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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의 마법사와 사랑하는 인형

 

 

준비된 인형은 손~
 
은샘:(손~)
 
 
:은샘인데
 
오광철:(손~)
 
 
:ㅋㅋ
아구귀여워
 
-
 
.
 
♪ ▶ ⋰˚✩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백지혜:...그리고, 광철아. 오늘 보니 탑 서쪽에 벌써 벚꽃이 피었더군요. 보셨습니까?
 
멍한 의식 속에서 차분히 들려오는 당신을 향한 목소리.
 
그 와중에 당신의 고개는 끄덕여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백지혜: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꽃놀이를 하러 가요. 햄을 잔뜩 넣은 샌드위치를 들고 가면 좋겠는데...
 
아직도 시야는 흐릿합니다.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있는 걸까요.
 
백지혜:자, 그러면 오늘도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당신은 그제서야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입니다.
 
어라, 소중한 사람이었나?
 
생각할 틈도 없이 당신의 입이 움직입니다.
 
 
 
 
KPC 백지혜 
 
 
기이한 기분입니다.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어떻게든 가누려 하는 동안,
 
백지혜는 당신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나가버립니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요?
 
드디어 의식이 또렷히 돌아오고 시야가 뚜렷하게 잡혀갑니다.
 
당신은 안락의자 위에 앉혀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방 안에는 커다란 거울 하나와 지금 앉아있는 안락의자, 불이 꺼져있는 벽난로,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이 보입니다.
 
오광철:(앉아있는 자세 그대로 시선만 옮겨 거울을 바라본다. 지금 나의 상태는 어떻지? 거울로 바라본 방은 무언가 다른가?)
 
 
:▶ 거울
거울에는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거울을 보는 순간, 당신은 기이한 것을 발견합니다.
거울 속에 비쳐지는 당신은 마치 인형에게나 입힐 법한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목과 무릎, 손가락 마디마디 비춰지는 모습은 분명 인간의 모습이 아닌 인형의 관절 같은 모습입니다.
(san 0/1)
 
오광철: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거울 속 방 안의 구조는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오광철:(거울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손가락부터 시작해 팔, 허리, 다리에 힘을 줘본다.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아직 움직임이 더디긴 하지만 충분히 자유자재로 움직여 집니다.
걷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어요.
거울로 확인했을 때와 달리 손, 발, 다리와 팔은 인간의 것과 같이 매끄럽습니다.
당연히 당신은 인간이니까요.
 
오광철:... 응? (천천히 일어나 거울로 다가간 뒤 표정을 바꾸거나, 손을 쥐었다 피거나 한다. 거울 너머의 자신이 똑같이 따라 하고 있을까? 인형의 관절 비슷한 것은 그대로 남아있을까?)
 
 
:거울 속 자신은 움직임을 단 1초의 오차 없이 따라하고 있습니다.
다만 거울로 확인한 당신의 관절은 여전히 인형ㄹ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광철:(몇 번 더 손을 움직이며 거울 속 자신과 한참 눈싸움을 하다 일어난다. 몸에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 이곳이 어딘지 파악하고 도망칠 길을 찾는 게 우선이다.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걷고 밖을 내다본다.)
 
오광철은 눈싸움에서 졌다.
▶ 창문
커튼을 들추고 창문 밖을 바라보면, 정말 백지혜의 말대로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가 그득 보입니다.
화창한 햇살, 울창한 숲...... 시골에 있는 걸까요?
 
오광철:
지능
기준치: 45/22/9
굴림: 97
판정결과: 대실패
(멍...)
 
오 날씨 좋은데
 
오광철:(커튼을 걷어 햇빛이 잔뜩 들어오는? 방을 마저 둘러본다... 벽난로라 하면 보통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이 있기 마련인데... 그쪽으로 나가긴 어려울까?)
 
 
:▶ 벽난로
불 꺼진 벽난로에는 새까만 잿더미와 검댕만 가득 묻어있습니다.
머리를 들이대서... 위를 볼까요?
 
오광철:(본당.)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오를 수 있어 보이는 굴뚝입니다.
굴뚝을 올라가려면 오르기 판정.
 
오광철:
오르기
기준치: 30/15/6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쿵!
온 몸에 검댕이 다 묻혀 올라갔더니...
중간지점에서 떨어집니다.
 
오광철:.................................
(거울로 돌아가서 거울에 검댕이 잔뜩 묻힌당.)
 
거울이 더러워졌다.
 
끼익.
 
다시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 ⋰˚✩
 
열린 문에서 들어온 건 당연하게도, 백지혜 입니다.
 
그의 주변으로는 따뜻한 차가 담긴 티포트와 찻잔, 에그타르트가 담긴 접시 등이 부유하며 떠돌고 있습니다.
 
백지혜:일어나셨군요! 제가 없는 동안 외롭진 않으셨습니까?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문 밖에서 작은 탁자가 날아오더니 그 위로 테이블보가 깔립니다.
 
이건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무슨 마술이라도 부린 걸까요?
 
오광철: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백지혜는 창문을 열고는 안락의자 너머에 앉습니다.
 
어느새 그 자리에는 의자 하나가 더 생겨있네요.
 
테이블 위에는 티포트와 접시가 동동 떠다니며 차를 따르고 테이블 위에 올려집니다.
 
향긋한 차 향기가 물씬 풍겨오며, 백지혜가 손가락을 다시 튕기면 벽난로에 불이 지펴지며 타닥 타닥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와 진짜 개신기하다
 
백지혜:표정이 영... 그보다, 얼굴에 먼지가 잔뜩 묻으셨어요! (손가락을 탁 튕겨오광철의 옷과 얼굴의 검댕이를 없애준다. 말끔!) 뭔가 하고 싶은 말씀이라도?
 
 
:백지혜를 대상으로 한 관찰 판정은 백지혜가 마법을 부릴 떄 마다 시도할 수 있습니다.
 
오광철:거울이랑 눈싸움하다 져서 복수하느라 그랬어. 표정도, 묻은 것들도. (거울 힐끔 바라보며 의자에 다시 앉는다.) 외로웠냐는 아까 질문에 답하자면... 아니. 눈싸움했으니 괜찮아. (방금 한 마법을 관찰하자!)
 
백지혜:거울이랑 눈싸움? 특이한 놀이를 했네요. (애정 가득 담긴 시선으로 바라본다. 사랑스러워 죽겠어.... 라는 것 처럼.) 그래도 거울에게 복수를 하면, 사랑스러운 광철의 얼굴이 제대로 안 보이잖아요. 얼마나 귀여운데.
그래도 외롭지 않았다니 다행입니다.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백지혜에게 걸려있는 목걸이의 녹색 보석이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오광철:그런데 거울과 눈싸움을 했는데 어떻게 지는 걸까? 거울은 날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일 텐데.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본다. 그 시선엔 평소완 다른 의심과 경계가 실려있다.) ... 내 얼굴 내가 봐서 뭐 하는데? 여기 어디야? 그 목걸이는? 나 형에게 그런 거 선물한 적 없어. (심호흡...) 너 우리 형 맞아?
 
