는 듯 얼굴 이곳저곳을 뜯어 살펴본다. 피곤해 보이는 인상에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두 눈! 작정하고 미친 마법사를 찾아온 기개까지, 이 사람도 분명 구질구질한 사연을 죽죽 늘어놓겠군... 30초가량 더 시선을 마주하다 네 이마를 지긋 눌러 거리를 둔다.) 곧바로 꽃 얘기를 하는 걸 보니, 그래도 좀도둑은 아닌가 봅니다. (아까와 달리 가소롭다는 듯 날카로운 웃음이 스친다. 이번엔 이쪽에서 몸을 가까이 붙였다. 어깨를 잡고 허릴 숙여 침대 안쪽으로, 그렇게 밀어 넣나? 싶더니... 창가로 손을 뻗어 창문을 연다.)
 
그러던 와중 당신의 코 끝에 한번도 맡아본 적이 없었던 황홀한 향기가 풍겨 옵니다.
 
저도 모르게, 옆의 창문으로 시선이 옮겨 집니다.
 
창문 너머 눈부신 햇살 아래 펼쳐진 것은 말로만 듣던 마법사의 정원.
 
그리고, 그 한가운데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
핸드아웃 <마법사>, <천으로 덮인 액자>, <마법사의 꽃>, <마법사의 정원>, <수국덤불>을 공개합니다.

 
오광철:(몸을 가까이 붙이고 있단 사실은 잊고 열린 창문 너머로 한참을 꽃만 바라본다. 그리곤 다시 시선을 돌려서 눈을 마주친다. 예상했던 구질구질한 사연은 나오지 않았다. 사연을 말한다고 들어줄 거 같은 사람도 아니고...) 저거 달라고 하면 죽일 거야? 나랑 싸울 거야? (원래 기싸움은 먼저 피하는 쪽이 지는 법. 특이한 모양의 흰 눈을 피하지 않고 뚫어져라 바라본다.) 말했잖아. 사람 죽이고 도망치던 범죄자일지도 모른다고.
 
백지혜:그렇군요... 도둑이 아니라 강도였나? 유감스럽습니다~ 예상하셨다시피, 저 꽃은 드릴 수 없어요! (이쪽 역시 먼저 내뺄 생각은 없다. 가늘어진 눈매 틈으로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 침대에 풀썩 걸터앉는다.) 만지는 것도,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금지입니다. 잎을 떼거나 핥거나 뿌리째 들고 가는 것도 금지! (손가락 두개를 X자로 교차해 얼굴 앞에 들이민다.) 만약에 어긴다면... 목숨은 보장해 드릴 수 없겠습니다. (아까와 달리 사뭇 진지한 어조에 목소리도 낮게 깔렸다.) 말 잘 들으실 거죠? 아무튼, 몸이 다 나으실 때까진 이 오두막에 계시는 게 좋을 테니까요. 아시다시피 이 숲은 마을이랑 거리가 꽤 있지 않습니까. (또 언제 그랬냐며 부드러운 어조로 돌아왔다.)
 
오광철:응, 강도이자 살인마야. (교차된 손가락을 한 손으로 잡아챈다.) 꽃이랑 너 중에서 하나만 살려주겠다고 한다면 뭘 걸래? 이왕이면 둘 다 내 손에 넘어오는 게 제일 좋은데... (물론 둘 다 순순히 주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방금 한 말은 그냥 기선제압? 이어지는 금지사항들을 듣던 중 고개를 기울인다.) 핥아? 꽃을? 그러는 사람이 있어? 마법사는 원래 다 미친놈인가...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이 다 나은 건 아니니 며칠만 신세를 지도록 할까... 꽃을 얻는 것도, 마법사를 얻는 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도 전부 체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꽃 말고는? 다른 거 아무거나 해도 돼?
 
백지혜:이런, 당치도 않게 무서운 사람을 집에 들여버렸군요. (한숨 섞인 웃음을 자아내며 잡힌 손가락을 두 번 까닥인다. 그러자 부엌에서 국자가 날아오더니 네 머리를 콩! 때린다. 이어 밧줄 같은 것이 몸통을 감싸고 식사용 나이프가 허공에 떠 목을 겨냥한다. 어디선가 마찰음이 들리나 했더니 물에 젖은 바닥을 손걸레가 열심히 닦고 있었다.) 둘 중 무엇도 얻어갈 생각 마세요. 아무리 혈기 왕성한 나이라지만, 목숨 소중한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고갯짓 한 번에 위협적인 물건들은 또다시 휙, 제자리를 찾아간다. 손걸레는 아직도 바닥을 닦고 있지만.) 혹시라도 그러지 말라는 거죠. 말 잘 들을 생각이 드셨나 보군요? 좋습니다! 자유롭게 구경하는 건 좋지만, 이것저것 건드는 건 자제해 주세요. 위험한 물건이 잔뜩이니까요. 그리고, 몸이 다 나으면 속히 떠나시는 걸 권고하겠습니다.
강도에 살인마인 사람을 숨겨줬단 혐의는 받기 싫거든요. (윙크!)
 
