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낳고 나서 처음 보는구나. 아직도 오해중이다. 그건 그렇고... 여기 어디지? 분명 집으로 왔었는데? 어, 나가는 문은?) ...제가 출장 간 사이 리모델링까지...?
오광철:이상한 생각 하지 마. 나 형 만나기 전에 놀기는 했어도 이런 쪽으로는 확실하게 했어. (고개 젓는다.) 리모델링 아니야. 자다가 깨보니 이상한 곳에 있어서 바로 형에게 카톡 한 건데 못 봤어? 도와달라고 보냈잖아.
백지혜:(정말 그럴까? 의 눈을 잠깐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오광철 성격에 자기 애가 있었으면 자신이 키웠겠지. 그럼 이 애는 누구?) 그럼 이 애는 누굽니까? (자연스럽게 머릴 쓰다듬는다.) 오타가 심해서 케로베로스인줄 알았습니다. 납치라고 하기엔 제가 여길 온 게 이상하군요. 눈 뜨니 처음 보는 공간에, 어린애도 함께 있었나요?
오광철:(그렇지. 내가 애가 있었으면 책임지고 직접 키웠지.) 오타가 있었어? 걸으면서 쓰다가 밀렸나. (그렇게 말하며 핸드폰 꺼낸다. 앗, 먹통이야...) 말했잖아 나도 방금 처음 봤다고. 몰라. 나도 그냥 계속 걷다 인기척이 느껴져서 달려왔더니 형이 애 안고 있는 거 본 거야.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연스레 어린 광철에게 주의를 기울이면
어느새 아이는 품 속에서 지혜를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오광철:아저씨 누구야?
백지혜:그러셨군요. 많이 놀라셨..................앗. (짐짓 심각하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오광철을 바라보다 시선이 밑으로 향하자 말이 끊긴다. 처음 보는 아이라지만... 심각하게 귀여운데? 오광철 닮았는데? 볼살 통통한데? 잠깐 숨이 멎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바라보길 1분, 정신 차리고 몸을 숙여 시선을 맞춘다.) 제 이름은 백지혜 입니다! 29살이고, 변호사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 친구는 이름이 뭡니까? (사람 좋은 웃음!)
오광철:이젠 보호자로 변호사 아저씨도 붙여주는 거야? 안 그래도 되는데... (그래도 무서운 아저씨들보단 좋아. 말도 잘 해주고 친절한 거 같아.) 나는 광철이야. 엄마는 처리라고 불러. 아저씨도 그렇게 불러도 돼. 허락할게.
백지혜:보호자? (고개가 모로 기운다. 이어 소개하는 이름과 애칭에 더욱 미묘한 표정이 된다.) 광철이라고요? 처리? (고개를 들어 성인 오광철을 본다.) 오광철...?
돌아간다는 건 뽀뽀하면 헤어져야 한다는 뜻 아냐? 나 아저씨 좋아. 아직 아저씨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
오광철 :오. 우리 처음으로 의견 맞았어. 나도 형이 모르는 애랑 뽀뽀하는 거 싫어.
와~ 두 명의 광철이 하이파이브한다~
백지혜:전혀 좋은 상황이 아니잖아요.
오광철 :하지만 우리가 처음으로 통했는걸.
오광철:가짜도 말이 통하네!
백지혜:두 분은 같은 사람이면서! 우리처리, 집에 가고 싶지 않습니까? 제가 좋다는 건 기쁘지만...
어머니도 보고 싶잖아요...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나...)
오광철:쟤는 가짜라니까!
... 그리고 엄마는 집에 가면 많이 보니까 괜찮아. 어차피 지금은 나보다 은서 더 챙겨주니 집에 없어도 신경 안 쓸걸... (은서는 아기니까 그래야 한다는 거 알지만 서운한 건 서운한 거다. 목소리에 기운이 없어진다.)
백지혜:그럴리가요! 모든 부모님은 늘 자식생각을 합니다. 오은서 씨가 태어났다고 해도 결코 처리를 신경쓰지 않는 게 아니에요. 지금쯤 찾느라 난리가 났을걸요. (다시 볼을 꾸욱! 누른다.) 저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19년정도 흘러야 하지만.)
오광철:아저씨 틀렸어. 아버지는 아마... (헉. 급하게 입을 가리고 주변을 살핀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심하곤 손을 뗀다.) 아무튼 됐어. 나 안 돌아갈래. 은서랑 엄마는 좋지만 지금은 아저씨가 더 좋아. 3일 정도만 가출하게 같이 있어줘. (다리에 매달린다!)
백지혜:(아버지는 아마... 하고 입을 막는 것에 눈썹이 내려간다. 말없이 어린 오광철을 쓰다듬다가 다리에서 떼어내 번쩍! 안아든다.) 그래도, 여기가 위험한 공간일지 모르잖습니까? 저희 집이었다면 흔쾌히 허락했을텐데! 무서운 괴물이 나오는 건 싫죠?
오광철:괴물은 싫지만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안 무서울 거 같은데... (어른 광철 흘끔 바라본다.) 너 진짜 나야? 괴물 잡을 수 있어? 무서운 곳에서 우리 지킬 수 있어?