백지혜:거울 속에 있는것도 광철이니까, 어느쪽이 지든 똑같은 거 아닐까요? 오늘도 엉뚱한 호기심이 많으시네요.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손을 뻗어 머리칼을 매만진다.) 그야 광철을 사랑하니까 그렇죠. 여긴 제 탑입니다. 마법의 탑. 아. (제 목에 걸린 목걸이를 손으로 쥐고 이리저리 돌려본다.) 궁금하십니까? 비밀이에요! (환한 웃음!)|
저는 백지혜잖아요. 당신은 내 인형이고.
 
오광철:달라. 거울 속 나는 사람이 아니었어. 팔다리마다 관절이 드러나 있는 인형 비슷한 거였단 말이야. 나 인형에게 눈싸움 졌어. (머리를 만지는 손길에도 시선은 떨어지지 않는다. 의심스러운데...) 마법의 탑이고, 목걸이고 다 됐으니까 집으로 돌아가자. 나 이런 옷 불편해. 숲보다 바다가 좋고, 벚꽃은 집에서도 볼 수 있어. (상대의 웃음이 밝아질수록 이쪽은 뚱해진다. 마음에 안 들어 전부. 미간이 좁아지던 순간 들려온 소리에 반응한다.)
... 인형? 내가? 저 이상한 거울이 아니라?
 
백지혜:응? 아니에요. 광철은 인형입니다. 이 탑에 혼자 있기 외로워서 제가 만든, 제 사랑하는 인형. 광철이 인형이니 거울에 인형이 비춰지는 게 당연하죠.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얼굴을 감싼다. 살살 문지르듯 쓰다듬다가, 그 위로 입맞춤 한다.) 우리의 집이라면 이곳인 걸요... 영원히 사랑할 우리의 보금자리! 바다는 여름이 되면 같이 보러 가면 되고, 이 숲의 벚꽃이 제일 예쁩니다. 바깥은 위험해요. 위험한 곳엔 가면 안 됩니다.
불쌍하게도. 고장이 나셨군요. 가끔 당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믿더라고요. 걱정 마십쇼. 재료가 다 모이면 고쳐드릴 테니까.
 
오광철:(의자에서 일어나며 상대를 밀어낸다. 입 맞춰진 곳을 손으로 감싼 뒤 한 걸음 물러나면 잠시 정적과 의자 삐걱이는 소리만 공간에 울려 퍼진다.) 형 왜 이래? 오늘따라 이상해. 난 고장 나지 않았어. 이거 봐, 사람이야. (감싸고 있지 않은 손을 내밀었다. 겉으로 드러난 관절이라곤 없는 인간의 손인데. 거울 속 인형 모습인 나와는 다른데.) 나 집에 갈래. 이상한 마법사가 아니라 날 사랑해 주는 형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거야. 애초에 위험한 곳에서 살아온 사람이니 위험한 곳에 잠시 간다고 해서 문제 될 것도 없어. 비켜. (보닛의 끈을 풀어헤쳐 바닥에 던져놓고 문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백지혜:(밀려난 채로 가만히, 그대로 가만히 눈을 깜빡인다. 자신을 밀치고, 화내고, 손을 확인하라며 내미는 것애도 꿈쩍 않던 것이 나가겠다는 한 마디에 바로 몸을 일으킨다.)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당신이 사랑해야 할 사람은 저 하나 뿐이잖아요. 제가 사랑하는 것도 당신 뿐인데. 여긴 줄곧 우리 둘 밖에 없었는데. (그러나 더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손짓 하나로 큰 모포를 꺼내와 사랑하는 이를 감쌀 수 있었고, 다가가지 않아도 그가 제 품에 와 안기게 될 테니.) 숲에는 뱀이 나오고 길이 험난하며, 해가 일찍 저물어 어두워 질 거예요.
 
문으로 향하던 걸음이 무색하게도, 당신은 어느새 백지혜에게 안겨있습니다.
 
백지혜:광철은 이곳에서 절 사랑해 주기만 하면 돼요.
 
반항하려 몸을 움직이려 해도, 점차 힘이 빠져나갑니다.
 
시야는 흐려지고 의식은 멀어져 갑니다.
 
당신은 그대로 기절합니다.
 
백지혜:잘 자요. 좋은 꿈 꾸시고요. 사랑합니다.
 
♪ ▶ ⋰˚✩
 
새 지저귐 소리가 들리고, 바람에 살랑이는 커튼이 얼굴을 간지럽힙니다.
 
잠에서 깨 눈을 떠보면 이곳은 당신의 침대입니다.
 
옆에는 작은 협탁이 있고, 방 한가운데에는 어제 벽난로가 있던 방으로 날아왔던 그 테이블과 의자가 있습니다.
 
다른 쪽 벽에는 커다랗고 고풍스러운 옷장이 하나 놓여져 있군요.
 
 
:옷장, 창문 , 침대 , 협탁 , 테이블이 있습니다.
 
오광철:(침대에서 팔만 뻗어 협탁을 뒤적거린다...)
 
 
:▶ 협탁
협탁 위에는 책 한 권이 놓여져 있습니다.
펼쳐보면… 당신이 읽을 수 있는 단어입니다.
표지에는 ‘스스로 쓰여지는 일기’ 라고 적혀있습니다.
아직 한 페이지밖에 쓰여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오광철:(일기 집어와서 이불 속에서 몰래 읽어봅니당.)
 
오광철: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황상 불사의 마법사라는 것은 형을 흉내 내는 그 마법사일 테고, 그가 만들었다는 인형이 나인 거겠지. 그렇다면 공허한 것도 당연하지. 난 가짜 인형이니까! 사람이니까! 일기장 대충 바닥에 던진 뒤 한 층 좋아진 기분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본다. 여전히 창문 밖은 처음 보는 숲일까?)
 
바닥에 내팽겨친 일기가...
 
포르르 날아와 당신 품으로 들어옵니다.
 
오광철:응? (다시 던진당.)
 
챙겨달라는 거 같지만, 무심하게 내팽겨둬도 되겠습니다.
 
일기는 던져졌다.
▶ 창문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위치상으로 보면, 아마 어제의 방과 옆 방인게 아닐까요.
 
오광철:(창틀에 기댄 채 고개를 밖으로 쭉 내민다. 창밖에 진짜로 뱀이 있나?)
 
흠... 잘 안 보이는데...
숲은 넓고 탑이 높다는 건 알겠습니다.
 
오광철:(여기는 몇 층인지, 위로 몇 층 정도가 더 있는지 대충 살펴본 뒤 옷장으로 향한다. 불편한 옷 벗어 치워야지!)
 