오광철:엇...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를 얻어 맞고 밧줄에 묶인다. 마찰음이 들리는 바닥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목을 겨냥하는 나이프 쪽으로 고개를 튼다. 뺨에 차가운 금속의 기운이 느껴진다.) 목숨이 소중한 줄 알아야 해? 둘 다 얻어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왜? 해서 안 되는 건 없어. (죽음 따위 두렵지 않다는 듯 나이프가 있는 방향으로 체중을 옮기던 순간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멀어지는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 몸에서 힘을 빼고 쓰러지듯 옆으로 몸을 눕힌다. 오랜만에 눕는 침대의 감촉에 예민했던 마음이 좀 녹는 듯하다.) ...일단 알았어. 이것저것 만들지 말고, 꽃 건들지 말고, 다 나으면 바로 꺼지라는 거지? 쉽네 이해했어, 이해했어. (히죽 웃으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원래 하지 말라는 건 더 하고 싶은 법. 좀만 자고 일어나면 전부 다 뒤적거리며 다녀주마...)
 
백지혜:...이 사람이 진짜. (스스로 나이프 쪽에 얼굴을 갖다 대는 행위에 눈이 둥글게 커진다. 그대로 들어박히기 전에 물건을 뗀 게 천운이었다. 제아무리 편리한 마법이래도 사람을 치료하는 건 분야가 다르니까. 대가 역시 크기도 하고... 성가신 일이 더 안 늘어 다행이었다. 라고, 제 침대를 뻔뻔스레 차지한 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미래를 불러올 진 상상도 못 한 채 안도의 숨을 내쉰다.) 예,예. 이해가 빠르십니다. 그럼 푹 쉬고 계세요, 강도이자 살인마에 자해공갈단 씨! (이부자리를 펴 정리해 준 후 자리를 떠 2층 서재로 올라간다.)
 
 
 
 
1사이클 첫번째 - PC 1의 장면
 
등장인물: 오광철
 
오광철: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게 베어 나온다. 긴장한걸까?
(한숨 푹 자고 일어나 머리가 맑아지니 잠들기 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했다. 손짓 한 번 만으로 자신을 묶고 위협할 수 있는 마법사를 상대로 그런 도발이라니...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으며 바지에 손을 비벼 닦는다. 물론 긴장은 했지만 전부 뒤적거리겠단 다짐은 변하지 않았다! 마법사가 있는 방향을 살핀 뒤, 조심스레 일어나 앞에 있는 천으로 덮인 액자를 살핀다. 천으로 덮어놓은 것을 보면 햇빛이 닿으면 안 되는 예술품이라도 되는 걸까?)
(예술 특기로 천으로 덮인 액자 조사하겠습니다!)
오광철 ROLL 예술
7
목표치:  6

오광철 ROLL 절단
10
목표치:  6
(너덜너덜한 초상화 맞춰본다... 다 맞추면 마법사가 보상을 줄까?)
 
너덜너덜한 초상화를 맞춰가자, 마법사의 어룰이 선명히 드러납니다.
 
누가 이런 난도질을 해둔 걸까요?
 
역시 본인 말곤 없을 것 같습니다.
 
선물은 안 줄지도...
 
오광철:(선물로 통 크게 꽃 하나 정도는 줄 것이지... 잘 보이게 천을 다 걷어낸 뒤 침대로 초상화를 옮겨 이불까지 덮어준다...)
 
난도질 된 초상화가 이불을 덮습니다.
 
 
 
 
2사이클 첫번째 - PC 1의 장면
 
등장인물: 오광철
 
오광철: 문득 시선이 마주친다.
(초상화에 이불을 덮어준 뒤 밖으로 나가려다 계단에 있던 마법사와 시선이 마주친다) 엇. 어...(티나게 뻣뻣한 태도로 초상화를 가린다... 보지 못했겠지?)
 
백지혜:... (생긋!)
(웃으며 오광철을 번쩍 들어올립니다) 저게 뭐죠?
 
오광철:아니 초상화가 외로운 거 같길래. 이불 좀 덮어주고 같이 자려고. (국어책!)
 
백지혜:초상화랑요? 저렇게 엉망인 거랑?
 
오광철:내 마음도 항상 너덜너덜하니 오히려 엉망인 쪽이 좋아.
 
백지혜:당신 몇 살입니까? 아, 이름은?
 
오광철:갑자기 이름이나 나이는 알아서 뭐에 쓸 건데. 124살, 이름은 없어.
 
백지혜:생긴 거에 비해 나이를 많이 드셨었군요. 뭐, 124살이면 마음 좀 너덜너덜할 수 있겠다 싶어서. 그럼 할아버님, 정원 산책이라도 하실건가 봅니다.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근사근)
 
오광철:그렇지? 내가 좀 동안인 편이야... 넌 몇 살인데, 이름은? 할아버지 정원 산책하러 갈 거니까 혹시라도 넘어지지 않게 옆에서 잘 붙잡고 지켜볼래? (마음속으로 혼자 다닐 테니까 오지 말라고 주문을 외운다. 나에게도 마법의 재능이 있을까...)
 
백지혜:몇 살 같아 보입니까? (할아버지 바닥에 사뿐 내려두고 제 두 뺨을 감싼다. 히-죽) 원래 책 좀 읽고, 당신이 벌써 건드려 둔 집 정리도 좀 할 생각이었는데... 우리 할아버님이 부탁한다면 그럴까요? 자, 안 그래도 정원엔 풀이 무성히도 자라 위험했습니다. (한 손 네게 내민다. 당신에게 마법의 재능은 없는 모양이다.)
 
