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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콩] 네? 오늘부터 KPC와 1일이라뇨?!

 

 

 

 
 
 
 
 
 
 
이는 방학을 며칠 앞둔 여름날의 일입니다.
 
 
높은 하늘과 내리쬐는 햇볕. 시끄러운 매미 소리에 귀가 아파질 무렵,
 
 
지나가던 학생 몇 명이 말을 걸어옵니다.
 
 
 
학생: 백지혜 오늘부터 은샘이랑 사귀기로 했다며? 축하해~ ^_^
 
 
백지혜:누구요?
 
 
 
학생: 우리반은샘이랑사귄다며?!
 
 
백지혜:제가요?!
 
 
 
학생: 응 니가!!!!
 
 
백지혜:그런 적 없는데!!!
 
 
 
학생: 있는데!??!?!?
 
 
백지혜:응?
 
(............................그런 기억이 있나??? 떠올려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백지혜:하하, 아침부터 장난이 과하시네요. (등 팍... 치고 감)
 
 
 
학생: 헐 아직 1일차라고 부끄러운건가
 
니네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학교에서 막 달라붙으면 안 된다?
 
 
충격적인 발언만을 남기고 아이들은 백지혜를 스치듯 지나갑니다.
 
 
백지혜:아니, 아니라니까요? 무슨 오해를 하고 계신건지...
 
저기요?
 
 
학생들은 이미 멀리 떠난 뒤입니다.
 
 
여기서 잠깐!
 
 
백지혜: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런데 방금 지나가던 아이들은 누구죠?
 
 
골목 너머로 사라지는 뒷모습이 어색합니다.
 
 
우리 반에 저런 사람이 있었던가…
 
 
뭐…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나도 모르는 연인이 생겼다는데!
 
 
백지혜:(반 친구... 아니었나?) 대체 누가 그런 헛 소문을!
 
 
황당한 상황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으면…
 
 
때마침 멀리서 익숙한 사람이 보입니다.
 
 
소문의 주인공그 마치 사랑에 빠진 것 마냥 설레는 표정으로, 입엔 식빵을 물고…?
 
 
은샘:앗~! 지각이다아~!!
 
 
엄청난 속도로 달려옵니다!! 이대로면 부딪힐 거예요!
 
 
백지혜:
민첩
기준치: 75/37/15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잠깐, 위험합니다!!!
 
 
다급히 몸을 돌렸지만… 늦었습니다.
 
 
전속력으로 부딪힌 두 사람은 그대로 아스팔트 위에 엎어집니다.
 
 
바닥은 뜨겁고, 위에 있는 사람은 어쩐지 팔꿈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실수겠죠? 체력 -1
 
 
은샘:아잇... 지혜지혜 미안해 응새미 실수해쪄 ㅠㅠ;
 
 
백지혜:커헉 (주저없이 오만상이 지어져요.)
 
실....실수면 이제, 그만 나와주시겠습니까?
 
 
아개힘들어 (GM):웅! 헤헤 ><
 
 
 
백지혜:?
 
 
아개힘들어 (GM):뭐이것도은샘이니까요...
 
 
백지혜:누구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샘:자기양 ><!
 
 
백지혜:예?
 
 
잠시 사고가 있었지만 바닥과 하나가 되어 있던 은샘이 금세 툭툭 털고 바닥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백지혜에게 팔짱을 끼며, 어울리지 않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합니다.
 
 
은샘:아침인사가 조금 늦었지만 자기야! 잘 자쪄?
 
새미느은~ 어제저녁에 고백받은 이후부터 계~속 지혜만 생각했는데에 (발콕콕.) 지혜는 어땠어? 새미 생각해써? ㅇㅅㅇ
 
 
백지혜:..........................아까부터, 말하고 싶었던 거지만.... (헉. 고백이라는 말에 숨을 깊게 들이쉰다.)사람을잘못보신게아닐까요?(팔짱을 슥 풀고)저는고백한적도당신생각을한적도없는데!
 
 
은샘:웅? 하지만 어제 지혜가 먼저 좋.아.한.다.고! 말해줬는뎅? 내가 지혜지혜를 잘못 볼 리가 없쟈나! (팔짱이 풀린 뒤로도 계속 몸을 배배 꼬며... 사랑에 빠진 소녀st로... 암튼) 사귄 지 하루만에 밀당이야? 자기도 참! 연애고수라니까아♥♥♥
 
 
백지혜:잘못 들으신 거겠지요. 아니면 꿈을 꿨다거나, (목소리가 급 작아진다.) 과대망상증이 있다거나...........
 