 
:이곳은 얼추 짐작하건데 2층 같습니다. 탑이 몇층까지 있는지는... 글쎄요.
▶ 옷장
옷장 안에는 인형에게나 입힐 법한 예쁘고 거추장스러운 옷들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한벌 한벌 정말 사랑스러운 옷들이지만, 이것을 입고 돌아다니기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지금 입고있는 옷이 그나마 제일 편하다고 느껴질 정도네요.
얌전히 장식장에 전시되어 있을 것이 아니라면 딱히 갈아입을 필요는 느끼지 못할 만한 옷들이에요.
 
오광철:(옷들을 넘겨볼수록 표정이 굳어간다. 이런 걸 입고 어떻게 움직일 수 있지? 다 이런 옷이라면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옷으로 로프를 만들어 탑에서 뛰어내리겠단 목표도 애매해지는데... 원래 목표했던 것은 잠시 미뤄두고 테이블 위를 살핀다. 에그타르트 맛있어 보였는데 나간다고 하기 전에 한 입 먹고 나갈걸...)
 
 
:▶ 테이블
테이블 위에는 편지가 놓여있습니다.
 
오광철:(편지 들고 다시 침대 이불 속으로... 누워서 편지 까본당.)

 

(집에 없다? 그 말은... 도망가라는 거구나!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 속 옷들을 둘둘 말아 이불 속에 넣어둔다. 이불이 적당히 부풀었으면 마지막으로 침대에 두고 가는 게 없는지 확인!)
 
계획적인 오광철...
 
여기서 더 챙길 건 없어 보입니다.
 
방 밖으로 나가면 위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그리고 발코니가 보입니다.
 
그리고 다른 방 하나도!
 
오광철:(어릴 때 가출 계획을 참 많이 세웠지... 한 번도 실행한 적은 없었지만. 방문을 열고 나간 뒤 다른 방으로! 열쇠는 보통 집주인 방에 있을 테니까!)
 
방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침대가 하나 더 있고, 책상이 있고, 책장이 있는 정도입니다.
 
여긴 그 마법사의 방인 걸까요?
 
하지만 평소 잘 쓰이지 않는 것인지 그다지 생활감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광철:(마법사의 방이 맞나? 주인 확인 겸 침대로 가서 냄새 맡아본다. 아는 냄새인가...?)
 
 
:▶ 침대
당신이 일어난 방에 있던 것과 똑같은 침대입니다.
킁킁...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44
판정결과: 실패
 
 
:아는 냄새는 고사하고 매케한 먼지만 폴폴 날립니다.
잘 안 쓰나...
 
오광철:(먼지 냄새... 재채기 한 번 하고 책상으로 걸음 옮긴당.)
 
에츄
▶ 책상
책상 위에는 아주 낡은 노트가 있습니다.
 
오광철:
언어(모국어)
기준치: 50/25/10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물별살이풀이 뭐지? 손끝으로 원을 그리며 책장까지 살핀다. 식물도감 같은 게 있을까?)
 
 
:▶ 책장
책장에는 기괴한 글자로 쓰여진 책들이 한가득 꽂혀져 있습니다.
뭔가 이상하네요.
당신은 어째서인지 여기에 있는 글자들을 전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배운 적이 없는데? 나는 누구일까요.
왜 읽을 수 있는 걸까요?
 
 
:(san 0/1)
 
오광철: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오광철: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39
판정결과: 실패
 
오광철:
기준치: 64/32/12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간신히 도움이 될 법한 책들을 찾아냅니다.
[신비한 동물 사전] , [주문이 잔뜩 적힌 책]
 
오광철:(식물도감 없낭? 일단 신비한 동물 사전부터 읽는다.)
 
 
:신비한 동물 사전
마법사의 숲에는 숲 무지개 뱀이 산다.
기척이 없으며 매우 빠르다. 약점은 꼬리라고 알려져 있다.
이 뱀의 피는 부유 마법 주문에 쓰인다.
라는 페이지가 눈에 띄입니다.
 
오광철:(뱀을 잡아서 스스로에게 부유 마법을 걸고 숲을 빠져나가는 상상을 한다... 이어서 주문이 적힌 책도!)
 
 
:주문이 적힌 책
부유 마법... 부유 마법... 그런 게 있을까요?

 
오광철:(있다! 적힌 페이지를 찢어 챙긴 뒤 1층으로 내려간다. 뱀 잡으러 가자~)
 
뱀 잡으러 가자~
1층
 
주변에는 정말 실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인 조각상들이 빙 둘러 장식된 홀이 보입니다.
 
♪ ▶ ⋰˚✩
 
그들은 당신을 발견하고 말을 걸어옵니다.
 
 
조각상: 여기서 더 나가면 안 돼
다시 올라가자.
탑을 나가서는 안 돼. 탑에 있어야 해.
 
오광철:그럼 안 나갈 테니까 대신 뱀 잡아줘.
 
 
조각상: 밖은 위험해.
어서 올라가.
 
제대로 된 대화는 불가능 해 보입니다.
 
그저 그들은 당신이 나가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속삭일 뿐입니다.
 
오광철:너희가 날 안 보내줘서... 으윽. (바닥에 눕는당. 죽은 척.)
 
 
조각상: (술렁....)
바닥은 차가워
어서 올라가.
 
오광철:(죽은 척... 시체는 말을 할 수 없어.)
 
 
조각상: (술렁..................술렁...........)
 
끊임없이 술렁입니다.
 
오광철:... 됐어. 갈래. (올라간당. 3층으로...)
 
3층
3층으로 올라가면 창고와 주방, 식당, 욕실, 화장실 등이 있습니다.
 
오광철:(일단... 창고부터! 숲무지개뱀의 피가 있을까?)
 
 
:▶ 창고
창고에는 수많은 짐더미가 있습니다.
식재료부터 옷가지, 그 외 생필품 등 각양각색의 여러 물건들이 난잡하게 한데 뒤섞여 있기에 필요한 뭔가를 찾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은데......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창고 구석에서 풀이 가득 들어있는 자루를 발견합니다.
그중 [물별살이풀] 의 라벨이 붙여진 병이 눈에 띕니다.
 
오광철:(물별살이풀을 잘 챙긴다. 숲무지개뱀은... 없나?)
 
동물 피 같은 건 보관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오광철:(재미없는 사람! 창고를 나와 옆에 있는 주방으로 간다. 에그 타르트 남은 게 있나...)
 
대신 사다리 정도는... 있을 법 해요.
 
오광철:(헉)
 
 
오광철:(사다리 챙길래~)
 
챙기자~
 
오광철:
기준치: 64/32/12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다리당!
 
챙겼습니다.
 
오광철:(들고 다니기 번거로우니 계단 앞에 던져두고 다시 주방으로!)
 