오광철:몇 살 같냐니. (바닥으로 내려오는 동안 찬찬히 얼굴을 살핀다. 타인에게 관심을 끄고 산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이런 쪽에는 약한데... 일단 연상으로 보이니 자신보다 많게, 동시에 너무 늙지는 않은 선에서 적당히 찍어 대답했다.) 33...? 이 나이 되니까 젊은 것들 얼굴 구분이 안 돼. (내민 손 무시하고 현관문 열고 나선다. 마법의 재능이 없는 것에 아쉬워하기도 잠깐, 현관을 열고 나가자 펼쳐진 마법사의 정원을 넋 놓고 바라본다. 반짝이는 빛과 향긋한 꽃내음. 며칠간 찾아 돌아다녔던 그 풍경을 천천히 두 눈에 담는다.)
(풍경 특기로 마법사의 정원 조사하겠습니다!)
오광철 ROLL 풍경
10
목표치:  6

(책 주워서 마법사에게 보여줍니다...) 이거 뭐야?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게 취미야?
 
백지혜:음? (현관 앞에서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 기울인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 책은 서재에 아주 잘 정리해 놓는 편인데... 어쩌면 이전에 다녀간 사람의 물건일지도 모르겠군요.
 
오광철:예전 사람 책이면 그냥 내가 가진다? 사실 네 부끄러운 이야기나 약점이 잔뜩 적힌 책이라고 해도 안 돌려줄 거야. (겉옷 속에 책 넣고 정원 한 바퀴 돈다. 그러다 무성한 풀에 걸릴 뻔하자 화풀이 겸 잡초 몇 개 뽑아 마법사의 모자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백지혜:(순간 눈 밑이 파틀 털린다. 이내 아무렇지 않게 고개 돌린다.) ...그런 책 가져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마음대로 하시죠. 저 꽃만 안 건들이면 되니까요. (저~ 가운데를 가르키다가 가만히 발 밑을 내려다본다.) 정원 관리를 안 한지 정말 오래 됐긴... (모자에 잡초 올려지자 다시 시선이 올라간다.) 아, 뭡니까? 보통 꽃을 올리지 않나요?!
 
오광철:어디에 쓰긴. 미친 마법사의 약점이 적힌 책이라고 하면 다들 좋다구나 달려들걸. 저 꽃을 노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아. 마침 생활비도 떨어졌는데 팔았을 때 값이 되는 내용이면 좋겠다. (정원 정리도 마법으로 하면 안 되나? 보니까 걸레질은 마법으로 하던데. 그런 생각을 하며 몇 번 더 잡초를 얹는다.) 그렇게 꽃을 달고 싶었어? 머리에 꽃을 단 사람은 미친놈이라 하던데... (아, 그래서 별명이 미친 마법사. 속으로 혼자 납득했다.) 달아줄까? 볼만할 거야.
 
백지혜:아하... 그러고보니 우리 할아버님도 제 꽃을 노리고 온 거였죠? 뽑아다 팔 생각이었습니까? 떨어진 생활비를 충당할 목적으로? (얹어진 잡초를 질색하며 손으로 뽑아내다, 기어이 모자를 벗어 휙휙 털어내기 시작한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쪽은 꽃을 뜯어도 이 잡초마냥 볼품없이 뜯을 것 같아서요! (생긋...!) 이제 보니 에스코트도 필요 없을 것 같고, 전 들어가 있는 게 낫겠습니다. 산책 잘하시고, 저녁 먹기 전엔 들어오시고!
 
오광철:처음부터 팔 생각은 아니었는데 방금 책 보니까 생각나서. 여기까지 온다고 모아놓은 돈을 싹 다 털어버린 탓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돌아가면 이후의 삶이 꽤 힘들어질 예정이거든. (떨어지는 잡초들 허망하게 바라본다. 나름 내 발에 걸리던 장애물 같은 녀석들로만 정성 들여 뽑았는데.) 정원 둘러보다 생각나면 부를 테니까 들어가서 책이나 마저 읽어. 어릴 적 일기장 하나 잃어버린 거 없나 잘 살펴보고. (손 흔든다! 작별 인사!)
 
 
 
 
3사이클 첫번째 - PC 1의 장면
 
등장인물: 오광철
 
오광철:정원 한쪽 구석에 흐트러지게 핀 수국 덤불의 잎사귀가 사각거리며 흔들린다.
(마침 수국 덤불로 눈을 돌리던 찰나 잎사귀가 흔들리는 소리와 마주한다. 안에 벌레라도 있나, 아니면 그냥 바람? 분명 마법사는 정원 관리를 안 한 지 오래되었다고 말했는데 꽃 아래에 있는 흙들이 파여있는 이유는 무엇이지? 수국덤불아래로 펼쳐진 그늘 속에 무언가 숨겨진 것이 있나 살펴본다.)
(그늘 특기로 수국덤불 조사하겠습니다!)
오광철 ROLL 그늘
3
목표치:  6
 
 
오광철:(뭔가..... 뭔가이상한기분이든다... 한번더해도될거같은기분이.......)
오광철 ROLL 그늘
11
목표치:  6

오광철 ROLL 죽음
4
목표치:  5
(뼈 조각들을 천천히 눈에 담은 뒤 다시 흙을 덮는다. 사각거리던 소리는 벌레가 아니라 저들의 원한이 담긴 소리였을까? 혹시나 흙이 쓸려가지 않도록 힘을 줘 눌러 다지고 근처에 앉아 이름 없는 책을 펼쳐본다...)

(뭐라는거야..........................)
(멍.......... 펼쳐진 페이지 한참 바라보다 다시 품 속에 책을 넣은 뒤 돌아갑니다. 밥 먹어야징.)
 