계속 말씀 드렸지만......... 전 연애 하겠다고 한 적 없습니다. 할 의사도 없구요! (사랑에 빠진 새미에게서 두 발자국 멀어져요)
 
 
은샘:첫눈에 반했다고 했던 거 전부 지혜지혜 거짓말이야? 새미 똑땅해! (볼에 바람 넣기...) 오늘은 이름도 안 불러주고오... 하루 만에 어떻게 사랑이 변해? 힝... (ㅠㅠ)
 
 
헛소리를 들어주다 문득 시간을 확인하면 8시 35분입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의 교문은 8시 40분에 닫히죠!
 
 
오늘따라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지 않나요? 사랑의 마법인가?
 
 
지금 달리기 시작하면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통과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달리자, 백지혜!
 
 
백지혜:거짓말 한 적도 이름 부른적도... (시계봐요) 헉!!!
 
민첩
기준치: 75/37/15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힘차게 달렸지만 의욕이 너무 앞섰던 모양이에요. 교문을 바로 앞에 두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은샘은… 백지혜를 넘어 가뿐히 학교로 들어갑니다.
 
 
아....................... 오늘 선도 빡센 쌤인데.
 
 
백지혜:아................................
 
 
닫힌 교문을 바라보면 문득,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학교는 고요합니다.
 
 
빡센 선생님도, 선도부도, 운동장을 채우고 있어야 할 운동부의 학생마저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교문은 누가 닫은 것이죠?
 
 
백지혜: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선생님이 없으니 일단 담을 넘어서 들어갑니다! 등교는 해야죠!
 
 
백지혜:이런 짓 내키진 않지만... (주변을 슥 둘러본다. 안 들키면 무죄...) (담을 넘어 들어갑니다.) 그나저나 사람이 넘어졌는데 일으켜 주지도 않고!
 
 
다행이네요! 보는 사람이 없어서. 무죄입니다!
 
 
 
 
 
 
운동장 뿐만이 아니라 교내도 적막만 가득합니다.
 
 
등교하는 길에 만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죠? 은샘은?
 
 
아무리 찾아보아도 사람의 모습이라곤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교실로 돌아갈까요, 아님 좀 더 찾아볼까요?
 
 
백지혜:이게 무슨 일인지...
 
(다른 사람이 다 사라졌어도 내 출석은 중요하다, 교실로 갑니다.)
 
 
모범생이다!
 
 
교실의 미닫이문을 밀면, 안에서 사람 키만한 종이 뭉치가 불쑥 나타납니다.
 
 
백지혜:어엇
 
 
그대로 피할 틈도 없이─
 
 
쿵.
 
 
부딪힌 두 사람은 쓰러지고, 그 위로 종이가 흩날립니다.
 
 
은샘:미안해~ 종이가 너무 많아서 새미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해쪙... 지혜지혜 괜찮앙?
 
 
백지혜:...괜찮... 지 않은 거 같기도. 이 무수한 종이들은 뭡니까? (몸을 탁탁 털고 일어나요. 겸사 하나 주워 읽어봅니다.)
 
 
은샘:헤헤... 선생님이 심부름 시켜쪄~ 그보다 진짜 다친 곳은 없지!?
 
 
종이 사이에는 한 학년 후배인 오광철과 백지혜가 같이 그려진 그림이 섞여 있습니다.
 
 
백지혜:?
 
 
안절부절하며 다치진 않았나 걱정하는 모습이 꽤 귀여운 것도 같고…
 
 
…귀엽다?
 
 
백지혜: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들죠? 아침부터 사건이 너무 많아 고장이라도 났나….
 
 
정신을 다잡습니다. 이 사람은 연인도 아닐뿐더러 후배와 자신을 엮으려고 하는 극악무도한 알페스충이라고요!
 
 
은샘:힝. 넘어진 건 미안하지만 이건 앞을 제대로 보지 못 한 지혜의 잘못도 있으니까아~? 새미 잘못 아닌 거다아? 대신 종이 줍는 거 도와주라아!
 