 
:▶ 주방
마법이 걸린 주방에서는 조리도구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식재료들을 조리하고 있습니다. 식칼, 냄비, 프라이팬 등이 저절로 움직이며 야채를 썰고 고기를 굽고 있네요.
마법의 오븐에서는 불이 혀를 낼름거립니다.
 
오광철:(오븐 속 불에게 인사한다...) 간식 있어?
 
 
불: (낼름............)
 
오광철:... 없어?
 
간식이라면 식당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광철:(그럼 식당으로...)
 
불은 다 탄 장작을 뱉습니다.
▶ 식당
식당에는 아래층과 마찬가지로 벽난로가 있고, 그 위로 당신과 백지혜의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이런 건 또 언제 그려진 걸까요?
백지혜는 대체 여기에서 얼마나,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아니, 그건 정말 백지혜가 맞을까요?
 
 
식탁에는 두 개의 의자만이 놓여있습니다.
다만 세팅되어 있는 것은 한 사람분의 식기뿐입니다.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식탁은 아주 오랫동안 한쪽 면에만 음식물이 묻거나, 흘려진 것 같습니다.
 
식탁을 보고 있자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당신은 인형이 아닌 인간이니까요. 아마도?
 
그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주방에서 접시와 집게가 날아와 세팅된 식기 위에 음식을 차립니다.
 
오늘의 메뉴는 미트볼 스파게티와 시저 샐러드입니다.
 
의자는 덜걱덜걱 스스로 움직여 당신을 앉히고, 주방에서 주전자가 날아와 얼음이 든 청량한 레몬수를 컵에 쪼로록 따라주고 돌아갑니다.
 
오광철:(가출도 일단 밥을 먹은 뒤에 하는 거니까! 자리에 앉아 레몬수와 스파게티 한 입 먹는다. 겸사겸사 벽에 걸린 그림도 관찰하면서...)
 
간이 딱 좋은 스파게티 입니다.
 
그림엔 치렁치렁 인형옷을 입은 당신과 백지혜까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 속 당신은... 정말 인형같아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안겨있습니다.
 
오광철:(먹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다 못해 완전히 멈췄을 때, 미트볼 하나를 그림에 던진다. 진짜 형이 보고 싶어...) 갈래. (다 먹지 않은 스파게티를 두고 일어난다. 계단 앞에 던져놓은 사다리를 들고 2층 발코니로 향한다.)
 
철퍽, 그림에 멋진 한 획이 그어집니다.
훌륭한 식사를 한 오광철 이성 회복 1d3
 
오광철:2
 
 
:발코니
밖이 훤한 발코니 입니다. 이 정도 높이라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갈 수 있겠죠., 다만...\
 
해가 지고 노을이 드리웁니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백지혜는 당신을 보고는 빙긋 웃으며 안아옵니다.
 
♪ ▶ ⋰˚✩
 
백지혜:얌전히 잘 기다리고 있었나요? 내 인형.
 
오광철:인형이라고 부르지 마. 졸려. 잘래. (품에서 벗어나려 든다.)
 
백지혜:(순순히 놓아주며 그 뒤에 선다. 여전히 방긋 웃는 낯으로 바라보고 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자기 전에 오늘 있던 일을 들려줄래요? 광철아.
 
오광철:사람을 가둬놓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말이 나와? 1층에서 조각상과 시체놀이했어. 그게 다야. 더 할 이야기 없어. (방문 쾅 닫고 들어간다.)
 
문 뒤에선 한동안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얼마나 서 있으려는 건지...
 
20여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짧은 인사를 건네옵니다.
 
" 사랑해요. 내일 또 봅시다."
 
오광철:(얼굴이 안 보이니 진짜 형 같아. 저건 내가 아는 형이 아니다. 이상한 마법사다... 스스로 되새기며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심란한 마음과는 달리 몸은 피곤한 탓에 금방 잠에 들 수 있을 거 같다.)
 
예상대로 속절없이 눈이 감겨옵니다.
 
당신은 잠에 듭니다.
 
♪ ▶ ⋰˚✩
 
지저귀는 새소리,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
 
익숙한 감각입니다. 눈을 뜨면, 오늘도 백지혜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테이블 위 편지가 안부를 전해오네요.
 
읽어볼까요?
 
오광철:(읽는당!)

 
그 옆에는 마치 아침식사로 먹으라는 것처럼 따뜻한 크림 스프와 부드러운 빵 한 덩이가 놓여져 있습니다.
 
오광철:(빵을 조금 찢어 스프에 찍어 먹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향한다. 어제 찾은 사다리는 그대로 남아있을까?)
 
맛있게 먹고 일어나려는 순간.
 
책 하나가 포드득 날아오르더니 천장에 부딪혀 툭 하고 떨어집니다.
 
어제 그 일기네요.
 
오늘은 한 페이지 더 쓰여있습니다.
 
오광철:(일기 주워서 새 페이지 읽어본다!)
 
오광철: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밖을 슬쩍 보니 발코니엔 사다리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오광철:(어떡해 이제 그 인형도 마법사 안 사랑하는데~ 사다리를 내려가기 위해 다시 일기장 던져놓... 으려다 멈칫.) 너 따라올 거야?
 
일기는 포르르 포르르 당신 품을 맴돕니다.
 
오광철:나 너 넣고 다닐 주머니 같은 거 없어. 알아서 따라와. (말한 뒤 사다리 내려간다.)
 
펫 같은 게 생겼네요.
 
오광철:
오르기
기준치: 30/15/6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잘 내려가다가, 불편한 신발 탓에 미끄러 집니다.
 
주르륵 쾅!
 
엉덩방아를 찧어버립니다.
 
오광철:(아야!)
 
체력 -1
 
오광철:(그래도 크게 안 다친 게 다행인가... 사다리는 안 보이게 숨기고, 신발까지 벗어던진 뒤 숲으로 들어간다. 어제 찾았던 물별살이 풀을 입에 물고, 한 손으론 원을 그리면서... 안으로, 안으로...)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물별살이풀을 입에 물면 ,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입니다.
 
숲 너머 저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저쪽으로 가면 사람이 나오거나, 사람이 사는 곳이 나오지 않을까요?
 
오광철:(길도 모르니 일단 연기가 보이는 쪽으로 가자! 일기장이 잘 따라오나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길을 나아간다.)
 
일기장이 잘 따라옵니다.
 
이렇게 보니 새 같기도...
 
얼마나 걸었는지…
 
어느새인가 나무에 가려져 원래 출발한 탑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꽤 멀리 온 것 같은데 연기가 나는 곳은 좀처럼 가까워지지는 않네요.
 
숲은 사람의 흔적조차 없이 울창하게 나무만 자라나 있을 뿐입니다.
 
그 때, 어디선가 스스슷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경치 좋은 숲에 시선이 팔린건지, 연기만 보며 나아가서 인지,
 
다가오는 뱀은 눈치도 못 채고 발을 물립니다.
 