 
 
어느새 날이 어두워 졌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오늘 저녁 식사가 준비되는 중임을 눈치 챌 수 있을 겁니다.
 
각종 식재료가 공중에 떠 날라지며, 식기는 맑은 울림을 내며 움직입니다.
 
조리대로 가자, 마법사가 당신에게 눈짓합니다.
 
백지혜:할아버님! (생긋!) 못 드시는 음식, 있으십니까?
 
오광철:(음...) 건포도 싫어.
 
백지혜:건포도요... 저녁 식사에 잘 쓰이는 재료는 아니죠. 또?
 
오광철:또? (곰곰...) 향신료가 강한 것도 별로야.
 
백지혜:그렇군요. (손짓 몇번에 후추, 양념장 같은 게 휙 떠올라 창고로 돌아간다.) 그럼 반대로 좋아하는 음식은?
 
오광철:딸기가 들어간 케이크가 좋아. 그리고... (날아가는 양념장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빠진다.) 남이 정성을 들여서 해준 음식.
 
백지혜:(딸기가 들어간 케이크 같은 건 없는데. 눈을 몇 번 깜빡인다. 뭐, 전부 해줄 생각으로 물어본 건 아니었지만.) 알겠습니다. 잠시 식탁에 앉아서 기다리고 계세요. (마법을 쓰면 정성이 들어간 게 아닌가?)
 
오광철:네에. (건성으로 대답한 뒤 식탁에 앉아 집안을 슥 둘러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요리하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전부 마법이야. 정성 없어! 그보다 꽃을 노리던 다른 사람들은 수국 밑에 묻어버렸으면서 왜 나에겐 잠자리도 내주고 밥까지 해주며 잘해주는 거지? 이상한 사람이다...)
 
집을 둘러보니 초상화가 다시 벽에 걸려 있습니다.
 
다만 천에 가려지지 않은 채,
 
너덜너덜한 자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어 숨쉬듯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마법의 향연입니다.
 
연기를 내며 달아오르는 냄비와 그릇에 담긴 신선한 야채.
 
접시에 잘 썰어진 고기는 어떤 부위인진 몰라도 먹음직스레 조리되어 있습니다.
 
그 옆으로 매시드 포타토, 식전 빵과 수프 등 가득 차려 올랐습니다.
 
백지혜:준비 다 됐습니다. 드시죠. (정성은 없지만!)
 
오광철:(독이 들진 않았나. 음식들을 잠시 노려보다 식전 빵을 작게 뜯어 먹는다. 숲을 돌아다니던 탓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른다! 입에 든 작은 빵 조각의 맛을 음미하다 벽으로 시선을 돌려 묻는다.) 액자는 왜 다시 벽으로 보냈어? 자게 두지.
 
백지혜:(음식 드는 모습을 턱 괴고 가만히 관찰한다. 이은 질문에 액자 쪽을 돌아보곤, 건성으로 답한다.) 집에 침대가 하나 뿐이라서요. 쟤가 자고 있으면 당신이 못 자지 않습니까.
그리고 절 닮아서 잠을 안 자도 멀쩡하답니다! 다른 음식도 맛있을텐데, 더 드시죠. (접시를 오광철 쪽으로 슥 밀어준다.)
 
오광철:(빵을 한 조각 더 먹으며 중얼거린다.) 마법사는 잠을 안 자나... 그럴 거면 집에 침대를 둔 이유는 뭐래. (한 조각 더 찢고 남은 빵을 통으로 백지혜 입에 물려준다. 고기는... 수상해 보이니 조금 미루고 일단 매시드 포테이토와 수프부터. 각각 한 입씩 먹은 뒤 묻는다.) 넌 안 먹어?
 
백지혜:보기에 좋으니까? 또, 이렇게 불쑥 찾아오시는 손님을 맞이할 수도 읍. (입에 훅 물려진 빵을 뱉지도 못 하고 그저 잡고만 있다가 천천히 우물거린다. 결국 반 정도 남겨선 찢은 뒤 접시에 내려둔다.) 먹고 있습니다. 덕분에.
입맛엔 잘 맞나요? 오늘 열심히 돌아다니신 것 같던데...
이것저것 건들기도 많이 하셨고요. (지긋...)
 
오광철:24... 아, 124년 살다 살다 침대를 보기에 좋다고 들이는 놈은 또 처음 보네...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는 미친놈! 속으로 한 번 더 별명을 불러준 뒤 남긴 빵을 반으로 잘라먹는다. 이 정도 먹었는데도 죽지 않은 거 보면 고기도 먹어도 되려나. 짧은 고민 후 고기까지 먹는다! 높은 지위가 아닌 이상 고기를 볼 일은 많지 않으니 이 기회에 잔뜩 먹어야지...)
응, 맛있어. 정성만 좀 들어갔음 완벽했을 거 같은데. (고기 한 조각 더 입에 담는다.) 나 건든 거 없는데. 액자 말고는 구경만 한 게 전부야. (먹으며 시선 회피...)
 
백지혜:자는 곳이 곧 집 전체의 가치. 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곳이지 않습니까. 저라고 아예 안 잔다고 한 적은 없는데 말이죠. 오늘이야, 당신이 차지할 테니까 못 자는 것뿐이고. 그러니 고마워하세요. 제 희생에, 호의에! (이젠 작은 덩어리가 된 빵을 한입에 집어삼킨다.. 준비한 음식 전부 맛본 것에 만족이라도 했는지 옅게 웃곤 손짓 몇 번 해 컵에 물을 따른다.)이렇게 정성 들어간 요리가 또 어딨다고. 섭하게 말씀하십니다. (그저 가볍게 어깨만 으쓱이고, 별다른 추궁은 하지 않는다.) 그러시겠죠. 그냥 더다치지나 말라고 말씀드린 거니, 편하게 마저 드세요. (눈웃음.........)
 