 
백지혜:이런 거 하면 나중에 사회에 나갈 때 곤란해 지십니다... (곱게 접어서 돌려줘요.) 앗, 저는 이제부터 출석을 해야해서! (교실을 슥 둘러봅니다. 아무도 없나?)
 
 
은샘:곤란하면 지혜지혜가 앞에서 지켜주는 거야~? 꺄아~ 왕자님 가 탕! 새미만의 왕.자.님. (양손으로 볼 감싸고 꺄아~ 그러며 몸으로 교실 문 가린다.) 우웅? 조회까진 아직 시간 남아쪄~ 새미랑 같이 있는 거... 싫어?
 
 
백지혜:(아마 제가 고소하는 쪽이겠죠. 은은하게 은샘을 응시했다...) 적어도 가방은 놓게 해주시죠. 그리고 슬슬...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도 여쭤보고 싶네요.
 
 
은샘:(지혜와 함께라면 고소 당해도 좋아! 여전히 헤실헤실 웃는 낯이다.) 무슨 일이 있었냐니? 지혜지혜 아까부터 자꾸 왜 그랭? 지혜가 어제 나보고 좋아한다고 했다니까아~! 알겠다아! 이거 질투심 유발~? 그럼 보내주껭! 가방 내려놓은 뒤에도 같이 이야기하자아아~ (자리를 비킨다. 그 뒤로 보이는 건...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
 
 
백지혜:...정말 미안하지만, 저는 기억이 단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가볍게 웃곤 자리로 가 가방을 내려놓는다. 왜 학교에... 저 사람이랑 나 둘 뿐이지?) 질투심을 유발할만한 상대도 없는 거 같은데. 은샘 씨, 오늘따라 유독 학교에 아무도 없지 않나요?
 
 
은샘:이상하다아... 정말 세기의 고백이었눈뎅... (모두가 박수를 치고, 서로 껴안고 난리던 어제를 잊은 거냐며 계속 칭얼댄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엔...) 알겠다~! 지혜 아직 잠이 덜 깼구나~? 잠꾸러기! 바보! (><☆) 다들 제대로있잖앙!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목소리는… 오늘 아침에 말을 걸었던 아이들입니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백지혜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지혜와 은샘이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언제 사귀나 했는데 드디어 사귀네~
 
 
 
지혜와 은샘이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언제 사귀나 했는데 드디어 사귀네~
 
 
백지혜:(뭔소리야)
 
 
 
지혜와 은샘이는……
 
 
대화를 들어보면 계속 똑같은 말만 주고받고 있습니다.
 
 
같은 어조, 속도, 말투로, 계속 반복해서, 입력된 말만 반복하는 녹음기처럼…
 
 
백지혜: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을 자세히 살피자 시야가 흐릿해집니다.
 
 
그러고 보니 저 아이들, 어떻게 생긴 거죠? 그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백지혜: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기, 아무래도 조금 이상한 것 같습니다. 나, 나가야 할 거 같은데...
 
 
은샘:이상해? 나가? 어디로~?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아이들을 몇 번 건드리다가 다시 시선을 지혜에게로 옮긴다. 그대로 손을 잡아 창가로 이끌고는) 아, 혹시! 우리 둘만 있고 싶다는 소리? 꺄아~ 같이 도망가장! (><)
 
 
별안간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백지혜의 머리를 향해 축구공이 날아옵니다.
 
 
퍽, 소리와 함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백지혜:컥ㄱ
 
 
…흐려지는 의식 속, 이 자리에 있는 게 나면 안 되는데라는 중얼거림이 들린 것도 같습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립니다.
 
 
푹신한 침대가 몸을 감싸고, 살랑이는 바람이 꽤나 기분 좋게 불어옵니다.
 
 
여기는… 보건실?
 
 
주변을 둘러보면 은샘은 침대에 엎드려서 자고 있습니다.
 
 
공에 맞아 쓰러진 것을 은샘이 보건실로 데려온 것일까요?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면 주머니에서 무언가 바스락거립니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은 꾸깃하게 접힌 쪽지입니다.
 
 
백지혜: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눈을 다친 거 같아)
 
 
 
은…아 제발 … ……주라… 응? 제발… 내일 ……에 …에서 …… 너의 사랑 백지혜가.
 
 
주머니에 꾸깃하게 들어있던 탓에 글씨가 많이 번졌습니다.
 