체력 - 1d3
 
오광철:1
 
♪ ▶ ⋰˚✩
 
당신을 문 건 어제 사전에서 본 무지개숲뱀인지숲무지개 뱀인지...
 
그것입니다.
 
전투 발생!
 
오광철: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숲무지개뱀: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숲무지개뱀》의 턴
 
 
숲무지개뱀:
물기
기준치: 40/20/8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뱀은 잠시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거립니다.
 
《오광철》의 턴
 
오광철:(옆에 날아다니는 일기장 잡아서 뱀 때려도 될까용?)
 
일기장아..
 
됩니다
 
오광철:(때리자~)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숲무지개뱀:
회피
기준치: 42/21/8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스무스하게 피해갑니다.
 
《뱀》의 턴
 
 
숲무지개뱀:
물기
기준치: 40/20/8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오광철》의 턴
 
오광철:(다시 일기장으로 친당)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숲무지개뱀:
회피
기준치: 42/21/8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뱀의 남은 체력 2
 
《뱀》의 턴
 
 
숲무지개뱀:
물기
기준치: 40/20/8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오광철》의 턴
 
오광철:(허접 뱀이다... 일기장!!)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3
 
미친 네 주인님!!!!!!!!!!
 
 
숲무지개뱀:
물기
기준치: 40/20/8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아무튼 뱀은 일기장에 맞아 사망합니다.
 
펜은 칼보다 일기장.
 
전투 종료
 
♪ ▶ ⋰˚✩
 
이제 뱀의 피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다만 타박상으로 죽어서...
 
근처 돌이라도 뗀석기로 씁시다.
 
오광철:(돌 주워온다... 뱀의 가죽을 뜯어보긴 처음이라 떨리네...)
 
슥...슥...
 
떤 것 치곤 훌륭하게 모가지를 땄습니다.
 
오광철:(손가락 끝에 피를 묻힌 뒤 옷을 들어 올려 배 위에 별 모양을 그린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면... 이제 날 수 있나?)
 
배 위에 선홍빛 별을 그려나갑니다.
 
미지근하고 질척한 촉감이 역겨운 것도 한순간입니다.
 
발부터 어깨까지 몸이 붕 떠오릅니다.
 
이윽고 몸이 상공에 적응합니다.
 
이성 - 1d4 마력 - 2
 
오광철:1
 
뒤를 바라보니 방금 전까지 지나왔던 방향으로 나무가 빼곡한 숲이 보이고,
 
탑이 그 위로 살짝 솟아오른 것이 보이네요.
 
이렇게 하늘을 날아가면 연기가 나는 곳으로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뭐든 걷는 것보다는 덜 힘들고 덜 지치겠지요.
 
오광철:(연기가 나는 방향으로 날다가 뒤를 돌아본다. 일기장은 잘 따라오고 있나? 뱀을 잡다가 망가지진 않았나...?)
 
일기장이 좀 구겨지긴 했지만...
 
잘 날아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날아다녔을 겁니다.
 
오광철:(따라오는 일기장 잡아 품에 챙긴다. 연기가 나는 방향까지 가는 길에 계속 펴줘야징.)
 
드디어 숲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안아주는구나.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세계는…
 
♪ ▶ ⋰˚✩
 
연기는 사람이 내는 연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지옥으로부터 올라왔습니다.
 
아주 옛 문명의 잔해인 것마냥 낡아빠진 빌딩이 있습니다. 집이 있습니다.
 
전봇대의 흔적 같은 것이 있습니다.
 
반쯤만 남아 뜯어먹힌 차가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던 세상의 끝이 있습니다.
 
이미 한참 전에 끝난 것 같은 세상 위로 덩쿨이, 나무가, 진흙이 뒤덮여 그 세월을 말해줍니다.
 
뒤덮인 것들은 다시 불타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곳을 이리 가만 놔두지 않는 걸까요.
 
무엇이 이곳을 끊임없이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걸까요.
 
당신은 그 정체를 목도합니다.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형언할 수 없는 공포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것이 어떻게 세상에, 저것의 모습은.....
 
오광철: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8
 
공포, 멸망, 괴로움과 섬찟한 감각들이 망막을 뚫고 뇌신경을 비집어 놓는 듯 합니다.
 
이런 걸 계속 보고 있다간 미쳐버릴 게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오광철:
지능
기준치: 45/22/9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광기의 발작 - 실시간
심신성 장애:
심신증으로 인해 1D10 라운드 동안 눈이 안 보이거나, 소리가 안 들리거나, 사지가 안 움직이게 됩니다.
For 5 rounds.
 
...
 
하지만 얼마 안 가 시야는 암흑으로 물듭니다.
 
눈이 터져버린 걸까요?
 
혹은, 누군가 당신의 눈을 가려준 건 아닐까요.
 
♪ ▶ ⋰˚✩
 
백지혜:밖에 나오지 말랬잖아요, 사랑하는...
광철아.
 
그리고 혼란스러웠던 머리는 하얗게 물들어 갑니다.
 
세상이 불타고, 아주 오래 전 사라졌고, 하지만 무엇 때문이었지?
 
난 무엇을 보았지? 도무지 기억해낼 수가 없습니다.
방금 전의 이성 판정으로 일어난 이성치의 손실은 무효가 됩니다.
 
백지혜는 당신의 손을 잡고 둥실,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불타오르는 땅을 뒤로 하고, 다시 붉게 물든 구름과 저물어가는 햇살이 비추는 아름다운 곳으로 돌아갑니다.
 
두 사람의 아래로는 숲과 강이 오렌지색으로 펼쳐지고,
 
흘러넘치도록 핀 벚꽃이 석양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으며,
 
나무 사이로는 작은 동물들이 뛰놀며 다닙니다.
 
방금 본 참혹한 풍경이 정말 현실의 것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평화로운 풍경이었습니다.
 
자유로이 날아간 두 사람은 금새 탑으로 돌아와 문 앞에 착지합니다.
 
백지혜는 이제껏 보았던 것 중에 가장 다정한 눈빛을 보입니다.
 
그의 웃음은, 당신을 향한 동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백지혜:조금 쉬고 계세요.
...죄송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제가 옆에 있어야 했는데...
 
또다시 시야가 점멸합니다.
 
의식이 도려내지듯, 당신은 쓰러집니다.
 
♪ ▶ ⋰˚✩
 
지저귀는 새,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
 
보드라운 이불에서는 햇볕에 뽀송하게 마른 냄새가 나고, 산들거리는 바람이 당신을 감싸안지만......
 
정신이 멍합니다.
 
어제 목도한 그것 때문일까요.
 
아니, 무엇을 보았지? 보긴 보았나?
 
그래, 세상의 끝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끝난 것을 보았습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정말 끝일까요?
 
하지만 ‘그런 것’이 버젓이 돌아다니는걸 생각해 보면......
 