오광철:자는 곳이 그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구나. 앞으로 타인의 집에 갈 일이 있으면 참고할게. (감사합니다~ 감정 없는 말을 뱉으며 음식을 마저 입에 넣는다. 잘 먹인 뒤 재워서 팔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그건 그때 되어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마법만 피해 근접으로 붙으면 못 이길 것도 없을 거 같은데.) 이게 정성이 담긴 요리면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은 전부 왕들이 먹는 음식이겠어. (투덜... 어쨌든 얻어먹는 입장이니 이 이상으로 말하진 않는다. 정성이 없다 뭐라고 하긴 했지만 맛있기도 했고. 그렇게 접시에 담긴 것을 절반 정도 먹은 뒤 식기를 내려놓는다.) 배불러.
 
생각 외로 맛있는 식사에, 마음 한켠이 조금은 편해 지는 것 같습니다.
이성을 1점 회복합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면 어느새 밖은 짙은 어둠이 내려 앉아 있습니다.
 
이제는 잠이 들 시간입니다.
 
들었다시피, 오두막에 있는 침대는 하나 뿐이군요.
 
오광철:(겉옷 벗어서 근처 의자에 얹어놓고 이불 속에 들어간다. 그리고 빤히...) 자는데 들어오면 죽여버릴 거야.
 
백지혜:제 침대인데도요? (테이블에서 멀뚱...)
 
오광철:지금은 내가 잘 거니까 내 침대야...
 
백지혜:나 참, 당연히 안 들어갑니다. 별 걱정을 다 하시는군요. 잗다가 낙상사고 안 나게 조심하세요, 할아버님.
 
오광철:낙상사고 걱정할 나이는 아직 아니야. 124살이지만 정정해. (혹시라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침대 한가운데 차지하고 눈 감습니다! ㅡ ㅡ)
 
침대에 몸을 눕히니 피로감에 절로 눈이 감겨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이 옅어집니다.
 
...
 
...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정원의 꽃잎이 흩날립니다.
 
그 한 가운데, 마법사가 책을 읽고 있는 게 보입니다.
 
그에게로 다가가자 살가운 목소리가 절로 새어 나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목소리가, 당신의 목소리던가요?
 
그 말에 책을 읽던 마법사의 시선이 당신에게로 향합니다.
 
평온하던 표정은 귀찮다는 듯, 불쾌감을 띄우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욱씩 거리며 아파 옵니다.
 
백지혜:저는 그 누구와도 함께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 같잖은 감정 호소 같은 거, 하셔봤자 무용이라고요.
 
너무나 차가운 목소리.
 
그 말이 담고있는 내용에 무언가 울컥 하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내 사랑으로 가득하던 당신의 마음에 이질적인 것이 차오릅니다.
 
눈 앞이 까맣게 점멸하고 숨 쉬기가 점점 어려워 집니다.
 
한 가지 감정이 당신을 가득 채웁니다.
 
눈 앞의 마법사를 지금 당장 죽이고 싶습니다.
 
아니, 영원히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높게 지저귀는 새 소리와 함께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밝은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고 있고
 
갓 구워진 빵 냄새와 부드러운 수프의 향기가 당신의 코를 자극합니다.
 
마법사가 아침을 준비하는 모양이군요.
 
그나저나, 대체 그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게 뭐였든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4사이클 첫번째 - PC 1의 장면
 
등장인물: 오광철
 
오광철: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게 베어 나온다. 긴장한걸까?
(헉, 급히 숨을 들이켜며 잠에서 깨어난다. 선명한 꿈의 내용과 눈앞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마법사. 두 상황의 괴리감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러니 내가, 꿈속의 누군가가 마법사를 사랑하고, 죽이고 싶고 나만 생각하게 하고 싶고...) ... 너 혹시 죽어본 적 있어? 아님 고백받은 적은?
 
백지혜:(갑작스레 들려온 물음에 천천히 뒤를 돈다. 안색을 보아하니 악몽이라도 꾼 모양이지. 그에 비해 물어보는 두 질문의 간격 차가 꽤... 큰 것 같지만. 창 너머를 응시하다 테이블에 와 앉는다.) 글쎄요... 죽어본 적이 있다면, 어떻게 당신 아침 식사를 차리고 있겠습니까?
좋은 아침, 치고는 안색이 안 좋군요. 불편한 곳이라도 있습니까?
 
오광철:아... 마법사니까 죽음에서 돌아오는 방법도 알지 않을까 싶어서.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대충 넘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꿈의 내용을 신경 쓰느라 침대 모서리에 새끼발가락을 찧고 잠시 아파하는 건 덤.) 이상한 꿈을 꿨어. 내가... (말 사이에 공백이 길다. 과연 그게 나인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꿈.
 
백지혜:마법사가 전부 만능은 아니니까요. 물론 방법이야 찾는다면 있겠죠. 막대한 대가가 따를 테지만. 자기 자신은 몰라도 타인을 살리는 거라면... ...죽음에서 건져내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으십니까? (그 모습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구경한 탓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손가락을 부딪치자 슬리퍼 한 쌍이 발밑으로 날아든다.) ...연이어 수상한 말만 하시는군요. (누가 보기에도 안색이 꽤 어두워진다. 불편한 곳을 딱 찔리기라도 했나, 시선이 내리깔린다.) 이상한 영향을 다 받고 말이야...
오늘 몸상태는 어떠십니까?
 