오광철 :어떤 괴물이냐에 따라 다른데. 음... (주먹 쥐었다 폈다. 그러고는 손가락 두 개 펼친다.) 우리 아빠면 도망칠 시간 이 정도는 벌어줄 수 있어. (20분.)
오광철:그렇대! 여기 있을래!
그리고 어린 광철은 자신의 오른쪽 볼에 갖고 있던 캐릭터 반창고를 치덕치덕 붙입니다.
이걸로 뽀뽀 봉인입니다!
백지혜:아니, 광철아. 애한테 동조하면 어떡합니까. 어어?
(그 위로 뽀뽀해볼게요)
오광철 :애가 여기 있겠다잖아. (반창고 같이 붙여줘용.)
반창고는 효과가 있었다! 통하지 않습니다!
백지혜:으음~ (오광철이 둘이니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저희 집에 안 갈 겁니까...? (어른 광철을 봄...)
들어오자마자. 어린 광철은 재운 뒤 뽀뽀를 하겠단 의도를 눈치챘는지 자지 않을 거라고 투정을 부립니다.
뭐라고 설득해야 얌전히 누워줄까요?
백지혜:어어, 아까 졸리댔으면서!
오광철:졸리지만 자기 싫어. 그런 기분 알잖아... 버틸래.
백지혜:(어릴 때나 컸을 때나 변한 게 없네... 24광철을 빤히 본다.) 하지만 잘 자야 일어났을 때 잘 놀 수 있는 겁니다.
오광철 :(나 왜?)
오광철:...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아저씨 없을 거 아냐. 뽀뽀하면 집에 돌아간다며.
백지혜:...그렇게나 돌아가기 싫나요? (거기서 광철이 어떻게 지냈는지는 알지만... 돌려보내지 않으면 지금 있는 오광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착한 아이는 잠투정 하지 않는데. 소원, 꼭 이루고 싶은 거죠?
오광철:엄마도 은서도 있으니까 가기 싫은 건 아닌데. 하지만 지금은 아저씨랑 더 있고 싶은데... (머뭇거리다가 소원 이야기에 눈 크게 뜬다.) 착한 아이는 얌전히 자야 해? 그래야 스티커 받을 수 있어?
백지혜:(그 말에 마음이 일렁인다. 어린 광철을 좀 더 보고 싶은 건 마찬가지지만, 이 공간은 여러모로 걸리는 점이 너무 많으니까. 눈웃음 지으며 뺨을 어루만진다.) 예, 잘 자야 스티커를 받을 수 있어요.
오광철:... 알겠어. 잘게. (누가 봐도 언짢은 듯 느릿한 발걸음으로 침대로 향한다.) 작별 인사는 안 할 거야. 다시 만날 거니까.
입을 삐죽이던 광철이 침대 위에 눕자, 백지혜의 손 위엔 칭찬 스티커 하나가 생겨 있습니다.
마지막 스티커는 함께 붙일까요.
백지혜:네. 다시 만날 거니까! (어린 광철의 손을 잡고 스티커를 쥐여준다. 스티커 판을 들어 고정하고 그대로 꾹 누른다.) 다 모은 거 축하해요, 우리처리.
오광철:(스티커를 꾹 눌러 붙인다. 완성된 스티커판을 바라보며 웃는 것도 잠시. 다시 시무룩한 표정이 된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100번 자는 정도론 안 되겠지...
있지. 나 잠들 때까지 계속 곁에 있어줄 거지?
백지혜:처리가 멋진 어른이 되면 다시 만날 수 있죠! 100밤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즐겁게 하루하루 보내다보면 금방일 겁니다. 착하게 잘 있을 거죠? (손 끝으로 입꼬리를 살짝 밀어 올려준다.)
물론입니다. 광철이 자는 모습은 사랑스러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걸요.
오광철:나 아저씨랑 만날 때까지 착하게 기다릴게. 멋진 어른이 되어서 만나러 갈 테니까 그땐 저런 가짜 말고 나랑 있어줘야 해. 알겠지? 저거 가짜니까! (울 거 같았지만 꾹 참고 웃는다. 이불을 제대로 덮고, 품 안에 토끼 인형과 다 채워진 스티커판을 안은 채 눈을 꼭 감는다.)
잠들기 전에 사라지면 용서 안 할 거야. 죽어서도 저주할 거야...
이대로 잠들기 전까지 무언가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을 읽어준다거나, 노래를 해준다거나...
백지혜:(어린 오광철을 안아 들고 방향도 모른 채 달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뿐이니까. 그곳으로 가야만 하니까!) 철아, 우리가 아주 먼 미래에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했죠?
그건 거짓말이었습니다!
한밤 지날 것도 없이 눈만 깜빡이면 우린 다시 만날 거예요. 이번엔, (호흡이 가파른 지 숨을 크게 들이쉰다.) 진짜예요!!!