머리가 아픕니다. 생각을 정리해야겠어요.
 
그러고 보니 어제 부유 주문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갖추었죠.
 
오늘은 어쩌면 이전에 가보지 못했던 곳들도 둘러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테이블의 편지는 또다시 바뀌어 있습니다.
 
오광철:(잠이 덜 깨 멍한 채로 편지 내용 확인한다...)

(방이라면... 편지를 내려놓고 방을 나와 계단 건너편에 있는 방의 문을 살짝 열어본다. 이 방에 있나?)
 
마법사의 방은 이제 열리지 않습니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잠이 든 모양입니다.
 
오광철:이러면 기분 풀려서 깨우려고 해도 못 깨우는 거 아냐? (어차피 깨울 생각 없었지만. 혼잣말 중얼거린 뒤 일기장 찾아본다. 아직 잘 따라오고 있어?)
 
일기장은 방에서부터 비틀거리며 날아오다, 당신을 향해 폭 날아듭니다.
 
역시 한 페이지가 더 쓰여져 있습니다.
 
오광철:(애가 비틀거리네... 일단 읽어본다!)
 
오광철: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음, 아침에 읽기 좋은 글은 아니네요.
 
마저 평화로운 아침을 누려봅시다.
 
당신은 3층 식당에서 당근주스와 팬케이크를 먹거나, 진저 에일과 피쉬 앤 칩스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부유 마법을 통해 4층으로 들어가 본다거나?
 
벽이 반파되어 뻥 뚫려있으니 들어가기 수월할 거예요.
 
뭘 선택하든 당신의 몫입니다.
 
오광철:(아무튼 요약은 형 모습을 한 무언가가 미쳤다는 거지? 일기장을 품에 안고... 4층으로!)
 
발코니를 통해 날아가 4층으로 향합니다.
반파된 방
무언가 광기 어린 폭발의 흔적이 있었던 듯 새까맣게 남아있는 잔해가 보입니다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으엉?
한구석에 인형의 손가락이나 깨진 안구 같은 것이 굴러다니는 것 또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이든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새까맣게 그슬려 있습니다.
...조금 익숙한 모양들 같습니다.
 
오광철:(성격 나쁜 마법사다... 재료가 다 타있는데 어떻게 날 고치겠다고 했던 거지? 손가락 하나 주워서 그을음 자국으로 일기장에 표정 그려준다.)
 
어떤 표정?
 
오광철:(ㅇxㅇ)
 
귀여워졌다.
4층에는 잠겨있는 방, 그리고 서재가 있습니다.
 
오광철:(열쇠 같은 건 없으니까... 일단 서재부터!)
 
 
:서재
서재에는 책상, 그리고 벽을 가득 채운 책장들이 보입니다.
모든 책장에는 빈틈없이 낡고 오래된 책들과 변색된 종이뭉치들이 메꿔져 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책 곰팡내와 먼지, 꿉꿉한 냄새가 콧속으로 들이쳐 옵니다.
 
오광철:(어렸을 땐 크면 집에 이런 서재를 만들고 싶단 꿈이 있었던 거 같은데... 같은 감상과 함께 책상을 살핀다. 잠긴 방의 열쇠가 될 만한 물건이 있을까? 아니면 마법사의 약점이나, 집에 가는 길이나... 그런 거라도.)
 
 
:▶ 책상
책상에는 찢어진 종이가 한 장 놓여져 있습니다.
눈물에 범벅이 되어서인지 글자가 군데군데 번져 있어서, 제대로 읽기엔 어려울 것 같아요.
 
오광철:
언어(모국어)
기준치: 50/25/10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글자가 더 이어지는 것 같지만, 그 밑은 사라져 있습니다.
 
오광철:(뭐지? 열쇠는 없나? 좀 더 뒤적거리다가 없으면 포기하고 책장 살펴봅니당.)
 
 
:▶ 책장
온갖 서적이 가득 끼워져 있습니다.
어떤 것은 먼지가 가득 내려 앉았고, 어떤것은 종이의 이가 다 빠져 낡아있네요.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종이뭉치 사이에서 자고 있는 ' 열쇠 ' 가 보입니다.
 
열심히 코를 골고 있네요.
 
오광철:(열쇠의 머리를 한 대 콩! 때려주고 일기장을 꽂아 넣을 만한 빈 공간을 찾아본다. 없으면... 계속 데리고 다니고.)
 
열쇠가 화들짝 놀라 깨어납니다.
 
콩콩 뛰어가 당신의 작은 주머니로 쏙 들어갑니다.
 
오광철:(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 손안에서 계속 굴리며 책장을 살핀다... 일기장의 집은 없는 모양이다... 잠긴 방으로 가서 열쇠 사용하자!)
 
가기 전에
 
오광철: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불사의 마법사 이야기’라는 책이 보입니다.
 
인쇄나 판본이 아닌 손수 필기하여 기록된 책이네요.
 
오광철:(마법사 이야기다! 놀릴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길 바라며... 책 꺼내서 책상 위에 펼쳐놓고 읽는당.)
 
정말 읽나요?
 
오광철:(읽는다!)

 
…백지혜가 적은 책일까요?
 
오광철:(책을 읽을수록 표정이 미묘해진다. 그러니... 마법사가 미쳤다는 거지? 세상은 멸망했고, 인형이 몇 번이고 부서진 뒤에 다시 조립되었고, 결국 모든 기억을 지웠다고.)
개소리네. (형은 아무리 미쳐도 날 망가뜨릴 리가 없으니 저 마법사가 형이 아니라는 게 더욱 확실해졌다. 애초에 몇 번이고 강조한 것처럼 난 인형도 아니고. 책은 책상 한 쪽에 잘 닫아놓은 뒤 열쇠를 사용하러 잠긴 방으로 향한다.)
 
당신은 책을 내려놓고 방으로 향합니다.
 
열쇠 구멍에 닿은 금속질이 무겁습니다.
 
정말, 이대로 돌려서.
 
문을 열까요?
 
오광철:(네에~)
 
달각,
 
그리고 보이는 것은, 거기에 쌓여있는 것은......
 
산더미같은 인형의 잔해입니다.
 
팔, 다리, 몸통, 손가락, 눈알, 귀......
 
하지만 당신이 충격을 받게 된 이유는, 그것이 산산조각나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광철: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4
 
♪ ▶ ⋰˚✩
 
떠올렸나요, 오광철?
 
불사의 마법사는 백지혜가 아닌, 분명 당신이었습니다.
 
인형의 제안에 따라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인형을 마법사인 척 행동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미쳐버린 당신의 광기를 달래기 위한 일순의 유희였을 뿐이었습니다.
 
잠시라도 그렇게 행복하고 싶었습니다.
 
잠시라도 편안하고 싶었습니다.
 
잠시라도 모든 것을 잊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당신을 껴안습니다.
 