오광철:그래... 관리 안 된 정원이나 꽃 아래에 있는 거 보면 만능은 아닌 거 같더라. (이 나이쯤 되면 소중한 이의 죽음을 지켜보는 게 흔치 않은 일도 아니다. 죽음에서 건져내고 싶은 사람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날아온 슬리퍼 위에 발을 올리고 식탁 의자에 앉는다. 수상한 꿈을 꾼 이후라 그런가 사람 다 죽이는 미친 마법사네 집에 식탁 의자가 두 개인 것도 이상하게 보이고, 지금 마법사의 표정도 안 좋은 거 같고. 미간을 짚더니 고개를 젓는다.) 너 예전에 고백한 사람 죽인 거 아니지? 그래서 꿈에 나와... (말 끊고 노려본다. 진짜 같은데.) 몸 상태 별로. 기분 안 좋고 악몽 꿔서 피곤해. 더 잘래.
 
백지혜:(꽃 아래.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더니 기어이 그 밑을 파헤쳐 직시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경고했었는데. 이 집엔 위험한 것도 잔뜩이고, 당신의 목숨도 보장할 수 없을 거라고. 소문도 다 알고 온 주제에. 그저 꽃구경이나 하러 온 건 아닌 주제에, 모멸감이 드는 저 시선은 뭐란 말인가. 무슨 기대라도 안고 온 걸까. 사람 죽이는 마법사 같은 거, 사실 오해였을 거라고? 그럼, 실체를 확인한 지금은... 실망하기라도 했다는 걸까? 불안감에 아랫입술을 짓씹고 고개를 돌린다. 제 손을 겹쳐 잡은 손등 위로 손자국이 남는다. 고백한 사람을 죽였냐는 물음에도, 몸 상태가 나빠 더 자겠다는 말에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 뒤에서 환하게 빛을 들이는 창가, 창문, 그 너머의 정원을 바라본다.)
(불에 올려둔 냄비가 높은음의 연기를 사납게 뿜어내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식사는... 접시에 덜어두겠습니다.
 
오광철:응. 부탁해. (방금 저 사람이 뭐라고 했더라. 무언가를 덜어두겠다고 한 거 같은데... 알 바인가. 식탁에 앉은 지 몇 분이나 됐다고 다시 일어나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마법사가 사람을 죽인다는 소문은 이미 한참 전에 들었으니 알고 있었다. 전부 각오하고 찾아온 것이니 방금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건 마법사의 실체를 알았기 때문이 아닌 수상한 꿈 때문일 것이다.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은 긍정으로 봐도 되는 신호인가? 꿈속의 내가 그를 죽여버리기 전에 더 빨리 죽였으니 지금 살아서 여기서 꽃이나 키우며 살고 있는 건가? 겹쳤던 손등의 물자국을 이불에 문질러 지운 뒤 액자에서 뽑아냈던 단검을 꺼내 살핀다. 특별한 점은 없나, 날은 잘 서있나. 지금 내가 가진 것 중 무기라고 할 만한 것은 이것뿐이니 혹시라도 비밀을 알아챈 마법사가 날 죽이려고 들면 언제라도 반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눈을 감고 몇 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단검을 확인한 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양손으로 쥔다. 이후 이불 밖으로 머리만 내밀어 마법사를 찾는다.) 잠시 이쪽으로 와볼래?
 
백지혜:(2층 난간에 몸을 결텨 서있다 고개를 끄덕인다. 천천히 걸어 내려와 침대 옆 의자에 앉는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광철:(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보고 앉는다. 이불이 흘러내리며 손에 쥔 칼이 모습을 보인다. 금방이라도 공격할 수 있도록 단검을 고쳐잡고 묻는다.) 나 죽일 거야? 수국 밑에 있던 사람들처럼. 죽이고 묻어버릴 거야? (대답에 따라 이 칼은 움직이리라. 그 누가 본인의 죽음을 바라겠는가. 심지어 아직 이루지 못한 목적이 있는데 눈을 감을 수는 없다. 순간, 어떠한 가능성이 뇌리를 스친다. 그가 바라는 것이 죽음이라면? 시야는 어깨를 넘어 벽으로 향한다. 저기 걸려있는 난도질 된 초상화가, 이 검이 꽂혀있던 곳이 사실 죽음을 바라는 마법사가 꽂아 넣은 것이라면.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내 목적은... 이 질문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확신을 얻기 위한 질문이다.) 갑자기 이상한 질문인 건 알지만, 혹시 너 죽고 싶어?
(죽음 특기로 마법사 조사하겠습니다......ㅜ)
오광철 ROLL 죽음
12
목표치:  5

 
백지혜:...아까부터 정말, 놀랄 말씀만 하고 계십니다. (당신을 죽이는 건 아마 내 의지로 결정되진 않을 것이다. 사람이 원래 그렇다. 여기에 찾아온 사람들이 전부 그랬다. 죽이고 싶다고 죽여선 안 되는 것이고, 죽이고 싶지 않음에도 죽이게 된 것들이다. 나는 정원을 수많은 시체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 찾아온 많은 이들의 의도를 가늠하고, 의심하고 불신했지만 결국 그 긴 시간을 홀로 견디고 싶지도 않았다. 오만함과 불손으로 그려진 얼굴을 몇 번이고 찢어놨던가. 몇 번의 후회를 하고 몇 번의 단념을 하면서도 수많은 불신과 기대를 품지 않았던가. 큰 대가만 치른다면 죽을 목숨을 살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죽지 못할 생명을 끊어내는 것 또한 못 할 일은 아니겠지. 기대했다. 많은 이들이 저 꽃을 노려왔기에 이번에도 기대했다. 초상화의 단검을 뽑았을 때도, 정원의 책 한 권을 발견했을 때도. 줄곧 누군가가 이뤄주길 바랐더랬지. 시선이 이불 위, 배의 중심부 쪽으로 향한다. 긴장감과 희열, 일말의 두려움에 입 끝이 비죽 말려 올라간다.)
 
