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다잡습니다. 이 사람은 연인도 아닐뿐더러 후배와 자신을 엮으려고 하는 극악무도한 알페스충이라고요!
은샘:힝. 넘어진 건 미안하지만 이건 앞을 제대로 보지 못 한 지혜의 잘못도 있으니까아~? 새미 잘못 아닌 거다아? 대신 종이 줍는 거 도와주라아!
백지혜:이런 거 하면 나중에 사회에 나갈 때 곤란해 지십니다... (곱게 접어서 돌려줘요.) 앗, 저는 이제부터 출석을 해야해서! (교실을 슥 둘러봅니다. 아무도 없나?)
은샘:곤란하면 지혜지혜가 앞에서 지켜주는 거야~? 꺄아~ 왕자님 가 탕! 새미만의 왕.자.님.♥(양손으로 볼 감싸고 꺄아~ 그러며 몸으로 교실 문 가린다.) 우웅? 조회까진 아직 시간 남아쪄~ 새미랑 같이 있는 거... 싫어?
백지혜:(아마 제가 고소하는 쪽이겠죠. 은은하게 은샘을 응시했다...) 적어도 가방은 놓게 해주시죠. 그리고 슬슬...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도 여쭤보고 싶네요.
은샘:(지혜와 함께라면 고소 당해도 좋아! 여전히 헤실헤실 웃는 낯이다.) 무슨 일이 있었냐니? 지혜지혜 아까부터 자꾸 왜 그랭? 지혜가 어제 나보고 좋아한다고 했다니까아~! 알겠다아! 이거 질투심 유발~?♥그럼 보내주껭! 가방 내려놓은 뒤에도 같이 이야기하자아아~ (자리를 비킨다. 그 뒤로 보이는 건...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
백지혜:...정말 미안하지만, 저는 기억이 단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가볍게 웃곤 자리로 가 가방을 내려놓는다. 왜 학교에... 저 사람이랑 나 둘 뿐이지?) 질투심을 유발할만한 상대도 없는 거 같은데. 은샘 씨, 오늘따라 유독 학교에 아무도 없지 않나요?
은샘:이상하다아... 정말 세기의 고백이었눈뎅... (모두가 박수를 치고, 서로 껴안고 난리던 어제를 잊은 거냐며 계속 칭얼댄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엔...) 알겠다~! 지혜 아직 잠이 덜 깼구나~? 잠꾸러기! 바보! (><☆) 다들제대로있잖앙!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목소리는… 오늘 아침에 말을 걸었던 아이들입니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백지혜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백지혜:그건 비밀로 해두겠습니다! (윙크!) 아무튼, 남을 이런 일에 끌어들이지 마시라구요. 나 참, 어이없는 경험을 다 했지 않습니까. (내가 봤을 땐 소원 이뤄준다 한 게 신도 아닐 거야)
그럼 얼른 원래대로 돌려놔 주세요. 여기서 그런 결정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은샘:나랑 사귄다는 이야기 돌 때는 그렇게 부정하더니 광철이는 비밀로 하겠다라... 오? 오오... 오? 지혜 그랬구나~ 비밀로 하고 싶구나~ 멋대로 결정하기 싫구나~ (히죽... 오타쿠 웃음.)
... 하지만 저는 어떻게 해서라도 둘이 사귀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요!? 돌려놓으면 바로 고백하러 갈 수 있어요?
백지혜:누구나 그런 소문이 돌면 부정하게 될 겁니다. (잠깐 가만히 있다가 한 발자국 떨어져요)
그러니까 그걸 왜 은샘 씨가 보고 싶으신 거죠? 저희가 무슨 사인줄 알고? (고개를 갸웃...) 제가 고백하면 사귀는 게 확정인 것 처럼 말씀하시네요.
은샘:음... (납득함.) 생각해 보니 갑자기 반 친구가 우리 오늘부터 1일이라고 하면 좀 놀랄 법도 하죠. 이건 신님이 시나리오를 잘못 쓰신 듯...