당신만을 사랑하는 인형입니다.
 
백지혜:전부 알아버리셨군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없었어야 하는데. 저 때문에 광철이 힘들어 졌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랑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백지혜는 목걸이를 벗어 당신의 손에 쥐여줍니다.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쥐여진 이것이 무엇인지, 당신은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백지혜에게 넘겨주었던 당신의 힘입니다.
 
백지혜:이걸 부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어요. 다시 당신의 마법을 전부 되찾는 겁니다.
하지만… 만약 다시 한 번 모든 기억을 지우고 싶다면, 또다시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 목걸이를 저에게 돌려주십시오.. 이번에야말로 당신을 위한 최고의 마법사가 되어보이겠습니다.
 
어떤 선택을 내려도, 당신의 인형은 그것을 따르게 될 겁니다.
 
당신만을 사랑하는 당신의 인형이니까요.
 
오광철:마법으로 다시 세상을 복구시키는 건 안 돼?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탑 주변의 모습을 원래 우리가 살던 곳처럼 바꾸는 건? 그 안에 움직이는 사람들도 몇 세워놓고.
 
백지혜:원하신다면 그렇게 해도 될 겁니다. 하지만 금새 질리고, 더 큰 슬픔에 빠지시는 게 아닐지... 전 당신이 걱정돼요.
 
만들어낸 인형도 가짜였는데.
 
그 속에서 움직이는 인간이라고 완벽하진 않을 겁니다.
 
오광철:(내 마법 보잘것없어~! 평소에 주변인 관찰 좀 하고 살걸. 형이라면 좀 더 완벽하게 인형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죽는 건 안 된다고 했으니까, 그럼 긴 잠에 드는 건? 다시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길게. 어쩌다 한 번 깨어나도 한 번 인사만 나누고 다시 잠드는 건 어떨 거 같아? 가능할까?
 
백지혜:(밤시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얕게 웃음짓는다.) 저로서는 방법을 모르겠지만, 광철이라면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 주문을 알고, 마법을 다뤘으니까.
잠에 든 당신을 언제나 바라보고 있을게요. 잠에서 깨면 아침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외롭지 않도록, 영원히.
 
오광철:방법을 찾아낼 수 있겠다는 건 당장은 할 수 없을 거란 뜻이잖아.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잠긴 방을 나와 반파된 방으로. 길게 이어진 숲을 텅 빈 눈으로 바라보다 중얼거린다.) 형은... 너는, 영원히 잠자는 나를 기다리는 것과 내가 아는 형을 완벽하게 따라 하는 것 중 무엇이 쉬울 거 같아?
 
백지혜:(말 없이 그 뒤를 따르며, 그가 눈에 담은 것들을 흘겨본다. 인형의 눈에는 그의 긴 시간도, 고독도, 불사의 저주도 흐릿하며 와닿지 않는다. 다시 고개를 들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시선에 온전히 담겨지며 마음에 완전히 닿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불사의 마법사 뿐.) 저는 당신을 위해 무엇이라도... (처음 이 제안을 건넸을 때도 이 방에 있었던 것 같아. 그의 절망, 괴로움과 고통 역시 알 수 없는 것이었지. 허나 그의 슬픔은 나의 슬픔이었다. 사랑하기 위한 인형이기 때문일까. 함께 있고 싶은 욕망 뒤에 다시 절망하는 그를 볼 수 없다는 마음이 따라붙었다.)
...저는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완전히 따라할 수 없습니다. (진실을 고한 뒤 인형은 침묵했다.)
 
오광철:됐어, 그럼. (손에 쥔 목걸이를 밖으로 던진다. 어디로 떨어지는지 확인도 안 하고 몸을 돌려 눈앞에 있는 자를 마주한다.) 부순 뒤 새로 만드는 것도, 역할을 바꾸는 것도 실패했다면 이번엔 새 이름을 지을까. 너를 계속 백지혜라 부르면 또 생각나고 슬퍼질 테니까. 다시 미쳐버릴 테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목걸이는 사라졌으니 잘못되어도 우린 되돌릴 수 없어. 이제부터 마법사와 인형이 아닌 두 명의 사람으로서 같이 사는 거야. (침묵하는 인형의 품에 머리를 기댄다. 다행이지. 나는 사람에게 금방 정을 붙이는 타입이고, 우리에게 시간은 영원하니까. 형을 잊고 너를 사랑하고자 노력하면 언젠가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넘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분명, 그럴 거야. 그래야만 해.)
 
백지혜:(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목걸이를 바라본다. 반짝, 한순간 눈부시게 발산하는 녹색 빛에 눈매가 일그러진다. 이 숲만은 마법사의 불사를 나눠가졌으니, 언제라도 저것의 반짝임을 되찾을 수 있겠지. 하지만 묻어두고자 한다면 그것 또한 언제까지나... 한 발 늦게 그와 시선을 마주한다. 동시에 몸을 가까이 대어 품에 안았다. 그리고 손을, 두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아 입 맞춘다. 그 행위엔 경건한 맹세도 굳건한 의지도 없었다. 그저 당신을 영원토록 사랑하겠다는, 태초부터 지녀왔던 마음만을 발산했다.) 제게 새 이름을 주세요. 새로운 모습도 좋습니다. 당신이 저를 사랑하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문장의 끝마다 그의 손마디에 입 맞추며 웃음 짓는다. 영원한 것은 그의 목숨 뿐이지, 정신만은 닳아 없어지지 않던가. 기억도 마음도 긴 시간에 따라 천천히 갉아먹힐 것이다. 휘발될 것이다. 그 위에 새로움을 덧그려 달라고, 간청 받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할 거야. 그 사실이 갉아먹힐 틈도, 휘발될 새도 없이 사랑을 속삭일테다. 그의 몸이 내게 닿아온 순간 우리의 저주가 맞닿아 꼭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 처럼 느껴졌다.) 사랑해요. 내 사랑. 언제까지나.
 
오광철:(품에 안겨 손에 입 맞추는 모습을 바라본다. 인형의 몸은 인간보다 차갑고, 단단한 거 같다는 감상을 새삼스레 남겼다.) 당장 생각나는 이름이 없는데, 내 이름을 줄까? 정확하게 말하면 내 이름이 될 뻔했던 이름인데... (아주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 들었던 두 음절을 중얼거린 뒤 이 얼굴에 은성이란 이름은 참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희미하게 웃는다. 동시에 오랜만에 웃었는데 웃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었고. 그러나 동시에 훅 찾아온 불안이 몸을 감싼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동등한 인간이 아닌 인형으로 보면 어떡하지. 서서히 호흡이 빨라진다. 네게 잡히지 않은 손이 옷자락을 쥐어 깊은 주름을 남긴다.) 우린 이제부터 여태까지와 전혀 다른 일을 해야만 해. 앞으로의 일은 걱정과 두려움뿐인데 어째서 너는 이리도 당당하게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거야? 나에게도 확신을 줬으면 좋겠어. (목걸이를 던질 때까지의 당당한 모습은 없고, 방에 남아있는 것은 영원한 상처를 두려워하며 망설이는 사람 한 명이 전부이다.)
 