오광철:(품에 안기자 따라오는 괴물 앞에서도 꾹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떨어지지 않도록 꽉 매달려 말했다.) 진짜? 아저씨가 했던 말 거짓말이야? 눈만 깜빡이면 돼? 우리 정말로 다시 만날 수 있어? 헤어지지 않아도 돼? (여러 질문이 쏟아지지만, 질문들이 가진 의미는 똑같았다. 코를 훌쩍인 뒤 토끼 인형을 강제로 품에 안겨준다.)
이거, 이거 맡길게. 약속의 증표니까 아저씨가 꼭 가지고 있다가 다시 만나면 돌려줘야 해. 내소원이 이루어질 때, 꼭!
백지혜:예, 사실은 저 아주 못돼먹은 거짓말쟁이거든요! 방금 한 말은 빼고. (애써 광철을 보며 힘겹게 웃어 보인다. 손이 몇 개만 더 있었으면 눈물이라도 닦아줄 텐데!) 헤어지지 않아도 됩니다. 다시 만날 겁니다!
(인형과 광철을 더욱 세게 끌어안고 달리다 발을 헛디딘다. 순간 몸을 말며 광철을 품속에 밀착시키고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더 아파할 틈 없이 고개를 들어 그 모습을 살핀다.) 약속하겠습니다. 꼭 지니고 있을게요. 그러니까!
(부디 거부하지 않기를. 반창고를 밀어내 떼내고 몸을 숙여 그 위로 입 맞춘다.)
오광철:못돼먹은 거짓말쟁이라도 좋아. 나 사실 말 안 했는데 주변에 나쁜 사람 엄청 많아. 아저씨 정도면 착한 사람이야. 아니. (고개 젓는다.) 아저씨가 여태 본 사람들 중 제일 착해. 그러니... 약속 지켜! 지켜야 착한 사람이니까. 그래야 스티커 받을 수 있으니까...! (내 소원은 '아저씨랑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눈을 감고 속으로 한 번 더 소원을 빌었다.)
어린 광철 대신 익숙한 얼굴이 거실 소파에 잠들어있고, 백지혜 당신의 손엔 토끼 인형이 들려 있습니다.
광철은 이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깨워볼까?
백지혜:...헉. (터지는듯한 숨을 내뱉고 들이쉬기를 반복한다. 방금은 꿈? ...꿈이라면 손에 이 인형이 들려있진 않겠지. 소파로 다가가 자는 광철의 모습을 바라본다. 정말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네. 작은 웃음 소리를 내곤 급히 입을 막는다. 그리곤 조심스레 손을 뻗어 이마 위 머리카락을 살살 정리한다. 그대로 얼굴 곡선을 타고 내려가 뺨을 어루만지고, 입술을 꾹 눌러본다.) .
광철아. (힘겹게 잠든 아이를 깨우듯 장난스럽고 기쁨이 넘치는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오광철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느릿하게 눈을 뜬다.) 형이야...? 언제 왔어. 깨우지. (입술로 손가락을 가볍게 물었다 뗀다. 기지개를 쭉 키고는 잠이 덜 땐 듯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엄청 긴 꿈을 꾼 거 같아.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형이 있었고 괴물도 있었는데... (눈을 몇 번 더 깜빡이다 손에 들린 인형을 발견한다. 인형에 한참 시선 고정하다가.) 그건 뭐야? 선물?
백지혜:방금 왔습니다. 광철이 너무 잘 자고 있어서... 그리고 사랑스러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어요. (만개한 웃음을 입가에 걸치고 몸을 숙여 이마 위로 입 맞춘다.) 악몽을 꿨나요, 우리처리? (손에 들린 인형을 잠깐 바라보다 눈앞에서 흔든다.) 아쉽지만 제겁니다. 꼭 가지고 있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광철도 줄 수 없어요.
오광철 :자는 것보단 깨어있는 게 좋지 않아? 자는 채로는 형에게 다녀왔냐는 인사도 못 해주는데. (고개 젓는다.) 아니. 악몽은 아닌 거 같아. 즐거웠어. 형은 잠시 출장 다녀온 사이에 새 애인이라도 만들었나 봐? 나한테도 주지 않겠단 약속이나 하고. 됐어. 그거 어릴 때 받았던 거랑 비슷해서 잠시 봤던 거야. 그보다... (다시 소파에 푹 기대곤 손짓한다.) 형. 이쪽으로 와봐. 할 말 있어.
백지혜:물론 깨어있는 광철이 더 좋죠. 편식하는 나쁜 입도 귀엽고, 변덕스러운 행동도 항상 즐겁습니다.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는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새 애인이라니, 제가 광철을 두고 한눈팔 여유가 있을 것 같습니까? 1인분의 우리처리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제 평생을 써야 할 텐데. 저 그렇게 능력 있진 않아요. (그 손짓을 따라 몸을 기울인다.) 응?
오광철 :으음. 그래?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 올라간다.) 앞으로의 인생 몇 배는 더 즐겁게 만들어줄게. 바로 변덕 한 번 부려볼까? (토끼 인형을 빼앗은 뒤 기울인 몸을 자신 쪽으로 당기며 뒤로 눕는다. 이번엔 이쪽이 품 안에 백지혜를 가둔 상태로 뺨에 입을 맞췄다.) 아저씨. 새 애인 안 필요해?