오광철:놀랄 말이고 뭐고 내 알 바 아니니 대답하라고. 너 죽고 싶어? (되묻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그리고 그의 시선에서 알 수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말걸. 마법사가 바라는 게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 안 됐는데. 부디 그의 입에서 살고 싶다는 말이 나오길 빌며 단검을 자신의 목에 들이댄다. 당신이 입을 여는 순간 정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뺨에 생긴 생채기보다 더 깊게 검은 나를 베고 지나갈 것이다. 이 검에 담긴 마력이 다할 때까지 자신을 베면 마법사는 죽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또 다른 검을 만들어 다른 사람이 방문하길 기다릴 수도 있으나 그건 내 알 바인가. 지금 중요한 것은 마법사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백지혜:잠깐, 뭐 하는 겁니까? (이불 밑에서 드러난 은 날의 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푸른 사파이어, 검 전체를 감싼 마력까지, 예상했듯 자신의 단검이다. 그가 지녔으리라 확신한 자신의 죽음이다. 헌데 그것이 왜 그의 목 아래에 가 있는가. 애초에 그는 왜... 이곳에 왔었지?) 꽃을, 원하신다면... 저를 죽이고 따가시면 됩니다. 원하는 게 뭐든! 당신이 그 검을 사용해선 안 돼요. 그렇게 써선 안 됩니다. (동공이 확장되고 땀이 뺨을 타고 흐른다. 당황함에 마법을 쓰는 것도 잊어 손이 엉거주춤 허공을 멤돈다.) .............이젠 지쳤습니다. 제발, 절 괴롭히지 말아요.
 
 
 
검의 궤도는 정확하며 두 손은 떨리지 않습니다.
 
어제에 비해 몸이 많이 회복된 덕에 많은 힘이 들진 않을 겁니다.
 
이제 원하는 바를 이룰 시간입니다.
 
이대로 숲을 떠나 집으로 돌아갈지
 
꽃을 취해 만병의 치료약을 얻어낼지
 
혹은 질기고 무딘 생을 끊어낼지
 
당신은 그 외 무엇이라도 택할 수 있습니다.
 
오광철:검을 사용하면 안 돼? 왜? (원하는 바를 이룰 시간이 됐다. 처음 원했던 결과와는 달라졌지만 마법사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니 이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검의 사용 횟수를 다 쓰기 위해선 한 번에 죽어선 안 된다. 날이 잘 선 검이 목을 떠나 향하는 곳은... 자신의 복부. 다 쓰기 전에 죽어버리면 곤란하니 주요 장기가 있는 곳은 피해서 쑤셔 넣는다.)
(단검 자신을 대상으로 사용하겠습니다! ^_^)
 

오광철, 생명력이 3 줄어듭니다.
 
백지혜:...어째서. (스스로 몸에 검을 밀어 넣는 모습에 안색이 희게 질려간다. 흔들리는 시야에 붉게 물들어가는 이불이 잡힌다. 마력이 빠져나감에 크게 휘청거렸지만, 간신히 잡아채 휙 빼내어 든다.) 왜, 왜 이러시는 섭니까. 대체 왜! (이제야 검을 든 손을 저지하듯 붙잡고 출혈 부위를 압박한다.) 이러지 마세요. 더 움직이다간 당신... 죽, 으윽. (머리를 부여잡고 무릎 꿇어 주저앉는다.) 당신... 대체 뭘 바라는 거야.
 
오광철:내가 왜 이러는 건지는 그 잘난 머리,로 생각... 읏. (마음먹는 것과 실제는 다르구나.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극심한 통증에 몸을 앞으로 말며 신음한다. 몇 번을 더 해야만 하지? 못하겠어, 무서워, 아파. 집에 돌아가고 싶어. 나약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생리적인 눈물이 떨어져 피와 함께 이불을 적신다.) 이거 놔! (스스로의 큰 목소리에 잠깐 당황한 듯 몸을 크게 한 번 떨었지만 곧 정신을 다잡아 잡힌 손을 떨쳐내고 지혈하는 손길을 거부한다. 몸을 천천히 뒤로 물리면 벽에 등이 닿는다. 똑같은 곳을 찌르는 것과 완전히 새로운 곳을 찌르는 것. 둘 중 무엇이 덜 아플까 고민하며 단검을 높이 쥐었다. 검은 나아갈 길을 모르고, 두 손은 크게 떨려오며, 원초적인 고통을 향한 두려움은 점점 커져 잇새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만이 흘러나온다. 이해할 수 있는 말은 반복되는 '못하겠어.'뿐.)
 