 
이게 무슨 쪽지지…
 
 
아무리 봐도 백지혜, 본인의 글씨체입니다. 하지만 이런 편지를 쓴 기억은 없습니다.
 
 
백지혜:(이거,,, 러브레터 아닌가? 이런 걸 쓸 리 없는데. 그리고 전했다면 왜 내 주머니에 들어있는 거야?) ... (보건실을 둘러봅니다.)
 
 
보건실 내부는 평범합니다. 이곳에도 선생님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요.
 
 
그 순간, 어떤 기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기억은 끊어집니다.
 
 
백지혜가 이맑은샘에게 고백을 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끌어안는다…????
 
 
그럴 리가 없는데…………………??????
 
 
기억이 이질적으로 뒤섞입니다. 어제의 자신이, 그 이전의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제대로 생각나지 않습니다.
 
 
백지혜:그럴 리가 없는데…………………??????
 
 
백지혜: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2
 
... (뭐지, 이 3류 저녁 드라마 같은 장면은. 머리를 강하게 눌러 잡는다... 큰 병원에 가야할 거 같은데....)
 
 
그 순간, 수업을 시작하는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무리 이상한 하루라 하더라도, 큰 병원에 가야할 거 같은 정신이라도 수업은 들어야겠죠.
 
 
게다가 수업종이 쳤으니 아이들과 선생님도 슬슬 학교에 오지 않았을까요?
 
 
잠들어 있는 은샘을 깨우지 않고 조심스레 나가도록 합시다.
 
 
깨워서 같이 교실에 가면 놀림받을 테니까요!
 
 
백지혜:
은밀행동
기준치: 30/15/6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살금살금 보건실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만 새끼발가락을 문틀에 찧고 말았습니다.
 
 
꺄아아악!!
 
 
백지혜:(그렇게 크게 비르냐고)
 
 
아팠나보죠!
 
 
백지혜:(아파요)
 
 
엉. 지혜의 비명과 책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에 은샘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비몽사몽한 채로 잠시 상황 파악을 하더니, 일어나 안겨옵니다.
 
 
은샘:우리 지혜 머리 맞고 죽는 건 아닐까 엄청엄청 걱정해쪄! 살아서 다행이야아~! ><
 
 
백지혜:저도 죽은줄 알았는데, 살아있어 다행이었죠. (축구 한 녀석들에게 합의금을 물을테다.) 은샘 씨... (지긋...)
 
원래 저를 좋아하셨던가요?
 
 
은샘:얼마나 걱정했는지 보여? 나 눈물도 흘려땅? (한 방울.) 지혜지혜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는 없어엉...
 
(앗. 눈 마주쳤다...............) 웅? 으우응? (.....) 엄청 좋아했는뎅? (owo;;;)
 
 
백지혜:(한 방울.) 으음............. 그래요?
 
(구라같은데?✨)
 
(심리학 해볼게요)
 
 
판정 고!
 
 
백지혜: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지혜를 지짜지짜 조아하나보당.
 
 
백지혜:(우아 대박)
 
 
은샘:(지혜쪼아 )
 
 
백지혜:뭐어... 알겠습니다. 일단은... 수업 종이 친 거 같은데, 돌아가죠.
 
 
은샘:네에엥~ (팔짱 끼고 돌아가요 )
 
 
 
 
 
 
잠시 교무실에 들려야 한다는 은샘을 두고 혼자 교실로 돌아옵니다.
 
 
당연히 수업을 시작한 선생님이 뒤늦게 교실로 온 것을 타박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고요하기만 합니다. 괜한 기대였습니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자신을 연인이라 칭하는 동급생과, 알 수 없는 아이들, 겪은 적 없는 기억까지…
 
 
이 모든 게 꿈같이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놓고 기다릴 순 없죠!
 
 
마침 사람도 없겠다 주변을 둘러본다면 실마리가 잡힐지도 모릅니다. 우선 교실부터 둘러볼까요?
 
 
창문, 교탁, 은샘의 책상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백지혜:으음... (머리를 슥 문지르며 창문쪽으로 향합니다. 분명 아까 창문이 깨졌었지.)
 
 
분명 이 창문을 깨져 머리를 맞았는데…
 
 
창문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달려있습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평화롭기만 합니다.
 
 
…그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죠.
 