보고 싶은 이유... (곰곰.) 이게 내사랑의 방식이니까? 둘 사이좋잖아요? 그리고 난 지혜랑 광철이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두 사람이 사귀면 좋겠어~라는 생각까지 가서 소원 빌었는데? (대충 이런 식으로 신이 개입한 거 보면 광철이도 동의해서 이런 상황이 된 게 아닐까... 아님 말고.)
근데 그러면 지혜는 광철이랑 사귀는 생각 한 번도 안 해본 거예요? 백지혜 인생 개노잼으로 사네!?
백지혜:그렇죠.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장소나 이벤트, 인물들도 다 이상했지만 말이다. 분명 조잡한 신인 게 틀림없어. 그런 신이 소원을 제대로 이뤄줄 리 없지...)
오광철을 좋아하십니까? (그 부분만 들은듯.) 사랑이란 건 말이죠... (숨을 고르고 온화한 웃음을 짓는다. 이 표정은 이제부터 사기칠 거란 백지혜의 전조현상 이었다.) 언제까지고 기다리며 바라봐주고, 설령 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행복을 빌어주는 게, 조금 더 옳은 방식 아닐까요? 이렇게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얻어낸다 한들 가치는 없을 거랍니다.
은샘:넹 좋아해요! 지혜도 처리도 둘 다 좋아하니까 둘이... (아까 했던 이야기 또 한다.) ... 네 알겠어요! 그러니 지혜는 처리를 너무너무너무 사랑해서 먼저 고백하지도 못하고 기다리면서 처리가 행복하길 빈다는 뜻이죠? (오타쿠의 안 좋은 버릇은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는 점이다. 이어질 사기는 꿈에도 모르고 혼자 행복한 표정 지었다;)
(정신 차리고...) 아니 근데 사실은 저도 둘이 천천히 진도 나가길 기다렸거든요? 근데 이러다 졸업하고 영영 만나지 않게 되는 게 더 빠를 거 같았지 뭐예요? 그럼 사람이 좀 밀어붙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개노잼 백지혜 인생에 양념 좀 쳐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싱겁게만 살면 재미없잖아요. 가치야 나중에 찾아도 되는 거고!
그러니 이쪽에서 제안! 원래대로 돌리는 대신 일단 고백 시도라도 해보기! 지혜가 그러기 싫다면 난 이대로 백지혜에게 고백해서 대본집 끝내면 됨! 그리고 돌아간 이후에도 진전 없으면 또 소원 빌면 됨!
백지혜:(아까 한 얘기 셀프 스킵...) 얘기가 그렇게 되는군요? (이 사람, 내가 무슨 말을 한다 해도 제대로 이해할 의지가 없는 거야. 그럼 그냥 수긍해주자...) 대충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적어도 광철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은 진심이니까. (웃음!)
왜 멋대로 저희 관계를 시작했다 끝내고 그러십니까. 처리랑은 졸업 후에도 연락 할 생각이었어요. (아마도) 양념 쳤다가 제대로 망하면 그건 어떻게 책임지실 생각이었는지 궁금해 지네요. 동시에 굉장히 알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은샘 씨는 제가 광철이를 좋아한다고 확신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만에 하나 차이면 그게 더 나쁜 결과 아닙니까? (창 밖 노을과 대본집을 번갈아 바라본다. 이대로 대본집을 진행시키는 것 보다 거짓말 해서 돌아가는 게 훨 낫지. 그 뒤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무슨 그런 진정성 없는 소원이 다 있담!
고백 시도인 거죠? 좋습니다. 대신 돌아가면 좀 더 느긋하게 기다려 주기로 해요. 사랑하니까!
은샘:이거 봐!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데 어떻게 싫어하겠어요? 지혜는 광철이를 좋아해! 양념 친다고 망할 리가 없어욧!!!! (대본을 들고 웃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그대로 반으로 찢고, 다시 찢어서 만들어진 조각들을 공중으로 던진다.) 오래는 못 기다려요! 나도 사랑하니까!
영화나 사진 업계에서 말하는 골든아워라는 것을 아나요?
골든아워는 피사체를 가장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