백지혜:... (분명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스스로 배를 찔렀으니 아플 게 당연하다. 게다가 이 검은 제 마력을 전부 쏟아 넣어 만든 특별한 것이니까. 제 고통에 못 이겨 저렇게나 떨고 있으면서, 두려워하면서도 다시 검을 들고 마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손이 뿌리쳐지자 그대로 물러나 땅을 짚는다. 이대로... 이대로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만 싶다. 인간의 죽음이야 숱하게 처리해 왔으니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지난날이 될 것이다. 침대를 정리하고, 수국밭 밑에 시체를 묻어 애도하면 언젠가 기억에서 지워질 일이다. 이번에 죽을 수 없다면 나는 또다시 영원에 속하게 될 테니까. 경련을 일으키듯 떨리는 눈꺼풀을 간신히 감아낸다. 그대로 몸을 뒤로 빼려는 순간, 희미하게 '못 하겠어..'라는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것에 정신이 돌아오기라도 했는지 다시 한번 그를 붙들고 팔을 끌어 내린다.) 그만두세요. 그만두셔야 합니다. 당신이 바라시는 일은 최대한 제가 이뤄드릴 테니, 마법으로, 도와드릴 테니. (벽에 기댄 네 몸을 더듬어 그 위로 제 몸을 겹쳐 감싸듯 덮는다.) 안 됩니다. 차라리, 찌르시겠다면 부디. 같이 찌르는 게 아니라면...
 
오광철:(벽과 몸 사이에 갇혀 발버둥 친다. 발버둥 치면 칠수록 찔린 하복부에서 따뜻한 액체가 흘러 다리를 적시는 것이 느껴진다. 젖은 옷이 피부에 달라붙는 감각이 불쾌했고, 그 이상으로 눈앞에 있는 자와 살을 맞대고 있다는 것이 불쾌했다. 불쾌감을 느끼는 와중에도 혹시나 칼에 스치기라도 할까 칼을 쥔 한쪽 손만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팔에 붙들린 상태로 둬야 한다는 점이 참으로 억울하고 서러웠다. 한쪽 주먹과 양쪽 다리를 다 이용해 생긴 틈으로 몸을 빼내 떨어지곤 다시 뒤로 물러난다. 상대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침대에서 바닥으로 등부터 떨어지고 고통에 몸을 또다시 말면서도 크게 외쳤다.) 마법으론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 네가 뭘 안다고...! (수국 아래에 묻혀있을 부모님을 살릴 수 있다면 좋겠지.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홀로 길에서 굶주리며 살아간 나의 평생이다. 추위와 배고픔에 품 안에서 영원히 숨을 내쉬지 못하게 된 동생이다. 우리가 고통받은 기억은 어떻게 도와줄 생각인데!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고 다시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간다. 여전히 할 수 있단 생각이 들진 않는다. 무섭고, 아프고, 이 이후가 두려워 겨우 침대 하나를 올라가면서도 몇 번을 휘청인다. 그럼에도 다시 이곳까지 돌아온 이유는...) 내 죽음을 기억해. 후회하며 영원을 살아. 이게 내 복수니까... (이번에 칼이 향한 곳은 오른쪽 허벅지. 손에 힘이 빠진 탓에 깊게 박지는 못했지만 이거면 충분할 거라 생각한다.)
(한 번 더 자신을 대상으로 단검 사용하겠습니다......)
 
백지혜:(다시 한번 붙잡아 막아내려던 손이 멈춘다. 그의 목적이 단순히 죽는 것일 리 없다. 당연하게도, 자살을 위해 굳이 먼 길을 걸어 숲까지 찾아올 이유는 없을 테니까. 필시 원하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법이든 꽃이든 뭐든. 그러나 애처로울 만큼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지 않은가. 처절할 만큼 한 가지 목적에 매달려 꿈틀대고 있지 읺은가. 긴 삶을 살아오는 동안 나는 저다지도 죽음이 절박했었던가. 얕은 고통에 눈물 흘리며 포기하진 않았던가. 마침내 그가 기어 올라와 원하는 바를 이뤘을 때가 되어서야 조금이나마 짐작이 갔다. 자신이 죽인 사람에 대한 복수를 하러 오는 사람은 이전에도 많았으니까. 그들 역시 너와 마찬가지로 죽어갔으나, 너와 달리 내 손에 죽어갔으니 그저 비극의 되풀이라고 여겨왔었다. 그간 제가 죽였던 무수한 시체 앞에서 수많은 속죄를 해왔으나 이 순간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것은 없었다. 그 어떤 말도 그에게 닿진 않을 것이다. 내가 영원으로부터 죽음을 빼앗겼듯이, 그는 죽음으로부터 삶 전체를 빼앗겼으니. 이윽고 표정이 절망으로 물든다.)
 
 
:오광철, 사망합니다.
 
경직된 몸이 수레 위로 나뒹굽니다.
 
마력을 전부 사용해 변해버린 몸이 여간 무거운 게 아닌지,
 
당신이 안치될 구덩이는 아주 느리게 만들어집니다.
 
운이 좋다면 그가 당신의 부모님을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제아무리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 한들
 
가족이란 무릇 닮은 구석 한 군데라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마침내 몸 위로 흙이 쌓여갈 때,
 
어렴풋이 꽃의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도 같습니다.
 
차마 묘사 할 수도 없이 아름다운 소리였습니다.
 
 
ED 그곳에 홀로 영원을 사는 마법사가 있었습니다.
오광철 사망, 사명 달?성?
 
 
:마법사는 평범한 인간으로 영원을 살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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