 
밖을 살피면 문득 은샘이 떠오릅니다.
 
 
그와 함께라면 이 고요한 세상도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텐… 데?
 
 
또 시작이다! 정신 차립시다!!!!!!!!!
 
 
백지혜:(창문에 머리를 박고 교탁으로 가봅니다.)
 
 
피는 안 나나요?
 
 
백지혜:(나요?)
 
 
행운판정해보자~
 
 
백지혜:
기준치: 40/20/8
굴림: 44
판정결과: 실패
 
 
줄줄줄...
 
 
백지혜:(아프다...)
 
 
피를 뚝뚝 흘리며 교탁으로 이동합니다 ㅠ
 
 
교탁 밑에는 구겨진 편지 한 장이 떨어져 있습니다.
 
 
인절미 색상 롭이어 토끼가 그려진 귀여운 편지지네요. 연애편지인가?
 
 
내용을 확인할까요?
 
 
백지혜:(오. 남의 연애편지. 주워서 읽어봅니다.)
 
 
백지혜:뭐지?
 
 
이건 은샘의 글씨체입니다!!!! 후배와 엮는 마지막 문장을 보면 아니라고 우기지도 못하겠죠.
 
 
연애편지라 하기에는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처럼.
 
 
…어라, 그럼 지금까지의 행동은 전부 거짓이었나?
 
 
백지혜:(누가봐도다!!! 수집합니다. 증거물로 제출하겠어.)
 
 
증거를 수집했다! 나중에 보면 이의있음을 날립시다.
 
 
 
: 지혜의 무기칸에 연애편지가 추가되었습니다.
 
 
백지혜: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거짓말을 한 건지... (왜 추가됐지)
 
(교탁으로 갑니다.)
 
 
여기가 교탁입니다.
 
 
백지혜:(아맞다)
 
(피 흘려서 그래요)
 
 
이해합니다. 책상이죠?!
 
 
백지혜:(네!)
 
 
책상 위에는 대본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 읽어볼까요?
 
 
백지혜:응?
 
................(읽어봅시다)
 
 
첫 장을 넘깁니다.
 
 
 
: S#1 등굣길 (아침, 밖)
 
서로 다른 골목에서 출발한 지혜와 은샘. 등교하는 학생들이 지혜를 스쳐 지나간다.
 
은샘: (입에 식빵을 물고) 앗~! 지각이다아~!!
 
지혜, 부딪혀 넘어진다.
 
은샘: (지혜에게 팔짱을 끼며) 자기야! 잘 자쪄?♥
 
 
……다음 장으로 넘깁니다.
 
 
 
: S#3 복도 (아침, 안)
 
지혜와 은샘, 함께 넘어지며 종이가 사방에 날린다.
 
은샘: 미안해~ 종이가 너무 많아서 새미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해쪙… (눈물을 글썽이며 본인의 머리를 매만진다.) 지혜지혜 괜찮앙?
 
지혜, 귀여운 은샘의 모습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백지혜:음?
 
 
…이건 오늘 나눴던 대화입니다.
 
 
대본을 넘길 때마다 오늘 하루 일어났던 일들이 전부 적혀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전부 꾸며진 하루였단 말인가요?
 
 
아무도 없는 이 세계는 그럼…?
 
 
백지혜: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구라일줄 알았지 내가)
 
 
개구라입니다.
 
 
개구라를 눈치채자, 대본에서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읽어볼까요!?
 
 
백지혜:(읽어봅시다!)
 
 
 
: S#10 교실 (노을, 안)
 
지혜와 은샘, 노을 지는 교실에서 서로 마주 본다. 둘 사이에 노을이 쏟아진다.
 
은샘: (지혜를 끌어안으며) 바보…! 새미새미는 지혜만 아는 바보야! 지혜 없이 살 수 있을 리가 없쟈나!
 
지혜: (자신의 품에 있는 사람을 마주 안으며)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새미가 죽어버리면 곤란하니 제가 힘 좀 써야겠군요.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으로 장면이 끝난다.
 
THE END
 
 
THE END 라 적혀있는 것을 보니 이게 대본의 마지막 페이지인 모양입니다.
 
 
백지혜:뭐 이런 게 다 있지?
 
 
그러게요.
 
 
대본을 확인하자─ 창 밖에선 어느새 주황빛 노을이 들어옵니다.
 