백지혜:당신이 주는 거라면 저는 뭐든 좋아요. 게다가 광철이 한 때 가졌던 것이라고 하니 더 가까운 기분이 들어서... 다시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난 당신을 위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품에 안은 그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부드럽고, 따뜻하며 가엾은 사람. 내가 사랑하는...) 오광철. (이름을 부르며 기분 좋은 웃음 소리를 낸다. 인형으로서 살 때 말곤 본 적 없었던 그의 표정에 더욱 더 환한 미소로 돌려준다. 그대로 한참을 응시하다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다시 손을 내민다.) 광철의 몸이 떨리고 있습니다. 숲의 해는 일찍 저무니까, 우리 안에 들어가서 마저 얘기할까요? 따뜻한 차랑... 에그타르트를 내어오겠습니다. (지금 역시 그가 말하는 불안, 걱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아예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하는걸까. 방금 있던 일로 마법 없이 생활해야 하긴 하겠지만, 그게 아주 큰 변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당신을 위해 글을 쓰고, 필요한 것을 구하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일. 과거에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랑을 말하는 일 뿐인데. 그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방법은 간단했다. 실은, 그 역시 아주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 당신이 불멸하게 됨으로서 내 사랑이 시작됐으니까. (아직 잡지 않은 손을 붙잡아 이끈다. 한 걸음, 탑 안 쪽으로. 반파된 방을 지나 계단에 닿을 때 까지 계속 해서 뒷걸음 쳤다.)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주입니다. (단 둘만있을 탑에서 아주 작게 속삭여온다.)
 
오광철:은성. 내가 태어나기 전에 부모님이 지어주셨던 이름이야. 내 이름이 다른 이름이 된 건 오늘 네게 이 이름을 주기 위한 것이었나 봐. (안겨있던 온기가 멀어지자 아쉬운 듯 시선이 떨어진다. 그리고...)
(계단까지 가는 내내, 시선은 잡은 손과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윽고 계단에 다다르면 혹시라도 계단 아래로 네가 떨어지기라도 할까 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것을 보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부서진 후에 다시 고치면 될 것을 왜 굳이 붙잡았지.) ... 아.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고백하는 말은 확신이 된다. 이제 고개를 든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다 부서진 방이나 붙잡힌 손이 아닌 눈앞의 사람이다.) 이번에 있었던 역할 바꾸기로, 방금 나눈 대화들로, 내가 네게 새 이름을 지어주며... 너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나 봐. (아직 형이 그리워서 괴롭고 슬프지만 앞으로 둘이 쌓아갈 기억들로 언젠가 전부 덮어씌울 수 있을 거 같단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형보다 너를 더 생각하게 되었을 때 네가 가장 바라는 문장을 들려줄 수 있게 되겠지.) 내가 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줘. 그리고... 항상 고마워.
(그대로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간다.) 4층 청소는 천천히 하자. 일단 오늘은 네가 말한 것처럼 따뜻한 것을 마시며 여태까지 우리가 놓쳤던 것들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어제 먹지 못했던 에그타르트도 먹고 싶어. (식사는 하지 않는 거 같았는데, 미각은 살아있나?) 일단, 2개 준비해 줄래?
 
백지혜:은성. 몇 번을 더 말한 후에야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입안에 공기를 머금고 꿀꺽 삼킨다. 실체가 없는 글자라도 그렇게 소유하고 싶었다.) ...다행이에요. 다행입니다. 저는 광철의 이름이 좋았거든요. 발음하면 입으로 둥근 것을 굴리는 느낌이잖아요. 이렇게. (오-광-철. 한 음 한 음 발음하며 입 모양을 가르킨다.) 지금 이름이 광철이 된 이유도 알려주시겠습니까? 그 전에, 잠시만 기다리세요!
(강하게 붙잡아준 손은 계단을 다 내려가고 나서도 놓지 않았다. 느껴지는 압박감이 기분 좋았다. 이대로 산산이 부서져 손을 잃는대도 괜찮을 정도로. 식당 문을 열고 의자를 빼어 다시 그를 돌아본다.) 앉아 계시면 차와 에그타르트를 준비해 오겠습니다. 어제오늘 혼란스러움에 식사도 잘 못 하셨죠. 많이 걱정했습니다. (오광철이 겨우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일에 죽지 않는 건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지 못한다.. 절망했을 땐 한 달가량을 먹지도 않고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적도 있었지. 불멸인 그는, 그럴 때만큼은 이 세상에서 죽어버린 것만 같았다. 밥을 먹는다는 건 그 어떤 것보다 생의 증명인 셈이다. 끔찍이 지루해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가 살아있음이 좋았다. 사랑스러운 눈, 숨결, 목소리... 식당과 주방을 잇는 작은 커튼을 들추며 발걸음을 빨리한다.. 들뜬 손짓으로 불을 올리고 오븐에 남은 에그타르트를 데웠다. 마법이 남지 않은 주방은 이전보다 조용하고, 번거로우며 그 과정이 매우 길었지만 어느 식사 준비를 할 때보다 즐거웠다. 그가 기다려 달라고 했어. 내 사랑이 확신이 되어 닿았어. 우리만이 영원히 이곳에서 사랑할 것을 약속했어! 행복감에 터져 나오는 웃음은 소리는 감출 생각도 없는지 탑 곳곳에 맴돌았다.. 마침내 따뜻한 차 한 잔, 에그타르트 두 개를 준비해 다시 그 앞에 앉을 수 있었다.)식기 전에 드세요! 서두르지 않아도 우리의 시간은 아주 느리고...
영원하답니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백지혜:그리고, 광철아. 오늘 보니 탑 동쪽에 단풍이 들었더군요. 보셨습니까?
 
기분 좋게 눈을 뜨면 차분히 들려오는 당신을 향한 목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입니다.
 
백지혜:내일은 단풍놀이를 하러 가죠. 예쁜 단풍을 잔뜩 주워서 책 사이에 끼워 말리면 좋을 겁니다.
 
조금은 쌀쌀해진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부드러운 손길이 감싸오는 것을 느낍니다.
 
백지혜:자, 그러면 오늘도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이 사람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
 
둘만 남은 세상에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소중한 사람입니다.
 
 
아, 소중한 사람. 내 소중한 사람!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은 나를 사랑해.
 
우리는 영원히 행복해.
 
나는 봄에 당신과 벚꽃을 보러 갈 거고,
 
여름에는 바다를 보러 갈 거고,
 
가을에는 단풍을 볼 거야.
 
겨울에는 눈을 치우겠지.
 
우리 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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