 
방금까진 분명 아침이었는데!
 
 
노을지는 교실.
 
 
설마… 대본의 마지막 장이 지금인 것일까요?
 
 
그 순간, 쾅! 하고 교실의 미닫이문이 열립니다.
 
 
백지혜:헉.
 
 
귀엽고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던 은샘이 손에 든 대본을 보고 멈칫합니다.
 
 
은샘:엇..................................... 봐버렸넹...
 
 
백지혜:봐버렸네에, 로 끝날 일인가요?!
 
 
은샘:네... 끝날 일입니다 죄송합니다. 근데 그럴 사정이 있었어요 제발
 
 
백지혜:(누구세요) 사정이라는 게 뭡니까? 여긴 어디고?!
 
 
은샘:전 사실 더럽고추악한 알페서인데요... 후배 광철이랑 지혜가 사귀는 걸 보고 싶어서 소원을 빌었다가 그만 이렇게 되어버렸지 뭐예요!?!??!
 
암튼 그 소원 들어준 어쩌구? 신? 같은 게? 저 대본을 완수하면? 둘이 사귀게 해준다는데요?
 
후배랑 사귈 생각 없어요?
 
 
백지혜:(정말 더럽고 추악한 결말이군)
 
그런 건 본인 소원으로 빌 게 아니라, 저랑 광철이의 의견을 들었어야죠. 그리고 광철이의 의견은 들을 수도 없잖아욧!
 
대본을 완수 안 하면요?
 
 
은샘:헐... 광철이의 의견을 들을 수 없다는 게 먼저 나온다는 건... 지혜는 사귈 마음이 있다는? 뜻?
 
완수하지 않으면... 뭐....................... 원래대로 돌아가겠? 죠? 아마?
 
 
백지혜:그건 비밀로 해두겠습니다! (윙크!) 아무튼, 남을 이런 일에 끌어들이지 마시라구요. 나 참, 어이없는 경험을 다 했지 않습니까. (내가 봤을 땐 소원 이뤄준다 한 게 신도 아닐 거야)
 
그럼 얼른 원래대로 돌려놔 주세요. 여기서 그런 결정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은샘:나랑 사귄다는 이야기 돌 때는 그렇게 부정하더니 광철이는 비밀로 하겠다라... 오? 오오... 오? 지혜 그랬구나~ 비밀로 하고 싶구나~ 멋대로 결정하기 싫구나~ (히죽... 오타쿠 웃음.)
 
... 하지만 저는 어떻게 해서라도 둘이 사귀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요!? 돌려놓으면 바로 고백하러 갈 수 있어요?
 
 
백지혜:누구나 그런 소문이 돌면 부정하게 될 겁니다. (잠깐 가만히 있다가 한 발자국 떨어져요)
 
그러니까 그걸 왜 은샘 씨가 보고 싶으신 거죠? 저희가 무슨 사인줄 알고? (고개를 갸웃...) 제가 고백하면 사귀는 게 확정인 것 처럼 말씀하시네요.
 
 
은샘:음... (납득함.) 생각해 보니 갑자기 반 친구가 우리 오늘부터 1일이라고 하면 좀 놀랄 법도 하죠. 이건 신님이 시나리오를 잘못 쓰신 듯...
 
보고 싶은 이유... (곰곰.) 이게 내 사랑의 방식이니까? 둘 사이좋잖아요? 그리고 난 지혜랑 광철이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두 사람이 사귀면 좋겠어~라는 생각까지 가서 소원 빌었는데? (대충 이런 식으로 신이 개입한 거 보면 광철이도 동의해서 이런 상황이 된 게 아닐까... 아님 말고.)
 
근데 그러면 지혜는 광철이랑 사귀는 생각 한 번도 안 해본 거예요? 백지혜 인생 개노잼으로 사네!?
 
 
백지혜:그렇죠.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장소나 이벤트, 인물들도 다 이상했지만 말이다. 분명 조잡한 신인 게 틀림없어. 그런 신이 소원을 제대로 이뤄줄 리 없지...)
 
오광철을 좋아하십니까? (그 부분만 들은듯.) 사랑이란 건 말이죠... (숨을 고르고 온화한 웃음을 짓는다. 이 표정은 이제부터 사기칠 거란 백지혜의 전조현상 이었다.) 언제까지고 기다리며 바라봐주고, 설령 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행복을 빌어주는 게, 조금 더 옳은 방식 아닐까요? 이렇게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얻어낸다 한들 가치는 없을 거랍니다.
 
그건 비밀이라고 했을텐데? 예에, 저는 싱거운 인생이 편안합니다. (그쪽 인생이 자극적인 거겠지)
 
 
은샘:넹 좋아해요! 지혜도 처리도 둘 다 좋아하니까 둘이... (아까 했던 이야기 또 한다.) ... 네 알겠어요! 그러니 지혜는 처리를 너무너무너무 사랑해서 먼저 고백하지도 못하고 기다리면서 처리가 행복하길 빈다는 뜻이죠? (오타쿠의 안 좋은 버릇은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는 점이다. 이어질 사기는 꿈에도 모르고 혼자 행복한 표정 지었다;)
 
(정신 차리고...) 아니 근데 사실은 저도 둘이 천천히 진도 나가길 기다렸거든요? 근데 이러다 졸업하고 영영 만나지 않게 되는 게 더 빠를 거 같았지 뭐예요? 그럼 사람이 좀 밀어붙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개노잼 백지혜 인생에 양념 좀 쳐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싱겁게만 살면 재미없잖아요. 가치야 나중에 찾아도 되는 거고!
 
그러니 이쪽에서 제안! 원래대로 돌리는 대신 일단 고백 시도라도 해보기! 지혜가 그러기 싫다면 난 이대로 백지혜에게 고백해서 대본집 끝내면 됨! 그리고 돌아간 이후에도 진전 없으면 또 소원 빌면 됨!
 
 
백지혜:(아까 한 얘기 셀프 스킵...) 얘기가 그렇게 되는군요? (이 사람, 내가 무슨 말을 한다 해도 제대로 이해할 의지가 없는 거야. 그럼 그냥 수긍해주자...) 대충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적어도 광철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은 진심이니까. (웃음!)
 
왜 멋대로 저희 관계를 시작했다 끝내고 그러십니까. 처리랑은 졸업 후에도 연락 할 생각이었어요. (아마도) 양념 쳤다가 제대로 망하면 그건 어떻게 책임지실 생각이었는지 궁금해 지네요. 동시에 굉장히 알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은샘 씨는 제가 광철이를 좋아한다고 확신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만에 하나 차이면 그게 더 나쁜 결과 아닙니까? (창 밖 노을과 대본집을 번갈아 바라본다. 이대로 대본집을 진행시키는 것 보다 거짓말 해서 돌아가는 게 훨 낫지. 그 뒤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무슨 그런 진정성 없는 소원이 다 있담!
 
고백 시도인 거죠? 좋습니다. 대신 돌아가면 좀 더 느긋하게 기다려 주기로 해요. 사랑하니까!
 
 
은샘:이거 봐!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데 어떻게 싫어하겠어요? 지혜는 광철이를 좋아해! 양념 친다고 망할 리가 없어욧!!!! (대본을 들고 웃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그대로 반으로 찢고, 다시 찢어서 만들어진 조각들을 공중으로 던진다.) 오래는 못 기다려요! 나도 사랑하니까!
 
 
영화나 사진 업계에서 말하는 골든아워라는 것을 아나요?
 
 
골든아워는 피사체를 가장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을 말합니다.
 
 
바로 지금. 노을이 지는 이 창가가 딱 그런 모습이지요.
 
 
가장 아름다운 시간, 하늘을 나는 종이들을 보면─
 
 
── 그 순간, 땅이 꺼지고 암흑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물드는 세상 속,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잡은 것은 눈앞에 있는 사람입니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붙잡고, 암흑 속으로 떨어집니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뜹니다.
 
 
익숙한 침대와 물건들. 백지혜의 방입니다.
 
 
제대로 돌아온 모양이네요. 안심하고 있으면 카톡이 울립니다.
 
 
아닌데.
 
 
백지혜:아닌데?
 
 
백지혜:왜?!
 
 
엔딩 못 보고 돌아온... 벌인듯
 
 
근데 랩왕고에 은샘이란 학생이 있던가용?
 
 
지혜 혼자 소문에 시달립니다
 
 
백지혜:대체 왜?
 
 
... 엔딩내까요? (GM):그렇게됐어요 그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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